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가는길

   
   
 
 

한티재-불랫재-운주산-이리재-오룡고개 ☞지도보기 

*일시:2003.3.6
*날씨:하루종일 비+눈(해발 400m 이상에서는 눈, 그 이하에서는 비)

*산행상세
한티재(07:00)-545봉(07:42)-영동권씨묘(7:51)-불랫재(08:26)-2000년제설 삼각점(08:39)-421.2봉 삼각점(08:58)-분성김씨묘(09:15)-운주산 직전 삼거리(09:55~10:07)-797.4봉(10:11)-4거리 갈림길(영전마을,인비리)(10:40)-돌무더기 봉우리(11:05)-이리재(11:32~11:55,중식)-614.9봉(봉좌산 삼거리)(12:36)-임도(13:21)-570.7봉 지나 도덕산 삼거리(14:05)-오룡고개(14:50)
=== 도상거리:17.5km, 총소요시간:7시간 50분 ===

*참가: 백호산악회 25명
한백기(등반대장), 최부근(부회장), 이경수(총무), 이병목, 김승현, 김재권, 김용배, 최호우, 박준희, 김진선, 이종택, 김지용, 정현근, 문무종, 전태환, 성기봉, 정홍조, 박성현, 장석태, 정하교, 조동범, 김성길, 박춘하, 정광수, 임상운(기록)

 

=== 눈,비와 함께 한 포항근교의 낙동정맥 운주산,봉좌산,도덕산 ===


이른 아침 창을 열자 구슬픈 봄비가 계절을 재촉하고 있다.
내심 걱정이다. 이런 비 속에 오늘 산행이 가능할런지...
그러나 골수 정맥꾼들은 내리는 비를 마다하지 않고 꾸역꾸역 지곡 메가마켓주차장으로 모여 들었고 차량은 예정대로 한티재로 향한다. 정상적인 계획이라면 오늘 산행은 낙동2구간으로 통리역-백병산-석개재 구간이지만 전국적인 비소식과 함께 긴급히 산행구간을 포항근교로 변경한 것이다.
요상하게도 백병산구간은 두 번에 걸친 계획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 지난 2월 20일에도 백병산구간을 목적으로 강원도 땅에 입성했지만 심한 강설로 태백 들머리인 신리재에서 차량이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곤경에 처하기도 했을뿐더러 하염없이 내리는 눈으로 인해 부득불 태백산을 잠시 오르는 외유(?)를 하기도 했었다.
정녕 백병산구간은 우리 백호인에게 인색하기만 한 건지...
▼운주산 직전 삼거리에서 잠시 휴식-포항근교에서 3월의 눈을 맞는 행운을 얻었다.
낙동정맥에서 가사령-한티재구간은 포항권역을 관통하는 구간이고 한티재 이후로는 영천,경주와의 경계를 따라 포항시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포항지역 근교산 매니아라면 이 구간의 전부는 아니라도 운주산, 봉좌산, 도덕산 일대를 안방 드나들 듯 하는 곳으로 우리에겐 상당히 친숙한 근교산이다.
한티재를 기준으로 서쪽 죽장, 영천방면으로 흘러드는 물은 자호천을 이루어 영천댐으로 모여들어 포항,영천 주민들의 식수원으로 사용될뿐더러 대구 금호강의 상류가 되고, 동쪽으로 흘러드는 물은 기계천을 이루어 형산강으로 모여들게 된다.

오늘 산행은 하루종일 눈비와 함께한 산행이었다. 고도 400m 이상에서는 눈이 내리고 그 이하에서는 진눈개비와 비가 시종일관 산꾼들의 친구가 된 셈이다. 짙은 안개로 시계는 불과 20~30 정도, 조망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따라서 이번 산행기록은 지난해 가을 포항시계구간을 종주하며 기록한 내용을 참고하여 부연설명을 하기로 한다.

06시 10분, 포항을 출발한 버스는 40분 만인 6시 50분 한티터널을 빠져 나온 지점에 멈춰 섰다.
여전히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형형색색의 판쵸, 우의, 우산등등 각자의 산행스타일에 따라 그런대로 우중산행이 준비되고 7시 정각 도로 건너편으로 난 한티재 오르는 임도를 따라 올라선다.
5분 가량을 올라서게 되면 옛 길은 고개를 이루고 있다. 여기가 옛 한티재로 죽장으로 통하는 한티터널이 생기기 전 이용되던 옛 길이다. 본격적인 낙동정맥 마루금에 접속한 셈이고 여기서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으로 난 밭뙤기 가장자리를 따라 올라서게 된다. 임도 건너편으론 자그마한 대밭이 형성되어 있다.

밭길이 끝나는 지점에 잘 가꾸어진 "달성배씨묘"를 지나치면서 길은 밋밋하게 올라서게 된다.
키 큰 낙엽송이 도열한 숲속길이고, 이른 아침의 짙은 안개는 마치 어느 전설의 고향에서 나올 법한 장면처럼 괴기스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잠시 오름길에서 숨을 고르는 사이 앞선 일행들이 안개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임도를 벗어난지 10여분후 밋밋한 오르막 이후에 작은 산봉 하나에 올라서게 된다.(07:15) 여기서부터 등로 주변엔 싸락눈이 제법 쌓여있고 비는 계속 주절주절 내리고 있다. 길은 어느샌가 가팔라지기 시작하더니 급한 오르막이다. 이 오르막이 끝나게 되면 왼쪽으로 허름한 무덤 1기를 지나쳐 100여m 후에 545봉에 이른다.(07:42)
한티재에서 40분 정도가 소요된 545봉은 포항시 죽장면, 기계면, 영천시 자양면이 만나는 산봉으로 낙동정맥이 포항시 경계종주구간과 합류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여기서 북서방향으로 밋밋하게 이어가는 능선은 601.1봉을 거쳐 도일교로 이어지고 정맥은 왼쪽(남쪽) 아래로 급하게 방향을 꺽게 된다.
어느 순간 내리던 비가 진눈개비로 변했는가 싶더니 이 지점쯤부터는 아예 싸락눈으로 내리고 있다.

남쪽 길을 이어 5분 거리에 잡풀 무성한 폐헬기장 하나를 지나친다.(07:47)
헬기장 바로 아래로 왼쪽 안심동과 오른쪽 중도일 마을로 내려서는 자그마한 안부를 지나친 후 봉우리 하나를 넘어선 내리막에 "영동권씨무덤"을 지나치게 된다.(07:51) 이 무덤을 지나치면서 길은 내리막으로 치닫게 되고 5분 만에 뚜렷한 사거리안부에 이르게 된다.(07:55) 왼쪽은 남계지가 있는 점말마을로, 오른쪽은 영천시 자영쪽 중도일로 내려서는 길이다.
이 안부에서 정면으로 높다란 봉우리가 나타나고 평상시 같으면 그 고도가 기를 죽이기에 충분하지만 안개는 그 고도감을 삼켜 버리고 있다. 안부를 지나 10분 만에 봉우리에 올라선다.(08:05)
길은 여기서 왼쪽으로 살짝 꺽여 나가게 되고 100 여m 가량을 밋밋하게 나서게 되면 주능선은 정면(남쪽) 방향으로 이어지게 되지만 이 지점에서는 오른쪽(남서)으로 급하게 떨어지는 사면길을 따라야만 불랫재 고갯마루에 내려 설 수 있다.
정면 능선길은 불랫마을 상단 임도로 떨어지게 되므로 조심해야 할 갈림길이다. 이후 마치 계곡으로 떨어지는 듯한 급사면 내리막을 10분 가량 내려서면 불랫재에 이른다. 불랫재로 내려서기 직전에서 약 7~8분 가량 선 채로 첫 휴식을 취한다. 이미 온 몸이 물에 빠진 생쥐꼴이고 신발 속까지 물이 스며들어 질퍽한 상태다. 이경수총무님이 권하는 귤 한쪽으로 간식을 대신한다. 휴식후 위태로운 절개지를 내려서 불랫재에 이른다.(08:26)

불랫재에서 남계리 방면으로는 사자상이 서 있는 잘 조성된 무덤터가 있다. 저 멀리 남동쪽으로 올라야 할 운주산능선이 꽤 멀리 보이고 고도감도 만만찮게 올려보이는 지점이건만 사위를 가리는 비와 안개만이 고갯마루에 자욱할 뿐이다.
불랫재! 다소 이국적인 어감이 가는 고개 이름이다. 4륜 구동차라면 고개마루까지 너끈히 올라올 수 있을 정도로 잘 닦여진 길로, 포항제철 건설당시 영천댐(자양호)의 물을 공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확장된 길이며 동쪽 아래 남계리 방면에 신라시대 절이 있어 부처가 오신다는 뜻에서 "불래(佛來)" 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과 이 재를 넘어가면 범과 같은 야수의 피해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불래(不來)" 란 뜻을 갖고 있다고도 한다.
또한 영천쪽에서 불을 내면 강한 서풍을 타고 잘록한 고개를 넘어 아랫마을쪽으로 번져 온다고 하여 화령현(火嶺峴)이란 이름도 갖고 있는 고개다. 동쪽 아래 남계지로 이어지는 골을 절터골이라 부른다
<포항시 역사와전통 참조>

청승맞게 비내리는 불랫재를 뒤로 하고 건너편 숲을 파고드니 제법 가파른 오름길로 이어진다. 잠시 올라선 이후로는 평탄한 능선길을 지나치게 되는데 그 끝머리쯤에 2000년 제설한 반듯한 삼각점이 나타난다.(08:39) 지형도에는 표시되지 않은 삼각점이다.
삼각점을 지나 5분 가량 내려서게 되면 나타나는 허름한 무덤 1기에서 20m 가량 더 내려서면 사거리 갈림길이 있는 상도일 안부를 지나친다.(08:44) 오른쪽 아래로는 상도일, 왼쪽으로는 남계리에서 불랫재 오르는 임도로 내려서는 길이다.
이후 작은 봉우리 올라서는 길 오른쪽 아래로 상도일마을이 내려다 보이고 그 중 파란지붕의 가옥이 유별나다.
별 특징없이 그저 밋밋한 둔덕을 이룬 434.5봉을 지나치면서부터 길은 평평하게 이어지고 잠시 고개를 숙인 후 올라서는 봉우리가 421.2봉이다.(09:15) 421.2봉은 주등산로에서 왼쪽으로 살짝 벗어나 있지만 불과 2~3m 만 잡목을 헤치고 올라서면 1978년 제설된 삼각점을 찾을 수 있다. 정수리부는 몇 그루의 나무를 잘라 놓긴 했지만 잡목이 들어찬 상태이고 북동방면으로 흘러 내리는 지능선을 따라 불랫마을로 연결되는 희미한 족적도 있는 상태다.

421봉을 지나 3분 거리로 작은 산봉 하나에 올라서게 되는데 능선이 두 갈래로 갈라지고 있다. 여기서는 왼쪽 능선으로 접어 들어야 한다. 이후 솔옷한 오솔길을 따라 나서는 길이며 468.5봉을 올라서기 직전으로 왼쪽으로 넓은 우회로가 있고 대부분의 정맥표지기들이 이 468.5봉 우회로를 따라 길을 안내하고 있다. 468.5봉을 지난 오름길 도중 "분성김씨묘"를 지나치고(09:15) 길은 본격적인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운주산이 가까워짐에 따라 눈발은 제법 굵어지고 발목까지 잠겨드는 적설과 웅웅거리며 마른 나목을 흔드는 바람소리가 한겨울산행을 방불케 한다. 분성김씨묘를 지나 15분 후에 봉우리 하나에 올라서고 다시 10분 가량을 더 올라서서 운주산 전망바위 옆을 통과한다.(09:30)
이 전망바위는 주능선에서 왼쪽으로 20m 정도 빗겨서 있으므로 자칫 놓치기 쉽기도 하려니와 정맥꾼들은 시간에 쫒겨서라도 둘러 볼 여유가 없겠지만 맑은 날이라면 한번쯤 들러서 지나온 능선을 돌아보는 맛은 호방하기 그지없는 곳이다. 내연산 향로봉을 비롯하여 포항근교산이 대부분 어림되고 통점재에서 가사령, 침곡산, 한티재로 이어지는 정맥 마루금의 흐름을 살펴 볼 수 있는 곳이다. 오늘같이 눈내리고 시계가 한정된 날씨 속에서는 전망바위에서의 조망이 불가하므로 그대로 오름길을 계속 이어 나간다.

전망바위 뒤쪽 폐헬기장이 있는 봉우리(713.2m)를 우측 옆으로 살짝 빗겨 지나치게 되면 곧바로 왼쪽 안국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하게 되는 넓은 안부를 지나치게 되고 또다시 시작되는 비탈길을 올라서게 되면 운주산 직전 삼거리에 이른다.(09:55~10:07)
▼산행중 잠시 간식시간을 갖는 정홍조님, 조동범님-박춘하 후미대장님의 우산이 이색적이다.
여기서 왼쪽 오름길이 돌탑이 서 있는 797.4봉으로 낙동정맥 마루금이다. 정면으로 비스듬히 산허리를 트래버스하는 길은 지방산객들이 운주산 오르는 지름길인 셈이다. 여기서 797.4봉까지는 불과 3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는 짧은 거리다.
이 지점에서 잠시 쉬어간다. 어느사이 눈발은 더욱 굵어져 이젠 아예 함박눈으로 변해있다. 적설량도 20cm는 족히 될 성싶다. 잠시의 휴식을 뒤로 하고 797..4봉을 통과한다.(10:11)
797.4봉은 영천시 자양면, 임고면, 포항시 기계면을 가르는 분기점이고 운주산(806.2m)은 여기서 남쪽으로 불과 200m 정도, 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지만 정맥마루금에서는 벗어나 있다. 고스락부는 항상 구름이 머문다고 하여 운주산(雲住山)이라고 지형도에 표시되어 있지만 안내판에는 "雲柱山"이라 표기해 두었으며 설명 또한 멀리서 보면 구름을 받치고 있는 기둥같이 보인다고 적혀있고 포항근교산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산이기도 하다.
만약 정맥길에서 운주산을 들러 보았다면 다시 돌탑이 있는 797.4봉으로 돌아올 필요없이 도중에 이 봉우리 아래에 있는 커다란 무덤(근위장군 합장묘) 앞을 가로지르게 되면 다시 정맥과 합류하게 된다. 운주산은 일행 대부분이 자주 찾았던 산이라 들르지 않고 곧장 동쪽으로 난 마루금을 이어간다.

운주산 오름길에서 잠시 화~안~한 미소를 지으며 포즈를 취하는 전태환님▼
 

10여분 후 왼쪽 아래로 안국사 내림길을 지나쳐 다시 5분 거리로 너럭바위를 지나치게 된다.(10:25) 이곳 주능선은 큰 굴곡없이 편안하게 이어지는 길로 운주산 메인등로라 할 수 있으며 여름이면 솔옷한 숲길이 그늘을 제공하고 가을이면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는 재미가 솔솔한 길이건만 오늘은 그 길을 소복히 덮고 있는 눈길을 따라 가고 있는 것이다.
주등산로는 평지성 능선이 끝나는 687봉 직전에서 오른쪽사면을 지그재그로 잠시 내려서게 되고 왼쪽 인비리와 오른쪽 운암사가 있는 영전마을로 내려서는 잘록이 안부에 이른다.(10:40) 797.4봉에서 30분 가량을 지나왔다.

이어지는 마루금은 정면으로 보이는 높다란 617봉을 넘어서게 되지만 표지기들이 오른쪽사면을 타고 우회하는 길로 안내하고 있다. 힘겹게 617봉을 다시 넘어야 하는 발품을 피해 우회로를 따르기로 한다.
만약 별 특징없이 그저 밋밋한 민둥봉을 이루고 있는 617봉에 오르게 된다면 정면으로 난 동릉으로 빠져들어 인비리쪽으로 내려서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617봉에선 남쪽 아래로 내려서야 하고 617봉 근방에는 족적이 거의 없는 상태다.
4거리 안부에서 617봉 우회로를 따라 5분 가량 나서면 다시 주능선과 합류하게 되고 이 지점 바로 아래에 무덤1기(월성최씨묘)를 통과하게 된다.(10:45)
이후 평탄한 능선을 따라 20분 가량 진행하게 되면 왼쪽 아래로 급사면을 이루고 있는 능선 날등을 지나쳐 약간의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작은 봉우리에 이른다.(11:05) 얼마전까지만 해도 돌탑이 쌓여져 있었는데 어느 몹쓸 인간이 무너뜨린 것인지? 이 돌무더기가 있는 근방으로 왼쪽 아래로는 급준한 절벽지대를 이루고 있는 지역이다. 왼쪽 아래로 너른 기계들녘과 포항시가지 너머로 영일만 일대가 시원스런 조망을 제공하는 능선날등이지만 짙은 안개는 모든 것을 감춰 버리고 있다.

돌탑이 무너진 봉우리에선 5분 거리에 자그마한 바위가 올라 앉아있는 621봉을 지나치게 되고 여기서 정면으로 100여m 정도 나서면 능선이 오른쪽으로 살짝 꺽여 나가게 되는데 이 지점에서는 왼쪽 아래 가파른 사면길로 떨어져야 한다. 그 가파름이 잠시 밋밋해지는가 싶더니 무덤 1기를 지나치자 이내 절개지를 내려서는 이리재에 이른다.(11:32~11:55)
이리재는 포항쪽 기계면 봉계리와 영천쪽 임고면 수성리를 연결하는 고갯길로 영천쪽은 포장이 된 상태지만 포항쪽은 재 못미쳐 약 2km 정도가 비포장 상태이며 2003년 7월까지 지역균형개발을 위한 확포장공사가 진행 중이다. 바로 아래로 포항-대구간 고속도로인 기계터널공사가 진행중이건만 굳이 확포장공사를 필요로 하는 건지 의문스럽기도 하다.
운주산 일대에서 만났던 눈발은 또 어느샌가 주절주절 내리는 비로 변해있다. 이리재 오른쪽 넓은 공터로 올라가 점심식사를 한다. 이미 온 몸이 흠뻑 젖은 상태라 영 개운치가 않다. 온 몸으로 비를 받아내며 가진 짧은 식사시간 동안 체온은 떨어져 한기를 느끼기에 충분한 기온이다. 일기가 불순할 경우는 이곳 이리재에서 산행을 종료하기로 계획했었지만 먼저 식사를 마친 선두그룹은 벌써 저만치 봉좌산 오르는 숲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예정대로 오룡고개까지 진행하기로 결정된 모양이다.
◀이리재 옆 공터에서 비 맞으며 점심식사
최부근 부회장님은 마냥 즐겁다오...

11시 55분, 식사를 마치고 잠시의 여유도 없이 비를 피해 다시 남동쪽 산록을 파고든다.
팍팍한 오름길을 따라 12분 가량 숨을 헐떡이는 사이 416.8봉에 이른다. 길이 잠시 평평해지며 한고비 올라선 듯 했지만 오름길은 그 경사도를 더해가고 있었다. 식사 직후라 숨은 연신 턱까지 차오르고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다.
몇 번이나 선 채로 숨을 고르기를 여러 차례...
그렇게 힘겹게 40분 가량을 올라서서야 겨우 봉좌산 직전 삼거리인 614.9봉에 올라선다.(12:36)


이 지점은 포항, 경주, 영천이 맞닿는 곳으로 정맥마루금이 포항땅을 벗어나 경주와 영천의 경계를 따라 나서게 되며 중요한 갈림길이다. 몇몇 정맥표지기들이 오른쪽 아래로 떨어지는 능선 갈림길에 걸려 있지만 남진하는 정맥꾼들은 가끔 여기서 뚜렷하게 능선이 이어지는 봉좌산쪽으로 접어들어 원치않는 알바를 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맥 갈림길은 그 정점이 614.9봉 정수리가 아니라 봉우리 10m 정도 직전에 있다. 따라서 높은 곳을 향하는 정맥꾼의 오랜 습성은 끝내 이 614.9봉을 올라선 후 또렷한 주능선을 이어 봉좌산까지 길을 잇게 된다. 또한 25,000 이나 50,000 지형도에는 봉좌산이 표기되어 있지 않으므로 봉좌산을 614.9봉으로 착각하여 헷갈리기 십상인 곳이다.
하지만 봉좌산은 여기서 동쪽 10분 거리에 있으므로 일부러라도 들러보면 좋을 법하다. 사통팔달 조망이 트이는 봉좌암에 선다면 가슴이 후련해지는 것을 느낄만큼 시원한 전망을 제공하는 곳이다. 물론, 오늘처럼 눈, 비가 번갈아 내리는 기후조건이 아니라면...

어쨋든 이 봉좌산 직전 삼거리인 614.9봉에서 오른쪽 아래로 떨어지는 급한 내리막을 지나치게 되면 잠시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게 되고 다시한번 올라서는 봉우리가 541.8봉이다.(12:50)
541.8봉 이후로는 밋밋한 길로 이어지고 정면으로 보이는 봉우리 하나를 오른쪽 사면을 타고 애돌아 나간 후 올라서게 되는 작은 봉우리엔 왼쪽 아래로 무덤 1기가 자리하고 있다.(12:58) 15분 가량 더 나선 후 또다시 작은 산봉 하나를 넘어(13:12) 내려서게 되면 넓은 임도에 이르게 된다.(13:21) 봉좌산 직전 삼거리에서 이곳 임도까지는 4개의 봉우리를 지나친 셈이고 임도까지는 45분 가량이 소요되었다. 만약 이 길을 늦은 가을에 걷게 된다면 온통 낙엽의 바다를 이루는 곳으로 무릎까지 빠져드는 낙엽을 헤쳐나가는 재미가 가히 환상적일 만큼 멋진 곳이다.

이 임도길은 왼쪽아래 안강 옥산서원 상단 도덕암으로 이어지는 차도길을 계속 따라 오르는 도토골에서 올라오는 길로 산허리를 구불구불 올라와 정맥 마루금을 관통하여 오른쪽 삼포리 윗수홍마을로 넘어가는 길이다. 도덕산과 도토골을 잇는 주등산로로 이용되었던 길이지만 채석장 발파작업으로 인해 한때 출입이 금지되기도 했던 곳이다.
혹자는 이 임도를 배티재라고도 한다. 하지만 지형도상의 배티재는 도덕산 이르기 전의 570.7봉을 지난 희미한 안부에서 오른쪽으로 급하게 떨어지는 정맥 갈림길로 표기되어 있는데 도저히 고갯길이라고는 판단할 수 없는 곳으로 지형도의 오류가 아닌가 생각된다. 실제 배티재는 이 임도의 오른쪽 저 아래로 도덕산과 천장산(694.8m)의 잘록이 지점으로 삼포리 윗수홍마을과 수성리 안골마을을 넘어가는 임도 고갯마루를 이르는 지명이라 한다.

임도를 따라 50m 가량 진행하여 임도 왼편으로 올라서는 산자락으로 올라 붙는다. 오른쪽 영천방면으로는 최근에 간벌한 흔적이 있는 민둥사면을 이루고 그 아래로 구불구불한 임도길이 내려가고 있다. 어느 사이 비는 진눈개비로 변해있다.
임도를 지나 25분 가량 오름길을 이은 후 겨우 봉우리 하나에 올라서고(13:45) 잠시 길이 밋밋해 지는가 싶더니 또다시 20여분 가까이 마지막 힘을 소진하고서야 겨우 570.7봉에 올라선다.(14:05)
봉우리 왼쪽으로는 무덤 1기가 자리하고 있다.
이후 30m 가량을 더 나서게 되면 지형도상에 배티재라고 표기된 지점으로 정면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반석바위를 지나 도덕산(703.1m)까지 약 15분 가량 발품을 더 팔아야 한다. 낙동정맥은 여기서 오른쪽 급사면으로 한없이 떨어져 오룡고개로 이어진다.

내리막 길은 잔돌들이 급사면으로 이리저리 깔려 있고 눈까지 덮여 있는 터라 미끄럽기도 하거니와 한발 한발 내딛기가 여간 조심스럽지 않은 길이다. 산행 후반부로 접어든 무릎에 무리가 갈 수 있으므로 조심조심 내려간다.
왼쪽,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짧은 너덜지대를 내려서기를 25분, 돌길이 끝나고 다소 완만해지는가 싶더니 왼쪽으로 무덤 2기를 지나치게 되면서부터 오롯한 소나무 숲길이 전개되기 시작한다.(14:30) 분위기 좋은 솔숲사이를 5분 가량 나서게 되니 넓은 임도를 만난다.(14:36)
이 임도를 30m 가량 따르게 되면 정면 능선방향으로 숲길이 또렷하게 나 있지만 정면 숲길은 미룡마을로 곧바로 떨어지게 되므로 이 지점에서는 오른쪽으로 꺽이는 임도를 따라 나서야 한다. 임도길 20m 후에 잘 가꾸어진 "경주이씨무덤" 2기가 있는 곳을 지나치며 산허리를 살짝 휘어 돌게 된다. 왼쪽 저 아래로는 미룡마을의 천수답이 층층이 내려다 보이고 그 아래로 차도가 있다.

무덤2기를 지난 지점에서 6분 가량 임도를 따르다가 임도가 왼편으로 꺽어드는 지점에 이르러서는 정면으로 난 밭길 오른쪽 가장자리로 진행해야 한다. 밭길 가운데쯤에서 오른쪽 숲길로 들어서는 길이 있지만 무시하고 직진한다.
밭이 끝나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넓은 임도가 시작되는데(14:45) 이 임도를 따라서 오룡고개로 내려설 수도 있고 정면 숲으로 진행해도 무관하다. 정면 숲길을 파고들게 되면 "벽진이씨무덤"이 나타나고 무덤 오른쪽 솔숲사이로 다시 들어서면 20m 간격으로 월성이씨무덤 2기씩 있는 곳을 차례로 두 번 지나치게 되고 마지막으로 만나는 무덤 바로 아래가 오룡고개 상단 절개지이다.
무덤 앞에서 배수로를 따라 내려서게 되면 또다시 넓은 임도와 접하게 되고 고경면에서 관리하는 산불감시초소 옆이 오룡리와 석계리를 연결하는 2차선 포장도로인 오룡고개에 이르게 된다.(14:50)

오룡고개에 이르기 5분 전부터 엄청나게 많은 무덤군을 지나치게 되지만 임도에서는 오른쪽으로 치우치면서 고갯마루 부근을 겨냥하여 내려오게 되면 마루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이리재에서 불과 몇 분 차이로 먼저 출발했던 선두그룹이 14시 경에 이 고갯마루에 도착했다고 하니 겨우 6km의 거리에 무려 50분 가량이나 시간차가 벌어진 셈이다. 등반대장을 비롯한 선두그룹 일행들은 아마도 산을 훨훨 날아다니는 준족 이상임이 틀림없으리라.
산행종착지인 오룡고개에서도 비는 그 기세를 꺽지 않고 오뉴월 장마처럼 줄기차게 내리고 있다.
포항으로 돌아 오는 길, 석계리로 흘러드는 하천이 온통 황토빛이다. 시티재 아래 "안강 할매고디탕" 집에 들러 별미 고디탕으로 이른 저녁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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