산으로가는길

   
   
 
 

백두대간1구간

지리산천왕봉-벽소령(1박)-연하천-노고단-성삼재

★일시:1999.2.1~2.2
★교통및 참가인원:관광버스, 백호산악회39名(정철균,최병선外)
★날씨:2/1 맑음, 2/2 눈
★산행코스
2월1일
중산리 -(40')-칼바위 -(1:30')-로터리산장 -(1:50')-천왕봉 -(15')-통천문 -(20')-제석봉 -(10')-장터목산장 -(1:35)-세석산장 -(55')-칠선봉 -(50')-선비샘 -(50')-벽소령(1박)    === 11시간 20분 소요 ===
2월2일
벽소령 -(1:30)-연하천산장 -(1:30')-화개재 -(2:10)-노고단 -(30')-성삼재 -(1:50)-천은사   === 9시간 20분 소요 ===
=== 도상거리:36km,  총소요시간:20시간 40분 ===

★GUIDE

●1999.2月1日

00:52 드디어 한반도의 등뼈를 이루는 백두대간(白頭大幹)의 첫 발을 내 딛는 순간이다. 늘상 백두대간에 대한 동경은 막연한 기대이고 언젠가 직장이라는 굴레를 벗어 던지면 처음으로 하고 싶었던 일이다. "백호산악회" 사내(社內)에서 백두대간에 뜻을 품었던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만남, 백두대간 종주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백두대간 호랑이산악회"다. 산악회 이름이 조금은 평범하지만 이름이 무슨 상관이랴!!!
감히 나에게 이런 기회가 왔음에 감사하고 지리산 천왕봉에서 진부령에 이르는 백두대간 남단종주에 사력을 다할 것이다. 설레이는 마음은 벌써 지리산 종주길에 가 있다.
포항을 벗어 나면서 회장(김상권)이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간단한 소개와 함께 끝까지 의기투합하여 백두대간 완주에 대한 결의... 이어서 총무(이경수), 등반대장(한백기)의 인사가 있었다. 모두들 산을 통해 깨달은 겸손을 알고 있는 사람들인 것같다.
88고속도로에 진입한 버스는 "논공휴게소"에서 잠시휴식(02:28). 언제 잠이 들었는지 버스는 중산리로 올라가는 비탈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04:40 중산리 도착. 차 안에서 간단하게 김밥으로 요기를 함.

05:00 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르며 백두의 끝자락에 붙어 첫 발을 내 딛는다. 매표소에는 아직 관리인이 나와 있지 않은 관계로 입장료 1000원을 번 셈이다. 보름달이 구름속에서 간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랜턴을 끄고 달빛에 의지하여 山을 오른다. 1987년 10월 이 길을 통해 천왕봉을 올라 그 곱디 고왔던 지리의 단풍을 감상했었건만, 오래전 일이고 밤이라 주위의 모든 사물들이 생소할 뿐이다.

05:07 법계교를 지난다. 일행의 보행속도는 상당히 빠른 편이다.

05:30 길 옆 바위에서 잠시휴식

05:40 칼바위 도착. 칼바위에서 갈림길이 나타나고 이정표가 있다. 왼쪽으로 통하는 계곡길은 유암폭포를 경유해 장터목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일행은 이제부터 고도를 높이는 정면으로 난 지능선 사면길을 치고 오른다. 경사는 급해지고 1박 이라는 부담감으로 침낭과 우모복까지 넣은 베낭은 점점 하중을 더해온다. 설상가상으로 출발 전부터 베낭멜빵의 부조화로 걱정을 했건만 역시 왼쪽 멜빵이 점점 이상해져 온다. 자주 사용하지 않아 영 거북하다. 오른쪽 어깨에 부하가 많이 걸린다. 일행의 빠른 걸음 탓인지 점점 숨이 가빠진다. 평소 충분한 체력관리를 못한 것에 대해 스스로 자책해 본다.

07:05 드디어 로터리산장이 빤히 보이는 능선에 올라섰다.

07:10 로터리산장 도착. 여기서 간단하게 아침식사들을 하느라고 부산하다. 라면 끓이는 사람, 김밥을 먹는 사람, 커피를 마시는 사람... 나는 출발전 억지로 밀어 넣은 김밥탓에 아무것도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 다만 정철균氏가 끓여온 꿀생강차 한 잔으로 족했다.
산장의 식수는 동결된 상태이고 뒤쪽 법계사에서 물을 공급 받아야 했다. 어느덧 구호대장을 마지막으로 일행이 모두 도착. 일행중 1名이 몸의 이상으로 출발 30分 후에 다시 하산하는 관계로 늦어 졌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07:45 기력을 충진하여 다시 출발.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 체력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점점 숨이 가빠진다. 다른 회원들은 잘도 오르고 있다.

09:10 천왕샘에 도착. 천왕샘은 동결된 상태이고 이정표에는 천왕봉 0.5km로 표시되어 있다.

09:35 드디어 천왕봉(天王峰) 정상도착. 중산리를 출발한 지 약 4시간 가까이 소요되었다. 세번 째 밟아보는 천왕봉.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하다" 라는 글귀가 적힌 정상표시석에 감회가 새롭다. 서쪽으로 지리연릉이 아스라히 펼쳐지고 저 멀리 반야봉 뒤편에서 뾰족한 노고단이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차가운 북서풍이 폐부 깊숙이 파고든다. 이제 백두대간의 끝자락에 서 있다. 출발은 지금부터다...
천왕봉 바로 아래에서 백두대간의 완주와 무사고 산행을 위한 산제가 있었다. "신령님이시여! 부디 백두대간을 끝까지 완주하여 이 보잘것 없는 존재의 존재가치를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 주소서" 산제 후 마신 막걸리 한 잔과 돼지머리 한 점은 달기도 하다.

10:15 백두대간! 이제부터 시작이다. 날씨는 비교적 맑은 편이다. 우리가 가야할 주릉이 한 눈에 들어온다.

10:30 통천문을 내려선다.

10:50 제석봉 도착. 제석봉에서 장터목으로 이르는 고사목지대는 화재로 불타버린 고사목들이 도열하고 있지만 이제는 지리산 제 1의 명물로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11:00 장터목 도착. 장터목산장은 예전에 돌로 지었던 운치는 없어지고 새로이 현대식으로 단장한 모습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옛 정취를 그려본다.

11:10 장터목 출발. 연하봉 오르는 길. 겨울 지리산 치고는 적설량이 적은 편이지만 1년 내내 눈구경 한 번 제대로 하기 힘든 포항땅에 비한다면 감지덕지다.

11:30 연하봉(1667m) 통과

12:30 촛대봉에 이르렀다. 눈 쌓인 촛대봉이 황량하기 그지없다. 남쪽 지능선을 따라 거림골로 내려서는 길이 완연하다. 서쪽으로 세석산장이 내려다 보인다. 촛대봉에서 서쪽으로 내려서는 길은 주변의 흙이 등산객의 발길에 의해 유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길 양 옆으로 나무말뚝을 박아 출입을 막고 있었다. 예전의 흙먼지와 돌밭길에 비해 훨씬 정돈된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주변에는 묘목을 심어 놓았다. 저 묘목들이 커서 울창한 수림을 만들려면 또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할까?

12:45 세석산장에 이르렀다. 세석산장 역시 옛 모습은 간 데 없고 현대식 목조건물로 깔끔하게 단장되어 있다. 산장 앞에서 점심으로 라면을 끓였다. 산장 앞 간이 상수도는 동결되어 사용이 불가능 하고 식수는 약 100m 아래로 내려가 길어와야 한다. 우리가 1박 해야 할 벽소령대피소는 식수가 동결되어 여기서 저녁준비에 필요한 물을 준비했다.

13:45 또 다시 발길을 재촉한다. 통나무 계단을 올라선지 얼마 되지 않아 영신봉(1652m)에 다달았다. 영신봉에서 남으로 삼신봉으로 이어지는 장대한 능선이 펼쳐지고 이 지점이 바로 백두대간에서 남남정맥으로 분기하는 지점이다. 삼신봉 바로 아래가 그 유명한 청학동이다.

14:40 일곱명의 선녀 형상을 한 바위가 있는 칠선봉이다. 여기서 잠시 다리쉼을 하며 중국영화에서나 나올 듯한 선녀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후미에 출발한 탓도 있겠지만 덕평봉까지 이르러 서는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힘이 많이 든다.

15:30 선비샘에 도착했다. 샘터의 파이프에서는 극소량의 물이 흘러 나오고 있다. 샘주위 공터에는 막영을 한 흔적이 여기저기 있으며 터도 제법 잘 가꾸어져 있다. 선비샘을 지나면서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덕평봉으로 이어지는 길은 북쪽으로 방향을 꺽은 후 북서로 휘어돈다. 덕평봉을 지나면서부터 건너편으로 벽소령으로 이어지는 임간도로가 간간이 시야에 들어왔다 사라지곤 한다. 벽소령대피소를 약 1km이상 앞두고는 길이 평평해진 임간도로를 따르게 된다. 도로 왼쪽으로는 절벽을 이루는 곳도 더러 나타난다. 드디어 저 멀리 새로 지어진 벽소령대피소가 보인다. 오늘 산행의 종착지인 벽소령.

16:20 벽소령대피소 도착. 벽소령에 이르고 나니 그동안의 피로가 가시고 욕심을 내어 연하천까지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니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역시 인간의 마음은 간사하기 그지없구나! 벽소령대피소는 몇 개의 방이 있고 각 방마다 2층 구조로 되어 있으며 우리가 묵은 방은 약 50名을 수용할 수 있다. 지금껏 山을 다녀 보았지만 이렇게 잘 꾸며진 대피소는 일급호텔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취사장은 북쪽 아래에 있다. 이 곳 숙박료는 5000원/人이고 모포도 빌려준다.(1000원/人) 숙박을 위해서는 필히 예약을 해 두어야 한다.(011-854-1626,0596-973-0399)
이제부터 저녁준비. 밥이 되는 시간이 지겨워 삼겹살을 펼쳐 놓았다. 소주 한 잔과 곁들이는 삼겹살은 이미 속세의 음식이 아니었다. 빈속에 거푸 몇 잔 마신 소주는 취기를 발하고 어둠이 깔리는 벽소령의 밤은 깊어가고 이 내몸은 취기와 함께 신선이 되어 무아경으로 빠져든다. 우모복에 우모침낭, 그 포근함 속에 파묻혀서 옆 자리에서의 이야기 꽃은 꿈결처럼 들렸다. 밤 12시 쯤이나 되었을까? 두런거리는 소리에 잠을 깨어보니 일행은 모포 2장에 추위에 떨고 있었다. 산장내에 온풍기를 돌리기는 하지만 연료절약 때문에 저녁시간에 두어시간 정도 밖에 돌릴 수 없다고 한다. 미안한 마음에 슬며시 침낭을 빠져나온다.

● 2月2日

05:00 추위 탓인지 하나, 둘 일어나 아침식사 준비를 한다. 어제 먹던 찬 밥에 국을 끓여 다시 밥에 넣고 끓이니 국밥이로구나.

06:40 모든 것을 얼려 버릴 듯 한 영하의 혹한 속에 전등을 켜고 출발이다. 어제 오후에 녹아 내리던 눈은 창끝처럼 서슬을 세우고 있다. 서서히 날이 밝아온다. 형제바위 이정표를 지난 지점에서 시야가 트일 즈음 저 멀리 천황봉쪽에서 붉은 해가 솟아 오른다. 떠오르는 해 주위에는 구름이 가는 띠를 펼치고 있다.

08:05 연하천산장 도착. 벽소령을 출발하여 한 번도 쉬지 않고 이 곳까지 단숨에 내달은 것이다 모두들 체력이 좋은 것같다. 나 역시 베낭의 짐을 다소나마 비운 탓인지 거뜬하다. 연하천산장 마당에는 눈으로 만든 움집이 에스키모인의 툰드라를 연상시킨다.

08:15 각자 수통에 물을 채우고 명선봉으로 오르는 나무계단 길을 재촉하여 오른다. 계단길이 숨이 가쁠 정도로 길게 늘어져있다. 주위는 온통 눈 밭이어서 어디 엉덩이 하나 붙여놓을 곳이 없다. 선 채로 간단하게 간식을 먹었다. 속이 허해질 때쯤 먹은 연양갱 하나는 빈 속을 채우기에는 충분했다. 명선봉 오르는 길에 눈가루가 날린다. 바람에 날리는 눈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듯 싶다. 세찬 바람속에 흩날리는 눈이 심상치않다.

09:16 토끼봉(1534m)정상을 통과. 눈과 바람이 제법 거칠다. 겉옷을 끝까지 올리고 모자를 내려 써도 대단한 추위임을 감지한다.

09:45 화개재로 내려선다. 도중에 천왕봉쪽으로 오르는 등산객을 몇명 만난다. 강설량이 제법 많아지고 어느샌가 함박눈으로 변해 내리고 있다. 이 곳 화개재는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경상도와 전라도를 넘나들던 길목이다. 뱀사골산장은 북쪽 계곡으로 200m 아래에 있다.

10:07 경상남도와 전라남북도를 가르는 경계점인 삼도봉에 도착. 여기서 잠시 가면 반야봉으로 오르는 갈림길이 나타나며 이정표에는 "반야봉 1km"라고 표시되어 있다.

10:25 노루목이다. 이 곳에서도 반야봉으로 오르는 이정표가 있다.(반야봉 1.3km) 점점 거세지는 눈발은 시계확보를 곤란하게 하는 지경이다. 앙상한 겨울나무에는 어느새 눈꽃이 활짝 피어 지리산의 겨울산행을 실감케 한다. 날씨는 춥지만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겨울설화가 만발한 지리능선을 걷는다는 것은 오히려 하늘의 축복으로 받아들여진다.

11:55 임걸령, 돼지평전을 통과하여 노고단 도착. 노고단에 있는 돌탑에 눈꽃이 피어 장관이다 기념촬영을 한 후 노고단산장 취사장에서 라면을 끓여 점심식사. 취사장 안에는 조그만 석유난로가 있어서 얼어붙은 몸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젖은 장갑도 난로 위에 올려 놓아본다. 산악회 임원들은 성삼재에 주차하기로 한 버스가 눈 때문에 어떻게 되었는 지 연신 연락을 취하고 있다. 역시 예상대로 성삼재까지는 접근이 안되고 천은사 계곡아래 천은사주차장에 있다고한다. 오늘 산행은 예상에 없던 성삼재에서 천은사까지 10km이상은 다리품을 더 팔아야 할 것같다.

13:10 중식 후 거센 눈발을 헤치고 성삼재로 출발. 코재에 이르니 화엄사와 성삼재로 갈라지는 이정표가 있다. 성삼재는 우측 계단을 내려서서 다시 산간도로를 따라 내려가게 된다. 산간도로는 평탄하게 성삼재까지 이어져 있으므로 걷기에 훨씬 수월하다. 게다가 백두대간 1차 산행의 선물로 하늘이 내린 함박눈을 펑펑 맞아가며 내려가니 여유마져 생긴다.

13:40 성삼재 도착. 서로를 격려하며 악수를 나눈다. 휴게소 주차장은 제법 눈이 많이 쌓여있고 우리 일행외에는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다. 도로 건너편으로 우리가 가야할 2차구간인 만복대로 이어지는 능선에는 채곡채곡 눈이 쌓여가고 있다. 이제 차량이 대기하고 있는 천은사로 내려선다. 이미 발목은 피로한계를 넘어서고 있지만 그래도 어쩌냐? 집으로는 돌아가야지!!!  내리는 눈을 밟으며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861도로를 타고 끝도 없이 걷고 또 걷는다.

15:30 드디어 천은사주차장 도착. 천은사 일주문이 보이고 천은사 저수지의 물빛은 왜 이리도 맑은가?  "감로식당" 앞에서 하산주로 마신 막걸리는 말 그대로 감로수였다.

15:55 차량은 천은사를 뒤로 하고 나의 보금자리 포항을 향하여 서서히 움직인다. 차내에서는 처음 만나는 얼굴들의 초면인사가 있었다. 모두의 마음은 백두대간을 완주할 그날까지 서로의 얼굴을 매 산행 때마다 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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