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가는길

   
   
 
 

가사령-사관령-침곡산-한티재 ☞지도보기 , ☞낙동13구간사진모음

☞참고:이경수님의 <낙동형북기맥>과 <낙동팔공지맥>분류

*일시:2003.3.19
*날씨:맑고 쾌청, 시계 좋아 멀리까지 조망가능, 햇살은 따뜻하지만 바람은 제법 차가움.

*산행상세
가사령(07:13)-599.6봉 삼각점(07:23)-유선안테나(07:44)-709.1봉 헬기장(성법령갈림길)(08:03)-796.9봉(08:21)-사관령(782.3m)(08:48)-밀양박씨묘(09:02)-여강이씨묘(09:20)-배실재(09:48)-492.4봉 삼각점(09:56)-628봉(10:25)-침곡재(10:31)-701.5봉(10:57)-침곡산(725.4m)(11:05~11:48,중식)-송전탑(12:00)-601봉(12:19)-676.8봉 산불감시초소(12:38~13:00)-밀양박씨묘2기(13:13)-422봉 삼각점(13:27)-먹재(13:38)-한티터널 상단(13:51)-한티재(14:02)-한티재 휴게공원 잔디밭(14:11)
=== 도상거리:16.5km, 총소요시간:7시간(휴식:1시간 30분, 순보행 5시간 30분) ===

*참가:백호산악회 34명
김동석(회장), 최부근(부회장), 이경수(총무), 한백기(등반대장 T), 박춘하(등반대장 L), 김재권, 이경모, 김용배, 김승현,  이재천, 정길영, 최호우, 박준희, 성기봉, 최태영, 이종택, 김지용, 조규식, 주영수, 전태환, 진태화, 주영기, 정홍조, 장석태, 강동길, 박성현, 정하교, 조동범, 문무종, 정광수, 정태영, 이병목, 이석근, 임상운

 

=== 포항 내륙을 관통하는 정맥의 허리에서 ===


요 며칠 지루할 정도로 내리던 때아닌 봄 장마가 끝난 모양이다.
남녘엔 비가 내렸지만 당초 계획했던 북부쪽 백병산구간은 눈이 내려 허벅지까지 잠긴다는 비보에 또다시 낙동정맥의 허리부분에 해당되는 포항인근의 정맥구간인 가사령~한티재구간으로 변경된 산행이다.
정녕코 백병산구간은 우리에게 멀기만 한 곳인지?

 
▼주능선에서 내려다 보이는 고산분지 상옥마을 일대
오늘구간은 청송과 경계하던 낙동정맥이 포항의 서쪽 변방이라 할 수 있는 죽장면 일대를 가로질러 성법령에 이른후 기북면과 죽장면의 경계를 타고 이어지는 침곡산 주능선코스라 할 수 있다.
특히나 낙동강수계와 오십천수계를 가르며 줄곳 남하하던 정맥이 성법령에 이르러서는 형산강수계를 분기시키는 정맥상의 주요지점일 뿐 아니라 성법령 서쪽 709봉에서 동쪽으로 꺽어 든 후 비학산(762m)-도움산(384.6m)을 잇는 <낙동형북기맥>의 분기점이며 또한 통점재를 지난 낙동정맥이 이곳 가사령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744.6봉(대동여지도의 고라산)에서 직진하여 구암산(807m)-보현산(1124m)-팔공산(1192m)으로 이어지며 힘차게 그 기세를 뻗쳐가는 <낙동팔공지맥>의 분기점이 되기도 한다.(<낙동팔공지맥><낙동형북기맥>은 공식명칭이 아니며 백호산악회의 이경수 총무님께서 가칭한 이름으로 그 개요는 상부 링크를 참조바람)

지곡골을 출발한 버스는 기북-성법령을 거쳐 1시간만에 가사령 고개마루에 정차하고 꿀 맛같은 새벽잠에 취해 조금만 더 버스가 달려줬으면 하는 턱없는 바람을 해 보지만 두런두런 행장 꾸리는 소리가 소란스럽기만 하다. 매번 잠을 쫒아야하는 아쉬운 순간이기도 하다.
가사령(佳士嶺) 고개마루를 적시는 청아한 아침바람이 쏴하게 폐부를 파고들어 청명한 날씨와 함께 산행예감이 좋다.
가사령은 죽장면 소재지가 있는 입암에서 상옥을 잇는 69번 도로가 관통하는 고개마루로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뽀얀 흙먼지 날리며 힘겹게 지나다니던 길이었지만 지금은 깨끗한 포장도로다. 덕분에 한여름 죽장계곡으로만 몰리던 피서인파가 자호천의 상단부인 이곳 가사천계곡 깊숙이까지 파고들어 더위를 식히고 있는 포항시민의 휴식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 가사령에서 남서로 흘러 내리는 가사천은 죽장면 소재지에 이르기까지 장장 15km의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으로 금호강의 최말단부가 되는 셈이다. 가사천 곳곳은 숲과 소가 있어 경관이 수려하고 특히 하류인 입암서원 주변에는 노계 박인로선생의 시비와 노계선생이 명명한 입암28경이 산재해 있어 더욱 볼거리를 제공해 주는 곳이다. 가사령 넘어 상,하옥 일대의 계곡 또한 여름철 시민들의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다.

죽장에서도 산간오지 마을인 상옥일대는 해발 400m대에 형성된 고산분지로 신라때부터 숨어 살게된 사람들, 전란을 피해온 사람들, 화전민들이 정착하며 커지게 된 마을로 한때 1000여호가 넘게 살았던 큰 마을이다.
흔히 상옥을 두고 '오강지두 팔령지하(五江之頭 八嶺之下)'라 일컫는데, 오십천, 형산강, 낙동강, 금호강, 곡강(曲江)으로 흘러드는 물이 이 주위의 분수령(分水嶺)에서 시발되며, 오전령(烏田嶺), 통점령(通店嶺), 천장령(千長嶺), 승암령(僧岩嶺), 천령(泉嶺), 괘령(掛嶺), 생란령(生卵嶺), 갈전령(葛田嶺)이 있어 이 준령을 넘어야 타처로 통하는 오지인지라 예부터 피란지처(避亂之處)로 꼽히는 곳이었다. 이러한 지형 탓에 피난처나 군사기지로 이용된 곳이다.(포항시 역사와전통 참조)
또한 상옥일대는 구한말 의병장이었던 신돌석장군의 산남의진 본거지로 신출귀몰한 게릴라전을 펼쳐 혁혁한 성과를 거둔 곳이라고 이경수총무님께서 넌지시 일러 주신다.
특히, 정용기대장이 순국한 뼈아픈 패전의 전투 <산남의진입암지변(山南義陣立巖之變)>이 있었던 역사의 현장이 바로 죽장면 소재지가 있는 입암리일대이고 현재는 <산남의진발상기념비>가 있다.

구구한 글머리가 너무 길어지고 있지만 내가 밟을 죽장일대의 산자락을 따르며 한번쯤 되새겨 봄직한 대목이라 애써 글머리로 장식한다.

07시13분, 언제 출발했는지 선두가 벌써 가사령절개지 저 위에 올라서 있다. 오늘 역시 성법령, 침곡산 일대는 몇 차례 오른 지형이라 다소 가벼운 마음을 앞세워 맨 꽁무니에 붙어 남쪽 가파른 절개지로 올라서기를 시작한다.
밋밋하게 올라서는 길은 10분 만에 삼각점이 박혀있는 599.6봉에 오른다.(07:23) 왼쪽 아래로 상옥리 고천마을 일대가 평화롭게 내려다 보이고 그 건너의 매봉, 향로봉 능선위로 아침해가 봉긋 솟아있다. 쾌청한 날씨 덕분에 멀리까지 조망되고 발 아래로 살풋이 밟히는 낙엽의 감촉이 싱그럽기 그지없다.
599.6봉을 지나 나지막한 봉우리 하나를 넘어선 내리막 낙엽더미 속에 널브러져 있는 TV용 안테나 하나가 마을이 가깝다는 것을 알린다. 두 개의 봉우리를 더 지나서 마주치게 되는 630.5봉은 직접 경유하지 않고 왼쪽으로 살짝 빗겨나가고 다음에 만나는 봉우리에 유선안테나가 설치되어 있다.(07:44)
진행방향 저 앞으로 성법령 잘록이가 뚜렷하다. 안테나를 지나치면서부터 왼쪽 바로 아래로 성법령으로 이어지는 차도를 내려다 보며 걷게 된다. 오른쪽으로는 가사리 갈밭마을일대가 어림되고 그 건너로 구암산(807m)으로 이어지는 산간임도가 힘겹게 산허리를 타고 오르는 모습이 나무사이로 간간이 보이기도 한다.
◀676.8봉의 한백기 대장님과 문무종님

유순하게 이어지던 오붓한 길이 잠시 고개를 치켜드는가 하더니 짧은 오르막 끝에 작은 봉우리 하나에 올라선다.(08:00) 바로 앞으로 성법령 갈림길인 709.1봉이 올려다 보인다. 간간이 겨울의 끝자락을 애써 붙들고 있는 잔설에 발자국을 찍으며 평지길을 단숨에 달려 시멘트로 반듯하게 닦여진 709.1봉 헬기장(19-18)에 이른다.(08:03)
가사령에서 50분이 소요되었고 왼쪽 바로 아래가 921번 지방도로가 기북에서 상옥을 넘어서는 성법령(省法嶺)이다. 성법령은 북으로 상,하옥계곡을 거쳐 내려서는 오십천과 남으로 기계천을 일구어 형산강으로 흘러드는 수계를 가르는 주요 분기점이다. 정맥꾼들의 구간시발점이 되기도 하는 고개마루는 동쪽으로 난 수풀사이로 6,7분이면 이를 수 있다. 향로봉-매봉-천령산-삿갓봉-괘령산-비학산을 이루는 능선이 아침햇살을 등지고 울퉁불퉁하게 솟았는가 하더니 때론 완만한 스카이라인을 그리고 있다. 709.1봉 헬기장에선 정맥이 슬며시 오른쪽 남서로 꺽어든다.

저 앞으로 올라야 할 봉우리가 꽤 높아 보였지만 크게 힘들이지 않고 12분 만에 그 봉우리를 올라선다.(08:15) 돌로 원형 축대를 쌓은 흔적이 있는데 눈으로 덮여 있어 무덤터인지 확인이 곤란하다. 오른쪽 건너로 구암산쪽 능선이 한층 가까워졌고 산간임도의 모습이 좀더 또렷하게 보인다.
상옥일대의 너른 분지가 내려다 보이고 조망이 그런대로 터지는지라 이곳이 오늘의 최고 표고점인 796.9봉이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여기는 783봉이고 796.9봉은 여기서 5분 가량을 더 나서야 했다. 짧은 능선날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암릉이라 하기에는 좀 부족한 듯한 작은 바위들이 돌출되어 있는 796.9봉은 딱히 어디가 정점이라고 단정할 수 없을 정도로 밋밋하게 이어지지만 어째든 오늘의 최고 표고점에 이르렀다.(08:21)
왼쪽으로는 간벌의 흔적이 있지만 분위기 좋은 낙엽숲길을 따라 나서다가 저 앞으로 사관령이 올려다 보이는 평지길 끝머리 부분의 능선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지점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해본다.(08:23)

산행출발 1시간10분 만에 약 4.2km를 진행한 셈이다. 다소 빠른 속도였고 날씨와 큰 고도차 없는 수더분했던 길이었거니 생각했었는데 그 속도의 비결은 다름아닌 일일등반대장인 조동범님의 공이었다.
이번 회차부터 백호에서는 일일등반대장제도를 운영하기로 했고 그동안 수고해 주시던 한백기대장님께서는 그 뒤를 따르기로 한 것이다. 회원 모두가 대장의 고충을 이해하고 산행능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사실 산대장은 세심한 독도로 길잡이는 물론이려니와 선두에서 풀잎에 맺힌 새벽이슬을 떨구어 내는 일이며, 거미줄 걷이를 전담해야한다. 게다가 심설산행에서는 눈밭을 헤쳐나가는 러셀 또한 고스란히 대장의 몫이다. 단체산행에 있어서 대장의 위치는 그날 산행의 성패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오랜 경험과 결단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대원이나 대장은 모두 사람이기에 완벽할 수 없다. 따라서 정맥처럼 긴 산줄기를 이어갈 때 뜻하지 않는 실수와 난관이 따를 수 있다. 이때 대장의 결단력은 대원의 사기를 크게 좌우한다. 때론 대장의 지도력에 상처를 입고 팀 전체의 분위기가 크게 침체될 수도 있는 일이지만 대원모두는 대장의 뜻에 전적으로 신뢰를 해야만 팀의 화합이 가능하다.
이미 백두 대간을 비롯하여 낙남, 금남, 호남정맥을 두루 섭렵한 백호대원들인지라 모두에게 충분한 자질과 능력이 있다.

잠시의 휴식을 뒤로 하고 남서로 살짝 휘어 내려서는 길로 진입한다.(08:27) 완만한 내리막이후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서 이어지는 오름길 뒤로 사관령(士官嶺,782.3m)을 올라선다.(08:48) 사관령은 일반적으로 부르는 고개가 아니고 산정 고스락을 일컷는 이름이었다. 정상부는 폐헬기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지형도상의 삼각점이 있는 788.2봉은 서쪽 건너 잡목사이로 봉긋이 솟아 있었지만 확인해보진 않았다. 성법령갈림길인 709.1봉 헬기장에서 45분이 소요되었다.
그러고보니 이 일대의 지명에 선비 사(士)자가 들어가 있는게 특이하다. 서쪽 아래의 가사리(佳士里)며 가사령(佳士嶺), 사관령(士官嶺), 사감산(士甘山=침곡산)... 필시 선비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을 법도한데 그 유래를 알 수가 없다.
사관령에선 상옥일대가 더욱 또렷이 내려다 보이고 괘령산, 비학산으로 완만한 곡선을 긋는 하늘금이 제법 준걸한 품세를 갖추고 있다. 어쩌면 침곡산으로 이어지는 특징없는 정맥의 주능선보다 훨씬 기개있게 펼쳐져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사관령에선 방향이 왼쪽(남쪽)으로 급선회하여 내려서게 되고 줄곧 비학산일대을 좌측으로 두고 가게 되므로 다양한 각도로 비학산의 좌우 날개를 살펴보며 이어지는 길이다. 10여분 길을 재촉하여 산등성 밋밋한 부분으로 허름한 무덤 2기를 지나치고(08:57) 길은 완만하게 내려서고 있다.
발 아래로는 해묵은 낙엽들이 바다를 이루고 있다. 겨우내 지독스런 눈길만 밟다가 이런 낙엽 숲을 밟게 되니 세삼스럽기도 하거니와 스믈스믈 그 바다를 비집고 올라오는 향긋한 흙 냄새가 마치 꿈틀거리는 새싹들의 기지개처럼 살아 춤추는 생명의 소리로 들린다. 가세하는 산새들의 청량한 지저귐이 정맥의 봄을 부추키는 듯하다.
호기심에 겨워 연녹색 생명의 움틈을 확인하고자 스틱으로 낙엽더미 속을 헤집어 보지만 낙엽의 바다는 겹겹이 쌓여 끝내 그 속내를 보이지 않는다. 대신 봄의 화신인 산수유가 노란 몽우리를 손톱만큼 내비치고 있다. 슬쩍 코를 갖다 대 봤더니 역시 생강나무는 아니었다. 이제 몇 날만 지나면 화사한 산수유가 이 인적 뜸한 정맥길을 단장하고, 이어서 연분홍 진달래가 온 산하를 덮을 날이 멀지 않았음이다. 낙엽과 흙 냄새가 적당히 섞인 조화로운 길을 따라 내려서고 있다. 비록 이 내림 뒤에 오름이 있을지언정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너무나도 좋다.

언뜻 왼쪽 아래로 성법령 오르는 도로가 내려다 보이는가 싶더니 내리막길에서 "밀양박씨묘"를 지나친다.(09:02) 그 무덤에서 1분 정도 후에 가사리 독골마을과 왼쪽 도로로 내려서는 희미한 십자로가 나타난다.(09:04)
다시 4분 가량 오붓한 길을 이어 뚜렷한 능선 갈림길을 만난다.(09:08) 정맥길은 오른쪽 아래로 내려서야 하고 왼쪽(남동)으로 뻗은 능선은 성법리로 내려서는 길이다. 뒤돌아 본 사관령이 제법 높아 보이고 성법리일대의 피박골, 새일마을들이 그림처럼 내려다 보인다. 그 뒤로 비학산이 역시 유순한 날개를 펴 마을을 안온하게 보듬고 있다.
그렇게 평평하고 부드러운 능선이 내려서는 부분에 세월의 이끼가 다닥다닥 묻은 석물이 있는 "여강이씨묘"가 자리하고 있다.(09:20) 넓직한 무덤터는 역시 산꾼들에겐 쉬어가기 안성맞춤인 곳, 10분 간의 다리쉼이 있었고 다시 10분 후에 배실재 직전 봉우리(574.1m)에 올라선다.(09:41) 왼쪽 아래로 덕동일대가 넓게 펼쳐져 있다.
잠시 내려서던 길이 넓은 임도로 변하는가 싶더니 산자락 하나를 오른쪽으로 휘어돌며 떨어져 펑퍼짐한 안부를 이루고 있는 배실재에 이른다.(09:48) 왼쪽 덕동으로 이어지는 넓은 길이 있는 소나무 숲이 우거진 곳이다. 사관령에서 휴식시간을 포함하여 꼭 1시간이 소요되었다.

배실재에서는 진행방향이 남서로 살짝 꺽어지더니 야트막한 구릉지대를 따르는 길로 눈 높이 만큼 키를 세운 어린 잣나무와 잡목사이를 요리조리 비집고 나서는 길이다. 완만한 오르막이 끝나자 삼각점이 있는 492.4봉에 다다른다.(09:56) 삼각점은 이리저리 깨진 흔적이 있어 겨우 그 형태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492.4봉 지난 잘록이에서는 왼쪽 덕동과 오른쪽 내침곡마을을 있는 십자로가 완연하다.(09:59) 이후 길은 사정없는 된비알을 만나 팍팍한 오름의 연속이다. 한 바탕 땀을 쏟아 내고서야 겨우 바로 앞으로 628봉이 건너다 보이는 전위봉에 오른다.(10:16) 여기서 길은 오른쪽으로 꺽여 나가게 되고 이 지점은 침곡산 일주등산로로 갈라지는 길목이 된다.
왼쪽(남동)으로 이어지는 유순한 내림길이 바로 그것이다. 포항지역 근교산 매니아들이 기북쪽 용전지를 기준으로 하여 침곡산을 오른후 이곳 628봉을 경유하여 남릉을 타고 다시 용전지로 내려서는 코스이며 이른 바 침곡산 일주등산로, 찾는이가 드물고 지역 산꾼들만이 은밀하게 즐기는 코스인 셈이다.

10시24분 잠시의 휴식을 접고 바로 앞에 보이는 628봉을 향한다. 작은 둔덕봉 하나를 지나쳐 만나는 628봉에선 정상직전에서 왼쪽 옆으로 돌아 나가고 이어서 만나게 되는 잘록이 안부가 침곡재이다.(10:31) 오른쪽 바로 아래가 내침곡마을이고 왼쪽으로는 용전지 푸른 물과 넓은 임도길이 숲사이로 언뜻 모습을 내 비친다.
이후 올라선 능선상 양지바른 곳으로 "월성최씨묘" 2기를 지나치고(10:35) 좌우 내림길이 뚜렷한 4거리안부에 이른다.(10:42) 바로 앞으로 침곡산 전위봉이 만만치 않은 고도차로 다가선다. 15분 가량 된비알을 올라쳐 큼직한 바윗덩이가 멧부리를 지키고 있는 701.5봉에 오른다.(10:57) 바로 코 앞으로 침곡산 정상이 있어 단숨에 이를 것만 같았지만 8분을 더 소비하고서야 침곡산에 오른다.(11:05) 배실재에서 1시간 17분이 소요되었다.

침곡산(針谷山, 725.4m)은 대동여지도에 사감산(士甘山)으로 표시되어 있으며 처음 오른 이라면 다소의 실망감이 들 정도로 정상부는 두어 평되는 폐헬기장과 무명무덤이 있을 뿐 사방이 수목으로 인해 조망이 막혀있는 편이다.
하지만 낙동정맥에선 그래도 번듯한 제 명패를 내 걸고 있는 산이다. 서쪽 아래 죽장쪽 입암에서 이 산을 향해 뚫린 좁고 긴 바늘같은 골짝일대를 침곡리(針谷里)라 이르고 이에 연유하여 붙여진 산명으로 유추해 본다.
정상 서쪽 100여m 거리에 엇비슷하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봉우리가 있어 멋진 조망을 기대하고 나서 봤지만 이곳 역시 시원한 조망은 기대치에 못 미친다. 대신 침곡산 보다는 좀더 넓은 헬기장이 있고 그 한켠으로 헬기장 조성 후 남은 블록이 수북히 쌓여있다. 헬기장 옆으로 무덤이 있는 것조차 침곡산과 비슷한 형태지만 인적이 뜸한 곳이다.

11시48분, 침곡산 고스락에 두런두런 둘러앉아 이른 점심을 마치고 한티재를 향한다. 남쪽 내리막길 아래로 거대한 송전탑을 지나(12:00) 내려선 잘록이 안부에서 용전지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인 서당골재를 지나친다. 그리고 정면으로 꽤 높은 봉을 향해 10여분 가량 허거덕거리고 올라서서야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601봉에 이른다.(12:10)
왼쪽 아래로 기북 용전지의 전모가 드러난다. 이후 고개를 숙이던 내림길이 무덤1기를 지나치더니(12:14) 급비탈로 치닫고 있다. 그 내림이 끝날 즈음 무덤을 지나치면서 길은 밋밋한 안부 하나를 이어가고 있다. 이어 무덤 하나를 더 지나치게 되는데 무덤 10m 후에 좌우로 내려서는 내림길을 만난다.(12:19)
좌측은 용기리 우측은 감곡리로 내려서는 옛 고개지만 인적이 끊긴지 오래인 듯하다. 여기서부터는 오른쪽 벌목지대사이로 푸르름을 자랑하는 노송군락을 보며 올라서게 된다. 하얀 잔돌이 빼곡히 깔린 길을 힘겹게 올라서니 주위로 벌목을 해 놓은 무덤1기가 나타나고(12:25) 2분 가량 더 진행하니 쉬어가기 좋은 무덤2기가 산봉을 차지하고 있다.
오른쪽으로 능선 하나가 곁가지를 치고 있고 왼쪽 바로 아래로 기북쪽 용전지와 당곡지의 푸른 물빛이 투명하다. 돌이라도 던지면 "첨벙"하고 튀는 물방울이 보일 정도로 지척이다.

▶676.8봉의 산불감시초소-사방으로 조망이 시원하고 산불감시인이 상주하고있다.

이어지는 오르막을 한 고비 더 넘어서게 되니 좁은 등로엔 드릅나무가 지천이다. 잡목이 이리저리 비집고 나온 좁다란 골목같은 능선을 2분 가량 비집고 나서니 갑자기 전면이 뻥 뚫리는 676.8봉 산불감시초소가 나타난다.(12:38)
침곡산에서 50분이 소요되었다. 676.8봉은 죽장면, 기북면, 기계면이 맞닿는 삼면계 지점으로 오늘 구간에서는 최고의 전망대 역할을 한다. 왼쪽 저 건너 삿갓봉을 필두로 괘령산, 비학산을 이어 기계들녘으로 잠기는 유연한 스카이라인 뒤로 뭉글뭉글 운해가 포진하고 있다. 시계가 깨끗한 날이라면 푸른 영일만의 넘실대는 파도가 보일만도 하건만...
낙동정맥을 이어가는 운주산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그 오른쪽으로 아직도 허연 눈을 덮어 쓰고 있는 기룡산, 보현산, 면봉산 일대며 가까이로 봉화봉을 모두 한 눈에 볼 수 있다. 오후의 햇살을 받은 기북, 기계일대의 너른 평지가 은빛 물결마냥 찰랑거리고 있다. 고개를 빳빳이 치켜세운 준봉들이 허리를 굽혀 마을과 아우러져 하나가 되는 넉넉한 풍경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냥 늑장을 부리기에 충분한 조망들이다.
산불감시인이 파는 1.8리터짜리 고로쇠 수액은 순식간에 동이 나 버린다. "2000원 이면 엄청 싼거여!"
재천형님이 내민 수액을 한 모금 마셨더니 알콩한 맛이 그저 그만이다. 산행피로가 한꺼번에 씻겨 내려가는 듯하다.

13시00, 오랜 휴식을 뒤로 하고 산불감시탑에서 오른쪽으로 꺽이는 내리막을 미끌어져 내려온다. "가선대부 밀양박씨묘" 2기가 있는 곳을 지나(13:13) 좌우로 먹골과 감곡리일대를 보며 내려서는 길이다.
바위가 듬성듬성 돌출되어 쉬어가기 좋은 곳에 "밀양박씨묘" "월성김씨묘" 가 연이어 나타나는 422봉에 이르러서 또 엉덩이를 바닥에 붙인다.(13:27) 저 아래가 바로 한티재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여유롭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는 반드시 쉬어가야 한다는 의무감마저 든다. 무덤과 바위가 있는 422봉은 삼각점만 아니라면 그냥 스쳐 지나가는 내리막 능선의 일부라고 생각될 정도다.
422봉에서 5분 가량 내려오게 되면 솔가리가 소복소복 쌓인 평평한 능선길이 시작되고 예닐곱개의 무덤들을 연이어 지나치게 된다. 이쯤에서 간간이 차소리가 들리고 감곡리 못안마을이 손만 뻗으며 닿을 듯하다.

13시 38분, 좌우로 움푹 패인 경운기 길이 관통하는 먹재로 떨어진다.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줄곳 내리막이었다. 먹재 왼쪽 아래로 먹골 최상단 논배미들이 고개마루 가까이까지 올라와 있다. 바로 앞에 보이는 산봉이 인내를 시험하려는 듯 우뚝하게 솟아 보인다. 한 고비만 오르면 한티재에 다다른다고 생각하니 그래도 마음은 한결 수월하다.
산의 오르내림에서 재의 의미는 인생역정에 있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애환과 기쁨의 과정을 되풀이하는 대철칙이다. 아무리 크고 잘난 사람도 인생의 굴곡은 있는 법, 높낮이를 달리하는 산과 산의 연결은 오름과 내림의 연속이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네는 인내를 배우고 인생을 깨달아 가는가 보다.
마지막 산봉을 올랐을 때 최부근 부회장님의 한 말씀 "역시 쉽게 끝나는 법은 없구먼..."
저 아래가 바로 한티재, 내림길에서 "의성김씨묘"를 지나치자 이내 한티터널 상단 절개지 위에 서게 된다.(13:51) 마구잡이로 사면을 깍아 낸 한티터널의 허연 속살이 위태롭기 짝이 없어 애처로울 지경이다. 무시로 드나들며 아무 생각없이 지나치던 길이었건만 문명의 이기 뒤에 제 속살을 깍아 신음하는 산자락의 실체를 보는 것같아 한동안 가슴이 멍해 온다.

◀산행종착지인 옛 한티재
여기서 왼쪽으로 희미하게 난 길을 따라 수풀 속을 파고 들게 되면 한티터널 입구의 잔디공원으로 내려서게 되고 낙동정맥의 한티재는 10분 가량을 더 진행해야 한다. 터널 상단부를 지나 밋밋한 봉우리 하나에 올라서게 되니 키 큰 낙엽송이 도열해 있고 너른 무덤에 잘 가꾸어진 무덤1기가 나타난다.(13:57)  특이한 것은 검은 석물이 무덤 옆쪽으로 빗겨나  있는 점이다. 석물엔 아무개의 무덤이라 알리려고도 하지 않았다.
무덤을 지나면서부터는 갑자기 길이 흔적없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 기시덤불을 이리저리 헤집고 나서야 겨우 희미한 족적을 찾을 수 있었고 잡목사이를 비집고 나서니 넓직한 밭 가장자리 저 아래로 전봇대가 서 있는 한티재가 내려다 보인다. 찔레넝쿨을 달래며 내려선 한티재엔 산불감시용 타이탄 한 대가 외로운 고갯마루에서 조는 듯 옛길을 지키고 있다.(14:02)
676.8봉 산불감시초소에서 한티재까지는 약 1시간 정도가 소요되었고 이로서 온전한 산행을 마치게 된다.

한티재에서는 왼쪽 기계방면으로 내려서는 옛길을 따라 10분 가량을 더 내려서야 한티터널 휴게공원이 있는 잔디밭에 이르게 된다. 십수년전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이 길을 지나쳤던 기억들이 아스라한 낡은 필름처럼 떠오른다.
흙먼지 날리며 힘겹게 올랐던 길들은 한티터널이 뚫리면서 이젠 잡초무성한 잊혀져 가는 옛길로 그 흔적만을 세월 속에 묻어두고 있다. 우리네 어른들이 질곡한 애환을 가슴에 담고 넘나들었을 옛길을 따라 터벅터벅 걷노라니 저 앞으로 먼저 도착한 회원들의 오가는 막걸리 잔이 정겨웁기만 하다.
14시 11분, 한티재 휴게공원에 도착함으로 7시간 가량 소요된 가사령~한티재구간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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