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추의 가을산행
신선봉-내장사 최단거리코스(대가-신선봉-내장사)
*일시:2001.11.4 *산행코스 대가-(1.0km)-신선봉-(0.5km)-연자봉갈림길-(1.0km)-금선계곡
용굴입구-(1.8km)-내장사-(1.0km)-관사입구-(1.0km)-유군치-(0.5km)-대통령궁
식당 === 6.8km, 4시간 30분 소요 ===
내장사
절마당에서 올려다 보이는 써래봉▼
유난히도
단풍색조가 곱다는 이 가을! 제대로 된 단풍산행 한 번 못했다는
핑계로 멀리 내장산길로 나선다. 포항에서 6년째 안내산행을 하고
있는 "가배 가이드"를 따라 이것 저것 신경 쓸 것없이
안내만 따르면 되는 편안한 산행이다. 아니, 산행이라기 보다는
오늘 하루쯤은 유산객이 되어 낯선 이들의 발길에 묻혀 국내 최고의
단풍을 자랑하는 내장산에서 그 붉은 색조에 흠뻑 취해볼 요랑이다.
십
수년 전(1985년) 내장산을 찾기 위해 서대전 역에서 정주행 밤열차를 타고
아비규환의 전쟁을 치룬 일이 까마득하다. 열차를 기다리던 인파는
이미 화물칸까지 꽉 차 만원이 된 열차에 채 10분의 1도 제대로
승차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던 모습이며, 그나마 열차에 탔어도
달리는 밤열차의 승강대에 매달려 차내에서 밀려 나오는 인파로부터
떨어지지 않으려고 그 차가운 밤바람을 맞으며 안간힘을 쓰며 꽃같은
청춘을 겨우 부지했었지... 그 땐 정말이지 내장산을 가기 위해
목숨을 걸었었다. 새삼 그 때의 즐거웠던 악몽(?)을 떠올려본다.
오늘산행의
들머리는 내장산과 백암산의 가운데에 위치해 있지만 국립공원내에는
속하지 않는 전북 순창군 복흥면 봉덕리에 있는 대가마을이다. 내장산의
주봉인 신선봉을 최단거리로 오를 수 있고 신선봉에서 금선계곡으로
내려선후 내장사를 둘러보고 다시 유군치를 넘어서는 길이 오늘의
일정이다. 차량은 대가제를 지난 지점까지 진입이 가능하고 왼쪽으로는
백암산 상왕봉이 올려다 뵌다. 포장도로가 끝나는 지점쯤에 먹거리를
제공하는 가게 하나를 지나치게 되면 갈림길 이정표가 나타나고
오른쪽 길이 신선봉 오르는 길이다. 왼쪽은 까치봉에서 백암산으로
넘어드는 잘록이가 있는 새재, 소죽엄재로 이어지는 길이다. (이정표:
신선봉 1.0km, 새재 4.0km, 백양사 5.5km) 소죽엄재? 저 고개 어디쯤에서
소가 죽었다고 붙여진 이름인가? 하여튼 소죽엄재는 내장산과
백암산을 갈라놓는 분기점이 되는 지점이다.
12시
45분 신선봉으로 오르는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탱자나무 울타리를
지나니 신선봉 정상부일대가 코 앞으로 다가온다. 신선봉까지는
계속되는 된비알을 1시간 정도 올라서야 한다. 초입에는 입장객의
숫자만 파악하는 사람이 있을뿐 입장료는 부과하지 않는다. 오래전
백양사로 내려설 때 한번 지나친 적이 있는 길이지만 지금은 생소하기
이르데 없다. 본격적인 오솔길로 접어들면서 정체가 빚어지기
시작한다. 우리 일행뿐 아니라 울산의 모 산악회에서도 많은 인원이
이 길로 올라서고 있는 까닭이다. 물론 각오는 하고 왔지만 막상
정체가 빚어지니 답답한 마음이다. 혼잡을 피해기 위해 오름길
도중 비탈진 사면 한 곳에 자리를 잡고 후다닥 점심을 해치운다. 능선
아늑한 곳에 "파평윤씨묘"가 지리하고 있다. 무수한 사람들의
발길에 고인이 편히 잠들어 있을까 의문이다. 무덤을 지나 5분
정도 더 올라서니 넓직한 바위전망대에서 조망이 터진다. 까치봉에서
소죽엄재와 새재를 넘어서 백암산으로 이어지는 정맥길이 손에 잡힐
듯하고 산행출발지인 대가쪽이 시원하게 내려다 뵌다.
바위전망대에서
20분 가량을 더 올라서게 되면 헬기장으로 이루어진 신선봉정상에
서게 된다. 정상표석이 없는 신선봉(神仙峰)은 내장9봉 중 최고봉으로
사통팔달 시원한 조망을 제공한다. 북서쪽으로 까치봉(717m), 연지봉(蓮池峰,
670m), 망해봉(望海峰, 679m),이 또렷하고 망해봉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꺽이면서 불출봉(佛出峰, 619m) 그리고 내장산의 대표경관이라 할
수 있는 써래암봉이 눈길을 끈다. 써래봉 아래로는 내장사가
그림같이 자리하고 있다. 눈을 돌리면 동쪽으로도 연자봉(燕子峰,
675m)도 건너다 뵌다. 내장9봉은 저마다가 특이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고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말발굽형, 또는 입을 벌린 주머니형상이라고도
하고 전 대산련 이사였던 김장호님은 제비가 서쪽으로 나는 형세라고
하였는데 모두가 수긍이 가는 대목들이다. 봉우리 봉우리마다에는 사람들로 빼곡하여
역시 메이커 산임을 실감한다. 정상부에는 이미 단풍이 퇴락하고
있는 상태이고 몇몇 마른 잎만 애써 만추의 계절을 부여잡고 있지만
써래봉 아래로 보이는 내장사 근처만은 붉은 단풍이 그 주가를 발휘하고
있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꼭 한번 능선일주를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뒤로 하고
북동쪽 아래의 금선대로 내려서기를 시작한다. 신선봉에서 20m 정도
진행하게 되면 만나는 산불감시초소 옆을 통과해 5분 정도 내려서면
신선들이 바둑을 즐겼다는 평평한 바위가 있는 금선대(金仙坮)가
나타난다. 금선대는 약 5m정도의 거리를 두고 두 개의 바위가 서로
건너다 보고 있는 형태를 하고 있다. 금선대에서 약간의 너덜이
깔린 지대를 통과해 내려서게 되면 이정표가 있는 연자봉과 금선계곡갈림길
안부에 이르게 된다. 정면 오름길은 연자봉을 거쳐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고 왼쪽 내림길이 금선계곡 용굴입구로 내려서는 길이다.
금선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은 통나무와 돌계단이 뒤섞여 있는 지그재그
내림길로 계류까지는 약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산정상부는 이미
단풍이 사그러졌지만 이 내림길부터는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산은, 그리고 이 울창한 수목은 도대체 어디에 이렇게 고운 색조를
감추어 두었다가 이제야 풀어헤치는지 세삼 자연의 조화가 신비롭기
그지없다. 언뜻언뜻 단풍사이로 올려다 보이는 써래봉과 불출봉
모습을 사진에 담아 보지만 재주가 재주인지라 영 아닌 사진이 나오고
만다.
대나무로
만든 쪽문을 빠져 나오니 바짝 말라 버린 금선계곡에 이른다. 여기서
왼쪽으로 계곡을 거슬러 오르게 되면 사적(史蹟)으로 유명한 용굴,
신선문, 기름바위, 금선폭포를 볼 수 있다.(이정표: 용굴 0.2km,
내장사 1.8km) 금선계곡은 연장 2.2km로 신선봉과 까치봉에서
발원한 골짜기로 하늘을 덮는 수목이 장관이고 험준한 지형을 하고
있지만 늘 수량이 부족한게 흠이다. 여기서부터 내장사까지는 40분
정도가 소요되는 평탄한 길로 이어진다. 마른 계곡을 따라 돌탑
2기가 있는 곳을 지나고 다시 까치봉 오르는 나무계단길을 지나
10분정도를 내려서니 파전, 동동주, 도토리묵등을 파는 매점이 나타난다.
국립공원내에 웬 먹거리 매점?(금선휴게소) 승용차도 몇 대 주차한 모습이 보인다. 자연을
찾는 이들이 잠시 쉬고 요기할 수 있도록 배려한 공원측의 갸륵한(?)
마음이라고 애써 좋은 눈으로 보려고 노력해 본다. 매점에서 50m
정도를 따르면 자연 바위굴과 화장실, 연자봉에서 전망대를 거쳐
내려오는 길을 차례로 지나치게 되면 내장사에 이른다.
내장사
일대는 단풍이 절정을 치닫고 있다. 당우들 뒤로 올려다 보이는
써래봉의 모습은 역시 압권이다. 처음 영은사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내장사 절 뜨락에 있는 5층석탑 1기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임진왜란과
6.25를 겪으면서 두 번씩이나 불타 중창되었다고 하니 어쩌면 비운의 절이라는
생각도 든다. 절 주위 구석구석을 메운 인파로 인해 절마당은 소란스럽기
그지없다. 절을 빠져 나오게 되면 왼편에 원적계곡으로 들어서는
길이 나타나게 된다. 원적계곡은 일명 먹방이골이라고도 하며 황반상(湟槃像)을
봉안하고 있는 원적암에서 유래한 명칭이라 한다. 연장 3.2km로서
연지봉과 망해봉이 형성하는 계곡으로 계곡수에 비치는 단풍들의
그림자가 특히 아름답다고 한다. 계곡 안쪽 불출봉 아래로 원적암과
산삼약수가 있다. 내장사는 이 원적계곡과 금선계곡이 합수되는
지점에 절묘하게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내장사에서 일주문까지는
단풍터널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그 화려한 단풍만큼이나 인파가
또다시 인홍(人紅)을 이루니 어쩌면 내장산 가을의 또다른 명물로
자리메김 할지 모를 일이다. 이 날 내장사쪽 인파가 44만, 백양사지구
16만을 합해 도합 60만명이 내장산 국립공원을 찾았다 하니 혼잡과
정체는 이루 말할 수 없다.(내장산 국립공원 조사자료) 가을 내장을
찾으려면 이 정도의 혼잡은 감내하고 찾아야 하지 않을까? 내장사의 단풍터널은 1892년 내장사 스님들이 내장산에 있는 108그루의 아기단풍나무들을 캐다
심어 인위적으로 꾸민 것이라 하니 인간사 백팔번뇌를 봄이면 새싹을 움티우고 여름이면
무성한 신록을 자랑하고
가을이면 붉게 타는 단풍으로 그리고 겨울이면 나목으로 순회하는 다분히 불교적
요소를 풍기는 윤회의 표상으로 단풍나무를 심어 해탈을 꿈꾸며
이 단풍터널을 거닐며 정진하지 않았을까?
▼내장사
일주문을 내려서서 만추의 계절을 만끽하다.
내장사에서
1km를 내려오게 되면 "백양사 8km"라는 이정표를 만나게
되는데 유군치를 넘어 서려면 여기서 오른쪽 백양사방면으로 접어들어야
한다. 계류를 넘어서는 다리를 지나 100여 m 정도의 시멘트길을
지나치게 되면 다시 오솔길로 접어들게 된다. 평일 같으면 한적하기만한
오솔길이지만 각종 산악회에서 내장산 주차장의 혼잡을 피해 추령
또는 복흥면 옥정마을쪽에 주차를 해둔 관계로 이 길도 많은 사람이
올라서고 있다. 유군치까지는 0.9km, 산행이 끝난 듯 여유를
즐기다가 다시 오름길을 만나니 숨소리가 거칠어 진다. 25분 가량을
솔옷하게 올라서는 경사길을 올라서니 이정표가 있는 유군치다.(백양사 6.5㎞, 내장사 2㎞, 장군봉 1㎞, 추령 2㎞) 유군치(留軍峙)는
임진왜란때 순창 망군정에 진을 치고 공격을 하는 왜군을 승군장
희묵대사가 이곳으로 유인하여 대파해 유군치란 이름을 얻었다는 안내판이 서있다. 그러고
보면 내장산 일대의 각 봉우리와 문화유산들이 모두 불적(佛跡)에
기인한 이름들이지만 이곳 유군치와 여기서 서쪽 오르막에 있는
장군봉(將軍峰, 696m)만은 군사적인 이름을 갖고 있다. 여기서 동으로
내려서는 능선길은 추령으로 떨어지는 길로 낙동정맥이 지나는 길이다.
오늘
산행의 종착지는 이 유군치 고개마루를 넘어서 남쪽 아래 전북쪽
복흥면에 있는 '대통령궁"식당 아래의 도로변이다. 유군치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대통령 공원으로"(식당이름)의 넓직한
마당을 내려서니 단풍따라 유유자적하게 즐겨본 만추의 홍엽산행이
마감이다. 추령에서 백양사로 이어지는 도로에 이르니 한줄기 바람에
휭하니 낙엽 한줌이 휘돌아 흐르고 있다. 떠나는 계절이 아쉬운
듯... 포항에서 내장산까지 왕복차량 이동시간만도 12시간
30분, 물론 약간의 정체는 있었지만 지리적 여건으로 결코 쉽게
찾을 수 없는 만만찮은 거리에 있다. 아! 언제쯤 다시 내장9봉을
밟아 보고, 백양산 상왕봉 넘어 백양사로 내려설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올런지.... (※주:내장산
국립공원은 곳곳에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으므로 산길안내는 그다지
의미가 없을 걸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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