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가는길

   
   
 
 

숲재-부산성-땅고개-OK그린-메아리농장 ☞지도보기1  ☞지도보기2  ☞낙동17구간 사진모음

*일시:2003.12.11
*날씨:오전 눈, 오후 맑음

*산행상세
숲재-(36분)-부산성서문-(44분)-산불감시초소(헬기장)-(23분)-어두목장-(1시간22분)-땅고개-(1시간03분)-단석산삼거리-(34분)-OK그린(방주교회)-(51분)-메아리농장
숲재(08:55)-건천목장 철문(09:19)-임도건넘(09:26)-부산성 서문(09:31)-부산성 남문(09:54)-헬기장,산불감시초소(753봉)(10:15~10:22)-어두목장(독고불재)(10:45)-651.2봉 삼각점(11:08~11:17)-582봉(11:32)-오리재(11:47)-오천정씨묘(중식 11:53~12:16)-비포장 차도 건넘(11:23)-396.9봉 삼각점(12:31)-땅고개(12:39)-밀양손씨묘(12:57)-능선삼거리(13:14)-622봉(13:25)-우중골안부(13:31)-단석산 삼거리(반환점 3km팻말)(13:43~13:50)-사거리표지판(13:57)-652봉(14:15)-방주교회(OK그린위락시설지 시작)(14:24~14:33)-512봉,이동통신중계탑(14:48)-535봉(15:00)-OK그린 매표소 갈림길(15:14)-527.8봉(15:21)-메아리농장(15:24)-OK그린 매표소(15:30)

*도상거리:15.1km
*총소요시간:6시간 35분(순보행: 5시간 33분)

*참가: 백호산악회 25명
최부근(회장), 이병목(부회장), 이경수(총무), 한백기(등반대장T), 박춘하(등반대장L), 김재권, 김용배, 이경모, 황병수, 성기봉, 김진선, 주영기, 정홍조, 조동범, 김동석, 김동언, 신용호, 유영찬, 최호우, 문무종, 임상운, 이재천, 김승현, 정태영, 박건우

 


 

=== 옛 신라군과 화랑의 함성이 남아 있는 서라벌 서쪽 변방엔 서설 내리고 ===


무겁게 내려앉은 먹빛 하늘에선 청승맞은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오전 7시가 넘은 시각, 이미 희붐하게 날이 밝아올 즈음이지만 먹장구름을 덮어쓴 하늘은 아직도 어둠이 짙다. 소리없이 지곡골을 빠져 나온 버스가 경주들녘을 지날 무렵, "이야! 눈이다" 최호우님의 탄성에 얼른 차창유리를 닦고 내다 봤더니 들녘으로 온통 은백의 세상이 펼쳐져 있다. 포항에서 내리던 겨울비는 경주로 접어들면서 함박눈으로 변해 소록소록 온 세상을 흰빛으로 채색하고 있는 중이다.
내심 우중산행을 걱정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출발했었지만 뜻밖으로 내린 첫 눈을 대하니 마음은 어느새 동심으로 빠져들어 서설 쌓인 정맥의 능선을 걷고 있는 듯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경주, 건천을 경유한 버스는 땅고개를 넘어 산내면에서 우라리로 접어들어 숲재(숙재) 고갯마루에 올라선다.(08:45)
이번 산행은 우라생식마을이 있는 숲재에서 옛 신라 서라벌의 서쪽 담장구실을 하던 부산성을 올라 고랭지 채소밭으로 변한 옛 산성길을 따라 나서다가 일명 독고불재로 불리는 어두목장까지 한차례 떨어진 후 왼쪽으로 건천일대의 너른 평야와 단석산을 굽어보며 땅고개까지 진행하게 된다.
땅고개에서 꾸준한 오르막을 극복하게 되면 단석산 삼거리로 OK그린 위락시설지구까지 완만한 능선길을 따라 나서게 된다. 특히, OK그린에서 2km 남짓한 메아리농장까지는 잘 조성된 위락시설지구를 내려다보며 이어지는 순한 잔디밭길과 방화선을 따라 나서게 되므로 산행 후반부는 한결 여유로운 걸음이 된다.
부산성(富山城)은 사적 25호로 지정된 곳으로 옛 신라군과 백제군의 치열한 전투가 있었던 곳이고 단석산(斷石山, 827m)은 신라 김유신장군의 시검설에서 비롯된 단석(斷石)으로 인해 유래된 산으로 곳곳에 김유신과 신라 화랑에 관련된 숱한 설화를 품고 있는 산으로 경주국립공원 권역내에 속해있다.

▼숲재를 출발하여 건천농장 임도를 따라 오르는 길로 살풋이 눈이 내리고 있다. 
08시 55분, 숲재 출발. 우라2리를 알리는 표석 건너 농장으로 향하는 도로를 따라 오른다. 숲재는 2만5천 지형도와 예전의 5만 지도에는 숙제고개라고 표기되어 있으며 경주시 산내면과 아화리를 연결하는 2차선 포장도로로 사룡산(四龍山, 683m) 아래 우라생식마을로 진입하는 초입으로 안내표석이 있다.
농장도로를 따라 3분 가량 올라서면 왼편 자락으로 사면을 타고 오르는 숲길로 정맥표지기들이 초입을 알리고 있다. 숲길은 능선을 타고 오르게 되지만 약 15분 후에 다시 도로와 만나게 된다. 선두 한대장님은 나뭇가지마다 소복이 쌓인 눈을 털어내며 진행하기가 마뜩찮았던지 그대로 도로를 타고 오르는 길을 잡는다. 하긴 농장으로 오르는 도로는 왼쪽으로 정맥능선을 바짝 끼고 오르게 되므로 마루금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셈이다.
산행 출발시만해도 제법 굵게 내리던 눈발이 한풀 기세를 꺽은 듯 하지만 함초롬하게 내리는 함박눈이 아주 느린 동작으로 앞선 일행의 모자며 베낭에 내려앉고 있다. 첫눈 치고는 제법 적설량을 보이는지라 발등까지 덮이는 보드라운 눈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르는 길은 사뭇 숲재 건너의 사룡산과 생식마을이 건너다 보이게 되므로 마치 영화속에 나오는 옛 시골마을을 연상케 한다.

숲재를 출발하여 약 20분만에 도로가 정맥능선을 만나게 된다.(09:13) 도로 오른편에 무덤 1기가 자리하고 있는 지점으로 능선을 타고 오던 정맥이 도로를 만나면서 농장으로 향하는 길이 마루금이 되는 부분이다.
5~6분 가량 더 나서게 되면 "건천농장"을 알리는 철문이 굳게 닫혀 길을 막는다.(09:19) 철문에는 "목장 침입시 그동안의 손해를 모두 배상시킨다"는 살벌한 문구가 적혀있다. 정맥은 이 건천농장 철문에서 왼쪽 숲으로 난 오르막 사면길을 타고 오른다. 목장 철조망 울타리를 타고 오르는 길이다. 능선에 올라서면 건천읍일대가 너르게 펼쳐진다.
잔솔가지에 수북이 쌓인 눈꽃터널 속을 지나며 겨울산행, 특히 눈산행이 주는 즐거움에 도취되어 걷던 길이 임도 하나를 건너선다.(09:26) 결국 만나게 된 이 임도는 건천농장을 통과한 길이 계속 이어져 올라오는 길이고 정맥능선은 목장 뒤 능선을 따른 셈이다. 임도 저 아래쪽으로도 역시 목장 철문이 있다.

임도를 가로질러 5분 가량 올라서게 되면 쓰러진 돌무더기가 잔뜩 쌓여있는 부산성 서문이다.(09:31) 길은 곧바로 오른쪽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 왼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오봉산으로 향하는 길이다. 이제부터는 옛 산성길을 따라 진행하게 되지만 산성의 흔적은 묘연하고 쓰러져 누운 목장 울타리가 옛 산성길을 대신한다.
서문을 지나 3분 가량 진행하여 무덤1기를 지나면서부터(09:34) 정면으로 시야가 확 트이면서 부산성을 점령한 고랭지 채소밭일대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왼편(북동방면)으로 올망졸망 바위봉우리가 솟은 오봉산과 주사암이 가깝게 보인다.
오봉산(五峰山, 685m)은 주사산(朱沙山)으로도 불리우며 여근곡(女根谷) 옥문지(玉門池)로 더 알려진 곳이다. 신라 선덕여왕때 백제군이 이 산을 넘어 여근곡 옥문지에 잠입하자 선덕여왕의 혜안으로 이를 간파하여 옥문지에 숨어든 백제군사를 포위하여 섬멸한 이후로 신라도성의 방위를 위하여 축조한 성이 부산성, 즉 주사산성이고 축성후 주사산성으로 잠입한 백제 첩자에 의해 성문이 열리면서 신라군이 전멸당하는 뼈아픈 신라 백제의 항전이 있었던 곳이다.
지금은 곳곳에 옛 성터의 흔적만 남아있다. 부산성과 관련된 <삼국유사>의 설화엔 신라화랑 죽지랑의 낭도였던 득오가 이 부산성내에 창직으로 있을 때 친형제처럼 따르던 죽지랑을 사모하여 부른 향가노래인 "모죽지랑가(募竹知郞歌)"의 배경지가 되는 곳이 부산성이다. 이곳 부산성일대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건너편의 오봉산이기도 하다.

▼채소밭으로 변한 부산성일대를 지나 억새밭을 통과하는 백호대원들
무덤을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인 부산성 초지가 시작되고 지금은 그저 쑥밭으로 변해있다. 어느샌가 눈발은 그치고 황량한 바람만이 억새 숲을 흔들고 있다. 서걱이는 억새의 부대낌이 옛 신라군과 백제군의 함성으로 들리는 듯하다.
계속되는 목초지에서 억새물결을 헤쳐 나가자 무덤 2기를 지나치면서 고랭지 채소밭을 가로지른다. 허허벌판 채소밭으로 변한 눈 쌓인 정맥이 그저 허허롭기만하다. 이 일대의 지형은 워낙 밋밋한 고원지대라 자칫 그 한가운데로 빠져들어 길을 잃을 염려도 있으므로 오른쪽으로 치우치는 듯하면서 능선마루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같다.
초원지대를 가로질러 20여분 만에 또다른 성터의 흔적이 있는 남문에 이른다.(09:34) 서문 성터보다 상태가 양호한 편이고 규모도 더 큰 편이다. 남문을 지나쳐 내려오자 좌우로 내려서는 길이 있는 잘록이다.(09:56) 우측은 상리기도원, 좌측은 산사면을 따라 부산성 채소밭쪽으로 향하는 길로 여겨진다.
이 4거리 안부를 지나면서부터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753봉까지는 다소 답답한 감이 드는 잡목 숲을 헤치고 올라서는 길이다. 허리를 숙이고 잡목을 요리조리 비집고 나간다. 눈을 잔뜩 이고 있는 잔가지라도 스치우면 영락없는 눈세례 받기가 일쑤다. 오름길 도중 김진선님을 비롯한 몇몇 분이 선 채로 휴식을 취하며 건네주는 귤의 달고 시원한 맛에 힘을 얻는다. 

남문을 지나 20여분 잡목 숲을 헤쳐 오르게 되니 비로서 시야가 훤히 트이는 헬기장에 올라서게 된다.(10:14) 억새 무성한 헬기장에서 뒤돌아보면 지나온 부산성일대의 채소밭과 그 너머로 건천일대가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헬기장을 지나쳐 약 30m만 더 나서면 지난 여름 태풍 "매미"의 피해인 듯 쓰러져 널브러진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753봉이다.(10:15~10:22)
가까이로 단석산, 멀리로는 영남알프스 일대의 산자락이 그 전모를 드러내는 곳이다. 다음 구간 이어야 할 고헌산 정상부는 흰 눈을 덮어쓰고 까마득하게 건너다 보인다. 역시 산불감시탑이 서기에는 사위조망이 너르게 펼쳐지는 곳이다.
산불초소에서는 왼쪽(동)으로 급하게 꺽으며 떨어지는 길로 벌채지역과 수림의 경계를 가르며 내리막이 한없이 이어진다. 잠시 내려서자 "74"라고 새겨진 지적경계석인 듯한 시멘트표석을 지나치게 되고 능선마루 저 아래 안부로 목장건물이 내려다 보인다. 급한 내리막이 잠시 완급을 조정하는가 하더니 바위군락이 있고 그 위로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 지형을 배경으로 한 무덤을 지나친다.(10:30)

곧이어 왼쪽으로 건천읍일대가 넓게 펼쳐져 있고 발 아래로 송선리 영남채석장이 지척으로 보인다. 뭉퉁그리 산을 깍아내 흉물스럽게 변한 산자락이 산이 겪는 힐난의 아픔을 대변하는 것같아 가슴이 짠하게 아려온다. 참 인간의 능력은 대단한 것같다. 어찌 저렇게 큰 산을 저만큼씩이나 갉아 먹을 수 있을까? 반쪽 정도가 날아가 버린 산자락이 곧 어떤 재앙이라도 몰고 올 듯 마음이 무겁다.
앞선 일행들은 이미 목장지대를 지나 건너편 산자락으로 붙은 모습이 보인다. 능선을 가로지르며 목장을 경계짓는 녹슨 철조망을 넘어서 5분 가량 더 내려서게 되면 일명 독고불재라고 부르는 어두목장이다.(10:45) 마루금 좌우로 각각 목장건물이 자리해 있고 낯선 이방인을 경계하는 개짖는 소리만이 정적없는 산자락을 흔들고 있다. 이곳은 넓은 분지를 형성하고 있고 고갯마루 왼쪽으로 인공연못도 보인다. 좌우로 차량이 통행할 수 있을 정도의 넓은 길이 뻗어있고 오른쪽 조경원이 있는 넓은 길로 몇 발자국 따르다가 왼쪽 농장길로 진입한다. 주위로는 과수나무들이 빽빽하게 심어져 있다. 자그마한 연못과 가옥을 지나쳐 50m 가량 농장길을 따르다가 왼쪽 산비탈로 붙어있는 정맥표지기를 따라 오르게 된다.(10:48)

길은 이내 목장 철책을 만나면서 가파르게 올라선다.목장 울타리 안으로는 새까만 흑돼지들이 무리지어 있기도 하고 몇몇 놈은 제 영역을 벗어나 등산로 주위를 이리저리 기웃거리기도 한다. 일행들이 다가가도 먹는 것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연신 낙엽을 헤집으며 먹이감 찾기에 바쁘다. 붉은 흙을 주둥이에 잔뜩 묻히고 있는 녀석들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급하게 올라서는 비탈은 목장 산판로가 끝나는 지점으로 올라서더니 얼마 되지 않아 651.2봉 고스락에 오른다.(11:08) 어두목장에서 꼬박 20분을 힘겹게 오른 산봉엔 삼각점(경주463,1982제설)이 있고 정맥은 우측으로 90도 꺽이며 나선다. 정맥따라 철조망도 꺽어든다. 651.2봉에선 왼쪽(북)으로 송선리로 이어지는 뚜렷한 능선길이 있으므로 역진행시에는 조심해야 할 곳이다.

▼단석산이 보이는 바위봉에 선 신용호님- 651.2봉을 지나치면 줄곧 송선리와 단석산이 시야를 잡는다.
11시 17분, 651.2봉에서 잠시 휴식을 가진 후 철조망을 따라 남쪽 능선으로 내려선다. 건너로 단석산이 한층 가까이 보이고 2단으로 된 송선저수지가 발 아래로 내려다 보인다. 별 특징없는 582봉을 지나치자(11:32) 내리막으로 치닫는다.
왼쪽 골짜기 아래로 우중골에서 단석산 신선사 오르는 넓은 길에 흰 눈이 쌓여 선명하게 드러난다. 651.2봉에서 30분 만에 오리재로 여겨지는 잘록이에 이르렀다. 좌우로 급사면을 이룬 지점이라 내려서는 길은 보이지 않지만 우측 아래로 감산리에서 어머리마을을 거쳐 어두목장 가는 길이 바로 아래다.
어머리는 신라때 전란으로 왕자가 피신하여 있던 곳으로 황자동이라 하다가 이를 은폐하기 위해 지형이 물고기처럼 생겼다하여 "어머리" "어두(魚頭)"라고 불렀다 한다. 오리재를 지나 산봉 하나를 넘어선 내리막에서 봉분이 크고 동그란 "오천정씨" 무덤가에 이르러 허기진 배를 채운다.(11:53~12:16) 하지만 온통 눈밭이고 그나마 양지바른 곳도 눈이 녹아 낙엽이 젖어 있는 터라 엉덩이를 붙이지 못하고 쪼그리고 앉아 민생고를 해결하는 시간이 영 불편하다.

오천정씨무덤을 지나 2분 가량 내려서면 임도를 만나게 되고 임도를 따라 다시 2분 후에 정맥은 임도를 버리고 왼쪽 숲길로 접어든다.(12:20) 임도 옆으로는 몇몇기의 무덤을 지나게 되고 임도가 오른쪽으로 슬쩍 꺽어드는 부분으로 우측에 "경주김씨무덤"이 있는 곳이다. 물론, 숲길로 접어드는 초입으로 표지기가 친절한 길안내를 하고 있다.
바로 아래가 땅고개 인 듯했지만 숲을 빠져나오자 비포장도로가 가로지른다.(12:23) 눈길 위로 차바퀴자국이 선명한 걸로 봐서 왼쪽 아래 20번 국도까지 연결되는 길 상태는 양호한 모양이다.
도로를 가로질러 건너편 숲으로 접어들자 넓은 오솔길이다. 오후가 되면서 맑은 하늘 숲 속 길엔 비가 내린다. 운이 좋으면(?) 눈덩이를 그대로 맞는 행운(?)을 맞기도 한다. 나뭇가지에 쌓였던 눈이 녹으며 후드득 후드득 비처럼 내린다.

12시 31분, 자그마한 삼각점이 박혀있는 396.9봉을 지나치자 급한 내리막이 잠시 이어진다. 발 아래로 땅고개를 넘는 차량소리를 들으며 빽빽한 숲길을 빠져 나오자 "김해김씨무덤" 2기를 지나친다.(12:35) 무덤 30m 후에 두 갈래 길을 만나지만 두 길은 모두 땅고개에서 만난다. 왼편 능선길을 따르면 땅고개휴게소가 보이는 절개지에 서게 되고 시멘트 배수로를 따라 내려서면 해발 321m의 땅고개에 내려선다.
건천과 청도를 연결하는 20번 국도인 땅고개는 2만5천 지형도엔 당고개로 표기되어 있기도 하고 고개마루엔 건천8km, 경주 21km를 알리는 이정표와 이동통신탑, 산내면을 알리는 표석이 있다.

이어지는 정맥은 고개를 가로질러 산내면 표석뒤로 난 수레길을 10m 정도 따르다가 왼쪽 숲길로 접어들게 된다. 비탈을 올라서자마자 경주김씨묘를 비롯한 5기의 무덤을 대하게 되고 제일 뒤편에 자리한 무덤 뒤 솔숲을 파고든다.
최근까지도 간벌의 흔적이 있는 나무들이 어지럽게 가로놓여 있는 길은 한동안 까탈스럽게 올라간다. 당고개에서 10여분 힘겹게 올라서게 되면 왼편 휴게소 건물 뒤에서 올라오는 단석산 등산로와 합류하게 되고(12:50) 7분 후에야 겨우 제대로 된 능선마루에 올라서게 된다. 능선에 접어들어 20m 후 "밀양손씨무덤"이다.(12:57)
무덤을 지나서도 길은 한없는 오르막의 연속이다. 등로 주변으로 멧돼지 소행인지, 인간의 흔적인지 모를 구덩이가 곳곳에 패여있다. 무덤에서 7~8분 가량 더 올라서게 되면 등로 왼편으로 봉우리같지 않은 평범한 산봉을 지나치게 되는데(13:05) 지형도에서 경주국립공원 단석산지구를 알리는 초록색 공원경계권역이 시작되는 부분이다. 특징지을 만한 지형지물은 아무것도 없고 그저 등로에서 왼편으로 조금나서면 약간의 공터를 이룬 지형으로 저 아래로 송선리 절골을 비롯하여 우중골, 멀리로는 지나온 정맥을 굽어볼 수 있는 곳이다. 지형도를 유심히 보지 않으면 그저 스쳐지나가는 곳에 불과하지만 명색이 국립공원 권역내로 첫 발을 내 딛게 되는 곳이다.

이후 10여분 길을 더 이어 올라서게 되면 또 한번 능선에 접하는 능선삼거리를 만난다.(13:14) 왼쪽 10m 거리로 무덤 1기가 보이고 정맥은 우측으로 꺽어 올라가는 오름길이다. 이즈음부터 왼쪽 바로 아래 골짜기 아래에서 은은한 불경소리가 들려온다. 국보 제199호인 마애석불이 있는 신선사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이후 봉우리 두 개를 더 넘고 세 번째 나타나는 산봉이 622봉이다.(13:25) 서너평 정도의 공터와 오래된 소나무 한 그루가 한켠을 지키고 있는 622봉까지는 계속되는 오름길로 꾸준한 인내를 요구하는 길이기도 하다. 622봉을 기점으로 능선은 표고 100m 가량을 뚝 떨어지는 내리막이고 그 내리막 끝으로 좌우로 내려서는 옛 길 안부가 있는 4거리다.(13:31)
왼쪽은 우중골 외딴집이 있는 골짜기로 내려서는 길이고 오른쪽은 내일리 원골로 떨어지는 길이다. 안부를 지나 짧은 오름끝에 만나는 산봉은 남서쪽 건너로 보이는 조래봉(652m)으로 연결되는 능선으로 원골고개까지 한 바탕 뚝 떨어진후 올라야 하는 길이다. 정맥이 단석산과 갈라지는 삼거리봉은 조래봉 갈림길에서 50m 남짓한 거리에 있다.

13시 43분, "반환점 3km" 라고 적힌 이정표가 있는 단석산 삼거리봉에 선다. 땅고개에서 꼬박 1시간 하고도 3분이 더 소요되었다. 단석산(斷石山, 827m)은 정맥 마루금에서 약 1km 남짓한 거리에 물러나 앉아 있지만 어엿한 낙동정맥의 산이다. 정상부엔 김유신 장군이 칼로 베었다는 고단석이 있고 일망무제의 조망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산자락 자락에는 김유신장군과 관련된 그럴 듯한 설화가 남아있고 신라 화랑들이 무예를 연마한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이 삼거리봉에서 단석산 정상까지는 왕복 40분 정도를 할애해야 하지만 모두들 여러차례 올라 본 산이라 그저 올려다 보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하고 이젠 큰 오르막이 없다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다리쉼을 청한다.

13시 50분, 저 멀리 남쪽으로 보이는 OK그린의 방주교회를 바라보며 우측으로 방향을 전환하여 내려선다. 정상적인 단석산 삼거리는 이곳에서 단석산 방향으로 30m 가량 더 나서야 있지만 삼거리봉에서 우측 아래로 내려서게 되면 지름길인 셈이다. 잠시후 단석산 주등산로를 만나게 되는 지점으로 낡은 무덤 하나를 지나친다.(13:52)
OK그린까지는 워낙 많은 사람이 다닌지라 뚜렷한 오솔길을 이어 나가게 된다. 단석산 삼거리봉에서 6~7분 내려서면 비지리방향을 알리는 팻말과 함께 "정상 1.5km, 수의동 2.5km, 비지리 1.8km"를 알리는 낡은 함석표지판이 있는 4거리 갈림길을 지나친다.(13:57) 이후 산봉 하나를 넘고(14:10) 두 번째로 나타나는 봉우리가 652봉으로 돌들이 듬성듬성 멧부리를 차지하고 있다.(14:15) 4분 거리에 있는 세 번째 봉우리를 올라서면(14:19) 바로 앞으로 방주교회를 비롯하여 OK그린 위락시설지구가 전모를 드러낸다.
◀뒤로 피라미드형 건물인 방주교회

14시 22분, "단석산 4km"를 알리는 팻말을 지나치자 이내 거대한 피라미드형 건축물이 있는 방주교회다. 여기서부터는 경주국립공원권역을 벗어나게 되는 지점이다. 왼쪽으로 내려서는 넓은 길은 비지리 학동마을로 이어지는 길이다.
아! 이 높은 산정에 교회건물을 지은 이의 소망은 무엇이었을까? 처음 이곳에 건물을 쌓아 올릴 때만해도 그저 위락시설의 전망대쯤으로 여겼건만 어느날 십자가를 세우고 교회건물로 변해진 곳이기도 하다. 처음 몇 번은 참으로 어색한 모습으로 받아들였지만 이젠 OK그린의 상징물로 자리메김 하게된 건물이다. 지금은 텅빈 눈썰매장도 겨울방학이 되면 찾아들 꼬맹이들의 자잘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질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같다.
교회에서 내려다 보는 OK그린 일대는 잔디밭이 넓게 펼쳐진다. 멀리로는 가지산을 필두로 한 영남알프스 산자락이며 고헌산이 봉긋이 솟아있고 울산방면으로는 치술령(765.4m)이 산정에 흰 눈을 덮어쓰고 있는 모습까지 선명하다.

교회에선 10여분 조망을 즐긴 연후에야 날머리를 향한 걸음을 옮긴다.(14:33) 저 멀리로 보이는 이동통신 중계탑을 향하는 길은 너른 잔디밭을 가로지르는 편한 길이다. 말이라도 타고 달리고 싶은 충동이 불쑥 일 만큼 너른 초원지대다. 멋들어진 소나무가 서 있는 쉼터도 지나치고 수의지를 우측으로 두고 간다. 예전에 보이던 나신의 조각상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잔디밭지대가 끝나자 이동통신 중계탑이 서 있는 512봉을 올라선다.(14:48) 중계탑을 지나자 넓은 방화선이 이어진다. 한결 여유를 보이는 일행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담소를 나누며 걷는 모습들이 더 없이 정겨워 보인다.
우측으로 내려서는 넓은 길을 지나쳐 5~6분 올라서면 펑퍼짐한 공터에 잔돌들만 깔려있는 535봉을 지나친다.(15:00) 왼쪽 저 아래로 박달저수지가 내려다 보이고 이제 날머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 535봉을 내려서자 검은 조각상이 있고 역시 우측으로 내려서는 길이 있다.(15:02)

15시 14분, OK그린 매표소로 내려서는 넓은 갈림길에 이르렀다. 앞선 일행들은 여기서 매표소로 내려선 듯 발자국이 이리저리 어지럽게 찍혀있다. 우측 바로 아래가 매표소이고 실질적인 방화선은 여기서 끝난다.
오늘의 종착점인 메아리농장은 바로 앞에 보이는 산봉 하나를 더 넘어야 할 모양이다. 이총무님을 필두로 마지막 산봉을 향하여 지친 걸음을 내 딛는다. 넓은 길이 산허리를 오른쪽으로 휘어 돌즈음 왼편 사면을 타고 올라서면 마지막 봉우리가 되는 527.8봉이다.(15:21) 바로 아래로 농장건물들이 보인다. "울산박씨" 무덤 2기가 있는 곳을 지나쳐 내려와 머리만 남은 트럭과 담벼락에 불(佛)자가 씌여진 창고를 지나면 오늘의 날머리인 메아리농장 시멘트 도로다.(15:24)
시멘트도로 저 앞으로 다음 구간 이어야 할 605봉이 올려다 보이고 도로 옆으로 있는 울타리 안에는 사슴 10여 마리가 낯선 이방인들을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다. 시멘트길 근처에는 화장실, 식당건물이 있고 건너편으로 "OK숯불 통돼지바베큐식당"이 번듯하게 자리하고 있다.

메아리농장에선 우측 시멘트길을 따라 3~4분 남짓 발품을 더 팔면 OK그린으로 진입하는 차도로 내려선다.(15:30) 이로서 15.1km의 도상거리를 6시간 35분 만에 마치게 된 셈이고 첫 눈을 맞으며 눈산행까지 덤으로 얻은 뿌듯한 즐거움은  뒷풀이에서 행복한 웃음으로 마무리 된다. 특히 오늘은 이병목님께서 정성스럽게 준비한 과메기가 단연 인기를 독차지한다. 쌀쌀한 기온 속에서 소주 한 잔을 곁들여 배추와 미역에 싸 먹는 과메기 맛은 역시 겨울 산행의 별미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덕분에 자~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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