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2002.10.3 *산행코스 운흥리
서부식당(05:27)-토끼봉(06:46~07:00)-서북릉 접속점(07:18)-상학봉(08:10)-묘봉(09:05)-북가치(09:21)-속사치(10:21)-관음봉(10:50~11:10)-문장대(12:15~13:30)-시어동
매표소(14:47) === 도상거리 약 12km, 총 소요시간: 9시간 20분
===
*GUIDE 경북 상주시 화북면
운흥1리, 37번 국도변의 서부식당 앞 공터... "어
춥다, 추워!" 하면서도 영남알프스의 권총무님께서
열심히 수제비국을 끓이시고 그 옆에는 돼지 두루치기가
뽀얀 김을 내며 지글지글 익어가고 있다. 사람의
인연이란 것이 묘한 것이어서 얼마전 거의 병적(??)으로
백두대간에 푹 빠져 버린 최중교형님을 알게 되었고
또 그 인연으로 인해 이번에는 "영남알프스"
회원님들과 좋은 산행을 가질 기회가 생긴 것이다.
정작 오늘 산행의 목적은 OK마운틴 회원들이 주최하는
전국행사로 온라인으로 만나던 회원들이 문장대에서의
오프라인 만남에 참석키 위한 것이었고 덤으로 속리산
서북릉을 오를 기회가 생긴 것이다.
속리산 서북릉은 상학봉(834m)~묘봉(874m)~관음봉(985m)~문장대(1033m)를
잇는 암릉과 육산이 조화를 이룬 능선으로 특허청에
업무표장 등록까지 한 충북알프스의 끝단부에 속하기도
한다. 충북알프스는 충북 보은의 구병산-형제봉-속리산-관음봉-상학봉을
연결하는 43.9km에 이르는 구간으로 최근 들어 산객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는 곳으로 형제봉~문장대구간은
백두대간에 속한 마루금이기도 하다. 산세 또한 장대하게
펼쳐지고 구간구간 암릉이 있어 산행의 묘미를 배가시키고
있는 곳이다.
05시 57분, 차가운 새벽공기를 가르며
서부식당 옆으로 난 마을길을 따라 들어서기를 시작한다.
초입부로는 화평동↔묘봉 구간은 위험하니 산행을 금지한다는
팻말이 붙어있다. 밤하늘을 수놓은 초롱초롱한 별빛이
무수하게 쏟아지고 아직은 완전한 어둠이 사위를 둘러싸고
있는 시간이건만 초행인 우리에겐 어둠을 밝혀 줄 든든한
가이드가 있었으니 청주에서 오신 김정순님이 바로
지도이고 나침반이고 횃불이 된다. 김정숙님은 이미
속리산 서북릉코스는 훤하게 꿰뚫고 있으며 젊은 아가씨임에도
불구하고 산을 통한 겸손과 타인을 위한 배려가 몸에
배인 듯 노숙해 보인다.
마을길을 따라 정확하게 10분을
나서게 되니 민가가 끝나는 지점으로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우측은 살구나무골을 따라 토끼봉 직전에서 능선으로
올라서게 되는 길이고 대부분이 많이 이용하는 코스이다.
우리의 횃불은 오른쪽 길은 별 재미가 없다며 왼쪽
지능선으로 올라서는 길로 안내한다. 정면으로는
마치 검은 베일을 쓰고 낙타등처럼 울룩불룩하게 솟아있는
능선의 윤곽이 시야에 들어온다. 왼쪽길로 접어 들면서
곧바로 인삼지대가 나타나며 본격적인 숲길로 들어서게
되며 얼마지 않아 또다른 갈림길 하나를 만나게 되는데
오른쪽 길을 외면하고 계속 정면으로 진행한다. 정숙님은
초입부터 암릉길로 우리를 인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풀잎에 맺힌 이슬을 어둠과 함께 툭툭 털어내며 제법
가파른 날등을 올라서게 되니 윤곽이 뚜렷한 능선마루에
당도한다.(05:50)
잠시 숨을 추스리는 사이 자켓을
벗어 갈무리하고 왼쪽으로 진행방향을 바꾸어 올라선다.
능선마루에서 1분 가량 진행하게 되니 능선으로 바로
붙는 길과 우회로가 나타난다. 이후 능선을 따라 7,8분
가량을 더 올라서게 되면 처음으로 암릉길을 만나게
된다. 아직은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언뜻 보기에도
미끈한 슬랩성 암반이다. 이 암릉길 바로 직전에도
오른쪽으로 우회로가 있지만 정순님의 의도는 이 암릉을
보여주기 위해 애써 예까지 안내해 준 것이고 은근히
암벽을 올라서라는 무언의 협박(?)을 가한다. 다소
위험성이 있는 암반 위를 두발, 두손을 바짝 붙여 겨우
올라선다. 이후 두 번째로 암봉이 나타나고 고집스럽게
바위를 올라서고 나니 더 이상은 오르기가 곤란하여
우회로를 따르기로 한다. 북쪽 바로 아래로 화평동
일대의 가로등이 희끄므레한 먼동에 서서히 그 기운을
잃는 듯하고 여명 속에서 산 전체의 윤곽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저 앞으로 거대한 입석모양을
한 토끼봉이 시야에 잡히고 척박한 암벽 사이사이로
소나무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는 모습들에서 생명의
끈질긴 경외감이 그저 세삼스럽기만 하다.
6시 23분, 토끼봉 오르는 가파른
길 직전의 갈림길이 있는 살구나무골 안부에 선다.
오른쪽 아래로는 살구나무골에서 올라오는 길로 급한
골짜기 아래로 로프가 설치되어 있을 만큼 많이 이용되는
길인듯하다. 토끼봉을 향하는 오름길, 저 멀리 왼편(동녘)으로
문장대가 희미한 모습을 드러내고 지릉 너머에서 붉은
해가 불쑥 고개를 내밀고 올라 앉는다. 그리 선명한
일출은 아니지만 검은 실루엣을 걸친 능선마루에서
봉긋이 솟아 오르는 모습이 지척간의 소나무와 조화를
이뤄 싱그러운 아침을 열고 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산에서 맞는 일출은 역시 펄펄 뛰는 생명감과 가슴
깊이 끓어 오르는 또다른 어떤 감동과 의욕으로 다가선다. 살구나무골
안부에서 20여분 가량 올라서게 되니 토끼봉 직전의
너른 암반지대에 이른다. 바로 앞 거대한 암벽 상단부가
토끼봉. 암반에서 뒤 돌아본 화북면 일대의 올망졸망한
마을들이며, 마냥 푸르러 보이는 들판은 그저 안온하게만
느껴진다.
토끼봉
암반 위에 올라앉은 공기돌바위▶ 암반에서 30m 가량 나서게 되면
길은 거대한 암벽을 오른쪽으로 바짝 끼고 돌아 나서게
된다. 토끼봉을 오르려면 이 암벽 우회가 시작되는 부분의
정면으로 보이는 좁다란 바위굴(토끼굴)을 지나야 한다.
한 사람 정도 겨우 통과할 수 있는 홈통을 올라 몇
걸음 더 나서게 되면 드디어 토끼봉에 다다른다.(06:46) 운흥1리
서부식당을 출발하여 1시간 20분이 소요되었다. 토끼봉은
마치 뱃머리 모양을 하고 있으며 정상부 암반 위에는
인위적으로 거대한 공기돌을 올려 놓은 듯 신기하기만
하다. 정상 암봉은 멀리서 볼 때 하나로 보이지만 기실
올라와 보니 거대한 바위 두 개가 1m 정도의 간격으로
떨어져 있다. 훌쩍 바위를 건너뛰는 맛도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선다. 특히, 토끼봉 정상부의 소나무 아래에
벤취같은 바위에 걸터앉기라도 한다면 시 한수 정도는
쉬이 읊어지리란 생각도 해 본다. 남쪽 건너 지척으로
보이는 바위가 "첨탑바위"라고 누군가가
일러준다. 이쯤만 서게 되도 상학봉, 묘봉, 관음봉으로
이어지는 연릉들이 시야에 잡히고 태양을 등지고 우뚝
솟은 문장대까지는 별로 거리감이 없어 보이지만 봉우리
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07시 정각, 토끼봉에서의 미련을
뒤로 하고 다시 토끼굴을 빠져 나와 암벽을 바짝끼고
돌아 나서는 길을 따라 상학봉을 향한다. 토끼봉을
돌아 나서게 되면 앞을 가로 막는 것이 첨탑바위 직전의
암릉. 물론 우회로가 있지만 작은 암봉 하나를 세미클라이밍으로
10m 정도 올라서게 되니 더 이상은 자신이 없고 오른쪽
좋은 우회길을 따라 첨탑바위 옆으로 올라선다. 이후
나타나는 커다란 석문 모양의 바위굴을 지나치고 연이어
나타나는 좁은 바위틈을 빠져 나오게 되니 이윽고 속리산
서북릉 주능선코스와 만나게 된다.(07:18) 오른쪽은
매봉을 지나쳐 충북 보은과 상주를 넘나드는 활목고개로
이어지는 주능선이다. 대부분의 산객들은 서북릉을
타기 위해 활목고개 또는 신정리 방면에서 상학봉을
거쳐 문장대까지 오르는 것이 보편화 되어있지만 우리
일행은 서북릉의 맛보기로 몇몇 암릉을 지나 토끼봉을
경유해 주능선에 다다른 것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서북릉코스를
따라 왼편 상학봉으로 이어지는 다소 유순한 길을 따라
오른다. 주능선에서 3분 거리에 "가평이씨"
무덤을 지나치게 되는데 주능선에서는 유일한 무덤이다.
오름길을 이어 829봉을 넘어서게 되니 작은 안부 지나친
지점으로 약 5m 정도 높이의 직벽이 앞을 가로
막는다.(07:37) 여기서는 우회로도 없으므로 안간힘을
다해 바위벽을 기어 올라야 한다. 다행히도 직벽으로
로프가 두 군데 설치되어 있다. 왼쪽 것은 거의 수직바위를
로프에 의지해 올라야 하므로 엄두를 못내고 그나마
약간의 경사도를 보이는 우측 바위홈통으로 설치된
로프를 타고 오르지만 "V"字형 홈통에 베낭이
끼어 몸이 제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일행의 도움을 받아 로프에 베낭을 걸어 먼저 올려
보내고 나서야 겨우 바위벽을 올라설 수 있었다.
이후 봉우리 하나를 지나치니 일명
개구멍바위라 불리우는 바위굴 하나를 통과하게 되고
다시 로프를 타고 내려서게 되면 거대한 석문모양을
한 바위굴 하나를 연이어 지나치게 된다. 여기서 3분
정도의 거리에 건너편으로 상학봉이 빤히 보이는 펑펑짐한
암반 위에 서게 된다. 정순님께서 이곳은 신선이 노니는
곳이라 하여 신선대라 불린다고 일러준다. 과연
넓직한 암반 위로는 여지없이 휘휘 늘어진 노송이 멋들어지게
자리하고 있어 신선대란 이름을 붙이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다. 서쪽아래 신정리마을 일대는 아침안개에 깊이
싸여 좀처럼 깨어날 줄을 모르고 흰 띠를 두르며 골골이
파고든 짙은 안개를 내려다 보는 눈길은 이미 거의
신선의 경지에 이른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북으로는
문장대에서 뚝 떨어지는 밤티재가 어림되고 그 너머로
백두대간상의 청화산(970m), 조항산(951m)을 이어 대야산(931m)
줄기가 북으로 치닫고 있다.
오랫도록 사위를 조망하고픈 욕심을
억누르고 10여 분간의 휴식후 코 앞에 있는 상학봉쪽으로
겅중거리며 내려선다. 상학봉 직전 안부에 이르니
충북알프스를 알리는 안내판이 있고 좌우로 내려서는
길이 뚜렷하다. 오른쪽은 신정리, 그리고 표지기가
잔뜩 붙어있는 왼쪽 길은 운흥리에서 올라서는 길이다. 상학봉
직전 이정표(묘봉:1.0km, 신정리:1.4km)를 지나니 드디어
신선대에서 불과 5분 거리인 충북알프스의 끝단 암봉인
상학봉(834m)에 올라선다.(08:10) 상학봉에도 토끼봉과
마찬가지로 커다란 바위가 가부좌를 틀고 암봉 위에
우뚝 앉아있다. 2단으로 설치된 나무사다리를 올라서니
사방으로 일망무제의 바로 그것이다. 동쪽 건너로
묘봉~관음봉~문장대~천황봉을 잇는 울퉁불퉁한 능선이
아침햇살을 등지고 검은 윤곽으로 다가선다.
과연 알프스란 이름으로 명명하기에 결코 아깝지 않은
전경들이다.
◀뒤돌아
본 서북릉 상학봉을 내려서게 되면 오른쪽
신정리로 내려서는 길이 뚜렷한 갈림길에 이정표가
묘봉 0.6km를 알리고 있다. 상학봉에서 묘봉까지는
불과 1km 남짓한 거리지만 곳곳에 암릉이 도사리고
있어 50분 정도가 소요된다. 속리산 서북릉코스는
암릉으로 이어지는 날등으로 세미클라이밍에 적합하다.
대부분 위험한 암릉 옆으로는 우회로가 있지만 아기자기한
바위를 타고 넘는 재미는 산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대부분 무난하게 오를 수 있는 바위길로 이어지며 로프가
설치되어 있으며 그렇지 않은 곳은 적재적소에
홀더와 나무들이 확보를 보장하므로 바위 타는 스릴까지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멀리서 또는 가까이서라도
언뜻 보기에는 매끈한 암릉이지만 실제 바위표면을
맞닿게 되면 보기와는 달리 상당히 거칠고 투박한 감촉으로
전해진다. 덕분에 미끌어지지 않고 쉬이 오를 수가
있다. 나타나는 모든 바위를 우회하지 말고 직접 통과하는
것이 서북릉의 묘미라 생각된다. 그렇게 바윗길에 심취하여
얼마를 올랐을까?
보은군 내속리면과 산외면을 경계짓는
능선분기점에 다다른다.(08:50) 화강암 검은 대리석
이정표에는 "현위치 암릉, 해발 860m, 상학봉
1.1km, 주차장 2.3km, 묘봉 0.3km"를 알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간간이 나타나는 이정표의 거리가 일치하지
않음을 알게 되고 설치한 단체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이다. 영남알프스의 김화일님이 암릉구간에서
다소 늦어지는 편이고 덕분에 발길은 더딘 편이다. 09시
05분, 삼각점이 있는 묘봉(妙峰)(874m)에 이른다. 그저
"좋다!" "시원하다!" "멋지다!"
라는 표현외에 더 이상의 미사여구가 필요없는 전경들이다.
묘봉은 아직은 설익은 가을풍경을 보이는 속리산 서북릉의
전망대역할을 한다. 지나온 토끼봉, 상학봉의 암봉이며
이어가야 할 관음봉, 문장대를 굽어보기 좋은 지점이다.
정상부는 넓직한 바위지대이며 각각 독립된 세 조각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리저리 바위를 뛰어 넘으며
사위를 조망하는 맛이 솔솔하다.
묘봉에서 로프를 타고 내리막으로
접어들게 되면 곧바로 갈림길이다. 주릉은 묘봉을 바짝
끼고 도는 왼쪽길을 따라야 한다. 정면으로 직진하는
내리막은 민판동의 여적암으로 내려서는 길로 북가치에서
여적암 내려서는 길과 만나게 된다. 일행들이 먼저
출발한 터라 뒤늦게 묘봉을 내려서서 10여분을 쫓아
내려서게 되니 넓직한 4거리 안부인 북가치에 이른다.(09:21)
북가치로 내려서는 길은 지금까지 이어오던 암릉길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전형적인 육산의 모습으로 다가서게
된다. 북가치에서 우측 내림길은 여적암을 지나 법주사
관광단지에 이르는 길이고, 왼쪽은 미타사를 경유하여
절골을 타고 용화초등교로 내려서거나 운흥리로 내려서는
길목이 된다.
북가치를 지나 연이은 세 개의 암봉을
넘어서게 되니 붉은 페인트의 화살표가 바위홈통 아래로
들어서라고 일러준다.(09:48) 오른쪽 바위사면을 타고
우회할 수도 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아 홈통에 몸을
집어 넣어 뒷걸음으로 내려선다. 구멍치기를 한 셈이다.
하여튼 오늘은 수도 없는 바위구멍을 빠져 나오는 것같다. 이후
된비알을 올라 바위틈을 비집고 나서니 지형도상의
880봉에 올라선다. 이곳은 대부분의 산객들이 그냥
지나친 듯 족적이 희미한 곳이다. 비스듬하게 가로
누운 바위에 올라서게 되니 관음봉과 문장대가 손에
잡힐듯 지척간이고 지금까지와 비슷한 전경들이 펼쳐진다. 이후
속사치로 내려가는 길에서 암릉을 한번 더 올라서야
하고 키작은 조릿대가 빽빽한 길을 5분 가량 내려서게
되니 조릿대 무성한 속사치에 이른다.(10:21) 북가치를
지나 꼭 1시간이 소요되었다. 속사치에선 왼쪽 상주시
화북면 대흥동으로 내려서는 길과 우측 법주사로 내려서는
길이 뚜렷하다.
속사치에서 길을 이어 7분 거리에
왼쪽 "대흥계곡"으로 내려서는 이정표가
있는 잘록이에 이르게 되고 관음봉 직전의 바위암릉을
넘어서게 되니 한 길 이상되는 산죽숲을 헤쳐 나가게
된다. 10시 50분, 관음보살상을 닮아서 명명된 관음봉(觀音峰)(985m)에
이른다. 바위사면을 타고 오르는 다소 위태로운 암릉이지만
친절하게 표시된 화살표페인트를 따라 오르면 무난하게
오를 수 있는 곳이다. 지척으로 건너다 보이는 문장대가
코 앞이고 지금까지 이어온 상학봉, 묘봉의 암릉군이
매끈한 슬랩을 이루며 다소 붉은 기운을 띠고 있다.
관음봉에서 처음으로 대구산사람들을 만나 인사가 있었고,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사이 20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11시 10분, 마지막 남은 문장대를
향하여 관음봉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급사면을 내려서게
되면 한 길 이상되는 무성한 산죽사이로 길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 자칫 잘못하게 되면 뚜렷하게 난 길을
따라 법주사쪽으로 내려서게 되므로 원치않는 알바를
할 염려가 있다. 산죽군락에서는 왼쪽으로 난 암벽
아래쪽으로 방향을 잡고 암벽을 우회하는 길로 올라서서
다시 주능선에 붙어야 한다. 주능선 암릉길을 따르게
되면 바위지대를 이리저리 건너 뛰어야 하므로 족적이
희미할 수도 있지만 페인트로 표시된 방향을 따라 나서게
되면 미로같은 바위틈을 요리조리 빠져 나가는 재미가
즐거움을 더해준다. 구멍바위 하나를 더 통과한
후 5분만에 전망 좋은 바위봉에 올라서게 된다. 바로
앞으로 문장대가 높다랗게 올려다 보이고 난간으로
빼곡히 자리잡은 산객들의 흥에 겨운 두런거림이 들려온다.
문장대 암봉을 왼쪽으로 끼고 돌아 오르는 급사면으로는
깨진 병조각이며 깡통들이 즐비하다. 일부 몰지각한
유산객들의 소행이리라. 최근 들어서는 산을 찾는
산객들의 의식수준이 향상되어 지기 쓰레기는 모두
되가져가는 풍토가 자리잡고 있지만 이 일대는 워낙
찾는 이가 많은 관계로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대목이다.
혹여 위에서 뭔가가 날아 올 것같은 불안감에 비탈길을
후다닥 올라서니 문장대 오르는 철계단 직전의 너른
공터에 이른다.
오늘이 개천절이고 OK 마운틴 오프라인
행사관계로 이래저래 문장대 일대는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 차례를 기다려 철계단을 타고 문장대(1033m)에
올라선다.(12:15) 역시 언제 올라도 가슴이 트일 만큼
시원한 곳이다. 문장대(文藏臺)는 원래 구름속에
묻혀있다 하여 운장대(雲藏臺)라 하였으나 세조임금이
이곳에 오르셔서 사방경계를 완상하시고 글을 읊으셔서
문장대라 칭하게 되었다 하며 이곳에 세 번 오르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언젠가
문장대에 올랐을 때 서북릉쪽의 반짝거리는 암릉을
보며 막연하게 동경만 했던 그 암릉길을 타고 왔다는
포만감이 쏴하게 전신을 휘감고 저으기 만족한 눈길은
마냥 흐뭇하다. 저 아래 밤티재 너머 청화산, 조항산,
대야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며 남동쪽 입석대,
비로봉, 천왕봉을 이루는 연봉들이 삐죽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모습에 잠시 넋을 잃고 있는 사이 왁자한
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얼른 뒷사람에게 자리를
내주고 백두대간상의 너른 헬기장으로 내려와 점심식사... 헬기장에
모인 서울, 대전, 대구, 부산등지의 산님들 표정과
웃음들이 해맑기 그지없다. 간단한 기념촬영후 송어회가
기다리고 있는 장암리 뒷풀이 행사장을 향한다.(13:30)
문장대휴게소 앞 이정표에서 "화북
3.3km" 라고 표시된 동쪽 내리막길로 내려서야
장암리 시어동 공원관리사무소로 내려서게 된다. 통나무로
잘 정비된 반듯한 길을 따라 12분 가량 내려서니 바위가
넓직하여 쉬어가기 좋은 "백일산제단"이
나타나고 "문장대 0.8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다. 이후 관리사무소가 1.8km 남았음을 알리는
"쉴바위"에서 바위난간 끝으로 나서니 아래로는
천길 낭떠러지요, 위로는 기기묘묘한 암봉이 속리산의
위명을 자랑하고 있다. 시어동 주차장이 가까워지며
오른쪽 숲 사이로 "성불사 100m"를 알리는
자그마한 간판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오른쪽 작은
계류를 건너 산허리 하나를 휘어 도니 암릉을 배경으로
성불사가 단아하게 자리하고 있다. 성불사 시멘트길을
따라 5분 가량 내려오게 되면 도로를 60m 벗어난 지점으로
오송폭포가 하얀 물기둥을 이루고 있다. 오송폭포는
바위가 층층이 쌓인 절벽 사이로 높이 10m 정도의 폭포가 5단의 층을 이루며 떨어지고 있다.
예전에 폭포 옆으로 오송정이라는 정자가 있어 오송폭포라 부른다고
하지만 정자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다. 천연림과 기이한 암석 사이를 흐르는 이 폭포는 가뭄
때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폭포에서 되내려와 오송교를 건너서게
되면 이내 시어동 관리사무소에 이른다.(14:47) 문장대에서
느릿느릿 1시간 20여분이 소요된 셈이다. 이곳 시어동코스는
문장대 오르는 최단코스이기도 하려니와 법주사쪽의
혼잡을 피해 호젓한 길을 이을 수 있기도 하다.
뒷풀이 행사장인 장암리 도로변까지
차량으로 이동해 장암교 옆 견훤산성이 올려다 보이는
"문장대 회가든"에 모인 OK마운틴회원의
인원이 무려 100명 이상은 족히 넘어 보이고 "山"
이란 공통주제로 모인 산님들의 산이야기는 그저 정답기만
하다. 오늘 산행을 이끌어준 영남알프스 회원님들께
감사드린다. (*참가:11명 권분남,황영주,김지근,김화일,길용태,이헌준,김상수,김정순외
1명,최중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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