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가는길

   
   
 
 

추령-덕재-검마산-백암산 ☞지도보기 ☞낙동6구간 사진모음

*일시:2003.6.7
*날씨:맑고 시원한 바람

*산행상세
추령-(1시간38분)-덕재-(45분)-검마산휴양림 임도-(1시간10분)-검마산안내판-(1시간)-임도-(1시간15분)-백암산
오기저수지 상단(07:42)-추령(07:54~08:00)-635.5봉(08:18)-송정교안부(08:25)-집터(08:48)-631.4봉(09;06)-우측(왕릉봉)(09:13)-덕재(09:45)-600.5봉(09:52)-630봉(10:00)-검마산휴양림 임도(안내판)(10:31~35)-918.2봉 헬기장(11:14) -임도삼거리(11:23)-검마산안내판(중식)(11:47~12:15)-검마산(1017.2봉 헬기장)(12:35)-918봉(기맥분기)(12:50)-차단기가 있는 임도(13:15~20)-714봉(13:24)-백암산 삼거리(14:35~43)-백암산(14:55~15:05)-흰바위(15:07)-삼거리(15:15)-백암산성(15:29)-백암폭포(16:05~15)-백암관광호텔(16:50)-백암수련관(16:55)

*기타접근로:오기저수지-추령(0.7km, 12분),  백암산-백암수련관(5.0km, 1시간 35분)
== *도상거리:16.3km(정맥)+5.7km(접근로)=22km *총소요시간:9시간 13분(순보행:7시간 23분) ==

*참가: 백호산악회 22명
성기봉, 김지용, 김승현, 최호우, 박준희, 김재권, 김용배, 이경모, 정길영, 전태환, 이병목, 정태영, 주영기, 정홍조, 장석태, 임신대, 조동범, 김흥태, 최부근, 한백기, 이경수, 임상운

 

=== 칼을 빼든 검마산 너머로 흰바위가 기다리는 정맥의 명품 종주로  ===


백두대간 매봉산에서 곁가지를 친 낙동정맥이 줄곧 남하하다가 이번 구간인 백암산 근처에서 심하게 몸을 비틀어 잠시 외유라도 하듯 백암산까지 올라서서 동해바다를 잠시 굽어보고는 다시 방향을 틀어 남진하고 있다. 첩첩산중 오지를 가르던 낙동정맥도 슬며시 동해바다가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가야할 몰운대는 남쪽이건만 정맥은 동으로만 흘러 들어 어찌보면 헛돌며 제자리 걸음을 하는 기분이다. 특히, 자연휴양림이 있는 검마산을 지나 백암산, 삼승령까지는 낙동정맥에서도 가장 오지에 속하는 구간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겹겹이 산으로 둘러쳐진 곳이다.
이번 구간인 추령~백암산 사이의 지형도를 살펴보면 태극모양을 하고 있다. 출발지인 추령에서 덕재까지는 오기저수지를 중심으로 반원을 그으며 완만한 산봉을 오르내리며 검마산을 향한다. 오히려 북쪽으로 더 올라가는 셈이고 거꾸로 발품을 파는 것도 모자라 검마산 일대에서는 된비알로 이어져 한 두 차례 오름을 극복해야 한다. 정맥은 검마산에서 꼭지점 찍고 터닝하여 서서히 기수를 남동으로 돌려 백암산을 향한다.
검마산~백암산 일대에서는 아름드리 적송과 고목참나무들이 정맥의 명품종주로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울창한 수림을 이루고 있다. 정맥 마루금에서 동으로 조금 벗어나 앉은 백암산에 올라 유장하게 흐르는 낙동정맥의 굽이치는 물결을 곁눈질하는 조망의 즐거움도 가져 볼 만하고 백암온천으로 내려서 하루산행에 피로를 풀어 보는 것도 낙동정맥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아닐런지!
◀본격적인 정맥마루금이 시작되는 추령쉼터
(휴식을 취하고 있던 정맥꾼 O2님을 만나다)


발리로 향한다!
비행기 타고 떠나는 인도네시아의 발리섬이 아니고, 영양군 수비면의 깊은 산골...
버스 타고 가는 발리로...
수비면 발리에 이른 버스는 917 지방도를 따라 좌회전하여 오기리로 접어든다. 오기저수지 주변으로 밤을 세운 듯한 태공들이 무심한 세월을 향해 낚시대를 드리운 모습이 마냥 평온해 보이는 아침이다. 버스는 추령으로 오르는 임도 갈림길에서 멈춰 섰고, 시작을 위한 분주함으로 어수선해진다. 포항을 출발하여 약 2시간 30분 가량이 소요되었다.

07시 42분, 행장을 추스려 추령을 향하여 서쪽 임도를 따라 올라선다. 지난 산행시 작달비를 맞으며 내려섰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건만 싱그런 6월의 햇살이 가득히 내리 쏟는 길이 전혀 생소한 길처럼 느껴진다.

07시 54분, 12분 만에 추령쉼터가 있는 고갯마루의 마루금에 접속한다. 움막 아래에 산객 한 분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왁자한 소음에 다소 혼란스러운 기색이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 넌지시 말을 건넸더니 OKM의 작가 O2 님이었다. 지난해 속리산 문장대에서 일면식이 있었던가? 낮가림이 심한 필부는 그저 알쏭달쏭 하기만 하다. 어째든 필명만큼이나 준수한 외모를 가진 O2 님은 백두대간에 이어 낙남정맥을 마치고 현재 낙동길을 홀로 걷는 분이시다. 지난 밤에는 우천마을 근처의 폐가에서 1박을 하고 오늘은 검마산까지 진행할 예정이란다. 홀로 걷는 정맥길.... 무엇이 그를 홀로 떠나게 만드는 것일까? 하여튼 반가운 만남이었다.

8시 정각,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휴양림 8.7km>를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 왼쪽(남동) 산자락으로 향하는 나무계단 길을 올라선다. 싱그런 풀내음이 코를 자극하는 은근한 오르막이 끝나고 평지성 능선길을 1분 정도 따라 나서자 나무의자가 있는 618.5봉을 지나친다.(08:08) 이어지는 유순한 길을 10분 가량 나서자 <휴양림 7.5km><추령 1.3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는 635.5봉이다.(08:18) 635.5봉에서 길은 왼쪽 아래로 꺽이고 1분 후에 석물 2개가 호위하고 있는 "안동권씨묘" 가 나타나고 무덤 앞으로 멀대처럼 올라간 키다리 소나무가 특이하다.

오기리 개실곡과 송정마을을 잇는 잘록이인 송정교안부에 이른다.(08:25) 옛 길이지만 송정교로 내려서는 오른쪽은 또렷하다. 이 안부를 지나면서 길은 앞으로 있는 야트막한 봉우리 하나를 오른쪽으로 트래버스하고 있다. 8분 후에 또다시 희미한 안부 하나를 지나친다.(08:33) 왼쪽 아래로 아주 오래된 산판길이 보이지만 이미 수목이 점령하고 있어 통행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길은 고만고만한 산봉을 편안하게 넘어서고 있다.
오른쪽 죽파마을과 왼쪽 신기마을을 잇는 안부 하나를 더 지나쳐(08:39) 올라선 봉우리에서 정맥은 서서히 북으로 방향을 바꾸기 시작한다.(08:41) 숲 사이로 죽파마을의 논밭과 몇 채의 민가가 언뜻 내비친다. 마루금 좌우로 마을이 인접하고 있어 잘록이 부분은 대개 옛 고개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이 일대의 소나무들은 간간이 흰색 테이프가 감겨져 있는데 어떤 용도인지? 그러더니 우측으로 소나무를 제외한 잡목들을 간벌한 지역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마도 소나무를 특별 관리하기 위함인가?

간벌지역을 조금 지나치게 되면 왼쪽으로 넓은 개활지가 펼쳐진다. 아마도 옛 화전을 일군 터였을거라는 추측이지만 이미 묵정밭이 된 지 오래인 듯하다. 지형도에는 이 지점으로 집터가 표시되어 있다. 묵정밭 가운데를 유심히 살피면 산판도로 하나가 내려와 마루금과 접속하고 있지만 온통 잡목과 풀이 그 자라를 대신한지 오래이다.
지금 걷고 있는 마루금도 예전엔 밭이었던지 검은색 비닐이 너덜너덜 깔린 길을 밟고 간다. 그리고 그 묵정밭이 끝나면 오래된 산판도로가 넓게 마루금을 이루고 있는가 싶더니 옛 집터 하나가 나타난다.(08:48) 가재도구로 쓰이던 양동이며, 구멍 난 가마솥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고 지붕을 덮었던 듯한 파란색 천막이 내려앉아 흙 속에 묻혀있다.
이곳에 터를 잡았던 옛 주인은 무슨 질곡한 사연을 안고 이 깊은 산중 높은 곳까지 올라와 화전을 일구며 살았을까? 그러고 보니 정맥은 물길만을 가르는게 아니라 삶의 애환을 안고 찾아든 민초들을 보듬어 안으며 그들과 함께 세월을 삭히며 살아온 것이다. 집터가 있는 곳에선 왼쪽 신기마을로 이어지는 또렷한 샛길 하나가 갈라지고 있다.

집터를 지나 4분 가량 나서게 되면 오른쪽 수풀사이로 무덤 1기가 나타나고 역시 왼쪽으로 또 하나의 옛 길이 마을을 향한다.(08:52) 방향은 북동으로 향하고 있고 바로 앞으로 631봉이 올려다 보일즈음 큰 소나무 한 그루가 쓰러져 있는 지점 옆으로 작은 바윗덩이가 푸른 세월의 이끼를 덕지덕지 덮어쓰고 있는 밋밋한 안부를 지난다.(08:57) 역시 좌우로 내려서는 십자로이고 성황당이라도 있을 법했던 자리다.

이 안부를 지난 오름길에서도 몇 개의 돌출된 바위를 만나고 짧고 가파른 된비알을 지나 산봉 두 개를 넘어서게 되니 밋밋한 둔덕을 이루고 있는 631.4봉이다.(09:06) 진행방향 저 앞으로 6월의 강렬한 태양을 등지고 마치 창검을 세운 듯한 검마산이 검은 베일을 둘러친 듯 뾰족하게 솟아있다. 꽤 멀리 보이는 거리다.
신갈나무 사이로 너른 터를 차지하고 있는 잡목무성한 무덤 1기를 지나친다.(09:10) 이 무덤을 지나면서부터는 아름드리 소나무를 베어낸 흔적이 곳곳에 널려있다. 잠시 후 마루금 좌우로 통나무의자가 가지런히 설치된 산봉을 지나치자(09:13) 오른쪽 바로 아래로 마치 독립된 봉우리인양 민둥봉 하나가 내려다 뵌다. "사람과산" 취재진이 "왕릉봉" 이라 명명한 곳으로 과연 거대한 무덤인양 봉분을 이루고 있다. 능선 우측은 벌목이 되어 시야가 확 트이게 되고 장파마을 일대의 논빼미들이 내려다 보인다. 왕릉봉을 지나치게 되면 장파와 신기를 잇는 소롯길이 있는 잘록이에 내려서게 된다.(09:15)
잘록이를 지나 6분 가량 올라서게 되면 능선이 분기되는 3거리 지점이다.(09:21) 오른쪽으로 내려 작은 산봉에 올라서니 쉼터를 제공하는 의자를 지나치게 되고 다시 평지성 능선이 이어지고 있다.

아름드리 장송이 줄지어 선 길에서 새소리가 들려온다. 화려한 깃털로 장식한 이름 모를 산새 두 마리가 이 나무 저 나무 옮겨다니며 사랑놀음을 즐기고 있다. 새들의 지저귐은 작은 진동을 일으켜 솔내음을 실어온다. 피톤치드 향기 가득한 솔림 숲에서 청정한 기운이 온 몸으로 스며들어 짧은 전율에 몸이 부르르 떨린다.
신원리 오리곡 마을에서 덕재로 올라오는 임도가 저 아래로 보이는 산봉에 올라서니 선두가 나무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덩달아 잠시 자리를 잡는다. 기온은 제법 높은 듯하지만 쉼없이 솔솔 불어주는 바람이 시원, 상쾌하기 그지없다. 오늘은 날씨가 산행을 많이 도와주는 셈이다. 최호우님이 지도를 펼쳐 보더니 요 아래는 오기리이고, 저 너머 멀리로 보이는 분지일대는 발리, 신원리라고 일러준다.

조망이 훤히 트이는 산봉에서의 휴식을 뒤로 하고 덕재로 향한다.(09:37) 길은 오른쪽(동쪽)으로 꺽어 들어 키 큰 춘양목이 쭉쭉 뻗어있는 봉우리를 내려서며 넓은 비포장 임도가 굽어도는 덕재에 이른다.(09:45) 들머리인 추령에서 고만고만한 산봉을 이어 약 5.3km의 거리를 1시간 45분 걸렸다.
덕재는 오기리 오리곡마을과 죽파리 장파마을을 연결하는 산간임도로 일명 죽파재라고도 불리우며 장파령이라 부르는 이들도 있어 다소 혼란스러운 지명을 갖고 있다. 영양군에서 설치한 안내판에는 덕재로 표시되어 있지만 남쪽아래로 죽파리, 장파마을이 있어 그렇게 불려지는 것같다. 절개지 나무계단을 내려서면 <추령 6.3km, 휴양림 2.4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고 굵은 케이블 선을 연결하는 전봇대가 마루금을 따라 건너편으로 향한다. 또한 어떤 용도인지 모를 가로등같은 폴대가 임도를 따라 나란히 서 있다.

09시 47분, 나무사다리를 타고 건너편 절개지를 올라선다. 5분 정도 올라서게 되면 베어진 나무가 쓰러져 있는 600.5봉에 이른다.(09:52) 쓰러진 나무사이로 이끼를 잔뜩 뒤집어 쓴 삼각점이 숨어있다.
여기서 방향은 오른쪽(동쪽)으로 꺽어지며 키 큰 소나무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른다. 승현형님은 간간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늦고사리 사냥에 열중하고.... 적당한 그늘을 제공하는 솔 숲은 삼림욕에 그저 그만일 듯하다. 10여분 진행하여 방향이 오른쪽(동)으로 꺽이기 시작하는 630봉을 지나친다.(10:00) 내리막 3분 후에 갈림길이다. 정맥은 왼쪽 능선으로 붙는 길이고 정면으로 사면을 타고 가는 길은 우회로 였던 듯 잠시후 합류하게 되고 이어서 또다시 능선 갈림길이 나타난다.(10:05) 여기서 마루금은 왼쪽이고 오른쪽으로 뻗은 능선은 장파쪽으로 이어지게 된다. 덕재를 지나서는 희미한 갈림길이 자주 나타나지만 대부분이 합류하게 되고 그럴 때마다 영양군의 "자연사랑 영양사랑" 표지기가 또렷한 길쪽으로 안내하고 있지만 세심히 살펴봐야 한다.

▼"낙동정맥 영양3구간"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는 검마산 휴양림임도(좌에서 임신대, 정홍조, 이경모님)
오른쪽(남쪽)으로 시야가 확 트이며 오십봉(五十峰)(826.7m)이 건너다 보이는 안부에 이른다.(10:07) 왼쪽 검마사가 있는 사곡마을과 오른쪽 장파로 내려서는 희미한 길이 있는 4거리 그늘 아래로 솔바람이 불어와 쉬어가기 그만인 곳이다.
이후의 오름길에서는 타다만 고사목을 비롯하여 쓰러진 나무등걸이 잠시 진행을 방해하지만 짧게 나타나는 암릉지대에서는 아름드리 춘양목이 멋들어지게 늘어선다. 그 쭉쭉 뻗은 노송사이로 사곡마을에서 자연휴양림 올라오는 임도가 내려다 뵌다. 그렇게 준수한 춘양목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 사이 통나무의자가 있는 산봉에 이른다.(10:24) 역시 신원리일대가 지척으로 보이는 곳이다.

10시 31분, "낙동정맥 영양3구간" 안내판이 붙어 있는 검마산휴양림 임도갈림길에 이른다. 여기서 휴양림매표소까지는 왼쪽 임도를 따라 1.5km의 거리로 20분 정도가 소요되며 구간종주자들의 탈출로로 이용되는 지점이다. <추령 8.7km, 검마산 1.5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다. 덕재를 출발하여 도상거리 약 2km(이정표에는 2.4km) 거리, 45분이 걸렸다.

적색토양을 드러낸 휴양림임도 건너편 절개지로 오른다.(10:35) 짧은 오름을 이어 산봉에 서게 되니 TV 안테나가 서 있고 곧바로 다시 임도로 내려서게 된다. 즉, 휴양림임도에서는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임도길을 100m 정도 따르게 되면 다시 마루금과 합류하게 되므로 발품을 덜 수 있다.
이 임도는 앞으로 높다랗게 보이는 918.2봉을 오른쪽으로 돌아 다시 마루금과 합류하게 되지만 시간상으로는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로 크게 우회하는 길이다. 오히려 여름날씨에는 뙤약볕을 피해 그늘을 제공하는 수림 속으로 난 마루금을 따르는게 훨씬 좋을 법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어왔던 고만고만한 산봉과는 달리 918.2봉을 향한 표고차 약 300m의 된비알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마음을 단단히 고쳐 먹고 올라야 한다.

잠시 평지성 길을 잇는 동안 가랭이를 벌린 형태의 참나무 한 그루가 묘하게 서 있다.(10:45) 괴이하게 생겼군!
이 일대로는 밑둥부위를 "V" 자 형태로 껍질을 벗겨 송진채취를 한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유독 많이 눈에 띤다. 우리의 산하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수난의 역사이며, 오늘날처럼 석유화학공업이 발달하지 못했던 일제 강점기 말기 공업용 연료나 일상용품의 원료로 사용하기 위하여 일본이 한국인을 강제동원하여 송진을 채취한 흔적으로 소나무는 죽지 않으나 생육에는 많은 지장을 주고 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이미 반세기가 지난 이 시점까지 그 수난의 생채기는 도처에 널려있어 아픈 세월을 대변해 주고 있다.

근 30분 가까이 이어지는 가풀막에서 온 힘을 쏟아 붓고서야 겨우 보도블럭이 깔린 헬기장이 있는 918.2봉에 이르렀다.(11:14) (휴양림 임도에서 40분 소요) 오늘 산행에서 최고로 힘든 구간이었다. 힘든 발품에 비해 조망은 그리 시원스럽지 못하지만 저 건너로 검마산, 백암산이 어림된다. 헬기장에선 왼쪽(북쪽)으로 70도 꺽어지는 숲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자칫 헬기장을 가로질러 정반대 방향인 남쪽으로 진입하기 쉬운 곳이다.
918.2봉을 지나 참나무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숲길을 10여분 내려서게 되면 이 봉우리를 돌아 나섰던 임도와 다시 만나게 된다.(11:23) 임도를 내려서는 지점으로 "Y" 자형을 이룬 거대한 참나무 한 그루가 안부에 자리하고 있고 "태풍(루사)피해 복구현장" 이라는 프랭카드가 걸려있다. 이태전 강원도 일대를 휩쓴 피해는 이 깊은 산정까지 그 흔적을 남기고 있음이다.
임도는 3거리를 이루고 있으며 왼쪽으로 갈라지는 길은 신원리로 이어지고, 우측은 검마산 산허리를 굽이굽이 휘어돌아 죽파리로 내려서거나 검마산을 지난 마루금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검마산은 오른쪽 임도를 따라 20여m 진행하면 왼쪽 숲길로 표지기들이 소복하게 걸린 곳이 들머리가 된다.
잠시 임도길에서 후끈 달아오른 몸이 숲으로 들어서자 한결 시원함을 느낀다. 이곳 역시 된비알이지만 918.2봉 헬기장 오름길 보다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더위를 식히는 바람을 벗삼아 25분 가량 올라서게 되니 검마산(劍磨山, 1017.2m)을 알리는 철제 안내판에 이른다.(11:47) 선두 일행들이 20여평 되는 공터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오찬을 즐기고 있다.
휴양림 갈림길에 있던 안내판에는 검마산까지 1.5,km로 표시되어 있었으나 실제 도상거리는 약 2km로 두 번의 가파른 된비알을 올라서느라 1시간 12분이 소요되었다. 비록 이곳에 검마산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지형도를 살펴보면 동쪽 약 1km 건너의 삼각점으로 표시된 1017.2봉이 실질적인 검마산의 주봉이 아닐런지? 검마산을 안내하는 대부분의 안내도에 따르면 역시 건너편의 1017.2봉을 진짜 검마산으로 안내하고 있기도 하다.
다소의 공터를 제공하는 정상부는 북쪽 수목사이로 언뜻 번신마을이 내려다 보일뿐 조망은 없는 편이고 안내판만 없다면 그저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곳이다. 그래도 통고산 이후로 드물게 나타나는 표식이 있는지라 다들 증명사진 한 장씩을 남기고야 백암산을 향한다.
빛바랜 안내판은 검마산을 설명하는 내용이 적혀있다.

『검마산(劍磨山), 해발 1017.2미터, 영양군 수비면 신원리
이 산은 백두대간의 13정맥중 낙동정맥에 속하며 산용(山容)이 하늘높이 솟아 거산(巨山)을 이루어 웅장하다. 이 산은 산정이 높아 맑은 날에도 상봉은 흐리게 보이며 겨울철에는 백설이 산정을 덮어 백악(白岳)이 우뚝하게 솟은 모양이 거령(巨嶺)이다. 산의 중정(中頂) 이상은 흙갈색의 암석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산정의 석골(石骨)이 하늘로 솟은 것이 흡사 검병(劍柄)을 빼어든 것 같다하여 검마산이라 한다(전설에는 삼국시대 장수들이 칼을 갈았다 하여 검마산이라고도 함). 이 산의 북쪽에는 옛날 검마사, 일명 도성암(道成庵)이 있었으며 여기서 약 300미터 정도 내려가면 사찰이 있었음을 짐작케하는 석종형(石鐘形) 부도 2기가 나란히 있고 산 아래에는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숙박과 레져시설을 갖춘 검마산자연휴양림(054-682-9000)이 있으며 여기서 약 3km를 나가면 영양과 울진군 평해면 온정리를 잇는 924번지방도가 나온다.』


12시 15분, 점심을 마치고 진짜검마산의 삼각점을 찾아 나선다. 5분 가량 나선후 참나무 고목 한 그루가 버티고 서 있는 갈림능선에서 오른쪽으로 꺽어든다. 검마산 안내판을 지나서부터는 거대한 참나무 군락지다. 영화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에서 나오는 말도 하고 걸어다니기도 하는 참나무를 꼭 닮은 모양세다. 양 팔을 벌리고 하늘 높이 솟은 기세가 심산의 분위기를 한껏 자아낸다.
밋밋한 봉우리 하나를 지나쳐 간간이 눈에 띄는 몇몇개의 돌출된 바위길을 올라서니 헬기장을 제공하는 진짜 검마산(?)(1071.2m)에 도착한다.(12:35) 헬기장 한 켠으로 뽑혀진 삼각점이 쓰러져 있다. 이곳 역시 수목이 막고 있어 기대치 만큼의 조망은 없는 편이다.

추령을 출발하여 줄곧 북동으로 달려온 마루금은 1017.2봉을 꼭지점으로 하여 다시 정상적인 남하를 시작하게 된다.
헬기장을 지나쳐 5분 가량 동쪽으로 나서게 되면 내리막에서 갈림길 하나를 만난다.(12:40) 정맥은 오른쪽 아래로 떨어져야 하고 왼쪽길을 확인키 위해 잠시 따라 나섰더니 북동방향으로 고개를 뚝 떨구는 또렷한 내림길이 이어져 있다. 본신리 수비초등교 본신분교가 있는 곳에서 검마산 오르는 최단코스의 산길로 여겨진다.

갈림길을 지나 길은 서서히 남동으로 기울며 내려서고 있다.짧은 바위암릉을 지나친 지점에서 기맥분기점으로 여겨지는 918봉에 이른다.(12:50) 918봉은 낙동정맥에서 북동으로 곁가지를 치는 기맥이 분기하는 곳으로 영양군이 울진군과 다시 만나게 되는 곳이다.
여기서 북동으로 갈라지는 맥은 울진과 영양의 군계를 가르며 구주령(구슬령)을 지나 금장산(849m), 현종산(417m)을 거쳐 7번 국도의 망양휴게소 벼랑아래 파도 속에 그 꼬리를 묻게 된다. 산경표에는 백령산(白嶺山)
(조선광문회에서 간행한 산경표의 오류로 생각되며 "여지편람" "해동도리보" 에는 백암산(白岩山)으로 표기되어 있음)에서 분기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918봉은 뚜렷한 봉우리라기 보다는 내리막의 한 분기점을 이루고 있어 딱히 어디가 정점이라고 단정짓기 어려울 정도로 스치는 산봉이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다.

918봉을 지나 울진과 영양을 가르는 정맥은 한없이 내리막으로 쏠린다. 오른쪽은 아름드리 노송, 왼쪽은 참나무 거목이 대조를 이루며 마루금을 경계짓는 짧은 지역을 지나친다.(13:00) 곳곳에 멧돼지들이 땅을 파헤친 흔적이 널려있고 그들의 배설물이 층층이 쌓인 공중화장실(?)도 더러 나타난다. 비교적 자연보존상태가 양호하여 야생이 살아있고 이곳이 얼마나 첩첩산중인가를 다시한번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13시 15분, 차단기가 설치된 임도로 내려섰다. 저 앞으로 백암산의 준걸한 품세가 완만한 스카이라인을 그리며 유연하게 앉아있다. 그 아래로 백암산의 숨은 비경을 간직한 선시골(신선골)이 어림된다. 차단기가 있는 이 임도는 한때 MTB코스로 각광을 받던 곳이며 울진군에서는 대대적인 광고를 한 적도 있는 것으로 기억된다. 검마산 산허리를 돌아온 임도는 이곳까지 이어지고 왼쪽 아래로 계속 이어지며 구주령방면과 선시골을 향해 내려서게 된다.

▼차단기가 설치된 임도-뒤로 백암산이 유연하게 스카이라인을 그리고 있다.
왼쪽 임도를 따르면 구주령, 백암산 선시골방면으로 이어진다.(정길영, 김승현, 임신대님)

임도의 뜨거운 햇살을 피해 맞은편 숲으로 빨려든다.(13:20) 이제 백암산까지 남은 거리가 약 4km 정도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잠시 올라 714봉을 가비얍게 넘어선다.(13:24) 다시 10분 정도 올라쳐 능선이 갈라지는 능선이 갈라지는 산봉에 올라선다.(13:35~44)
오른쪽으로 능선 하나가 완만하게 뻗어가지만 정맥은 왼쪽(남동)으로 향하여 곧장 백암산을 향한다.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한 부드러운 풀밭길을 따르는 완만한 오름으로 진행되고 시원한 바람의 유혹에 못이겨 쉬어가는 횟수가 늘어난다. 항상 산행 후반부에 이르면 안도감에 젖어 습관적으로 여유를 부리는 못된 버릇(?)이다.

14시 35분, 백암산 삼거리 도착이다. 차단기가 있는 임도를 지나 약 3.2km의 거리로 1시간 15분이 소요되었다. 이것으로 오늘 정맥산행은 끝을 맺은 셈이고 추령에서는 약 6시간 35분이 걸린 셈이다.
이제부터는 정맥이 주는 보너스로 백암산의 조망을 즐길 차례다. 백암산 삼거리에서 또 한참을 쉬어간다. 정맥은 이 삼거리를 기점으로 남쪽으로 급선회하며 떨어지게 되고 초입부로는 선두에서 나뭇가지를 이용해 정맥을 계속 잇는 알바가 없도록 막아놓았고 땅바닥에 화살표까지 그어놓는 배려를 보였고 후미팀에서는 제거하는 것도 결코 잊지 않았다.
선두 한대장은 여기서 잠시 일행을 기다리도록 하고 삼거리임을 다시 확인하는 노고를 보였다고 한다.

삼거리에서의 느긋했던 다리쉼을 뒤로 하고 백암산을 향한다.(14:43)
백암산(白岩山,1003.7m)은 낙동마루금에서 동쪽으로 약 500m 정도 물러나 앉아 정맥을 굽어보고 있는 산으로 백암온천으로 더 유명한 산이다. 작은 안부 하나를 지나자 길은 잡목이 빼곡하여 행장을 부여잡기 일쑤다. 지금까지 걸어온 고속도로 같았던 정맥에 비하면 비포장 지방도 수준이다. 그만큼 정맥과 백암산을 잇는 이 길은 찾는이가 드물다는 얘기다.
비좁은 잡목숲을 헤쳐 된비알을 올라서자 사위로 뻥뻥 뚫린 백암산 고스락이 아담한 정상석(표석에는 白巖山으로 표기)을 품고 있어 피곤했던 발품을 보상하고 있다.(14:55) 삼거리에서 불과 12분 거리에 멋진 조망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백암산 정상 너른 헬기장에선 지나온 검마산이며 다음구간 이어야 할 창수령까지의 정맥이 파노라마 사진처럼 펼쳐진다. 사위로 겹겹이 둘러쳐진 산과 산이 나를 에워싸고... 그 당당한 산세에 심취해 그냥 이 자리에 눌러앉고 싶은 새록새록하다.
한 켠에서 전태환님께서 바람을 맞으며 거풍(?)을 즐기고 계신다. "시원하시겠습니다..."  그 섹시한 뒷모습이 너무 환상적(?)이라 몰카를 찍어 두지만 본인은 아는지, 모르는지 호연지기를 기르시기에 여념이 없다. 아마도 몰카가 공개되면 노발대발(?) 혼날 각오를 해야겠다.

백암산 고스락에 올라...(전태환, 김승현, 정길영, 임상운, 임신대) ▼

정상에서의 하산로는 두 갈래, 온천장으로 내려서는 능선길(5.3km)과 능선 내림길에서 한화콘도로 갈라지는 길(4.7km)이 있고 흰 바위를 지나 백암폭포로 내려서는 약 5km의 길이 있다. 당연히 최단거리인 한화콘도로 내려서는 길을 따라야 하지만 발길은 어느새 흰바위쪽으로 기울고 있다. 늘상 다니던 길의 싫증도 있었지만 늘 알송달송 헷갈리던 백암폭포 내려서는 길을 이 기회에 확실히 각인시키려는 욕심이 앞섰다.
백암산의 으뜸을 꼽으라면 단연 이 산의 이름을 잉태한 흰바위이고, 주능선을 빼곡히 메운 아름드리 춘양목, 그리고 숨은 비경을 간직한 선시골이지만 한여름의 백암폭포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중의 하나라 생각한다.

15시 05분, 검마산 이후 줄곧 한 팀이 되어 달려온 6명의 중간그룹(임신대, 정길영, 김승현, 김흥태, 전태환, 임상운)은 자연스럽게 정상 남쪽 아래 흰 바위를 향해 내려선다. 정상 100m 아래의 흰바위 상단 벼랑 끝에 서게 되면 오금이 저릴 정도로 아찔하다. 발 아래로 협협한 골짜기를 메운 송림 숲을 내려다 보는 조망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곳이다.
바위 아래로 내려선 후 온천장과 백암폭으로 갈라지는 삼거리 숲을 빠져 나온 헬기장에서 올려다 보이는 바위 사면은 충분히 "백암산" 이란 이름을 잉태하기에 충분할 만큼  하얗게 빛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후로 백암폭포로 내려서는 길은 반들반들 닳아 있다. 기억속의 희미하던 옛길이 아니다. 길은 간간이 구조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고 일정한 간격으로 정상거리를 알리는 대리석 기둥이 촘촘히 박혀 있다.

옛 성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백암산성터를 지나면서부터(15:29) 시작되는 가파른 내림길을 30분 가량 쏟아져 내려오게 되면 시원한 물줄기가 2단으로 떨어지는 백암폭포에 이르게 된다.(16:08) 이제 온천장까지 남은 거리는 2.3km이고,  45분정도 발품을 더 팔아서야 겨우 백암수련관 도착이다.(16:55) 백암산을 출발하여 약 5km 거리를 1시간50분 가량 내려선 셈이고 정맥 탈출로라고 생각하기에는 다소 먼 거리이고, 보너스로 백암산 흰바위와 폭포를 둘러 봤다고 생각하면 그리 섭섭하지 않은 산행길이다.
이로서 도상거리 약22km를 9시간 13분 만에 마친 셈이다. 백암산에서 능선을 따라 수련관으로 곧바로 내려선 선두팀과는 약 50분 차를 보였다. 이제 남은 일을 백암수련관에서 온천욕을 즐길 차례다.
귀포길 평해에 있는 비학산 칼국수 집에 들러 맛있는 저녁식사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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