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가는길

   
   
 
 

오룡고개-시티재-어림산-마치재-한무당재 ☞지도보기 ☞낙동15구간 사진모음

*일시:2003.11.14
*날씨:맑음

*산행상세
오룡고개-(1시간45분)-시티재-(1시간42분)-야수골안부-(52분)-어림산-(30분)-마치재-(1시간23분)-한무당재
오룡고개(08:15)-368.4봉(08:27)-407봉(08:34)-골말안부(08:40)-삼성산 삼거리(굴)(09:00)-521.5봉(통정대부월성이씨묘)(09:02~07)-349.8봉(09:47~50)-시티재(안강휴게소)(10:00~10:05)-송신탑(10:19~10:27)-호국봉(340m)(10:37)-382.9 돌탑봉(10:42)-철조망시작(11:07)-철문안부-함석움막(11:08~11:17)-철조망 90도 꺽이는 갈림길(11:20)-참봉경주이씨묘(11:28)-야수골안부(11:47)-봉우리(중식)(11:57~12:20)-송전탑(12:35)-어림산(13:02~13:15)-효자비가 있는 무덤(13:17)-돌무더기봉(13:25)-마치재(13:45~13:51)-옛고개(13:59)-임도(14:19)-남사봉(470m)(14:32~14:44)-시멘트길(14:52)-청석골안부(15:15)-한무당재(15:27)

*기타:오룡2리 마을회관-(1.5km, 20분)-오룡고개

*도상거리:17.5km(정맥)+1.5km(접근로)=19.0km
*총소요시간:7시간 32분(순보행-6시간 12분)

*참가: 백호산악회 26명
최부근(부회장), 한백기(등반대장), 이경수(총무), 김상일, 이병목, 정길영, 김지용, 정현근, 이종택, 주영기, 정홍조, 박종덕, 조동범, 이재천, 임상운, 김승현, 김진선, 신용호, 정태영, 김흥태, 성기봉, 송인철, 이경모, 김용배, 김재권, 임기성

 


 

=== 가을의 끝자락을 향한 1막 3장의 무대 위에서  ===


연속 5일째 청승맞은 가을비가 내린터라 내심 산행당일의 일기를 걱정했었건만 다행히도 화창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지난번 구간 질고개~가사령까지 내려섰지만 이번에는 가사령~한티재~운주산 구간을 훌쩍 뛰어넘어 오룡고개에서부터 산행이 시작된다. 이미 지난 3월 백병산구간의 폭설로 인해 포항근교쪽 정맥구간을 미리 답사했던 관계로 마치 축지법이라도 쓴 양 벌써 오룡고개라니...
눈비와 함께했던 운주산구간이 마치 빛바랜 추억의 앨범을 들쳐내듯 아련했던 기억 저편 너머에서 새록새록 떠 오른다. 이번 구간은 크게 높은 산봉은 없는 편이고 마치 야산지형을 타듯 잦은 오르내림이 있는 방면, 그리 큰 표고차를 보이지는 않는 편이고, 도중에 시티재, 마치재를 넘어서게 되므로 연극으로 치면 1막 제3장까지 있다고 할 수 있다.

들머리인 오룡고개까지는 포항에서 접근거리가 가장 짧아 차량이동시간도 30분 정도면 너끈한 거리다. 백호산악회도 대외적인 환경의 변화로 이번 회차부터는 낯설게 느껴지는 삼성관광차량을 이용하게 되었다. 내부적인 IMF를 겪는다고 해야하나? 어쨋든 시티재 못미쳐 하곡에서 우회전한 버스가 힘겹게 마을길을 곡예하듯 이어가는가 하더니 성산저수지가 끝날즈음 딱 멈춰서고 만다. 이유인 즉슨, 오배마을 저수지상단 계류를 넘어서는 지점이 공사중이라 대형버스가 통과할 수 없음이다. 예정에 없던 어프로치구간이 약1.5km가량 생긴 셈이다.

07시55분, 오배마을에서 오룡고개를 향한다. 오배마을은 성산저수지 최상단에 있는 마을로 "일신정" 들머리를 알리는 표석을 뒤로 하고 몇 걸음 걷지 않아 "누에치는마을 오룡 2리" 입간판이 세워진 마을회관 앞을 지나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 서게 된다. 오룡리는 삼성산(三星山 578.2m), 천장산(天掌山, 694.8m), 도덕산(道德山, 702.6m), 자옥산(紫玉山, 562m)이 옹위하고 있는 요새처럼 생긴 지형으로 한국의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이미 황량해진 들판 언저리로 까치밥만 남겨둔 감나무 몇 그루가 깊을대로 깊어진 가을의 끝자락에 서서 스산하게까지 느껴진다. 20분 보너스 발품 끝에 오룡고개 정수리에 올라선다.

08시 15분, 고갯마루 왼쪽 밭 가장자리를 따라 2분 정도 나서면 만나게 되는 무덤 2기를 지나치면서 소나무 숲사이로 들어간다. 초입부는 마치 배수로처럼 움푹 패여들어간 고랑같은 길을 따라 오른다. 10여분 꾸준히 올라서면 잔돌들이 듬성듬성 박혀있고 삼각점이 버티고 서 있는 368.4봉이다.(08:27) 이 봉우리를 지나서도 길은 계속되는 오르막을 이어간다.
기온이 많이 떨어진 탓인지 앞선 일행의 입김이 숨을 몰아 쉴 때마다 뽀얗게 번져 나온다. 등줄기에 땀이 촉촉하게 베어들 즈음 별 특징없는 407봉에 올라선다.(08:34)
봉우리를 넘어서자 길은 내리막이다. 407봉 20m 아래로 "경주이씨묘지"가 있다. 바로 앞으로 삼성산이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이 제법 풍채가 그럴 듯해 보인다. 능선 오른편 건너로 산자락을 파헤친 석계리 채석장의 하얀 속살이 건너다 보이고 채석작업을 하는 둔탁한 기계음이 골짜기 아래에서 올라온다.
왼편으로는 도덕산, 자옥산이 아침해를 머리에 이고 검게 건너다 보인다. 2분 후 "김해김씨묘역"을 지나자 길은 사정없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애써 올라온 표고를 단숨에 원점으로 돌려 놓는 듯하고 그럴수록 삼성산은 높아만 간다.

▼삼성산 삼거리를 지나면 저 건너로 시티재가 어림되고 고경면 일대는 옅은 안개에 쌓여있다.
08시 40분, 좌우로 내려서는 길이 뚜렷한 골말안부까지 떨어져 내린다. 좌로 오룡리 골말과 우로 삼포교가 있는 삼계마을을 넘나들던 옛길로 오룡고개쪽으로 도로가 나기전까진 제법 통행이 빈번했을 법하다.
십자로안부를 지나 봉분이 펑퍼짐한 무덤을 통과하자 곧바로 빽빽한 소나무 숲길로 빨려든다. 숲속길이 어둑어둑하다. 길은 이내 떨어졌던 만큼 가파르게 올라선다. 그저 나지막한 야산지형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건만 오를수록 더 빳빳하게 고개를 쳐 들고 있는 된비알이다.
안부를 지나 15분 가량 치고 오르던 길이 제풀에 지쳤는지 슬며시 오른쪽 산허리를 돌아 나선다. 삼성산을 정면에 두고 오른쪽으로 애돌아 나가던 길이 능선마루에 올라선다.(09:00) 능선에 올라서기 직전으로 왼쪽에 입구가 1m 정도되는 동굴을 만난다. 호기심에 고개를 들이밀자 양쪽으로 갈라지는 통로가 있다. 만약, 동굴입구를 나뭇가지로 가린다면 훌륭한 은신처가 될 수 있는 곳이다.

올라선 능선마루는 정맥이 삼성산으로 갈라지는 삼거리 지점으로 삼성산은 정맥에서 북동방면으로 700~800m 가량 떨어져 있다.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 나선다. 이제부터 정맥은 날머리인 한무당재에 이르기까지 줄곳 영천과 경주의 경계를 가르며 진행하게 된다.
능선길 2분만에 갓비석과 망주석이 서 있는 "통정대부월성이씨" 무덤이 있는 521.5봉에 이른다.(09:02) 무덤 바로 앞으로 삼각점이 있다. 무덤을 지나면서는 또 내리막의 시작이다. 오름 뒤엔 언제나 내리막이 있는 것이 산길이고 우리네 인생살이에 비유된다 하지만 좀 심하다 싶을 정도의 오르내림이 급하게 반복된다.
521.5봉에서 4분 정도 거리로 있는 무명무덤을 지나면서(09:11) 길은 완만한 내림길이다. 왼편으로 금동지로 흘러드는 깊은 계곡 건너로 삼성산을 끼고 나선다. 채석장 돌 깨는 소리가 더욱 가까이 들리고 저 앞으로 시티재 너머의 고경면 일대가 나즈막히 깔린 안개속에 몸을 숨기고 있다. 비록 낮은 산이지만 골짝골짝을 메운 운무의 행렬은 소리없는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

349.8봉에서 건너다 보이는 무학산(오른쪽)과 호국봉(왼쪽) 그 사이로 어렴풋이 인내산이 솟아있다.▼

정맥을 옹위하는 삼성산 능선을 바짝끼고 나서는 특징없는 길이 한동안 이어지더니 봉우리 왼쪽 아래로 무덤 1기가 있는 산봉 하나를 넘어선다.(09:30) 15분 후 꾸준한 오르막 끝으로 정상부에 무덤이 있는 또다른 산봉에 올라섰다.(09:45) 처음엔 이곳이 349.8 봉인가 하여 삼각점을 찾아 두리번거렸건만 이곳은 363봉이고 건너편 봉우리가 349.8봉 이었다.
09시 47분, 폐안테나와 "여강이씨묘"가 있는 349.8봉에 올라섰다. 삼각점은 무덤 오른쪽 앞 풀밭에서 어렵사리 찾아냈다. 이제 시티재를 질주하는 차소리가 지척이다.
남서쪽 건너로 무학산(舞鶴山, 440m)이 독립봉처럼 솟아있고 그 왼편 뒤로 인내산(534m)이 구름 속에 봉긋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가야할 저 정맥의 능선이 참으로 멀게만 보인다. 무학산은 산경표에 있는 낙동정맥의 산이라고 이총무님이 넌지시 일러주신다. 아마도 예전엔 이 근동에서 삼성산. 어림산보다는 무학산이 더 명성을 안고 있었던 모양이다.

09시 50분, 349.8봉 여강이씨무덤 왼쪽 앞으로 난 내리막을 급하게 타고 내린다. 시멘트로 만든 교통참호를 훌쩍 뛰어넘어(09:53) 잠시 내려서면 무덤 6~7기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안강휴게소 뒤편이고 곧이어 휴게소 광장이다.(10:00)
안강휴게소 광장을 가로질러 오른편 고갯마루가 시티재다. 시티재(195m)는 식량과 상품을 운반하는 마소의 등에 실린 시티다발에 유래한 이름이며, 안강~영천으로 통하는 4차선 국도로 교통량이 많은 곳이다. 오룡고개에서 시티재까지는 대략 1시간 45분이 소요되었고 이로서 연극 1막 1장은 막을 내린 셈이다.
고갯마루에는 옛 2차선 국도의 흔적이 남아있는 정자나무를 중심으로 한 일방통행로가 남아있어 예전 이 고개를 힘겹게 오르내리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고보니 고갯마루 오른편으로 낙동정맥을 알리는 표지가 하나가 나풀거리고 있다. 지형도를 가만히 살펴보니 349.8봉에서 무덤 우측으로 내려서야 했는데 곧장 내려섰고 결국 정맥을 약간 빗겨 내려왔던 것이다. 대다수의 표지기들이 그 길로 안내했던 탓이기도 하다. 역주행시에는 고개를 곧장 건너기 때문에 들머리 찾기가 쉬울 것이다.
◀옛 2차선 국도의 흔적이 남아있는 시티재

10시 05분, 질주하는 차량이 뜸한 틈을 타 잽싸게 도로를 건넌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1막 2장의 무대위로 오른다.
영천, 경주를 가르는 이정표가 있는 절개지를 올라서자 능선은 우측으로 슬쩍 꺽여 나간다. 잠시 후 등로 오른편으로 무덤 3기가 나타나며 본격적인 오르막이다.(10:09) 11월도 중순이건만 무덤 앞에 핀 보라색 들꽃이 황홀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고 우매한 돌팔이는 그 이름을 불러주지 못해 안타깝다.
6~7분 가량 허거덕거리며 올라선 후 무덤 1기를 하나 더 지나치자(10:16) 오름은 끝나고 평탄한 능선이 시작된다. 이 일대로는 키 작은 잡목을 잘라내 키다리 참나무들만이 숭숭 뚫린 하늘은 받치고 서 있다. 바로 앞으로 송신탑과 382.9봉이 뾰족하게 건너다 보인다. 무덤 지나 3분 만에 "한국통신프리텔 대구본부"라고 적힌 송신탑과 건물이 있다. 송신탑 앞으로 고경쪽 새터마을에서 올라오는 듯한 시멘트길이 잔뜩 낙엽을 덮어쓰고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아침허기를 달래는 사이 홍일점 아가씨가 배를 권한다.

10시 27분, 10여분 휴식 끝에 송신탑을 뒤로 하고 호국봉을 향한다. 완만한 오름길을 10분 나서자 "호국봉(護國峰, 340m)" 를 알리는 하얀 팻말이 땅에 박혀있다.(10:37) 이 일대는 6.25 당시 치열한 낙동강 방어선의 최대 격전지였던 안강전투가 있었던 곳이고 오른쪽 산자락 바로 아래로 영천호국원이 있어 호국용사들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호국용사묘지가 조성되어 있다. 따라서 호국원이 들어서면서 새로이 호국봉이란 이름을 붙인 듯하다.
호국봉에서 200m 가량 더 진행하면 가슴높이까지 쌓인 돌탑이 있는 382.9봉이다.(10:42) 지형도에는 삼각점이 표시되어 있지만 돌탑 아래에 묻혔는지 보이지는 않는다. 돌탑봉을 지나면서부터는 오른쪽 저 아래로 고경저수지가 시야가 확보될 때마다 언뜻언뜻 모습을 보인다. 왼쪽 방면으로도 일명 딱실못이라고 부르는 하곡지와 안강일대의 너른 평야지대가 아스라히 펼쳐져 볼거리를 제공한다.

돌탑봉에서 7분 가량, 고도 70~80m 정도 떨어지게 되니 밋밋한 안부에 이른다.(10:49) 오른쪽 바로 아래로 고경저수지가 아주 가까이 근접해 있고 돌이라도 던지면 "풍덩" 소리가 들릴만큼 지척간이다. 고경저수지는 낚시꾼 사이에는 파계지(巴溪池)로 불리는 저수지로 돌탑봉을 지나면서 약 30분 가량 정맥과 나란히 진행하며 마치 뱀처럼 좁고 길게 이어진다.
완만하게 이어지던 길이 제법 가파르게 올라서자 능선마루에 접속하게 되고(11:02) 정맥은 오른쪽으로 꺽어 나간다. 5분 가량 나서자 녹슨 철조망이 정맥과 나란히 한다. 철조망을 끼고 내려서자 넓은 임도가 관통하는 안부로 떨어진다.(11:08) 이 길은 왼쪽 아래 사곡지가 있는 강교쪽에서 올라오는 경운기길로 추측되며 고개엔 철조망 철문이 있는 지점으로 고개 우측으로 영변장같은 넓은 공터와 나무단상등 파란 지붕의 창고 비슷한 구조물도 있다.
경고성 문구가 적힌 듯한 녹슨 간판을 지나 철망을 따라 고개를 가로질러 오르는 길이 다시 가팔라진다. 함석으로 덮은 토굴모양의 움막 하나를 지나치자(11:08) 산봉 하나에 올라선다.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멈춰 섰더니 일행들이 주위로 자리를 잡고 앉아 다리쉼을 종용한다. 아직은 갈 길이 멀건만 모두들 여유있어 보인다.

귤 한쪽씩 나누어 먹고 또다시 길을 잇는다. 철조망은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하고 잡목길이 베낭끈을 부여잡기 일쑤다. 훠이훠이 두 팔을 내 졌으며 얼굴을 가리고 진행한다. 몇몇 분은 잔가지에 얻어맞아 얼굴에 붉은 생채기를 남기기도 하고... 이 일대는 예전에 넓은 방화선의 흔적이 남아있고 세월이 지난 지금, 그 자리로 잡목만이 빼곡하다.
11시 20분, 평탄한 능선상에 철조망이 끝나는가 싶더니 정맥은 철조망 끝부분에서 오른쪽으로 90도 꺽어 내리막으로 향한다. 이곳은 자칫 정면의 뚜렷한 능선을 이어가기 쉬운 중요한 갈림길이다. 아마도 우측으로 꺽어 내려가는 잡목 사이길에 걸린 정맥표지기를 보지 못한다면 십중팔구는 정면 능선을 이어가기 십상인 곳이다. 즉, 경운기길 철문을 지나 두 번째로 나타나는 봉우리에서 우측 내리막길로 접어들어야 하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역시 철조망도 정맥과 함께 나란히 우측으로 꺽어 내려온다. 잡목 숲은 그 강도를 더해가기만 한다. 망개가시에 손을 찔리는 등 수난을 겪으며 안부 하나를 지나 잡목 숲을 뚫고 나오자 "참봉경주이씨묘"가 나타난다.(11:28) 이즈음부터 철조망은 소리소문없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지만 무덤을 지나서도 잡목 숲은 계속된다. 아마도 녹음기에 이 길을 지나치게 된다면 대단히 곤혹스러웠으리라!

무덤을 지나 5분 거리의 오르막을 올라서면 방향이 우측으로 살짝 휘면서 그 지긋지긋하던 잡목 숲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제부터는 호젓한 참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철조망지대에서 여기까지는 갈래갈래 흩어진 잔능선이 많고 5만 지도로는 정확한 마루금을 찾아 나서기가 다소 난해한 지형이라 선답자들의 표지기가 없었다면 아마도 한번이상의 알바는 면치 못했으리라...
11시 45분, 저 아래로 야수골 야수지가 내려다 보이는 "밀양박씨무덤"을 지나쳐 급하게 떨어지자 돌무더기가 쌓여 성황당터를 이뤘던 야수골안부다.(11:47) 왼쪽 평지말의 보현사와 논슬리 야수골을 이었던 넓은 옛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야수골! 옛날 야수가 들끓었던 골짜기 였던가?(시티재에서 1시간 42분 소요)

야수골안부를 지나 10분 올라서자 저 앞으로 어림산이 높다랗게 보이는 봉우리에 올라선다.(11:57) 앞서 도착한 선두팀이 한창 담소를 즐기며 점심을 들고 계신다
식사 전  성기봉님이 건네준 붉은 포도주 한잔이 그렇게 달고 맛있을 수가 없었다. 계절은 이미 11월의 중순인지라 보온 도시락을 준비하신 분이 대부분이다. 따끈한 국물과 온기가 있는 따뜻한 밥이 그리운 계절이다.
"쉬엄쉬엄 빨리 따라오시오!"
어림산을 향하며 베낭을 들쳐 멘 한대장님이 야속한 말 한마디만 툭 내뱉더니 무정하게 걸음을 내친다.

12시 20분, 방금 먹은 밥덩이가 채 목구멍을 빠져 내려가기 전이지만 그 뒤를 따른다. 식사를 마친 봉우리에서는 오른쪽으로 방향이 전환된다. 발목까지 잦아들며 바스락거리는 낙엽의 감촉이 늦은 가을산의 분위기를 한껏 풍긴다.
마루금은 어림산을 향해 곧장 진행할 듯했지만 완만하게 이어가며 오른쪽으로 휘어돈다. 야산지형에서 유일하게 제 이름을 내 걸고 있는 어림산의 풍채기 자못 당당하고 다가갈수록 높아만 가고 있는 듯하다. 유순하던 길 끝으로 어림산이 코 앞에 다가설 즈음 송전탑(NO 195) 아래를 지나친다.(12:35)
어림산 왼쪽 허리께로 내태리와 강교리를 있는 포장차도를 언뜻언뜻 건너다보며 서서히 길은 오름을 이어간다. 꾸준한 오르막을 올라 어림산으로 여겨졌던 산봉에 올랐건만(12:54) 어림산은 저 앞으로 건너다 보이며 아직은 어림없다는 듯 정맥꾼을 비웃고 서 있다. 모두들 속았다는 기분으로 "어림없다 어림산" 을 복창한다.
밋밋한 길을 이어 짧은 오름 끝에 두 번째 봉우리에 올랐으나(13:00) 역시 아니었다. 정말이지 어림없어서 어림산인가?

◀어림산 정상에서 도장 한번 콱 찍고...

13시 02분, 세 번째로 올라선 봉우리가 삼각점이 있는 어림산(御臨山, 510.4m)이다. 뽑혀진 삼각점엔 누군가가 매직펜으로 어림산이라 적어 놓았다. 야수골 안부에서 중식시간을 빼면 50분 정도 소요된 어림산은 옛날 임금이 다녀갔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수목으로 인해 조망이 썩 터지지는 않는 곳이지만 증명사진 찍으며 또 한참을 쉬어간다.
어림산에서 2분 정도 나서면 효자비와 망주석이 있는 506봉이다.(13:17) "조선효절김씨묘" 가 있는 이 봉우리는 영천, 경주, 안강을 가르는 경계봉으로 정맥은 무덤 정면으로 내려서야 하고 왼쪽(동)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내태리 고갯길을 넘어 금곡산(金谷山, 555m)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므로 잘못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곳이다.
7~8분 길을 이어 돌무더기가 잔뜩 쌓인 산봉을 넘어서서(13:25) 마치재까지는 내리막이다. 낙엽이 수북하게 덮힌 돌밭길이 사뭇 위태롭다. 왼쪽으로 남사저수지와 경주시내가 넓게 펼쳐진다.

마치재가 가까워지자 간벌로 인해 이리저리 쓰러진 나무가 길을 메우고 있어 까탈스럽지만 어림산을 출발해 30분 만에 마치재로 내려섰다.(13:45) 남사고개라고도 불리우는 마치재는 경주 남사리와 영천 덕정리를 잇는 927번 지방도로로 고개라기 보다는 도로가 산허리를 타고 넘는 내리막에 위치해 있다. 경주 현곡면과 영천 고경면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고 이동통신 안테나 밑으로 "현곡면 꽃길조성공원" 이 도로변에 있다. 도로 오른쪽 아래 1km 남짓한 거리에 황수탕이 있다.
마치재는 여기서 산행을 마치라고 마치재란 이름이 붙었다는 지론을 내세우던 두어 분이 슬금슬금 도로를 따라 황수탕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정맥 이어가기는 일반산행과 달리 정확한 마루금을 따라 산줄기를 잇는 개인의 기록성도 중요한만큼 다소의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13시 51분, 도로변에서 짧은 휴식을 뒤로 하고 한무당재를 향해 제3장으로 장소를 옮긴다. 잔디밭 우측 가장자리로 나서면 봉분이 높고 동그랗게 생긴 무덤 뒤로 길이 열려있다. 나지막한 능선을 이어 저 아래로 황수탕 가는 도로가 내려다 보이는 갓비석이 세워진 쌍무덤에서 좌측으로 꺽어든다.(13:54)
산봉 하나를 내려서자 마치 산자락이 싹둑 잘린 듯한 넓은 옛 고개 하나가 나타난다.(13:59) 황수탕과 남사저수지를 잇는 옛길엔 무심한 낙엽만이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 넓직하게 좌우로 내려서는 길이 있는 이곳은 어쩌면 본래의 마치재로 도로가 생기면서 그 이름을 빼앗긴 서글픈 고개가 아닐런지?
옛 고개를 지나자 길은 약 45도의 경사를 이룬 된비알이다. 코가 땅에 닿는다는 말이 절로 실감난다. 그렇게 10분 가량 사력을 다해 올라선 산봉에서는 왼편(남서방향)으로 간벌된 나무가 쓰러진 내리막으로 길을 잡아야 한다. 우측으로 밋밋하게 올라서는 뚜렷한 능선은 황수탕으로 이어진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길을 따라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자 넓은 임도가 우측에서 올라와 정맥이 된다.(14:19) 임도 바로 아래로 인공으로 만든 듯한 커다란 연못과 공터도 있다. 임도를 따르는 길엔 짧은 억새밭이 오후의 햇살을 받아 은빛물결을 이룬다. 우측으로 올라야 할 남사봉이 고개를 쑥 빼들고 있다.
임도를 따라 3~4분 진행하자 넓은 길은 오른쪽으로 급하게 꺽어 내려가고 다시 정면 숲길로 접어든다.(14:24) 이 임도는 바로 앞 남사봉을 직접 올라서지 않고 우회하는 길이며 남사봉을 내려선 지점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임도를 벗어나서 한바탕 땀을 더 쏟아내고서야 일명 남사봉이라 불리는 470봉에 이른다.(14:32) 북서방면으로 우뚝 솟은 인내산(534m)이 손에 잡힐 듯하다. 이곳 남사봉과 인내산 사이로 움푹 패여 들어간 골짜기는 울주군 두서면에 있는 백운산, 치술령과 함께 형산강의 발원지가 되는 곳이다. 이제 더 이상 큰 오름이 없다는 핑계로 남사봉에서 한참을 쉬어간다.
홍일점 아가씨인 임기성님의 베낭에서 감이 쏟아져 나온다. 마치 움직이는 슈퍼마켙인양 오늘 하루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분이다. 배, 감, 떡을 비롯하여 얻어먹은 것만도 만만치 않다. 김상권 전임회장님의 성화에 떠밀리다시피하여 길을 나섰다고 하지만 백호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앞섰을 것이다. 정작 본인은 산을 탄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대단한 주력을 가지신 분이다.

▼남사봉 오르기 직전 넓은 임도변- 억새밭에서 가을동화의 주인공이 된 김흥태님
14시 44분, 남사봉에서 한참을 노닥거린 연후에야 한무당재로 향한다.
길은 오른쪽으로 꺽여가는 능선이다. 가야할 몰운대는 남쪽 이건만 정맥은 남사봉을 기점으로 오히려 북으로 향하여 뒷걸음을 치고 있다. 정맥은 마치 인내산쪽으로 향하는 듯하더니 작은 수직굴 하나를 지나치는 내리막에서야(14:49) 산줄기가 판이하게 갈라져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정맥은 양쪽으로 도로를 두고 낮아만 가고 있다.
남사봉에서 10분 남짓한 거리로 정맥을 가로지르는 시멘트도로를 건넌다.(14:52) 도로 오른쪽 아래로 넓은 공터도 닦여져 있다. 이 길은 남사봉 직전에서 헤어졌던 임도가 산허리를 돌아와 다시 만나는 길로 왼쪽 아래 인내산지에서 시작되는 산간임도와 합류하게 된다.시멘트 길을 가로질러 얼마 후 황수탕으로 향하는 갈림길 하나를 지나치자(15:00) 오른쪽 아래로 덕정리 황지못이 내려다 보이는가 하더니 이내 황수탕 일대의 상가단지도 지척으로 보인다. 길은 간벌된 나무들이 이리저리 쓰러져 있어 여간 성가신게 아니지만 정맥은 외통수 능선을 잇고 있다.

이제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여유로움으로 뒤따르던 아가씨가 한곡조 멋들어지게 뽑아낸다. 그렇게 낭랑한 목소리에 취해 걷던 길이 인내산지와 청석골을 잇던 옛고개 하나를 지나친다.(15:15)
고개를 지나 10분 후 무덤 3기가 있는 곳을 지나쳐 시멘트계단 아래로 경주시 서면과 영천시 덕정리를 연결하는 시멘트도로인 한무당재에 이른다.(15:27) 이 길은 예전 심곡지로 낚시 다닐 때 마르고 닳도록 다녔던 길이지만 한무당재 였다는 것은 정맥을 타면서 세삼 알게 된 사실이고 마을 주민들은 청석골재로 부른다 하며, 할미당재란 또 다른 이름을 갖고 있는 고개로 자료에 따르면 옛날 한신을 모시던 무당이 살고 있었다하여 한무당재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한무당재에선 청석골 삼거리까지 발품을 더 팔걸로 예상했지만 다행히도 고갯마루엔 우리가 탈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조촐하게 마련된 막걸리 한 잔을 뒤로 하고 포항을 향한 버스에 몸을 싣는다. 이재천님이 준비한 단양산 "죽통주" 한 순배가 돌자 벌써 지곡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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