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가는길

   
   
 
 

석개재-묘봉-삿갓재-한나무재-진조산-답운치 ☞지도보기 ☞낙동3구간 사진모음

*일시:2003.4.28
*날씨:맑음

*산행상세
석개재-(55분)-묘봉-(1시간33분)-삿갓재-(36분)-임도3거리-(41분)-1136봉-(1시간40분)-934.5봉 삼각점-(55분)-한나무재-(25분)-진조산-(30분)-굴전고개-(50분)-답운치
석개재(05:08)-임도길-마루금진입(05:25)-묘봉3거리(05:55)-묘봉(06:03)-묘봉3거리(06:22)-용인등봉(06:44)-997.7봉(07:06)-삿갓재(07:50)-임도길-1098봉(08:05)-임도길-임도3거리(08:26)-1136봉(09:28)-임도접(09:47)-헬기장(10:30)-중식-934.5봉 삼각점(11:48)-헬기장(11:56)-헬기장(12:29)-한나무재(임도)(12:48)-헬기장(12:56)-헬기장(13:00)-진조산(13:13)-굴전고개(13:45)-송전탑(14:21)-답운치(14:42)
=== 도상거리:23.5km, 총소요시간:9시간 34분, 순보행:8시간 05분 ===

*참가: 백호산악회 26명
최부근(부회장), 이경수(총무), 한백기(등반대장 T), 박춘하(등반대장 L), 김상권, 전태환, 성기봉, 김지용, 박준희, 최태영, 정태영, 김재권, 김용배, 이경모, 정길영, 이병목, 주영기, 정홍조, 박성현, 장석태, 문무종, 김흥태, 정광수, 김승현, 최정열, 임상운(기록)

 

=== 정맥은 강원도 땅을 벗어나 구름을 밟고 넘는 답운치까지 ===


차량배차의 혼선으로 예정보다 조금 늦은 01시 20분, 차량은 지곡골을 출발한다. 전 날 이사가 있었던 관계로 집안이 온통 난장판이건만 기어이 산으로 떠나는 발길은 그만큼 정맥 마루금이 내 일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이리라. 고운 눈홀김 뒤로 피곤한 여정을 걱정해주는 마눌님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아주 곤한 잠에서 깨었을 땐 이미 석개재 고개마루였다.(04:46) 잔잔한 여명이 고개마루를 살풋이 덮고 있는 동쪽하늘 산마루에 고운님의 눈썹같은 하현달이 걸려있다.

오늘구간은 석개재에서 답운치까지 약 23.5km의 거리로 하루산행으로는 결코 만만치 않은 거리다. 중간탈출을 시도한다 해도 첩첩산중 산간오지이므로 그만큼 교통편도 여의치 않으므로 대부분의 구간종주팀들이 당일로 산행을 마무리한다. 천리에 달하는 낙동정맥이 강원도 땅을 벗어나 경상도로 접어드는 구간으로 거리는 꽤 길지만 전체적인 고도차가 그리 심하지 않으므로 체력적인 부담은 적은 편이고, 곳곳에 개설된 임도를 적절히 활용하게 되면 발품을 덜 수 있는 잇점이 있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마루금과 함께하는 임도는 자칫 정맥길에 혼선을 줄 수 있으므로 충분한 사전정보와 방향감각이 필요한 곳이다.

05시 08분, 경상도와 강원도를 넘나드는 석개재(920m)를 출발하여 국유임도를 알리는 표석을 뒤로 하고 임도를 따르기로 한다. 이미 지난 98년 낙동정맥을 선답하신 한대장님, 박대장님, 이총무님께서 오늘의 긴 여정에 체력적인 안배를 위한 배려였다. 임도는 마루금을 왼쪽으로 바짝 끼고 약 1.5km 가량 나란히 진행하게 된다.
랜턴이 필요없다. 아직은 어둠의 기운이 더 깊지만 이미 이 길을 소상히 꿰뚫고 있는 이총무님의 발길이 조명탄처럼 훤히 길을 밝히고 있다. 임도를 깍아 놓은 사면 위로 간간이 산죽군락이 보이고 산줄기 허연 속살을 뚫고 바위들이 삐죽삐죽 돌출되어 있다. 마루금 오른쪽이 봉화군 석포땅이다. 석포의 옛 이름은 석개(石開). 온통 암석과 계천(溪川)으로 형성된 까닭으로 석포(石浦), 석계(石溪)라 불리어지고 석개(石開)는 사방이 돌로 쌓인 명당이 있어 그 돌문이 열리면 1만 가구이상 살게 될거라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절개지로 돌출된 바위들이 석포란 지명을 대변해 주고 있다.

유순하게 동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르기를 20여분, 임도는 정맥에서 곁가지를 친 오른쪽 능선을 향해 석개천 최상단을 가로질러 산허리를 타고 넘는다. 임도가 계곡을 넘어서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마루금을 알리는 표지기가 즐비하다. 여기서 왼쪽으로 서너 발자국 위가 정맥 마루금이다. 임도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마루금으로 접어든다.(05:25)
산죽군락을 넘어서자 정맥은 서서히 묘봉을 향해 고개를 고추세우기 시작하더니 저 앞 남동방향으로 둥그스럼하게 자리를 틀고 있는 묘봉이 시야에 잡히기 시작한다.

05시 40분, 동편 하늘이 붉어지는가 싶더니 해오름이 진행중이다. 선명한 붉은 기운이 빠르게 솟아오른다. 얼마만에 보는 일출인가? 해오름이 끝나자 산은 그제서야 제 빛깔을 내기 시작한다. 남녘의 산하는 온통 싱그러운 연초록 옷을 갈아입은지 오래건만 이곳 강원도 땅엔 이제서야 겨우 애기손톱같은 새순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그만큼 봄이 더디게 오고 있는 것이다. 오름길엔 간간이 이름모를 야생화가 함초롬히 피어있다. 다소곳이 고개숙인 보라색 꽃, 현호색인가? 언젠가 한 번 이상은 보고 들은 꽃이건만 아둔한 머리는 그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지 못한다.

야영터였을 법한 넓직한 공터가 있는 곳에 이르니(05:45) 이리저리 어지럽게 흩어진 플라스틱 물병들이 볼성사납게 널브러져 있다. 야영터를 지나 짧은 돌밭길과 산죽이 연이어 나타나는 오름길이 끝나자 밋밋한 둔덕을 이룬 작은봉우리(묘봉 북동봉)에 올라선다.(05:52) 오른쪽으로 묘봉이 지척으로 건너다 보이고 언뜻 묘봉을 향하여 직진으로 이어질 것같지만 정맥은 여기서 왼쪽(동쪽) 아래로 꺽어지며 방향을 틀고 있다.
묘봉 북동쪽에 있는 갈림길에 이르기 전의 뚝 떨어진 안부에서 보면 방금 지나왔던 봉우리에서 묘봉을 향한 잘록이가 우측으로 보이고, 묘봉을 꼭지점으로 한 삼각형태의 분지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분지 가운데 부분에는 어제 내린 비 탓인지 늪지가 형성되어 있다.

▼ 묘봉정상에서 건너다 보이는 면산, 그 오른쪽 멀리로 백병산이 보인다.
05시 55분, 묘봉의 어깨부분인 북동쪽 3거리에 도착한다. 정맥은 여기서 왼쪽으로 또 한번 방향을 전환하여 동으로 이어진다. 오른쪽은 묘봉 오름길이다. 묘봉은 마루금에서 남서쪽으로 0.5km 가량 물러나 앉아 있고 10여분 발품을 더 팔아야 한다.
이총무님의 발길이 묘봉을 향한다. 꽁무니에서 출발했던 후미 5인방(이경수, 김승현, 문무종, 박춘하, 임상운)은 삼거리에 베낭을 벗어두고 그 뒤를 따른다.
울창한 신갈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유순한 오름길은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족적이 희미해지더니 싸리나무와 가시덩쿨이 발길을 막는다. 희미한 흔적을 쫓아 이리저리 잡목을 헤치고 올라서니 커다란 헬기장이 고스락을 지키고 있는 묘봉(猫峰)(1167.6m)이다.(06:03) 석개재를 출발하여 55분이 소요된 묘봉은 유순한 산세를 갖고 있는 밋밋한 봉우리를 이루고 있으며 고양이는 없다. ^-^;

박대장과 이총무님에게 이 묘봉은 특별한 기억이 있는 곳이다. 5년 전 함께 마루금을 탓던 거북산악회의 정진욱 회장님외 1명이 비와 안개 속에서 답운치-석개재 진행중 이 묘봉에서 방향을 잃고 비바람과 추위 속에서 비박을 했던 곳이고, 119동원 직전까지 가는 등 한바탕 헤프닝이 있었던 곳이다. 열악한 기상조건에서 북진하는 정맥꾼들에게 묘봉직전 삼거리는 조심해야 할 지점이다. 이총무님의 추억담을 들으며 묘봉 삼거리로 되내려와 김밥 한 줄로 기력을 보충하며 그럭저럭 30분 가량을 소비하고서야 삿갓재를 향하여 발길을 재촉한다.(06:22)
묘봉 3거리에서 5분 가량 내려선 안부에서 시작되는 산죽군락지대를 한참 이어간 후 한바탕 치고 오르니 작은 둔덕을 이룬 산봉에 올라선다.(06:40) 용인등봉 전위봉인 셈이고 북동으로 능선 하나가 길게 뻗어 나가고 있다. 그 유명한 응봉산 용소골로 떨어지는 용의 등날 용인등이다. 용인등은 응봉산의 또 다른 비경 괭이골과 문지골을 경계지으며 뻗어있고 초입으로 희미한 족적이 있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꺽어든 밋밋한 능선을 이어 4분 후에 용인등봉(1124m)에 이른다.(06:44) 서쪽 건너로 묘봉이 아침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용인등봉을 지나면서부터는 좌우로 급사면을 이룬 능선 날등길이다.
뒤따르던 이총무님께서 잠시 황망한 발걸음을 멈춰 세우더니 능선 좌우를 살펴 보라신다. 삼림의 경계구역이다. 수목은 마루금을 중심으로 우측은 아름드리 적송군락을 이루고 좌측은 참나무군락이 포진하여 서로 정맥마루금을 선점하기 위한 세력다툼을 벌이고 있는 형세다. 몰운대까지 이르는 정맥에서는 이런 삼림경계구역이 서너차례 더 나타나고 한때 봉화, 춘양지역은 아름드리 적송으로 영화를 누린 곳이라고 덧붙여 설명해 준다.
용인등봉을 지나 소나무와 참나무 경계지역이 끝날 즈음 키를 넘는 산죽밭이 시작된다. 백병산-석개재 구간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산죽은 끈질기게 마루금을 잠식하고 있다. 산죽을 헤집고 올라 작은 산봉에 올라서게 되면(07:05) 지나온 묘봉, 용인등봉이 기세 좋게 솟아있다.

그리고 다음에 나타나는 봉우리가 지형도상의 997봉으로 표기된 지점이다.(07:06) 꼭지점에 올랐으나 삼각점은 보이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후에 거치게 되는 작은 산봉들을 일일이 올라 삼각점을 찾아 보았건만 끝내 찾을 수 없었다. 997봉을 지난 후 나타나는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은 대부분이 산봉 몇 발자국 직전에서 우회하도록 되어 있고 꼭지점을 향한 길은 희미하기 그지없다. 왼쪽 아래로는 협협한 골짜기와 준봉들이 나란히 정맥과 어깨를 같이 하고 있다.
바로 발 아래가 응봉산의 깊고 깊은 골짜기인 문지골, 그 산등 너머가 비경의 용소골이고 멀리로는 삼각형 모양으로 볼록 솟아있는 응봉산이 가름된다.

07시 50분, 정맥이 완만히 내려서더니 움푹 패인 임도를 만나는 삿갓재에 이른다. 묘봉3거리를 출발하여 1시간 30분 가량이 소요된 삿갓재는 "국유림 사용허가지역" 임을 알리는 나무말뚝이 서 있다. 임도는 여기서부터 정맥과 나란히 이어지게 되고 왼쪽 임도는 응봉산 문지골방면 덕풍계곡을 향하고 있다. 묘봉에서 까먹은 시간을 만회하기 위하여 정면 마루금을 오른쪽으로 살짝 빗겨가는 임도를 따르기로 한다.
임도는 삿갓봉을 왼쪽에 두고 살짝 우회하여 다시 마루금과 접하게 된다. 삿갓봉(1119.1m)은 헬기장이 조성되어 있다고 하며 울진, 봉화, 삼척을 가르며 강원도와 경상도의 경계를 이룬다. 동으로 뻗은 맥은 도계를 가르며 응봉산쪽으로 곁가지를 쳐 동해바다로 뻗어 나간다. 낙동정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상도 땅으로 본격적인 입성을 하게 되는 셈이다.
삿갓재를 지나 15분 가량 임도를 따르게 되면 다시 마루금을 만나는 지점으로 산죽밭이 나타난다.(08:05) 여기서 임도는 바로 앞 1098봉 우측 어깨를 휘돌아 다시 마루금과 접하게 된다. 이총무님은 임도쪽을 향하고 본인은 산죽밭을 지나 마루금을 따른다. 길은 잠시 올라서더니 1098봉 멧부리를 옆으로 살짝 돌아 내려서 3분 만에 임도를 다시 만난다.(08:08) 임도는 바로 오른쪽이고 정면으로 계속 능선을 따르는 정맥길이 산죽사이로 뚜렷하다. 잠시 후 임도를 따르던 이총무님이 나타나는 걸로 봐서 마루금이 지름길인 셈이다.

▼ 삿갓재를 지나 임도를 따르다 보면 저 앞으로 암봉으로 우뚝선 1136봉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마루금과 나란히 하는 임도를 따라 12분 가량 편하게 내려서면 갈림길이다.(08:20) 정면으로 계속 내려가는 길은 석포쪽 반야마을 상단계곡인 불심골로 내려가게 되므로 여기서는 좌회전하여 불심골 계류 최상단부를 끼고 돈 후 산허리를 휘어도는 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6분 후 임도는 다시 3거리를 만난다.(08:06)
소광, 석포, 전곡으로 갈라지는 길목을 알리는 표석이 서 있는 임도 3거리다. 왼쪽이 울진군 서면 소광리방면이고, 전곡리쪽으로 향하는 임도는 또다시 마루금과 나란히 잇게 되는 길로 양쪽 모두 바리케이트가 가로막고 있다. 어떤 용도로 이 깊은 첩첩산중에 이렇게도 임도가 잘 관리되고 있는 걸까?
이리저리 정맥을 넘나들며 이어지는 임도는 예전 가곡쪽의 광산에서 채취한 광물을 철도가 있는 봉화쪽으로 이송하기 위한 임도였는지, 아니면 울진쪽의 아름드리 황장목을 운반하던 길이었는지... 빛바랜 이정표석 뒤로 정맥 표지기가 길을 밝히는 숲으로 접어들어 1~2분 후 정맥은 다시 전곡리행 임도와 합류하게 된다.

임도 3거리를 지나 5~6분 가량 나서게 되면 길은 정맥을 넘어서며 저 앞으로 보이는 1136봉을 크게 우회하여 왼쪽으로 돌아 나서고 있다.(08:32) 선두와의 거리를 좁혀 볼 요량으로 임도를 따라 나섰지만 저 앞으로 단단한 요새처럼 암봉으로 우뚝 솟아있는 1136봉의 유혹을 끝내 뿌리치지 못하고 산굽이 하나를 휘어 돈 후 나란히 이어지던 능선길로 올라선다.(08:39) 길은 답답한 산죽 숲을 헤집고 꾸준히 올라서고 있다.
그 오르막이 숨을 죽이는가 하더니 방향이 왼쪽(남쪽)으로 꺽어지기 시작하는 백병산 갈림길에 이른다.(09:05) 우측(서쪽)저 건너를 백병산(1012m), 오미산(1021.1m)으로 곁가지를 치는 능선은 봉화와 울진의 경계를 가르고 있다.
10분 정도의 휴식을 뒤로 하고 발품을 재촉한다. 저 아래 임도에서 올려다 볼 때 병풍처럼 도열해 있던 1136봉은 암릉을 따르지 않고 오른쪽(서쪽)사면을 타고 우회하도록 되어있다.(09:28) 오늘 산행의 절반지점인 1136봉을 우회하여 약 7분 가량 나서게 되면 정맥은 왼쪽(동남)으로 급하게 꺽으며 비탈로 이어지게 된다.(09:35) 표지기가 없다면 무심코 정면능선으로 진입하기 십상인 곳이다. 왼쪽 아래로 1136봉을 우회하던 임도가 보이기 시작하고 오른쪽은 계곡을 끼고 이어지는 좁다란 날등길을 내려서게 되면 다시 넓은 임도를 만나게 된다.(09:47)

임도를 버리고 1136봉을 경유하는데 1시간 15분이 소요되었고 지름길인 임도를 따르게 되면 족히 20~30분 이상은 발품을 덜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 임도는 대형버스도 통행이  가능할 정도로 넓게 닦여져 있고 전곡리쪽으로 내려서고 있다. 도로를 가로질러 다시 숲을 파고 들어 10여분 남짓 올라서게 되면 헬기장을 조성하려 했었던 듯 폐블록이 쌓여있는 곳을 지나치게 된다.(09:56)
오름길 도중 베낭 3개가 나란히 놓여져 있어 산행완료후 그 연유를 알아본 즉 정홍조님께서 대형버섯을 다량 채취하였으나 베낭이 무거워 더 이상 줏어담지 못하자 후미 박춘하대장과 박성현님이 그 노획물을 수거(?)하기 위해 온 길을 되짚어 간 것이다. 정홍조님의 주장대로라면 어린아이 머리통만한 버섯은 상황버섯이라지만 결국 다수의 의견으로 영지버섯으로 낙찰되었고 오지산행에서의 짭짤한 수입임에 틀림없다.
어쨌든 폐블록이 쌓인 지점을 지나 4분 가량 나서면(10:00) 바로 앞으로 봉우리 하나를 두고 정맥은 오른쪽으로 획 돌아서서 나가고 있다. 바로 앞은 전망좋은 헬기장이 있는 봉우리로 헬기장을 지나 남동능선으로 접어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측으로 꺽어든 능선은 우측아래로 임도와 계곡을 두고 나란히 이어지고 있으며 가까이로 물소리가 들릴 정도로 지척이다. 뒤돌아보면 방금 방향전환을 한 지점 앞으로 헬기장터가 건너다 보인다. 또한 좌우로 품세 좋은 큰 능선이 더 기세좋게 이어지고 있어 그 기세에 주눅이 들어 잔뜩 어깨를 낮추고 있는 볼품없는 능선을 이어가지만 정맥은 어느 순간 당당히 그 위용을 회복하기 시작한다.

왼쪽 저 아래로 소광리마을이 잠시 모습을 드러낸다. 주능선을 빼곡히 채운 참나무엔 아직도 겨우살이가 닥지닥지 붙어있어 욕심 많은 발길을 더디게만 만든다. 오른쪽아래로 임도와 계곡으로 내려서는 나지막한 안부를 지나(10:15) 15분을 더 나서게 되니 타다만 고사목 한 그루가 밑둥만 남아 정상을 지키고 있는 봉우리에 올라서게 되고 여기서 우측으로 꺽어 20m정도 나서면 소나무가 삥 둘러가며 자란 헬기장을 통과하게 된다.(10:30) 이미 그 기능을 상실한 지는 오래된 듯하다. 3분 정도 밋밋한 능선을 따라 완만한 둔덕에 올라선다. 오른쪽으로 쭉 뻗어 곁가지를 친 능선이 임도쪽을 향하고 있고 정맥은 정면으로 들어서고 있다.(10:33) 완만하게 이어지던 능선 우측으로 넓은 이깔나무 군락지가 나타난다.(10:45)
약 1km 전방에 934.5봉이 올려다 보이는 봉우리에 올라 점심도시락을 펼쳐놓는다.(10:58~11:35) 선두는 이미 934.5봉을 지난 상태고 현위치를 묻는 선두의 물음에 박대장의 회신이 걸작이다. "소나무 아래에 있습니다."

11시 35분, 이른 점심을 마치고 또 발길을 재촉한다.
삼각점 옆으로 측량표지기가 쓰러져 있는 934.5봉에 다다른다.(11:48) 한나무재로 이어지는 임도가 내려다 보이고 그 너머로 다음구간 이어야 할 통고산이 뚜렷하게 시야에 잡힐 정도로 전망이 시원한 곳이다. 한 차례 내려선 후 이어지는 가풀막을 올라서니 시멘트로 만든 헬기장을 가로지른다.(11:56) 다시 내리막 5분 후에 소나무와 잡목이 꽉 들어차 흙 사이에 묻힌 블록만이 헬기장터였음을 알리는 폐헬기장 하나를 더 지나친다.(12:01)
정오가 되면서 초여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기온이 올라가고 있고 주영기님께서 바람 한 점 없는 날씨를 탓하자 때마침 한줄기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며 "나 여기있소..."하며 화답해 온다. 벌써 바람이 그리운 계절이다.

12시 29분, 한나무재 직전으로 반듯한 헬기장이 있는 곳에 이른다. 저 멀리 응봉산이 시야에 잡히고 바로 아래로 한나무재 올라서는 구불구불한 임도가 힘겨워 보인다. 헬기장엔 귀한 할미꽃과 노란 양지꽃이 지천이다.
5분 가량 휴식 후 떨어져 내리니 임도가 정맥을 가로지르는 한나무재에 이른다(12:48) 왼쪽은 소광리, 오른쪽은 넓재로 이어지는 길이다. 한나무재를 지나 10여분 된비알을 치고 올라 헬기장 하나를 지나치고(12:56) 다시 4분 후에 헬기장 하나를 더 지나치게 된다.(13:00) 올라서야 할 진조산이 코 앞으로 다가와 있다. 진조산이 가까워질 즈음 왼쪽 저 아래로 임전등 마을이 보인다.

진조산(眞鳥山) 오름길....
산이름이 진조(眞鳥)라서 인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보이지 않는 새들의 지저귐이 귀를 맑게 한다. 아니 분명 새는 몸을 숨기지 않았건만 내가 그 새를 보지 못한다. 산과 산속의 모든 것은 나를 향해 열려있건만 그 속에 들어 제대로 보고, 듣고, 느끼지 못하는 어리석음! 그저 시시콜콜한 산길 따라가기에 집착하고 있는 내 모습이 문득 측은해지기까지 한다.
언제쯤이면 산을 제대로 느끼고... 산과 함께 호흡하며 그 산을 닮아 갈 수 있을런지...

▼진조산 정상부(908.4m) -고스락엔 삼각점과 무덤 2기가 자리하고 있다.
13시 12분, 진조산 직전 갈림길에 이르렀다. 바로 정면 30~40m 전방이 진조산이고 정맥은 여기서 오른쪽 급비탈로 떨어져야 한다. 주영기님과 진조산(908.4m)에 올랐다.(13:13)
고스락엔 1978년 제설한 삼각점과 봉분 큰 무덤 2기가 뜨거운 오후의 햇살을 받아 후줄근한 열기를 뿜어낼 뿐 뚜렷한 조망도 없다. 진조산에선 남동으로 뻗어내린 능선으로 접어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반드시 진조산 직전 삼거리로 되내려와 서쪽 급비탈로 길을 이어야 한다.

진조산에서 굴전고개로 내려서는 도중 장석태님께서 무릎통증으로 고통스러워 하고 계신다. 답운치까지 4km 정도를 남겨둔 지점으로 굴전고개까지 내려서서 탈출을 시도하더라도 적당한 교통편이 없다. 오히려 답운치까지 가서 끝을 보는 것이 시간상으로 더 가까운 거리다. 힘겨워 하시면서도 한걸음 한걸음 내 딛는 의지가 대단하신 분이다.
지금 가고 있는 이 길... 누가 대신 가 줄 수도 없는 길이다....

진조산에서 굴전고개까지는 대략 3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13:45) 굴전고개는 좌측 쌍전리와 우측 굴전마을을 잇는 고개길로 비포장 임도이고 몇몇 인부들이 굴전방면으로 배수로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 근동의 지명은 대부분 전(田)字가 들어가 있는게 특이하다. 굴전, 갈전, 달전, 임전동, 대봉전, 쌍전리등이 그것이다. 워낙 산간오지인 경북 북부지방이라 대부분 밭을 일구어 살고 있는 영향이 아닐런지...
굴전고개를 지나서도 길은 계속되는 내리막이다. 일반적인 고개의 개념인 잘록이라기 보다는 그저 산허리를 넘어서는 산간임도인 셈이다. 임도를 가로질러 다시 산자락에 붙게 되면 길 왼쪽으로 돌담이 가지런히 쌓여있고 잣나무가 조림된 평탄한 길이 잠시 이어지고 적송도 눈에 띈다. 잠시 내려서는 지점 왼쪽으로 거대한 이깔나무군락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있다.(14:10) 작고 완만한 산봉 두어 개를 더 넘어서자 바로 앞으로 송전탑이 건너다 보이더이 이내 송전탑용 작업도로로 내려서고 60~70m 후가 NO86번 송전탑이다.(14:21) 저 앞으로 36번 도로가 관통하는 답운치 잘록이가 어림된다.

▼ 답운치에 도착한 피끓는 동기(정길영, 최정열, 최부근님)
송전탑을 지나자 가파른 내리막이 시작되더니 곧 키를 넘는 산죽군락이 마루금을 덮고 있다.(14:28) 마지막 짧은 오름을 극복하자 시멘트로 깨끗하게 설치된 헬기장이 반긴다.(14:37) 발 아래로 차소리가 들리고 저 앞으로 통고산이 건너다 보인다.
배수로 홈통같이 패인 능선길을 구르듯 내려서니 무명무덤 2기를 지나(14:39) 답운치에 도착한다.(14:42) 대략 굴전고개를 지나 휴식을 포함하여 1시간 남짓 소요되었다.
고개가 높아 산허리를 감싸고 있는 구름을 밟고 넘어야 하는 고개, 답운치(踏雲峙)(619.8m)는 동해쪽 울진과 산간오지인 봉화 현동을 잇는 36번 포장국도로 봉화방면으로 흐르는 물은 광비천을 이루어 안동댐의 상류가 되고 울진방면으로 흘러 내리는 물은 골골이 합수되어 불영계곡을 형성하여 망양해수욕장을 끝으로 바다로 스며든다.

석개재를 출발하여 맨 꽁무니로 도착한 시간이 대략 9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었고 선두와는 약 40분 가량 시간차를 두었다. 답운치에서 풀어 헤쳐지는 각자의 행장에선 겨우살이, 버섯, 두릅등 산중 노획물이 즐비하고 단연 정홍조님의 대형 영지버섯이 으뜸이다.(본인은 끝내 상황버섯이라고 주장하지만....^-^) 
다음 산행인 통고산 구간에서는 즉석 두릅 시연회가 있다니 기대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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