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가는길

   
   
 
 

창수령(자래목이)-울치재-OK목장-맹동산 상봉-명동산-박점고개 ☞지도보기 ☞낙동8구간 사진모음

*일시:2003.8.19
*날씨:비(처음부터 끝까졍 쭈~욱)

*산행상세
창수령(자래목이)-(1시간 08분)-울치재(임도)-(56분))-OK목장 초입-(53분)-맹동산 상봉-(26분)-임도4거리-(22분)-봉화산(733m)-(58분)-명동산(삼각점)-(36분)-박점고개(임도)-(50분)-삼의3교(블루밸리 쉼터)
창수령(08:02)-689.6봉(08:23)-울진임씨묘(08:25)-김해김씨묘(08:51)-인동장씨묘(08:55)-울치재(09:13)-527봉 삼각점(09:18)-당집-안부(옛 고개길)(09:28)-OK목장 초입(10:15)-시멘트도로 접함(10:22)-차단막1(10:30)-차단막2(10:31)-임도3거리(10:36~10:55)-차단막3(10:57)-차단막4(11:00)-차단막5(11:10)-갈림길에서 정면(10:11)-차단막6(11:22)-맹동산 상봉(807.5m, 삼각점, 산불감시탑)(11:28~11:36)-임도에서 능선 갈림길(11:50)-다시 임도접(11:57)-임도4거리(중식, 12:02~12:25)-바위봉우리(12:39)-봉화산 헬기장(733m)-봉수대(12:50)-명동산(13:45~13:53)-헬기장(13:55)-삼면봉(14:05)-박점고개(14:21~14:25)-삼의3교 "블루밸리쉼터"(15:15)

*기타접근로:박점고개-(3.2km,50분)-삼의3교(블루밸리 쉼터)
== *도상거리:16.6km(정맥)+3.2km(접근로)=19.8km *총소요시간:7시간 13분(순보행:6시간 09분) ==

*참가: 백호산악회 19명
최부근(부회장), 박춘하(등반대장L), 이경수, 임상운, 김재권, 이경모, 황병수, 김상권, 박준희, 최호우, 이종택, 김지용, 김승현, 정태영, 김태기, 전태환, 이병목, 권진만, 정길영

 

=== 작달비와 안개 속의 미로같은 OK목장을 지나 명동산이...  ===


이틀째 내리는 비는 그 기세를 꺽을 줄 모른다.
무심한 하늘이 속절없이 쏟아내는 장대비와는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를 실은 버스는 포항을 출발하여 약 1시간 30분만에 창수령에 멈춰섰다. 지난 6月 백암산~창수령구간 이후로 백호의 정맥산행은 혹서기를 피해 지나긴(?) 방학을 마치고 본격적인 하반기 산행이 시작되는 날이건만 그동안의 게으름을 탓하는지 애꿎은 작달비는 산행 내내 복병이 되어 시야를 가리고, 빤한 하늘 한 번 보여주지 않는 인색함을 보인다.
이번 구간은 고도 600~800m의 능선을 고만고만하게 오르내릴 뿐 크게 가파름은 보이지는 않는 편이다. 따라서 크게 체력적인 부담이 없는 반면 OK목장의 고랭지 채소밭에서는 이리저리 갈래 짓는 목장길이 다소 혼란스럽다. 맑은 날씨라면 뚜렷이 이어지는 마루금에서 푸른 초원의 목가적 풍경을 만끽하며 유유자적 걸을 법한 길이지만 오늘처럼 일기가 불순할 경우에는 전혀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관계로 이리저리 굽도는 임도에서는 방향감 마저 상실하기 쉽다. 마루금과 나란히 하는 임도는 산불감시탑이 있는 맹동산 상봉(807.8m)을 넘어 봉화산(733m) 직전까지 함께 하게 되므로 어찌보면 상당히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구간이다.

산행출발지인 창수령은 영덕군 창수면에서 영양읍 무창리로 넘어가는 표고 490m의 918번 2차선 포장도로로, 생긴 모양이 자라의 목같이 생겼다 하여 자래목이라고 불리어진다.
작가 이문열의 "젊은날의 초상" 배경지로 알려진 곳으로 예전에는 영해에서 내륙을 잇는 주요 길목이었으며, 이곳을 중심으로 20여 km이어져 있는 산줄기를 통칭 서읍령이라 한다. 고려말 몰락해가는 왕족들이 한 많은 눈물을 뿌리며 이 고개를 지났다 하여 읍령이라 전해진다는 설화가 있는 곳이다. 고갯마루엔 "낙동정맥 영양5구간"을 알리는 안내판과 이동통신 안테나가 서 있다.

08시 02분, 이동통신 안테나 뒤쪽으로 난 남서방향 숲길로 들어선다. 초입부터 제법 팍팍한 오름길이 시작된다. 잠시 옅어지는가 했던 작달비는 몇 발자국 진행하지 않아 거세지기 시작하고 싸구려 1회용 비옷을 뚫고라도 들어올 기세다. 누구 하나 내리는 비를 원망하지 않는다. 일단 산 속에 발길을 들여놓게 되면 돌아설 수 없는 것이 백호의 불문율이 아니던가?
선두에 선 이총무님은 비로 인해 더 이상의 진행이 곤란할 경우에는 봉화산과 명동산의 중간지점쯤에서 삼의교쪽으로 내려설 뜻을 언뜻 내비쳤지만 결국은 예정대로 명동산을 넘어 박점고개까지 진행하게 된다.
창수령 초입에서의 가파름이 서서히 숨을 죽이고 완경사를 보일즈음 689.6봉 직전의 갈림길에 이른다.(08:23) 정맥은 바로 앞 30m 전방의 689.6봉을 올라서지 않고 왼쪽 아래로 난 비탈길로 급하게 떨어져 내리게 된다. 무심코 직진하여 689.6봉을 넘어서기 쉬운 곳으로, 이지점은 삼승령에서 줄곳 영양과 영덕을 가르던 군계가 독경산 직전 지경에서 슬며시 마루금을 외유하였다가 다시 정맥마루금과 합해지는 지점이다. 여기서부터 정맥은 다시 영양과 영덕의 군계를 가르며 황장재 직전까지 이어진다.

689.6봉 직전의 내림길을 따라 2분 가량 굴러 떨어지면 상석에 이끼가 다닥다닥 끼고 봉분이 다 내려앉은 "울진임씨묘"를 대한다.(08:25) 무덤을 지나 5분 가량 더 내려선 안부에선 왼쪽아래로 희미한 소롯길이 창수리쪽을 향하고 있다. 안부를 지난 오름길에서는 마루금 주변으로 돌을 가지런히 쌓아놓은 옛 산성터 였을 법한 능선날등이 이어지고 있다.

08시 42분, 능선이 남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작은 산봉에서 5분간의 휴식을 갖는다. 비에 젖었는지, 땀에 젖었는지 이미 속옷이 흥건하다. 여기서 거추장스러운 비옷 하의를 벗으니 한결 걷기에 수월해진다.
길은 남쪽 아래로 다시 한 번 쏟아져 내리더니 키 큰 참나무 숲 가운데에 자리잡은 "김해김씨묘" 를 지나치면서(08:51) 완만해지기 시작한다. 4분 정도 진행 후 "인동장씨무덤" 옆을 지나게 되고, 다시 10여분 나서게 되면 간벌된 나무들이 이리저리 쓰러져 봉분을 덮고 있는 무명무덤 1기를 하나 더 지나치게 된다.(09:04) 왼쪽아래로는 상당한 급사면을 이룬 듯 하얀 안개만 자욱한 반면 ,우측 서쪽방면은 완경사 능선이 형성되어있는 편이다.

▼울치재-영양과 영해를 넘나들던 옛 고갯길로 창수리와 양구리를 잇는다.
09시10분, 통나무계단과 밧줄이 메여있는 짧은 절개지를 내려서면 넓은 임도가 정맥을 가로지르는 울치재에 이른다. 창수령을 출발하여 도상거리 약3km로 1시간 8분정도 소요됬다. 울치재는 영덕쪽 창수리와 영양쪽 양구리를 넘나드는 임도로, 예전 영양에서 영해로 넘나들 때 호랑이와 도둑이 들끓는 이 고개를 울며 넘었다 하여 "울치재"로 불린다 한다.
임도로 내려선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10m가량 올라선 후 표지기가 걸려있는 왼쪽 숲으로 접어들게 된다. 우중이지만 간단한 기념 촬영을 하고 숲으로 들어선다.(09:13)
짧은 오름길에선 등로를 이리저리 헤집던 정길영님께서 싸리버섯 한 움큼을 노획하고는 연신 기분좋은 웃음을 흘리고 있다. 그러고보니 길섶으로 이름모를 버섯들이 지천으로 깔려있어 우중산행임을 다시한번 일깨우고 있다. 울치재를 지나 5분 정도 올라서니 삼각점이 반듯하게 자리하고 있는 527봉에 이른다.(09:18)

측량용 폴대인 듯한 나무막대기를 세워놓은 곳이다. 527봉을 내려선 안부에는 옛 고개길인 듯한 4거리 갈래길이 있고, 오른쪽으로 당집을 만나게 된다. 산객의 무분별한 진입을 금지하기 위함인지 당집으로 통하는 소롯길에 밧줄이 쳐져 있다. 당집은 블록으로 담장까지 쌓아 올려져 있는게 관리상태가 상당히 양호한편이고, 토속신앙의 냄새가 물씬 풍기고 있다. 당집 앞으로는 약간의 공터가 있고, 양구리 917번 지방도로로 이어지는 뚜렷한 갈래길이 오른쪽으로 열려있다. 태극문양을 새긴 출입문 처마에서 잠시 비를 피하며 쵸코바로 허기를 달래본다.
당집을 지나 7~8분 거리로 옛길인 십자로 하나를 지나친다.(09:28) 다시 서서히 고개를 치켜드는 오름길이 끝날 즈음 산봉 하나를 슬며시 왼쪽으로 돌아 나서게 되고(09:40) 아름드리 장송들이 멋들어지게 도열해 있는 편안한 길을 따라 나서게 된다. 어느틈엔가 정맥은 참나무 숲길로 변하게 되고, 잡풀들만 무성한 평평한 고원지대를 걷고 있는 수더분한 길이 한동안 이어지는가 싶더니 수풀지대가 끝나는 지점으로 양팔을 벌린 참나무 한 그루가 괴이하게 서 있는 지점에 도착하면서 목장지대를 알리는 듯한 가는 줄이 메어져 있는 곳에 이른다.(10:15) 아니나 다를까 몇 발자국 더 진행하자 OK목장 지대의 고랭지 채소밭이 넓게 펼져진다. 울치재에서 OK목장 초입까지는 대략 1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OK목장 시멘트 길을 따라...주절주절 비는 내리고 사방은 안개로 자욱하다.
여기서부터 정맥은 오른쪽으로 채소밭을 두고 수림과의 경계가 되는 능선을 따라 나선다. 드넓은 밭에는 수확하지 않는 시퍼런 돼지감자가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다. 밭두렁은 물길이 되어 시커먼 흙탕물이 콸콸 쏟아져 내리고 있다. 잠시라도 발길이 감자밭으로 기울기라도 할라치면 발목은 여지없이 흙구덩이 속에 빠지기가 다반사다.
그렇게 조심조심 5분여 가량 이어지던 마루금은 농장 임도와 접하게 된다. 감자밭 초입으로 이 임도로 접어드는 길이 있었던 듯 하지만 미쳐 보지 못하고 주능선만을 따라 나섰던 모양이다. 임도 역시 곳곳으로 물웅덩이가 만들어져 있어 겅중거리며 애써 웅덩이를 피해 따라 나선다. 이미 옷이며 신발은 몽땅 젖어 흙투성이가 됬음에도 불구하고 습관적으로 웅덩이를 피하는 내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잠시 후 임도는 오른쪽 아래에서 올라오는 시멘트 포장도로와 만나게 되고(10:22), 이 포장길은 OK목장으로 이어지는 길로 여겨진다. 시멘트길 3분 진행 후 다시 시멘트 길을 버리고 왼쪽 비포장 임도길로 접어든다. 임도 오른쪽으로 싱싱하게 자란 넓은 배추밭 가장자리로 길이 이어진다.

10시 30분, "이 일대는 개인목장이고 한우를 방목중이므로 차량출입을 금한다"는 팻말이 붙어있는 첫 번째 차단막을 지난다. 1분 후 또 하나의 차단막을 통과하여 5분 가량 룰루랄라하며 편안한 임도길을 따르노라니 임도가 갈라지는 삼거리에 이른다 (10:36) 여기서 그만 방심하는 사이 원치않는 알바를 하게 된다. 왼쪽 위로 산봉 하나가 올려다 보이고 넓게 초지가 형성된 듯한 지형이고, 올바른 정맥은 왔던 방향으로 거의 300도 이상 꺽여 올라서는 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초입으로 두어 개의 표지기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후미그룹인 우리일행들은 잠시 도깨비에 홀린 듯 정면에서 왼쪽으로 슬쩍 굽어지며  남쪽으로 향하는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자욱한 안개가 사위를 막고 있어 도무지 어느 것이 정맥마루금인지 구별을 할 수 없었지만 방향은 크게 빗나가며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우리는 화매초등교 삼의 분교가 있는 중삼의 쪽으로 내려서고 있었던 것이다.
퍼뜩 정신을 차려 앞선 일행들을 불러 세운 후, 다시 임도삼거리까지 도돌이표를 찍기에는 20분의 금쪽같은 시간이 흘러갔다. 낙동정맥을 시작후 처음으로 알바를 한 셈이다. 처음 이 길로 접어들어야 하다고 주장한 모씨에 대한 궁시렁거림이 내리는 빗줄기 속에 힘없이 녹아 들고 있다.  낙동정맥처럼 긴 산줄기를 잇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듯 앞으로 또 어떤 알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10시 55분, 임도 삼거리로 되돌아와 왼쪽으로 급하게 꺽는 길을 따라 오른다. 초입으로 선두 이총무님이 표시한 화살표가 빗물에 씻기어져 연한 흔적만 있는 상태다. 2~3분 간격으로 차단막 두 개를 넘어선 후 5분 가량 진행하게 되니 임도는 산봉을 우회하는 듯 산허리를 돌아 나서고 있다.
길은 이리저리 심하게 휘어 돌고 있고, 마치 캄캄한 어둠의 미로 속을 헤메이는 착각이 들 정도로 심한 안개와 비가 사위로 자욱하니, 이젠 아예 방향감마져 상실할 지경이다. 갈림길이 나타날 때마다 선두팀의 족적을 찾아 보지만 빗물에 씻겨 내려갔는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그나마 간간이 나타나던 표식기들조차 목장지대에서는 고정시켜 걸어둘 만한 지물이 없는지라 쉽게 찾아볼 수가 없다.

11시 10분, 다섯 번째로 나타나는 차단막을 지난다. 차단막 너머로는 수십마리의 한우들이 낯선 이방인들을 신기한 듯 큰 눈을 껌뻑거리며 지켜보고 있다. 이 길을 지나간 수많은 정맥종주자들에 의해 길들여 지기라도 한 듯 달아날 생각도 않고 있다가 일행들과의 거리가 좁혀지자 느릿하게 길을 비켜준다. 좌우로 비켜선 토종한우의 사열을 받으며 목장길을 따른다.빨간 판쵸를 걸친 정길영님이 마치 스페인의 투우사처럼 커다란 몸동작을 해 보지만 녀석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차단막에서 1분 거리에 있는 갈림길에선 오른쪽을 외면하고 정면 길로 접어든다. 군데군데 소똥이 지뢰처럼 널려있어 자칫 한눈을 팔다가는 소똥 밭에 미끌어 질 황당한 경우에 처할 수도 있다. 왼쪽 바로 위의 산봉이 792봉 쯤으로 여겨지고 산봉쪽으론 수림과 목초지를 경계하는 마루금을 따라 철조망이 쳐져 있지만 대부분의 정맥꾼이 목장길을 이용하는 듯 표지기를 찾아볼 수가 없다.

▼맹동산 상봉(807.8m)에서 쌍스틱을 짚고 있는 지곡골 뚜벅이 권진만님-두 개의 정상표식과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11시 22분, 드디어 목장지대가 끝나는 지점으로 마지막 차단막을 통과한다. OK목장지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만나기 시작했던 차단막은 도합6개를 통과한 것이다. 마지막 차단막을 넘어서게 되면, 길은 왼쪽 마루금을 따라 내려오는 넓은 길과 합류하고 등로는 계속되는 넓직한 임도길로 이어지고 있다.
5분 후 완경사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임도길 오른쪽으로 크게 산사태가 나 골짜기를 형성한 지역을 지나치면 임도가 산허리를 돌면서 왼쪽으로 크게 돌아 나서고 있다. 살풋 안개가 걷히는 사이로 왼쪽 산봉위로 산불감시탑이 올려보이는 듯 했지만 잠시 사이에 안개속에 묻혀 버린다.
11시 28분, 임도가 굽어 도는 이 지점에서 산봉을 향해 20m 가량 잡목을 헤치고 올라섰더니 허물어져 가는 산불감시탑과 맹동산을 알리는 표식이 두 개나 설치되어 있다. "맹동산 (756m)"를 알리는 나무팻말과 화강암으로 된 "포항진성설맥산악회, 맹동산(762m), 1996.6.30" 정상표석이 있고 그 옆으로 삼각점이 수풀 속에 묻혀있다.
1:50,000 지형도의 표기대로라면 맹동산(756m)은 정맥에서 영덕군 창수면 방향으로 살짝 빗겨나 있고, 이미 지나쳐 온 상태이고, 이 지점은 807.8봉에 해당된다. 어째든 산불감시탑이 있는 807.8봉은 낙동정맥 종주자들에 의해 "맹동산 상봉"으로 불리어지고 있으며, 실제 맹동산을 알리는 대다수의 사이트에서도 이 산봉을 맹동산으로 안내하고 있다. 맑은 날씨라면 산불감시탑에 올라 넘실대는 동해바다와 사방팔방으로 트인 겹겹의 산들, OK목장일대를 굽어보는 조망이 대단할 것 같지만 불순한 날씨를 원망하며 기념촬영만 하고 내려선다.

11시 36분, 맹동산 상봉을 출발한다. 계속되는 임도는 이리저리 산굽이를 돌아 내려서고 있고, 좌우로는 잣나무가 조림되어있다. 이따금 높다란 나무 위로 주먹만한 잣이 달려 있지만 그림의 떡이다. 15분 가량 내려서게 되면 임도와 마루금이 갈라지는 갈림길이 나타난다.(11:50) 정맥은 왼쪽 능선 숲길로 들어선 후 7분 가량 진행하면 다시 임도와 합류하게 되고, 만약 여기서 계속 임도를 따라 내려섰을 경우라면 곰취농장으로 내려서는 임도 갈림길에서 왼쪽길로 접어들어야 하다. 능선길이 제대로 된 마루금이고 지름길인 셈이다.
능선을 따르던 길이 다시 임도를 만나게 되면(11:57) 오른쪽으로 배추밭이 넓게 펼쳐지고 3분 후에 영주국유림에서 세운 "2000년 국유림임도 0.91km"를 알리는 표시석을 대하게 되고, 잠시 후에 넓은 공터가 있는 임도 4거리에 이른다.(12:02)
OK목장에 진입한 후 알바시간까지 포함하면 무려 1시간 40분 가량을 목장길과 임도를 따라 왔다. 이 지점부터 임도길은 끝이 나게 된다. 이쯤 어디에 낙동정맥 구간안내판이 있다고 하는데 불량한 시계로 미쳐 확인을 못했다. 임도 4거리에 있는 허름한 자재보관창고 처마에서 비를 피해 허기를 달랜다. 채 한 뼘 정도밖에 안되는 처마지만 그 아래에서 식사를 하게 되니 최소한 빗물에 밥말아 먹는 일은 면하게 된다. 후식으로 김상권 전임회장님의 향긋한 커피와 알큰한 소주 한 잔까지 곁들이니 다시 힘이 솟는다.

12시 25분, 임도4거리를 출발한다. 초입은 진행방향의 정면을 보이는 채소밭과 수림의 경계지점을 따라 올라서게 되면, 시멘트도로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건너편 산자락으로 붙는 길이 없다. 때마침 선두팀으로 나섰던 김승현님께서 숲속에서 다시 산자락으로 붙은 길을 알리기 위해 일행을 불러 들인다. 언뜻 채소밭을 지난 시멘트도로에서 오른쪽 산마루를 향하는 길이 정맥으로 보이지만 이 길을 계속 따르게 되면 하삼의로 이어지는 길로 접어들게 되므로 길 찾기에 조심해야 할 포인트가 된다.
제대로 된 초입은 채소밭을 올라와 만나게 되는 시멘트 도로에서 10m정도 왼쪽으로 내려선 후, 우측 산비탈을 향해 길이 나 있다. 도로 반대편으로 표지기가 붙어 있는 걸로 봐서는 채소밭 상단부쯤에서 왼쪽 숲길로 들어서는 길이 있었던 모양인데 그냥 지나쳐 올라온 것 같다. 임도 4거리 에서는 왼쪽 공터쪽으로 난 길을 따라 숲을 돌아오르는 시멘트길은 이용해도 무방하리라 생각된다. 하여튼 이 시멘트 도로에서 선두팀 몇 명은 우측 고갯마루로 올라선 후 다시 능선에 붙느라고 무진 고생했다는 후문이다. 다행히도 우리 후미팀들은 김승현님의 도움으로 또다른 알바의 고비를 넘긴 셈이다.
시멘트길을 건너 정맥 같지도 않는 비탈길은 식사 직후라서 인지 짧지만 힘깨나 쏟아 부어야 했다. 길이 한고비 숨을 죽이는가 하더니 바위가 듬성듬성 박힌 봉우리를 기점으로 내리막이다.(12:39) 이 바위 봉우리 일대는 키 큰 철쭉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봉화산(733m)를 지나 3분 거리에 만나게 되는 봉수대에서의 김상권님-봉수대는 다닥다닥 세월의 이끼를 덮고 있다.
12시 47분, 봉화산(733m)에 올라 섰다. 헬기장이 있는 봉화산 전후로는 짧은 잡목지대를 헤쳐나가야 한다. 지형도에는 여기서 정동쪽 영해 방면으로 또 다른 봉화산(409.4m)이 표시되어 있다. 봉화산에서 평지성 능선을 이어 3분 거리에 돌로 가지런히 쌓아올린 봉수대를 만난다.(12:50)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된 돌 무더기 속으로 몇몇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고 재단으로 사용된 듯한 받침돌도 놓여져 있다. 예전엔 봉수대였지만 최근에는 토속신앙인들이 기도처로 이용되는 듯하다. 다닥다닥 파란 이끼를 두르고 있는 돌탑에서 세월의 무게가 어림된다. 뒤따르던 박춘하대장이 어렴풋이 5년전 낙동정맥종주 당시 A.B팀이 합류하여 응게나물을 삶아먹던 장소였음을 기억해낸다.
봉수대를 지나면서 길은 한동안 내림으로 이어진다. 마루금 왼편으로는 키 큰 잎깔나무가 빼곡한 반면 오른쪽으론 늘씬하게 뻗은 노송들이 이어지는 운치있는 길이다. 수림 사이사이의 여백을 메운 하얀 안개들은 손에 잡힐 듯 농밀해서 아련한 꿈 길을 걷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만약, 비가 많이 온다면 봉화산과 명동산 사이에 있는 갈래길에서 삼의교쪽으로 탈출을 시도하려고 했었고 비는 줄기차게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다들 탈출을 염두에 두고 삼의교로 내려서는 갈래길을 유심히 살폇지만 무성한 수림 탓인지 끝내 그 길을 지나친 듯하다. 혼자만의 욕심일지 몰라도 그 길을 찾아내지 못한 것이 상당히 다행한 일이 아닐런지 ....
완만하게 이어지는 고만고만한 외통수능선을 한동안 이은 후 가파른 오르막 하나를 올라서자 해병대에서 세운 듯한 삼각점이 있는 명동산(明童山 812.4m)에 도착이다.(13:45) 오늘 산행의 최고봉이고 예전 이 산아래 신동이 있어서 산이름이 명동산이라 불러지고 있는 곳이다. 혼자 남아있던 김승현님이 선두팀이 방금 출발했다고 일러준다. 임도 4거리를 출발하여 1시간 20분을 쉼 없이 내쳐 달려서야 겨우 선투팀의 꽁무니에 붙은 셈이다. 봉화산에서는 대략 1시간 남짓한 거리다.

13시 53분, 한동안 숨을 추스리고 박점고개를 향한다. 명동산에선 진행방향의 오른쪽으로 90도 꺽어지는 남쪽의 내림길로 방향이 전환된다. 2~3분 남짓한 거리에 시멘트로 만든 헬기장을 지나친다.(13:55) 맑은 날이라면 이곳에서의 조망도 시원스럽기 그지 없을 만큼 사방이 트인 곳이다. 헬기장을 지난 짧은 잡목 숲을 빠져 나온 후 완만하게 10분 정도 진행하면 방향이 오른쪽으로 꺽어드는 뚜렷한 능선 분기점에 이른다.(14:05)
이 지점은 영덕군 지품면, 영해면, 영양군 석보면을 가르는 삼면 경계봉으로
삼면봉-800봉-국가당산-독점고개-화림산-삼거리재-동해로 흐르는 기맥이 분기하며 , 이 기맥은 송천천과 오십천의 물가름을 한다.
삼면봉에선 오른쪽으로 방향이 전환된다. 이쯤에서부터 끈질기게 내리던 빗줄기가 그치기 시작하고 산 아래에선 스멀스멀 짙은 안개가 골짜기를 가득 메운 진풍경이 연출된다. 이후 밋밋한 산봉 하나를 지나 또렷하게 이어가던 마루금이 바로 앞의 주능선을 버리고 왼쪽 아래 비탈을 향하고 있다.(14:18) 왼쪽의 가파른 내리막을 따라 3분 가량 구르듯 떨어지면 넓은 임도가 산허리를 휘어도는 박점고개(명동재)에 이른다.(14:21) 이로써 시종일관 비와 함께한 오늘의 정맥산행은 끝을 맺는 셈이고 명동산에서 박점고개까지는 30분 가량이 소요되었다.
◀삼의3교가 있는 삼의계곡 블루밸리쉼터에서 화사한 모습으로...

박점고개는 영양쪽 삼의리 박점마을과 영해쪽 속곡리를 연결하는 비포장 산악임도로 승용차도 통행이 가능할 만큼  노면상태가 좋은 편이다. 다음구간인 화매재로 진입하는 들머리로는 노란 물통 옆으로 넓직한 공터가 있다.
오늘의 목적지까지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으로 다소 느긋해진 마음이지만 삼의 3교가 있는 917도로의 박점마을까지 내려갈 일이 은근히 걱정이다. 도상거리로 약 3.2km 남짓한 길이지만 구불구불 산허리를 돌아서 내려가는 길로 실거리는 4km이상의 훨씬 넘는다. 박점고개에서 오른쪽으로 난 임도를 따라 터덜터덜 내려선다.(14:25)
골골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지는 지류에는 어김없이 폭포를 이루고 있고 건너편 포도산과 명동산의 협곡성 골짜기를 따라 삼의 계곡으로 흘러내리는 급류는 성난 사자처럼 검붉게 소용돌이치고 있다. 그 대단한 기세에 오늘 내린 강수량을 대략이나마 가름해 본다. 임도길이 다소 지루하다고 느낄즈음 저 앞으로 삼의3교와  "블루밸리" 쉼터가 눈에 들어온다. 박점고개에서 꼬박 50분의 발품을 더 팔아서야 겨우 차량이 기다리고 있는 최종목적지에 도착이다(15:15)

하얀 물안개 가득 피어오르는 삼의계곡은 917번 지방도로를 따라 화매천으로 흘러들고 있고, 여름이면 피서인파로 꽤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곳이다. 총무님께서 정성껏 준비해온 오징어무침은 오고 가는 술잔 속에 순식간에 동이 나고 진종일 내리쏟은 작달비와 안개속에서 미로를 헤쳐 나온 피곤했던 여정이 부서지는 계류의 포말 속으로 녹아든다. 귀포길 월포리의 민물장어까지 시식하는 호사를 누리며 하루일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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