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가는길

   
   
 
 

메아리농장-백운산-고헌산-와항삼거리 ☞지도보기 ☞낙동18구간 사진모음

*일시:2003.12.18
*날씨:맑음, 능선엔 차가운 바람

*산행상세
메아리농장-(1시간41분)-소호고개-(1시간16분)-백운산-(40분)-소호령-(44분)-고헌산-(39분)-외항재-(23분)-와항3거리
메아리농장(08:28)-605봉(08:39)-시멘트도로(윗상목골 임도접)(08:51)-535.1봉(바위봉)(09:05)-임도접(청우농산간판)(09:10)-헬기장1(09:30)-헬기장2(09:39)-700봉(09:46)-700.1봉(삼각점)(10:05~10:15)-소호고개(10:24)-철탑, 638.5봉(10:32)-전망바위(11:00~04)-바위봉(11:20)-형남기맥 분기봉(11:25)-백운산(중식,11:44~12:10)-무덤1기(12:25)-692.7봉(삼각점)(12:38)-시멘트도로접(12:45)-소호령(12:50)-고헌산 동봉(13:30)-고헌산(1032.8m)(13:37~13:46)-서봉(1034.8m)(13:53)-방화선 끝(14:10)-외항재(14:25~30))-719.3봉 삼거리(14:40)-무덤5기(04:44)-외항재 도로접(14:51)-산마루노래방(우성목장 초입)(14:53)

*도상거리:17.1km
*총소요시간:6시간 35분(순보행: 5시간 23분)

*참가: 백호산악회 22명
최부근(회장), 이병목(부회장), 이경수(총무), 박춘하(대장), 김승현, 문무종, 정길영, 성기봉, 김지용, 정홍조, 조동범, 최호우, 신용호, 김진선, 김동언, 문재복, 박준희, 김재권, 정태영, 전태환, 이종택. 임상운


 

=== 영남알프스의 전망대 고헌산엔 차가운 칼바람 불고 ===


매봉산 천의봉에서 곁가지를 친 천리길 낙동정맥은 꾸깃꾸깃 이리저리 굽돌며 남하하여 경상북도 땅을 가로질러 마침내 경상남도 울산땅 언저리를 밟게 된다.
비산비야 지대인 경주 건천땅을 지난 정맥은 단석산을 일궈내고 그 여세를 이어 백운산, 고헌산을 향해 남진하다가 해발 1000m 대의 고산으로 이루어진 영남알프스에 입성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하는 구간이 이번 구간이다.
고헌산은 영남알프스의 북동쪽 변방에서 전체적인 영남알프스의 전모를 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하는 곳이다. 또한 이번 산행은 몰운대까지 잇는 낙동정맥이 끝나면 다음 테마로 이어가야 할 형남기맥의 분기점이 되는 백운산 인근의 들머리를 확인하는 중요한 산행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형남기맥은 이경수총무님께서 가칭한 이름으로 대표적 산봉 이름을 곁들인다면 토함기맥이라 부를 수도 있으며 낙동정맥에서 곁가지를 틀어 형산강의 남쪽수계를 이루는 기맥으로 그 분기점은 낙동강, 형산강, 태화강으로 물줄기를 나누고 있다. 산경표에는 기맥이 단석산에서 분기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적인 지형으로는 백운산 연봉중 북쪽 약 600m 거리에 있는 자그마한 산봉(약 845m)에서 분기하며 치술령, 토함산, 추령, 만리성재, 공개산으로 뻗은 약 90km의 산줄기를 이으며 호랑이 꼬리로 알려진 호미곶 등대박물관 바닷가에서 그 맥을 마감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일제시대 이후 발원지로 알려진 백운산과 치술령 자락에서 시작된 62.2km의 긴 강줄기인 형산강은 천년고도 경주땅을 휘감아 돌아 포항을 거쳐 영일만으로 흘러 들고 형남기맥은 이 물줄기를 아우르며 교통과 문물의 경계선이 되고 있으며 낙동정맥이 동으로 흘려 보내는 물줄기 중에는 왕피천(67.5km) 다음으로 긴 수계를 형성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하천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형산강의 최장 발원지는 경주시 서면 도리의 인내산(534m) 동쪽계곡이며 물줄기도 65.5km 라는 학계의 보고가 있음)

일행을 태운 버스는 경주 산내에서 언양방면 921지방도로 접어들어 소태교에서 좌회전 후 구불구불 시멘트 길을 올라 OK그린매표소 직전 메아리농장 들머리가 되는 삼거리에 섰다.
제법 매서운 바람이 온 몸을 휘감아 돌고 정태영, 김재권님을 비롯한 몇몇 분은 전번구간에 못다 했던 OK그린매표소~메아리농장까지의 짧은 거리를 잇기 위해 벌써 발 빠르게 출발하신다. 연세도 지긋하신 분들이 산에 대한 열정도 열정이려니와 어찌나 걸음들이 빠르신지 워낙 늑장을 부리는 본인이 따라잡기는 역부족인 분들이시다.
OK그린과 메아리농장 삼거리 도로에서 불과 4분 정도면 지난번에 구간을 마친 메아리농장 마루금인 축사 옆까지 올라선다. 차가운 북서풍이 몰아치는 정맥 마루금이 을씬년스럽다.

▼메아리농장을 뒤로 하고 605봉을 향하는 백호맨-뒤로 단석산과 OK그린 일대가 잘 조망된다.
08시 28분, 휘몰아치는 거센 바람을 가르며 남서쪽 위로 보이는 605봉을 향한다. 밤새 창끝을 세워 올린 서릿발이 발 아래로 힘없이 부서지는 소리가 고요한 아침정적을 깨운다.
좌우로 묵정밭이 펼쳐지는 넓은 길을 10여분 올라서서 파란 물통을 지나자 길은 605봉 정수리를 30m 정도 앞두고 왼쪽 허리를 타고 꺽여 내려간다.(08:39) 뒤돌아 보면 지나왔던 단석산과 OK그린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605봉에서 왼쪽(북동)으로 꺽이던 내리막이 잠시 오붓한 숲길로 이어지더니 이내 시멘트도로로 내려선다.(08:51) 오른쪽 아래로 전원주택 한 채가 자리하고 있고 이 일대로는 비탈을 닦아 넓은 공터를 조성한 지역으로 "청우농산 관광개발지구"다. 윗상목골에서 올라 온 도로는 잠시 마루금이 되어 능선을 바짝 끼고 나선다.
어느 틈엔가 지난번 못다 했던 구간을 보충하신 김재권님이 휑하니 저 앞으로 지나쳐 가신다. 하여튼 대단한 주력이다.

임도를 따라 3~4분 가량 진행하여 왼편으로 잘 지어진 주택 한 채를 지나치자(08:55) 정맥은 임도를 버리고 다시 능선으로 진입하게 된다. 계속 임도길을 따르게 되면 535.1봉을 우회하여 정맥 마루금과 다시 만나게 된다.
535.1봉 오르는 길은 청우농산에서 설치한 듯한 철망울타리를 우측으로 끼고 나서는 길이다. 7분 가량 은근하게 올라서게 되면 능선은 한동안 평지를 이룬다. 우측 아래로 상목골과 납석(곱돌)광산이 빤하게 내려다 뵌다. 왼쪽으로도 내남면 일대의 자그마한 마을들이 올망졸망하다. 평탄하던 능선상에서 몇몇 개의 바위가 멧부리를 차지하고 있는 535.1봉을 지나친다.(09:05) 이제 저 앞으로 우리가 넘어서야 할 백운산, 고헌산이 시야에 잡히기 시작한다.
원두막인지? 망루인지? 용도를 알 수 없는 통나무 구조물을 지나자(09:08) 길은 급하게 떨어지더니 다시 임도를 만나게 된다.(09:10) 외딴 주택 지난 지점에서 헤어졌던 임도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줄곧 따라오던 철조망도 이 임도에서 작별이다. 역시 상목골과 납석광산이 잘 보이는 지점으로 임도는 산허리를 휘어 돌아와 반대쪽 내남방면으로 넘어서는 삼거리지점으로 정맥은 정면으로 난 수레길을 따른다. 초입으로 "청우황토전원마을"을 알리는 입간판이 서 있다.

수레길을 따라 100여m 진행하면 알록달록 걸린 정맥표지기가 다시 숲길로 안내하고 있다. 제법 거친 오르막이 이어지는가 하더니 선두팀들이 오르막 사면에서 바람을 피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오늘은 선두 한백기대장님이 불참한 관계로 이경수총무님이 길라잡이를 하시고 정확하게 50분 보행 후 휴식시간을 갖는 원칙이 잘 지켜진다.
잠시 숨을 돌린 후 팍팍한 오름 끝으로 잡풀과 억새가 무성한 블록 폐헬기장에 올라선다.(09:30) 10여분 후 또 하나의 헬기장을 만난다.(09:39) 좁은 터를 이룬 곳으로 처음 헬기장에 비해 옹색하기 이를데 없고 그저 흔적만 남아있는 헬기장이다.

이쯤에 이르니 백운산, 고헌산이 선명하게 전모를 드러내기 시작하고 지난 여름 왕성한 기운을 자랑했을 법한 숲은 오롯하게 발등을 덮는 낙엽을 헤쳐 나가는 길이다. 구구한 이름을 벗어던진 나목 사이를 걷는 발아래 감촉이 좋다. 하지만 그늘진 곳에 깔려있는 잔설은 겨울산행의 복병처럼 호시탐탐 산객의 방심을 노리고 있다.
완만한 능선을 이어 그저 밋밋한 둔덕을 이룬 700봉을 넘어 서서도(09:46) 마냥 평온하고 호젓한 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수평으로만 이어질 것같던 산길은 바위 몇 개가 어울려 있는 곳에서 잠시 내려서더니 평평한 안부에 이른다.(09:50) 이 일대는 마치 고원지대를 연상시키듯 지형이 펑퍼짐하게 넓게 펼쳐져 있다. 바로 앞으로 뾰족뾰족 솟아오른 백운산연봉, 그 오른쪽으로 고한산, 문복산이 흰 눈을 덮어쓴 채 북으로 뻗어 달리는 스카이라인이 파란 하늘빛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조망을 가져다 준다.
안부를 지나 솔가리가 수북이 쌓인 700.1봉 오름길에선 왼편으로 경주일대의 산들과 박달저수지가 아련하게 건너다 보인다. 고스락이 가까워지자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일대와 경주납석광산도 지척의 거리다.

▼삼각점이 있는 700.1봉에서 건너다 보이는 백운산-오른쪽으로 소나무에 가려진 고헌산도 보인다.
10시 05분, 등산로 한 복판에 삼각점(언양 303, 1982재설)이 자리하고 있는 700.1봉에 선다. 고스락 왼편에 자리한 큼직한 바위에 올라서자 이제 백운산은 이제 손에 잡힐 듯하다. 삼각점이 있는 700.1봉은 경상남북도를 가르는 경계지점으로 소호고개까지 도경계능선을 따라 내려서게 된다. 도경계는 이 700.1봉에서 남서쪽 급사면으로 뚝 떨어진 후 소호리 태종마을에서 물길을 건넌 후 외항재 인근 719.3봉을 지나 고헌산 서봉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잠시 엉덩이를 붙였는가 하는 사이 10분이 훌쩍 지나가고 700.1봉에서 10여분 떨어져 내리자 임도가 관통하는 소호고개에 이른다.(10:24) 우측 아래에 소호리 태종마을이 있음으로 해서 일명 태종고개로도 불리는 곳으로 왼편 두서면 내와마을로 이어지는 도로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임도 우측편으로 공사용 자재가 쌓여있고 건너편 정맥 초입으로 입산금지를 알리는 "소호문화재단"의 안내판이 널브러져 있다. 이제 잠시동안이지만 본격적으로 경상남도 땅에 입성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소호고개를 지난 오르막은 바로 앞으로 보이는 철탑을 향하여 올라서게 된다. 군데군데 철탑을 세우기 위한 진입로를 개설했던 듯 석축의 흔적이 있고 석축에 빨간 스프레이로 진행방향을 안내하는 화살표를 표시해 두었다.
철탑(NO 30) 아래를 지나치면(10:32) 곧바로 선바위들이 듬성듬성 자리하고 있는 638.5봉이다. 선바위에 올라서 뒤돌아 본 단석산이 꽤나 멀어 보인다. 638.5봉을 지나쳐 능선 날등을 따르게 되면 큼직한 바위들이 서너 개 둘러앉아 있고 가운데 부분이 갈라져있는 바위를 지나치면서 이내 내리막이 시작된다.(10:36) 내리막 끝 안부를 지나치자 키를 넘는 억새밭이 잠깐 이어지고(10:42) 바로 앞으로 백운산 연봉이 떡하니 버티고 있어 올라갈 일이 걱정이다.
아니나 다를까 된비알 오르막엔 싸리나무의 저항이 거세다. 강력히 저지하는 잡목 숲을 온 몸으로 밀치며 올라서야 한다. 문재복님께선 "산이 어찌나 오지 말라고 밀어내는지 한바탕 홍역을 치뤘다" 고 말씀하신다.

이윽고 마의 잡목지대를 올라서자 보상이라도 하듯 조망이 시원하게 터지는 전망바위에 올라선다.(11:00) 바로 앞이 백운산이고 왼쪽 멀리로는 울산시가지의 아파트며 국수봉, 치술령, 토함산등도 훤히 조망된다. 우측으로는 넓게 자리잡은 소호리 건너로 문복산과 외항재 잘록이까지 뚜렷하다.
전망대에선 한껏 조망을 즐긴 후 백운산을 향한다.(11:04) 간혹 잡목을 헤치며 15분 가량 된비알을 올라서자 바위봉 하나에 이른다.(11:20) 아래에서 볼 때 이 봉우리가 백운산 정상으로 여겼건만 정상은 능선 저 끝머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다. 이 봉우리 역시 영남알프스 일대의 전모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5분 후 건너편 두 번째 작은 봉우리(약 845m)에 이르게 되는데(11:25) 이 지점이 바로 형남기맥으로 곁가지를 치게 되는 기맥분기점이 되는 곳이다. 백운산은 주봉을 기점으로 북으로 4개의 연봉을 이루며 솟아 있는데 진행방향으로 볼 때 두 번째로 솟은 자그마한 봉우리가 바로 기맥 분기점이고 직접 그 실체를 확인하고 나니 세삼 감개무량하다.
형남기맥은 동으로 급하게 고도를 낮추며 두서면 내와리로 떨어진 후 야트막한 산자락들을 치술령으로 솟구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일단 다음 테마로 엮어갈 기맥을 확인한 후 나지막한 봉우리 하나를 더 넘어 백운산에 이른다.(11:44) 백운산 연봉은 간간이 이어지는 잡목지대와 암릉이 뒤섞여 있고 건너편 문복산 북릉의 조망을 비롯하여 넓게 펼쳐지는 조망으로 인해 발걸음이 지체된다. 백운산 50m 직전 넓다란 전망바위에서 뒤돌아 보는 정맥의 파노라마며 곁가지를 친 형남기맥을 굽어보는 맛은 벅찬 희열로 다가선다.

▼백운산 바위전망대에 선 김승현님-뒤로 뾰족하게 보이는 두 개의 봉우리사이에 우측으로 약간 튀어나온 산봉이 형남기맥의 분기점으로 급사면을 이루며 동으로 떨어져 내린다.
백운산(白雲山, 892m) 정상부는 표석 2개, 표목 1개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지만 각각 그 표고가 달리 표시되어 있다.(백운산악회 907.m, 한가족산악회 901m) 내가 갖고 있는 5만 지도에는 892m로 표기되어 있다.
정상부는 펑퍼짐하게 넓게 펼쳐져 있어 많은 인원이 쉬어가기에도 적당하다. 박춘하대장이 권하는 잣술 한 잔으로 빈 속부터 달래고 비람을 피해 즐거운 점심시간을 갖는다.
12시 10분, 정상 남쪽에 우두커니 세워져 있는 돌탑을 지나 고헌산을 향한다. 백운산을 지나면서부터는 넓게 닦여진 방화선을 타고 가는 길이다. 영락없이 바리깡으로 밀어 낸 모습이다. 고속도로같은 길은 건너편으로 마치 독립봉처럼 솟아 영남알프스의 변방을 지키는 외톨이 산 고헌산까지 치닫는다.

방화선은 빼곡하게 돌이 깔려있어 거칠기 그지없다. 15분쯤 내려서자 급비탈 왼편으로 봉분이 형편없이 허물어진 무덤 옆으로 울타리를 쳐 놓고 "묘소주의(경상포윙스)" 라고 적은 노란 팻말을 지나친다.(12:25) 아마도 산악용 오프로드차량이 급경사 돌길을 피해 무덤쪽으로 진행하지 못하도록 동호회에서 자체적으로 설치한 팻말로 여겨진다.
제멋대로 튀어나온 돌밭이 계속되는 방화선은 불편하기 그지없다. 눈까지 쌓여있어 발 밑이 조심스럽다. 양지바른 곳은 눈이 녹아내려 질퍽질퍽하다. 몇 번이고 신발에 들러 붙은 흙을 털어내야만 했다.
5만 지형도상에 소호령이라 표기된 안부지점쯤을 지나쳐 올라서자 방화선 한 가운데로 삼각점이 있는 692.7봉에 올라선다.(12:38) 고헌산과 백운산이 양쪽으로 우뚝하다. 692.7봉을 지나 7분 정도 내려서면 난데 없는 시멘트도로가 나타난다.(12:45) 소호리 도장골에서 언양쪽 차리를 연결하는 도로이고 잠시동안 이 시멘트 길이 마루금을 대신한다. 시멘트도로를 만나기 직전으로는 오프로드차량의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깊은 고랑이 패어져 있다.

시멘트 길은 얼마 후 잔돌이 깔린 길로 바뀌더니 마루금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고개마루를 넘어 소호리 도장골을 향하여 크게 휘어지며 내려서고 있고 정면으로 또다시 넓은 방화선을 따라 정맥은 고헌산을 향한다.(12:50)
소호령(蘇湖嶺)은 아마도 도로가 산자락을 넘어서는 이 지점쯤으로 여겨진다.(<사람과산> 낙동정맥 지도엔 이 지점이 소호령으로 표기됨) 고헌산으로 향하는 방화선은 그 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소호령을 지나 100 여m 가량 진행하면 또다시 차량진입을 금지하는 고랑을 지난다. 잠시 길바닥에 주저앉아 본격적인 오름을 위해 호흡을 가다듬는다.
소호령에서 고헌산 오르는 길은 표고차 300m를 극복하여 끝없이 이어지는 자갈밭 길을 따르는 길고도 지루한 고행의 길로 여겨진다. 온 힘을 다해 꾸역꾸역 올라선 봉우리가 고헌산 정상인가 했지만 측량용 폴대와 삼각점 안내판, 그리고 돌탑이 서 있는 고헌산 동봉이었다.(13:30) 영남알프스의 산군보다 북서쪽 건너 문복산 8부능선쯤에 걸려있는 드린바위가 오후의 햇살을받아 하얗게 빛을 발하는 모습이 먼저 시야에 잡힌다.

황량하기 이를데 없는 능선마루엔 매서운 칼바람만 몰아친다. 그 거센 바람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고헌산(高獻山,1032.8m) 주봉에 섰다.(13:37) 참으로 오랜만에 다시 밟아보는 고헌산! 그저 감회가 새로울 뿐이다.
어느 여름날 소나기처럼 내리던 뙤약볕을 받으며 이 산정에 올랐을 땐 온통 초원을 이룬 지극히 목가적인 풍경이었건만 칼바람만 윙윙거리는 이 겨울의 산정은 황량하기 그지없다. 변한 것이라고는 좀 더 높아진 돌무더기와 표석뿐이건만 계절이 주는 변화는 전혀 낯선 곳에 와 있는 것같은 착각이다. 고헌산은 역시 영남알프스의 전망대라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1000m급 산군을 건너다 보는 맛은 색다르다.
운문령 너머로 창끝처럼 솟아오른 가지산이 그 정수리를 내비치고 남으로 휘달려 이어지는 능동, 간월, 신불, 영축산을 잇는 낙동정맥이며 그 너머로 재약산, 수미봉이 흰 눈을 덮어쓰고 있는 모습은 역시 장관이다. 고헌산은 낙동정맥이 본격적인 영남알프스로 입성하기 전 거쳐야 하는 관문역할을 하는 셈이다. 정상엔 <소호령 3km, 고헌사 3km, 와항재 3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다.
◀돌무더기가 잔뜩 쌓인 고헌산에 선 최부근회장님

13시 36분, 귓볼을 찢을 듯 윙윙거리는 거센 바람에 떠밀리다시피 외항재로 향한다. 7분만에 서쪽 건너로 보이던 고헌산 서봉(1034.8m)에 도착한다. 서봉은 삼거리 갈림능선으로 지형도 표기상으로 보면 고헌산 주봉보다 2m 높은 걸로 표시되어 있다. 이곳 역시 돌탑이 서 있고 주봉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난 조망을 보여준다.
소호고개 직전 700.1봉에서 헤어졌던 경남북 도계는 이곳 서봉에서 잠시 합류하게 된다. 정상부에는 울산시 울주구청장의 명패가 붙은 자연보호관련 안내판이 서 있고 정상 직전으로 비박하기에 적당한 바위턱이 이다. 넓게 이어오던 방화선만 따르게 되면 이 봉우리를 오르지 않고 우회할 수도 있다. 서봉을 기점으로 정맥은 북으로 꺽어져 내려간다.
이어서 만나게 되는 작은 돌탑에선 정길영님께서 속내를 모를 소망을 담은 돌멩이 하나를 더 올려 놓는다. 내림길에선 우측으로 소호리일대가 넓게 펼쳐져 보이고 건너편으로 백운산이 빤하다. 직선으로 얼마되지 않을 거리를 휘휘 둘러온 셈이다.

내림길은 북사면인지라 눈쌓인 돌길이 더욱 조심스럽다. 저 아래로 외항재며 그 건너편 719.3봉 방면으로 잠시 올라섰다가 와항마을로 떨어지며 고개를 바짝 숙인 정맥능선이 손금보듯 빤하게 내려다 뵌다. 이윽고 고헌산을 출발한지 24분 만에 그 지긋지긋하던 방화선은 끝나고 오솔길을 이룬 솔숲사이로 접어든다.(14:10)
신갈나무, 소나무, 잣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길을 따라 지그재그로 내려서면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는 외항재에 이른다.(14:25) 외항재는 경주 산내면과 울주군 소호리를 연결하는 2차선 포장도로로 "외항재" "와항재" 로 불려지고 있음으로 해서 정확한 지명에 대해 다소 혼돈스럽다. "외양만딩이" 라고도 불리우는 외항재에선 왼편 도로를 따라 와항삼거리까지 내려서도 큰 무리는 없지만 바로 앞 719.3봉 직전의 삼거리능선 갈림길까지 올라선 후 와항마을로 떨어지는 능선이 올바른 정맥마루금이 된다.

14시 30분, 외항재 도로 건너편 석축을 올라선 뒤 절개지를 그대로 치받아 올라서면 초입부는 길이 제대로 없는 편이지만 잠시만 나서게 되면 오솔길이 능선 마루금을 잇게 되고 간간이 정맥 표지기를 만나게 된다. 유순한 오르막을 이어 10여분 후 719.3봉 삼거리 갈림능선에 서게 된다.(14:10)
왼쪽 아래로 내려서는 길이 정맥이고 표지기 서너 개가 나풀거리고 있다. 정면 719.3봉 방향으로도 계속되는 오솔길이 있지만 초입부로 큼직한 나무를 가로로 걸쳐놓아 잘못들지 않도록 신경써준 선답자의 배려가 고마웁다.
삼거리에서는 왼쪽으로 급하게 꺽어 내려가면 4분후 무덤 2기를 만나게 되는데 이 지점부터 길은 다소 모호하다. 무덤 오른편으로 내려서는 또렷한 길이 있지만 능선은 계속 정면(남서)로 이어지고 있기에 몇 걸음 더 나섰더니 정면으로 무덤 3기가 더 나타난다. 무덤을 빠져 나오면 왼쪽 아래로 넓은 길이 펼쳐지기 시작하고 10m 정도 나서면 다시 오른편으로 소롯길이 나타난다. 이 소롯길은 계곡으로 내려서는 듯하여 무덤까지 되돌아 올라 능선으로 잠시 진행해 봤지만 족적은 전무한 상태였다. 다시 소롯길을 따라 2~3분 진행하게 되니 조금 전 헤어졌던 넓은 길을 만나더니 30~40m 후에 "창원황씨" 무덤을 지나 넓은 경운기길로 바뀐다. 이후 허물어져 가는 폐창고건물을 지나쳐 내려오면 와항삼거리 약 30m 못미쳐 외항재로 연결되는 도로변이다.

와항3거리에는 "정상휴게소 매점" 이 있고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꺽어 몇 발자국 나서면 다음 산행의 들머리가 되는 우성목장 초입이다.(14:53) 길 좌우로 각각 "대현숯불생고기식당"과 "산마루노래방"이 자리하고 있지만 이 지점이 고개마루의 제일 높은 부분으로 물길을 가른다고 단정하기는 곤란하다. 도로에서 제일 높은 부분은 산내방면으로 100m 정도 더 지나친 "황제샤브샤브숯불구이"식당이 있는 곳이지만 도로 왼편으로는 인위적인 수로가 형성되어 있기도 하다.
추측컨데 정맥은 무덤 5기가 있던 곳에서 길없는 희미한 능선을 따라 비탈을 이룬 곳으로 떨어져 내려 와항마을 "대가식당" 뒷편 묵정밭으로 이어지는게 아닐런지? 하지만 올려다 보면 또렷한 능선이라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삥 돌아가며 사면을 이룬 지형이라 꼭 집어서 "이게 바로 오리지날 정맥마루금이다" 라고 단정짓기가 어렵다.
와항(瓦項)마을은 형태가 기와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정확한 행정명은 경주시 산내면 대현3리에 속하며 경주 산내 불고기단지로 알려진 곳으로 곳곳에 대규모 식당이 마루금을 차지하고 앉음으로 해서 정확한 산줄기는 본래의 모습을 잃고 물길 또한 인위적인 수로공사로 인해 다소 왜곡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2003년 정맥산행은 이곳 와항마을에서 마무리되고 새날이 밝아오는 2004년 갑신년에는 새로운 희망을 안고 본격적으로 영남알프스 산군에 입성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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