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가는길

   
   
 
 

답운치-통고산-애미랑재-칠보산-깃재 ☞지도보기 ☞낙동4구간 사진모음

*일시:2003.5.12
*날씨:맑음, 멀리로는 옅은 개스

*산행상세
답운치-(2시간)-통고산-(1시간 45분)-애미랑재-(1시간 10분)-칠보산-(1시간 20분)-깃재
답운치(08:05)-헬기장(08:10)-무덤(08:19)-폐헬기장(08:45)-홍이동 상단봉우리(노송)(08:50)-889봉(09:20)-임도(09:37)-통고산휴양림 3거리(10:03)-통고산(10:12~10:40)-휴양림갈림길(폐헬기장)(10:43)-임도(11:02)-937.7봉(11:12)-헬기장(11:24)-중식(12:08~12:36)-애미랑재(12:57)-무덤(13:34)-칠보산(14:15~14:25)-새신고개(14:46)-헬기장(15:15)-10지춘양목(15:45)-깃재(신내고개)(16:05)-신암분교(16:45)
*기타접근로:깃재-신암분교(1.8km, 약 30분 소요)
== *도상거리:18.7km+1.8km=20.5km *총소요시간:8시간 40분(정맥:8시간), *순보행:6시간 43분(정맥:6시간 15분) ==

*참가: 백호산악회 37명
김동석(회장), 최부근(부회장), 이경수(총무), 한백기(등반대장 T), 박춘하(등반대장 L), 김상권, 김태기, 김재권, 김용배, 이경모, 황병수, 남국철, 이병목, 김진선, 최호우, 박준희, 신용호, 장석용, 이종택, 김지용, 정현근, 배병준, 김승현, 성기봉, 정길영, 진태화, 문무종, 정태영, 정광수, 주영기, 정홍조, 장석태, 조동범, 임신대, 이대영, 최병관, 임상운(기록)

 

=== 산태극 수태극의 통고산을 넘어서면 피 흘리는 애미랑재가... ===


농밀한 새백안개가 회백색 도시를 무겁게 누르고 있는 신새벽...
산으로 향한 발길들이 어김없이 지곡골로 모여들고 있다. 이번 산행부터는 포항 출발시간을 늦춰 새벽 시간대로 바꾼 05시에 출발하기로 한다. 남하하는 정맥의 흐름을 따라 그만큼 차량 이동시간도 단축되고 있음이다.
시원하게 달리는 7번 국도변, 차창가론 어둠대신 시뻘건 해오름이 바다 저편에서 일렁이며 올라선다. 낙동 4구간인 답운치-깃재구간은 덤으로 일출을 맞이하는 행운을 시작부터 가져다 준다. 이래저래 기분 좋은 시작이다.
울진에 접어들어 봉화, 현동으로 향하는 36번 국도는 장장 40리 계곡길인 불영천을 따라 오르는 길이다. 불영계곡은 명승 제6호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그 장엄한 계곡미가 절경을 이루고 관광명소로 인기있는 곳이며 산태극 수태극 불영천 중심부에 유명한 불영사(佛影寺)가 자리하고 있다. 불영천 고개마루인 답운치에 도착한 시간이 8시, 포항을 출발하여 꼬박 3시간이 소요되었다.

▼홍이동 상단 헬기장을 지나면서부터 만나게 되는 춘양목 군락지
이번 구간은 자연휴양림과 불영계곡으로 유명한 통고산(通古山,1066.5m)을 지나치게 되고 울진땅에서 영양땅으로 접어드는 구간이다. 울진, 영양은 지난번 통과했던 봉화군과 함께 아름드리 금강소나무가 대규모로 자생하고 있는 천연보호림으로, 토종소나무의 한 품종인 금강송은 줄기가 곧고 강하며, 잎이 햇살을 받으면 황금색으로 변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줄기 윗부분이 붉은 색을 띠고 있어 "적송(赤松)"이라고도 불리며 강원도, 경상도 북부지역의 해발 600~700m 높이에 자생하고 있다. 품질이 우수하여 왕실의 목재로 이용되면서 "황장목" 이란 이름을 얻었고 예전에는 봉화군 춘양역을 거쳐 전국으로 공급되었다고 해서 "춘양목" 이라고도 부른다.
특히나 불영계곡과 통고산이 있는 울진군 서면 일대는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큰 금강송군락지로 지금도 소광리에는 함부로 나무벌채를 금지하기 위해 봉산으로 정한 "황장봉계표석"이 경북 지정문화재 자료로 남아있고 한때 학계의 정밀조사가 있었던 곳이다. 이번 구간 역시 곳곳에서 멋들어진 금강소나무 군락지역을 만나게 된다. 울진, 봉화, 영양군은 이런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으로 해마다 질 좋은 자연송이를 채취하여 주요 수입원이 되고 있으며 3개 군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송이축제" 행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산행 후반부에 지나게 되는 영양군 수비면 일대는 경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지형적 특성으로 일교차가 큰 산간고랭지 기후와 토양의 특성으로 맵고 단맛이 뛰어난 "영양고추"의 본고장이다.

각설하고, 오늘 구간중 답운치에서 통고산까지는 완만한 오르막이라 쉽게 올라설 수 있고 애미랑재까지도 유순하게 내려서는 길로 거의 1급 등산로 수준이다. 산행후반부에 접어든 칠보산 오르는 길은 더운 날씨와 함께 꾸준한 인내를 요구하는 다소 힘든 오르막을 극복해야 한다. 칠보산 내림길 역시 급한 내리막이라 할 수 있다.

08시 05분, 답운치(踏雲峙,619.8m) 포장도로를 뒤로 하고 남쪽 산자락을 파고든다. 향긋한 풀내음이 묻어나는 오솔길을 20여m 오르면 016 이동통신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고 얼마 후 뚜렷한 갈림길을 만나게 되지만 두 길은 잠시 후 정맥능선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갈림길이 다시 합류하게 되면 곧 헬기장 하나를 지나친다.(08:10)
헬기장을 지나 5분 남짓 나서게 되면 짧은 산죽밭이 이어진다. 지난구간 이어왔던 백병산-면산-석개재-답운치 구간에서 지겹도록 지나온 산죽에 비하면 양반인 셈이고 더 이상의 산죽군락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유순한 오름을 이어 무명무덤 1기를 지나치게 되면(08:19) 오른쪽으로 능선 하나가 곁가지를 치며 봉화쪽 옥방마을을 향해 떨어지고 있는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게 된다.

길은 5월의 햇살을 충분히 가려 줄만큼 적당한 그늘을 제공하는 오붓한 오솔길로 이어진다. 연초록 싱싱한 잎사귀가 애기 손바닥만큼 자란 신갈나무 아래로 봄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산행 초반부부터 발걸음이 더디다. 적당한 크기로 부드럽게 자란 취나물등이 발길을 부여잡는 탓에 모두들 이리저리 산길을 벗어나 나물산행에 더욱 심취해 있음이 그 원인이다. 다들 단단히 벼르고 왔던지 아예 나물자루 하나씩을 이미 꿰어차고 발보다는 손길이 더 바쁘다. 간간이 연분홍 철쭉이 함초롬히 피어있는 봄 숲에는 취나물뿐만이 아니라 우산나물, 개발딱지, 고사리, 더덕, 드룹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굳이 나물산행이라는 핑계가 아니라도 분위기 좋은 숲길에서 5월의 신록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마음은 평화롭고 여유있어 진다. 이 운치있는 숲에서 더딘 발걸음인들 어떠하리요!

분위기 좋은 오솔길이 잠시 잡목 숲으로 이어지는가 하더니 홍이동 상단 헬기장에 올라선다.(08:45) 이미 용도폐기된지 오래인 듯한 헬기장엔 소나무와 철쭉이 빼곡하게 점령하고 있다.
헬기장을 지나 5분 후 갑자기 숲이 훤해지더니 아름드리 춘양목 한 그루가 우람하게 버티고 있는 작은 산봉에 올라선다.(08:50) 정면으로 간벌지역이 펼쳐지는 곳이다. 여기서 마루금은 왼쪽(동)으로 방향전환을 하며 간벌지역을 오른쪽에 두고 나서게 된다. 쓰러진 나무등걸이 걸리적 거리지만 간벌 덕분으로 오른쪽으로는 시야가 훤히 트이고 발 아래로 홍이동계곡이 내려다 보이게 된다. 이쯤에서 멋들어진 춘양목들이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과연 소나무의 귀족이라 할 만큼 미끈한 모습으로 만고풍상을 이겨내며 의연히 서서 붉은 기운을 토해내는 자태가 대견하기 그지없다.

잠시 올라서는가 하더니 또다시 산봉 하나에 이르고 길은 고스락을 살짝 우회하여 이어지고 있다. 여기가 889봉인가 확인을 위해 올라섰더니 왼쪽 아래로 급한 날등을 이루고 있었으며 다시 평탄해지는 능선을 2분 가량 더 이어간 지점의 밋밋한 둔덕이 889봉 이었다.(09:20)
별 특이한 지형지물은 없는 곳으로 오른쪽(남쪽)으로 능선 하나가 갈라지고 있고 정맥은 정면으로 진입하게 되며 멧부리를 넘어서면 내리막 길로 이어진다. 889봉을 지나 6분 가량 내려선 안부지점에서 노송 몇 그루가 멋들어진 곳에서 첫 휴식을 취한다.(09:26~09:35) 오른쪽 아래 골짝은 남회마을로 이어지고 있고 왼쪽(동)은 통고산 자연휴양림이 있는 심미골의 지계곡을 이루고 있는 지점으로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10여분간의 휴식을 뒤로 하고 2분 정도를 더 나서게 되니 휴양림과 남회마을을 잇는 임도가 나타난다.(09:37) 차량이 다닐 만큼 도로상태가 좋고 산악자전거 트래킹코스로 이용되는 길이다. 임도를 가로지르면 정맥은 통고산을 향하여 뚜렷하게  난 길을 따라 완만하게 올라서고 있다. 임도를 지나 35분 정도를 휘적휘적 올라서게 되면 자연휴양림에서 통고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를 만나는 휴양림 3거리에 이르게 된다.(10:03)
통고산 방향을 알리는 작은 안내판이 붙어있고 여기서부터는 넓고 반들반들한 길이 정맥꾼 뿐만 아니라 일반 산객들의 발길이 그만큼 잦은 곳이라는 것을 알리고 있다. 등로 옆으로 선 나무들이 간간이 제 이름을 알리는 명찰을 달고 있다.
오른쪽 아래로 지능선 하나가 흘러가는 지점으로 "입산금지"를 알리는 프랭카드 하나가 걸려있는 "구조3번 지점"을 지나친다.(10:07)

이윽고 통고산을 향하던 오름길이 끝나고 잠시 평탄면을 이어가자 블록이 깔린 50평 가량되는 헬기장이 있는 통고산 고스락에 이른다.(10:12) 답운치에서 대략 발품만 2시간 정도 팔았고 사람 키보다 훨씬 큰 표석이 떡허니 버티고 서서 위엄을 갖추고 있다. 인근한 덕구온천쪽 응봉산(998.5m) 표석과 똑 같은 형태다. 그 뒤로 수목을 뚫고 목을 길게 치켜 올린 산불감시탑과 태양열을 이용한 축전시설물이 있다.
감시탑에 올라섰더니 사통팔달 시원스런 조망이 펼쳐진다. 남서쪽 멀리로 경북 최고봉인 일월산(1219m)이 시야에 잡힌다. 문득 십 수년전 안개비속에서 멋모르고 올랐다가 갑자기 나타난 총구(?) 앞에서 아연실색하여 1시간 가량 신원확인을 위해 접대(?)를 받은 헤프닝이 생각난다. 지금도 그렇지만 일월산 정상일대는 민간이 출입금지지만 고스락만을 고집하던 무식은 안개속에서 스스로 총구 앞으로 다가섰던 곳이다. 산불감시탑은 비박장소로는 안성맞춤인 산상호텔이 아닐까? 멀리로 동해바다가 보일 법도 하건만 옅은 개스는 그 행운을 가리고 있었다.

◀통고산 정상표석
통고산(通古山,1066.5m)은 울진군 서면에 위치해 있고 동으로는 불영계곡과 왕피천의 주요 수맥이 되며 서로는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상류천인 회룡천을 이룬다. 통고산 자연휴양림이 생기기 전까지는 일반인의 발길이 뜸한 곳이었으나 휴양림 조성 후로 통고산을 찾는 이가 늘어나고 있다.
울진군에서 설치한 정상표석 뒷면의 통고산 유래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이 산은 서면 쌍전리에 위치한 해발 1067m의 백두대간 낙동정맥으로 산세는 유심웅장(幽深雄狀)하다. 전설에 의하면 부족국가시대 실직국(悉直國)의 왕이 다른 부족에게 쫓기어 이 산을 넘으면서 통곡하였다 하여 통곡산(通(?)哭山)으로 부르다가 그후 통고산(通古山)으로 불리어지고 있다. 산의 동쪽에는 진덕왕 5년 의상대사가 부근의 산세가 인도의 천축산(天竺山)과 비슷하다 하여 이름지어 불리어지고 있는 천축산이 있고 산 기슭에는 그 당시 창건한 불영사가 있으며 하류에는 불영계곡이 있다. 이 표주석은 관광 울진, 환경 울진의 무궁한 번영을 기원하는 7만 군민의 정성어린 뜻을 담아 육군본부 항공대 헹기 지원으로 이 곳에 세우다.
== 1998년 11월 23일 울진군수 ==>


10시 40분, 그럭저럭 통고산 고스락에서 30여분 가량을 소비하고 "하산 3.5km, 1시간 30분"을 알리는 팻말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한다. 산불감사탑 아래를 지나 태양열 축전시설 직전에서 두 갈래 길이지만 몇 발지국 후에 두 길은 다시 만나게 된다.
200m 가량 나서면 폐헬기장이 있는 갈림길로 이정표가 서 있다. 정면 방향은 자연휴양림쪽으로 내려서는 길로 "하산 3.3km, 1시간 20분" 이라 적혀있고 정맥은 "왕피리" 방향 화살표가 가리키는 우측 내리막으로 접어들게 된다. 정맥 초입으로는 표지기들이 빼곡하게 걸려있다. 완만하게 내려서는 부드러운 풀밭이 전개되는 길에선 콧노래가 절로 나올 정도로 발걸음이 가볍다.
통고산을 내려선지 20분쯤, 정맥이 잠시 고개를 낮추는가 하더니 짧은 연분홍 철쭉터널을 빠져 나오자 다시 남회마을과 왕피리 옷밭골을 연결하는 임도에 이른다.(11:02) 역시 길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왕피리는 고려 홍건적의 난 때 공민왕이 피신했던 마을이라는데서 연유한 이름이라 하며 산간오지마을로 지금은 "한국농촌복구회" 라는 이름의 종교집단이 모여 살며 그들만의 세상을 꿈꾸는 종교인의 둥지가 되고 있다.

왕피리 임도를 지나쳐 10분 정도 완만한 길을 잇게 되면 937봉을 약간 지난 갈림길에 이르게 된다.(11:12) 등로는 937봉을 직접 경유하지 않고 고스락 오른쪽을 살짝 돌아 나서고 있었고 삼각점을 확인하기 위한 발품은 아끼기로 하였다.
937봉은 울진과 영양군의 경계를 이루는 곳이지만 10여년 전까지는 완전한 울진땅 이었고 199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왕피리의 일부지역이 남쪽 아래 영양군 수비면 신암리로 이속된 지역이다. 937봉 갈림길에서는 남쪽 방면으로 군계를 따라 능선을 잇는 또렷한 길이 갈라지지만 누군가가 나뭇가지를 이용해 막아 두었다. 아마도 정맥꾼이 후답자를 위한 배려가 아닐런지... 정맥은 오른쪽(서)으로 방향전환이 이루어진다.

싱싱한 생명력으로 분기충천한 정맥은 양 끝을 잡아당긴 고무줄처럼 탄력이 넘치고 있었다. 물오름이 충만한 봄 숲에서 여전히 우리님들의 나물사냥은 여유롭기 그지없다.
약간 숨이 가쁠만큼 은근한 오르막 하나를 올라서자 헬기장이 반긴다.(11:24) 이후 왼쪽으로 능선 하나가 흘러내리는 능선분기점을 지나(11:36)치고 별 특징없는 완만한 오르내림이 이어진다. 산봉 하나를 왼쪽으로 트래바스 한 후 애미랑재로 향해 남으로 방향전환하기 직전의 안부에 자리를 틀고 도시락을 펼쳐 든다.(12:08)
즉석에서 채취한 나물은 그대로 쌈밥으로 둔갑한다. 취나물의 알싸한 향이 채 입안에서 가시기도 전 또다시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12:36) 이제 애미랑재까지는 불과 1km 남짓한 거리...

봄빛에 심취한 발길이 갑자기 허공에 떠 있는가 싶더니 저 아래로 아득한 벼랑이 수직으로 떨어진다. 현기증이 날 만큼...
바로 발 아래가 애미랑재다. 절개지에서 오른쪽으로 치우쳐 내려오면 계곡가에 이르고 무너진 흙더미 위로 올라서면 도로공사현장인 애미랑재다.(12:57)
애미랑재는 영양쪽 신암리와 봉화쪽 남회룡마을을 잇는 옛 고개길이건만 문명의 이기는 옛 고개를 싸그리 뭉틍그려놓고 정맥의 허리를 잘라내고 있었다. 자연환경과 생태계보전에 관해선 문외한인 나같은 돌팔이 산꾼이 보기에도 너무 무지막지한 훼손이 아닌가 싶다. 문득 동물의 이동통로를 만들기 위하여 절개지 복원공사를 벌이던 백두대간상의 "구룡령" 고개가 생각난다. 하기야 이 임도가 완성되면 신암리에서 봉화로 넘어서는 길은 그만큼 손쉬워 지기도 하련만 그저 씁쓸한 마음뿐이다.
▼허리 잘려 피 흘리며 신음하는 애미랑재
애미랑재(애매랑재?)는 광비령이라고도 불리우며 정맥 구간종주시 남회룡마을로 내려서는 구간접속점으로 많이 활용되는 곳이며 왼쪽은 민물고기의 천국이라 할 만큼 자연생태계의 보고인 왕피천의 상류가 되는 신암천, 오른편으로 흘러내린 물은 회룡천의 지계곡이 되어 답운치 아래에서 광비천으로 이름을 바꾼 후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색다른 뉘앙스가 풍기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애미랑재는 필시 질곡한 사연이 있을 법도 하건만 그 유래를 알 길이 없다.
이미 고속도로처럼 넓게 깍이고 패인 고개...
그래서 비통한 고개...
광비령(廣悲嶺)이라 개명함이 어떨런지...

예전에는 그저 우마차나 사람만 넘나들었다는 평범한 잘록이었던 애미랑재의 붉은 속살을 뒤로 하고 황망히 산자락에 올라 붙는다. 초입은 남회룡마을쪽으로 50m 가량 내려온 후 왼쪽으로 계곡이 보일 즈음 다시 절개지를 타고 올라서야 한다.
애미랑재 급비탈을 올라서면 다소 산길이 희미하지만 잠시후 길은 다시 윤곽을 찾게 되고 고개마루에서 올라오는 또다른 확연하게 좋은 산길과 만나게 된다. 즉, 애미랑재에서 신암리방면으로 치우친 어느 지점에서 다시 정맥 마루금을 타는 또다른 길이 있다는 얘기다.
어째든 애미랑재를 지나면서부터 정맥은 울진땅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영양땅에 입성하는 셈이고 마루금은 백암산(1004m) 직전에서 다시 울진군 경계와 접하게 된다.

가풀가풀 힘든 오르막이 끝나고 타다만 고사목이 밑둥치만 남아있는 첫 봉우리에 올라선다.(13:16) 왼쪽(남쪽) 저 건너로 칠보산이 뾰족하게 고개를 내밀고 선을 보이는 곳이다. 10여분 휴식을 취하며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 심기일전 마음을 다잡고 오름짓을 이어간다.
첫 봉을 지나 6분 만에 바위가 듬성듬성 자리하고 있는 두 번째 봉우리를 통과한다.(13:30) 칠보산이 한층 가까워보이고 마치 거대한 원뿔모양으로 솟아있다. 봉분 큰 무덤 1기를 지나치면서(13:34) 정맥은 특이한 지형지물 없이 칠보산까지 꾸준한 오르막이고 산행 후반부에 접어 들면서 피곤한 심신은 점점 쉬어가는 횟수가 많아지게 마련이다.
빤한 곳만 나타나면 벌써 베낭이 먼저 자리를 잡고 널브러진다. 바짝바짝 타 들어가던 입안으로 시원한 얼음물을 쉴 새없이 공급하지만 몇 걸음 못 가 목구멍은 또다시 식수보충을 요구한다. 그래도 넉넉하게 준비해 온 식수 탓에 주위 분들께 물보시도 해 본다. 역시 산에서는 물이 최고여!

된비알이 겨우 숨을 죽이는 봉우리를 올라서서 평평해진 능선 끝자락에 칠보산(974.2m)을 알리는 삼각점이 박혀있다. 애미랑재에서 휴식시간을 빼면 1시간 10분 가량 올라선 셈이다.
인내를 시험하며 고생스럽게 오른 칠보산은 사방이 수목으로 가로막혀 조망은 제로에 가까워 실망스러울 정도다. 해병대에서 설치한 듯한 "ROKAMC" 라고 씌여진 삼각점이 아니라면 어디가 정점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다.
북한땅 함경도에 있는 명산인 칠보산(894m), 충청도 괴산의 칠보산(778m), 경북 영덕 자연휴양림이 있는 칠보산(810m)등은 이미 그 명성이 자자한 터이지만 이곳 낙동정맥상에 있는 칠보산은 그중 가장 높은 표고인 974m를 갖고 있지만 일반인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고 그저 정맥꾼들의 입에만 오르내리는 무명의 산이다.

14시 25분, 칠보산을 뒤로 하고 내리막을 치닫는다. 봉분 위로 소나무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낡은 무덤을 지나자(14:33) 가파른 내리막이 잠시 숨을 죽이기 시작하더니 얼마지 않아 왼쪽으로 능선이 갈라지는 능선분기점이다.(14:36)
정맥은 여기서 급하게 오른쪽으로 꺽어내린다. 그 내림의 끝에서 자그마한 안부를 만나고 처음엔 이 지점이 새신고개인가하고 의아해 했지만 좌우로 내려서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진짜 새신고개는 1분 후에 만나게 되는 넓은 안부로 왼쪽 신암리, 오른쪽 새신마을 계곡쪽으로 내려서는 뚜렷하고 넓은 길이 나타나는 십자로다(14:46)
마루금을 가로지르는 전봇대와 굵은 케이블 두 가닥이 지나가고 있다. 새신고개를 지나서도 앞으로 보이는 높다란 봉우리가 걱정이 되었지만 예상외로 큰 힘들이지 않고 올라설 수 있었다.(14:58) 잠시평탄한 능선이 유순하게 이어지더니 마루금이 왼쪽으로 휘어돌고 있다.

외국산 잔디같은 긴 풀들이 하늘거리는 오붓한 길을 이어간다. 소나무가 삥 둘러쳐져 있는 폐헬기장에 이르자(15:15) 마루금은 다시 왼편(동)으로 방향을 꺽고 있다. 이미 선답하신 이경수님의 옛 기록을 참고하면 이 헬기장은 일월산-청량산-장길산쪽으로 뻗어가는 맥이 분기하는 지점으로 산경표에는 검마산에서 분기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이 곳에서 분기한다고 기록된 지점이다.
이 헬기장을 지나면서부터 간간이 능선좌우로 아름드리 춘양목이 화려한 깃을 펼치며 다시 시선을 압도하기시작한다.
때마침 저 아래 문상천 상단인 산배나무골에서 계곡을 타고 올라오는 시원한 바람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휴식을 취한지 얼마되지 않았건만 또다시 자리를 틀고야 만다.
바람은 향긋한 솔향기를 싣고 끊임없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지금 이 순간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다. 최상의 삼림욕을 하고 있기도 하려니와  얼마 남지 않는 거리에 오늘 산행의 목표지점이 기다리고 있다는 여유가 마냥 행복하다.

오랜 휴식을 뒤로 하고 깃재를 향한다.(15:32) 10여분 발길을 옮기자 방금 전에 휴식한 최부근 부회장님팀이 또 앉아서 쉬고 계신다. 이유인즉 희귀한 소나무가 있어 사진을 찍기 위함이었다.
"사람과 산" 낙동정맥팀이 "10지 춘양목"이라 명명한 변종춘양목이 마루금의 명물로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15:45) 밑둥에서 2m가량 외줄로 올라선 기둥은 갑자기 어지럽게 10개 정도로 갈라져 하늘을 향해 날개짓을 하고 있다. 사람으로 치자면 머리 열 개 달린 돌연변이라 해야 하나?
그럭저럭 깃재를 향한 발걸음은 점점 더디어만 가고 있다. 10지 춘양목을 지나 나타나는 봉우리 하나를 왼쪽으로 트래바스한다. 산행 후반부에 고단한 발품을 덜어주는 우회로가 여간 고마운게 아니다.

▼깃재 직전에서 만나게 되는 변종소나무인 "10지 춘양목" - 낙동정맥의 명물로 자리메김하고 있다.
16시 05분, 오늘 구간의 목표지점인 깃재(신내고개)에 이른다.
칠보산에서 휴식시간을 빼면 꼬박 1시간 20분을 진행했고 답운치에서는 총8시간이 소요된 길이었다. 깃재는 확연하게 패여진 잘록이가 아니고 그저 어느 산자락에서나 볼 수 있는 작은 십자로 안부로 오른쪽으로 춘양목 한그루가 서 있다. 코 앞으로 다음 구간 이어야 할 842봉이 올려다 보이고 오른쪽 아래(남쪽)로 깊고 깊은 문상천 최상단 지계곡인 시티골로 내려서는 길이 뚜렷하다. 다음 구간은 이 문상천을 바짝 끼고 한티재를 넘어서게 된다.
오늘 구간의 최종목적지는 왼쪽(북쪽) 아래 신암리 수비초등교 신암분교가 있는 신내마을이다. 다른 팀들도 깃재에서 구간종주를 끊고 신암리로 내려섰는지 초입으로 몇몇 표지기들이 하산로를 알리고 잇다.

16시 10분, 다음에 오마고 약속하고 깃재를 내려선다. 길은 곧바로 계곡으로 떨어지지 않고 지능선 사면을 굽돌아 골짜기 하나를 가로지른 후 가지능선을 타고 내려서게 된다. 저 앞으로 지나온 통고산이 올려다 보이는게 그리 멀게도 보이지도 않건만 "S" 자를 뒤집어 놓은 형태로 휘어 돌아온 탓에 그저 막연하게 먼길을 온 느낌일 뿐이다.
깃재에서 20분 가량 떨어지게 되면 물소리가 시원스런 계류에 이르게 된다. 허연 염분이 서걱거리는 얼굴을 훔쳐내자 한결 개운해 진다. 탁족이라도 하고픈 욕심을 꾹꾹 눌러 참는다. 이후 세 번째 만나는 물길을 건너게 되면 묵정밭 가장자리를 따라 내려서게 된다.
이윽고 신내마을 최상단 민가 한 채가 나타나고 비닐하우스 옆 밭뙤기엔 고추모종 심는 품앗이 일손이 바쁘기만 하다. 2~3분 시멘트길을 따라 내려서게 되면 온전한 산행이 끝나게 되는 신암리 도로변의 신암3교가 있는 수비초등학교 신암분교에 이르게 된다.(16:45) 깃재에서 약3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선두도착시간이 15시 30분이라고 하니 오늘도 족히 1시간 이상은 뒤쳐져 내려온 꼴이다.

뒷풀이로 신암천변에 자리를 틀고 앉아 산행 중 노획한 각종 나물시연회가 펼쳐진다. 살짝 데쳐낸 나물을 초장에 찍어 먹는 알싸함에 봉화에서 공수해 온 막걸리는 이내 동이 나고 만다. 봄 산행의 진수가 이런 뒷풀이라 할까?
신암천을 따라 백암온천을 향하는 길, 수하계곡을 이루는 장수포천의  맑은 물길을 따라 소나무 무성한 골짝의 풍광을 맛보는 기회를 덤으로 얻는다. 솔향기 짙게 배인 오솔길따라  꿈결같던 봄 길을 헤쳐온 아련했던 하루 산행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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