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가는길

   
   
 
 

와항마을-운문령-가지산-능동산-배내고개 ☞지도보기 ☞낙동19구간 사진모음

*일시:2004.1.26
*날씨:맑음. 오늘도 역시 능선엔 차가운 바람

*산행상세
와항마을-(1시간10분)-운문령-(48분)-상운산-(48분)-가지산-(1시간47분)-능동산-(21분)-배내고개

와항마을(08:32)-우성목장(08:40)-일송수목원간판(능선진입)(08:50)-전망바위(09:00)-경남북도계봉(09:06)-894.8봉(문복산삼거리)(09:19)-헬기장(09:36)-휴식(09:41~09:51)-운문령(09:52~09:55)-헬기장(09:57)-석남사갈림길(10:05)-귀바위(10:37~10:42)-상운산(10:48~10:52)-휴식(10:55~11:02)-임도접(헬기장)(11:04)-쌀바위(11:18~11:25)-헬기장(11:35)-가지산(중식,11:54~12:35)-1168봉(12:47)-갈림길(석남터널 밀양,울산방향)(12:57)-대피소(13:08)-석남고개(13:20)-824봉(13:37)-813.2봉 삼각점(14:04)-827봉(14:07)-능동산 삼거리(14:25)-능동산(14:27~37)-배내고개(14:58)

*도상거리:15km
*총소요시간:6시간 26분(순보행:4시간 54분)

*참가: 백호산악회 31명
전태환, 주영기, 조동범, 정홍조, 한백기, 박종덕, 김재권, 김용배, 이재천, 임상운, 김승현, 권순태, 박춘하, 김상래, 황병수, 이병목, 성기봉, 최부근, 이종택(스탠), 김지용, 이종택(에너지), 박준희, 김진선, 유영찬, 최호우, 이운준, 문무종, 신용호, 박건우, 양태만, 정태영

  


=== 영남산악인의 메카 영남알프스 최고봉 가지산에 서다 ===


옛 말에 "대한이 소한집에 놀러 왔다가 얼어죽었다" 는 말이 있건만 이번 대한추위는 옛 말을 무색케 할만큼 대단한 추위였다. 대한부터 맹위를 떨추던 동장군은 설날을 지나서도 그 기세를 꺽을 줄 모르더니 막상 산행당일에서야 한풀 숨을 죽인 듯하다. 강원 산간지방과 호남지방의 눈소식을 접한 터라 이번 낙동19차 가지산구간에서 은근히 눈산행을 기대도 했었건만 가지산 정상부에서야 겨우 다져진 눈길을 걸어보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이번 구간은 가지산 도립공원, 즉 영남알프스의 거대한 산군 한가운데를 통과하게 된다.
영남알프스는 가지산(1240m)을 필두로 운문, 간월, 신불, 영축, 재약산 수미봉, 사자봉등 1000m급 산군이 포진하고 있고 광할하게 펼쳐지는 억새능선이며 장쾌하게 이어지는 능선의 파노라마는 과연 영남의 알프스라 이름지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사통팔달 호쾌한 조망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곳이다. 따라서 영남산악인들이 자랑하는 메카로 자리메김한지 오래이며 갈래갈래 뻗어나간 지능선과 골짜기를 헤집고 다니는 영남알프스 매니아들도 적지 않다.
특히나 어느 능선 한 자락에서라도 억새가 불타는 황혼을 지켜본 이라면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다시 찾지 않고는 못배길 일이다. 영남알프스를 관통하게 되는 정맥길 역시 메이커산의 명성에 걸맞게 고속도로처럼 잘 닦여져 있고 곳곳에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으므로 세세한 산길따라가기를 언급하는 것은 군더더기에 불과할 것이다.

▼와항마을에서는 우성목장 진입로가 되는 시멘트 길을 따라 올라선다.-우측 건너로 문복산이 올려다 보인다.
갑신년 들어 처음 맞는 정맥산행인지라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은 서로의 덕담으로 부산한 가운데 지곡골을 빠져나온 버스는 1시간 30분이 채 못되어 경주 산내면 대현리 와항마을 불고기 단지에 정차한다. 옷깃을 파고드는 알싸한 바람이 그리 싫지 않을 정도로 겨울분위기를 한껏 풍긴다.
08시 32분, 와항마을의 "가보자 노래연습장"과 "대현숯불 생고기식당" 사이로 난 서쪽 시멘트길을 따라 운문령을 향한다. 지난번에도 언급했지만 이곳 지형은 뚜렷한 산줄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냥 우성목장 진입로를 따라간다고 볼 수 있다. 우성목장으로 향하는 길에서 북쪽 산자락 문복산으로 뻗은 일자형 능선과 드린바위가 눈길을 끈다.
시멘트길 8분만에 수십마리의 한우가 사육되고 있는 우성목장 축사를 지난다.(08:40) 계속되는 시멘트길을 따라 10여분 가량 더 올라서게 되면 "일송수목원"을 알리는 나무팻말이 있는 고갯마루 근처에서 왼편 산자락으로 접어드는 길이 정맥길이다.(08:50) 예전에 없던 수목원 간판이 훌륭한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남쪽으로 향하는 숲길로 접어들어 10여분 올라붙으며 몸을 달구자 고헌산과 와항마을 일대가 한폭의 그림처럼 내려다 보이는 전망바위에 올라선다.(09:00) 이후 올라서는 능선은 슬그머니 산사면을 타고 오르는가 싶더니 첫 번째로 만나는 산봉에 올라 붙는다.(09:06) 멀리로 언양 시가지까지 건너다 보이는 이 볼록한 산봉은 정맥 마루금이 외항재 직전에서 헤어졌던 경남북 도계가 다시 정맥 마루금이 되는 곳으로 도계능선은 이 산봉에서부터 능동산까지 줄곧 함께하게 된다.
도계능선과 만나는 산봉에서는 우측으로 90도 꺽어 오른다. 역종주시 직진능선을 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곳이다. 이후 한차례 오름을 극복하고 나면 삼각점이 있는 894.8봉으로 문복산 삼거리에 이른다.(09:19) 와항마을에서 47분이 소요되었다. 894.8봉은 청도 운문면, 경주 산내면, 울주 상북면을 경계짓은 봉우리로 정맥은 왼쪽(남서)로 향하는 내리막으로 접어들어야 한다. 우측 북으로 향하는 순탄한 능선길은 문복산(1013.5m) 옹강산(831.8m)을 잇는 영남알프스 북부산군에 속한다. 운문령 건너로 가지산, 능동산, 신불산쪽을 건너다 보는 맛이 시원스러운 곳이지만 매서운 칼바람의 위세에 얼른 운문령쪽으로 내려서야 했다.

894.8봉을 지나서는 5분 가량 급한 내리막이 이어진다. 잔돌까지 빼곡히 깔려있어 까탈스럽다. 앞선 일행의 발 아래서 마른 먼지가 뽀얗게 일어난다. 겨울가뭄도 가뭄이려니와 이 길을 밟았을 수많은 등산화들은 급사면을 미끌어지지 않으려고 꼭꼭 즈려 밟았기에 산길은 그 앙갚음으로 풀썩풀썩 먼지를 피우며 꼬장을 부리고 있다.
급사면 내리막이 끝나자 능선은 언제 그랬냐는 듯 유순하게 이어지는 낙엽숲길이다. 이제서야 겨우 건너편으로 상운산이며 가지산을 올려다 볼 수 있는 여유를 찾아볼 수 있다. 간간이 나타나는 짧은 억새밭을 지나치는 부드러운 능선에서 헬기장 하나를 지나친다.(09:36) 능선마루를 훝고 지나가는 바람의 강도가 제법이다. 큰 추위는 지나갔다지만 그 여력은 아직도 칼바람 웅웅거리며 산꾼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다.
운문령 직전 바람이 잦아드는 남사면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10여분 가량 휴식을 취한 연후에야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을 알리는 교통표지판이 있는 운문령(雲門嶺)으로 내려선다.(09:52) 894.8봉에서 10여분 휴식시간을 제외하면 23분이 소요되었다. 69번 포장도로인 운문령은 고개가 높아 늘 구름이 끼어 일부를 가린다 하여 구름재라 부르기도 하고 휴일이면 고갯마루를 가득채운 차량행렬과 먹거리를 파는 포장집으로 번잡한 곳이지만 오늘은 을씬년스런 바람만이 고갯마루를 흔들고 있다. 손님맞이를 준비하던 포장집 아주머니가 쉬어가기를 종용하지만 아직은 산행 초반인 걸....

도로를 가로질러 건너편 등산로 안내판을 지나면서부터는 산복도로가 시작된다. 이 도로는 줄곧 정맥마루금과 나란히 하며 만나기를 거듭하며 쌀바위 아래까지 이어지는 길로 산복도로만을 따라가도 크게 정맥을 벗어나지는 않지만 정맥상의 귀바위와 상운산을 우회하게 된다.
09시 55분, 운문령에서 도로를 따라 2분 정도 오르면 왼편으로 헬기장 하나를 지나친다.(09:57) 헬기장을 지나 5분 후 도로를 버리고 능선으로 접어들지만 잠시 후 헤어졌던 도로를 다시 만나게 된다.(10:05) 이 도로를 만나는 지점은 왼편 아래로 석남사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되는 지점으로 이정표와 벤치가 설치되어 있다.(이정표: 석남사 2.0km, 쌀바위 2.9km, 가지산정상 4.2km)
석남사 갈림길 쉼터가 있는 곳에서 다시 왼편 능선으로 붙어 10여분 올라서면 두 번째로 도로와 접하게 된다.(10:14) 이후 능선은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가파른 된비알을 지나 세 번째로 임도를 만난다.(10:18) 만약 계속되는 산복도로를 따라 왔다면 이 세 번째 임도가 능선마루를 가로지르는 지점에서는 마루금을 따라 능선쪽으로 붙어야만 귀바위와 상운산을 오르게 된다. 얼마 되지 않을 거리로 불쑥 튀어나와 위용을 과시하고 있는 귀바위를 향한다.

▼귀바위 암봉에 올라선 최호우님-우측 끝부분으로 가지산이 보이고, 영남알프스 연봉뿐만 아니라 멀리 울산시가지까지 조망되는 지점으로 뒤로 능동산~신불산으로 이어진 정맥의 용틀임이 시원한 눈 맛을 제공한다.
10시 37분, 특별한 이정표기가 없는 귀바위에 올라선다. 발 아래로 아찔한 낭떠러지다. 가지산~영축산 마루금이 한눈에 다가온다. 멀리로는 울산 시가지까지 조망되고 지나온 구간의 고헌산도 1000m급 고산답게 위용을 부리고 있다. 사방팔방으로 휘둘러 보는 조망이 시원하기 그지없는 곳이다.
귀바위를 지나자 능선상에는 채 녹지 못한 눈이 다져진 길이다. 앞서 가시던 최부근 회장님께 요 앞 봉우리가 "내이름산" 이라고 했더니 다소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귀바위를 지나 5분 남짓한 발품으로 상운산(上雲山, 1117m)에 오른다.(10:48) 상운산 정상 표시목을 보고서야 최회장님은 "내이름산"의 정체를 파악하신 듯 크게 웃으신다. 상운산은 지도에 표기되지 않은 산명이지만 지역 산악인들이 새로이 붙인 이름으로 여겨지는 곳으로 역시 전망이 뛰어난 곳이다.
정상 표목을 지나치면 곧바로 "울산정상특파원"에서 붙인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다. (↖쌀바위, 가지산 ↗쌍두봉, 운문사, 지룡산) 오른쪽 길은 영남알프스 매니아들이 은밀히 즐기는 산행코스로 가지산의 번잡함과는 대조를 이루는 호젓한 길로 쌍두봉, 지룡산쪽을 잇거나 큰골을 타고 운문사로 내려설 수도 있다.

상운산을 지나 짧은 산죽밭을 내려오면 5분 거리로 다시 도로와 접하는 지점에서 헬기장을 만나다.(11:04) 이정표(쌀바위 1.0km, 귀바위 1.0km, 운문령 2.5km)도 설치되어 있다. 헬기장을 지나 건너편 능선으로 접어든다.
쌀바위가 코 앞으로 다가올 무렵 왼편으로 석남사 갈림길을 지나 2분 거리에 쌀바위 아래에 도착한다.(11:18) 쌀바위는 늘 번잡한 곳이지만 오늘은 우리 일행 외엔 아무도 볼 수 없다. 운문령에서부터 시작된 산복도로는 쌀바위 아래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쌀바위 아래 넓은 공터엔 상북면에서 세운 기념비석에 <새 천년의 위대한 태양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 그대 이 가지산에서/ 사랑을 약속하자/ 가슴을 열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사랑하면서/ 진정 조국만은 더 사랑한다고/ 가슴에 새기자> 라고 적혀있고 그 옆으로 먹거리를 파는 포장집 옆으로 타이탄 트럭 한 대가 세워져 있다. 
쌀바위 아래엔 인간의 과도한 욕심에 경종을 울리며 쌀바위란 이름을 잉태한 전설을 갖고 있는 샘터가 있는데 이 샘은 일반적으로 울산 태화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태화강의 발원지가 지난 구간 지나온 백운산(892m) 기슭이란 주장도 많은 편이어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아무튼 이 쌀바위는 가지산 도립공원의 볼거리 중 하나이다.

정맥을 가로막고 있는 쌀바위 뒤편으로 올라서기를 시작한다.(11:25) 10여분 올라선 헬기장에선 왼편으로 가지산 정상이 코 앞으로 다가온다.(11:35) 우측으로 가지산 북릉의 암릉(청도 귀바위)에 눈길을 주며 오르는 사이 어느새 가지산 정상이다. 11시 54분, 영남알프스의 최고봉인 가지산(加智山, 1240m)에 섰다.
높이로 치자면 낙동정맥 마루금상에서 면산(1245.2m)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산이다. 비록 1259.3m의 백병산이 낙동정맥의 맹주 노릇을 하고 있지만 백병산은 실제적인 마루금상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 구차스러운 높이를 제쳐두고라도 가지산에서 사위를 휘둘러 보는 조망은 실로 대단한 감동이다.
이미 몇 차례씩 올라봤을 1000m급 거봉들을 하나하나 꼽아보며 그 이름을 불러주는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과정이다. 주위로는 영남알프스 연봉은 물론이며 경주, 울산일대의 산들과 멀리 원동의 토곡산까지 어림된다. 다소 흠이라면 고스락에 설치된 인공의 요소들이다. 한켠에 자리잡아도 좋을 법한 이정표지판이 다소 어수선하게 느껴진다. 정상부의 거센 바람을 피해 남사면 아래로 자리를 틀고 삼삼오오 모여 허기를 달랜다.

▼영남알프스를 호령하고 있는 가지산 정상부-왼쪽에서부터 한백기, 박준희, 성기봉님
12시 35분, 가지산 정상을 뒤로 하고 남동쪽 아래의 정맥을 따른다. 우측 남서쪽 아래의 헬기장으로 뻗은 능선은 운문산으로 이어지는 길이고 북쪽 아래로 난 내리막은 이른 바 가지북릉코스로 역시 영남알프스 매니아들의 차지다.
잠시 내려서서 밀양고개 갈림길을지나 직진하면 12분 만에 바위봉으로 이루어진 1168봉이다.(12:47) 1168봉에서 왼쪽(동쪽) 능선으로 내려서면 급한 내리막으로 잔돌들이 깔려있어 걷기에 영 불편한 길이다. 간간이 로프도 설치되어 있다.
1168봉을 지나 10분 내려서면 이정표가 서 있는 갈림길을 만난다.(12:57) 이 갈림길은 정맥상에서 중요한 갈림길로 왼편 아래로 <석남터널-울산방향>으로 표시된 방향이 정맥길이다. 우리 일행은 뚜렷한 능선의 정면길인 <석남터널-밀양방향>으로 접어들었다. 직진 능선을 따라 내려서면 억새밭을 지나 3분 만에 정면 능선과 왼편 산비탈을 향해 난 갈림길에 이르게 되는데 왼편으로 접어들어야 한다.(13:00) 계속 직진하면 무덤 2기를 지나 석남터널 지난 도로변으로 떨어지게 된다.
왼편으로 산허리 하나를 돌아 나가자 4분 만에 다시 정맥길과 만날 수 있었다.(13:04) 우리가 내려온 길은 크게 정맥을 벗어나는 것도 아니고 시간과 거리로도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석남터널-울산방향, 밀양방행> 이정표를 처음 만나는 곳에선 왼편 아래 계곡으로 떨어지는 듯한 울산방향이 올바른 정맥길이다.

내리막이 끝나고 능선이 다소 유순해질 즈음 동동주를 비롯한 먹거리를 파는 대피소를 지나친다.(13:08) 대피소 움막 건너편 숲 사이로 쌀바위가 멋지게 보이는 지점이다. 대피소를 지나 얼마를 내려서자 왼편으로 "매표소 200m"를 알리는 갈림길이다.(13:16) 이후 4분 만에 돌무더기가 잔뜩 쌓인 석남고개에 이른다.(13:20)
석남고개는 4거리 안부 갈림길로 이정표가 서 있다.(살티마을 2.2km, 가지산 2.5km, 능동산 3.5km, 석남터널 0.6km) 누군가가 이정표 기둥에 "밀양재"라고 매직펜으로 적어 놓았다. 안부를 지나쳐 건너편 나무계단 길을 따라 오른다.
"능동산 3.3km, 석남터널-울산방향"을 알리는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쳐(13:27) 10분 만에 824봉에 닿는다.(13:37) 824봉 30m 직전에 우측으로 희미한 길 하나가 갈라지는 삼거리가 있다. 824봉은 대여섯평 정도되는 공터를 이루고 있고 주위로는 진달래 나무가 빼곡하다. 이후 2분 거리 100여m를 더 나서게 되면 능선 분기점으로 등로 왼편으로 자그마한 돌탑이 쌓여있는 산봉에 이르게 되는데(13:42) 돌탑 상단부에 매직펜으로 고봉산(高奉山)이라 적어 놓았다. 여기서 왼편(동쪽)으로 능선 하나가 뻗어가고 있고 희미한 족적도 보인다.

이후 길은 유순한 평지성 능선길로 이어진다. 뒤돌아 보면 가지산~운문산으로 치달리는 정맥의 곁가지가 자못 장쾌하다. 돌탑봉을 지나 7분 간격으로 측량점 2개(NO 10)를 지나치게 되는데 삼각점은 아니고 사룡산 근방에서 보았던 측량포인트로 여겨진다. 자칫 지형도의 삼각점이 있는 813.2봉으로 착각할 오류도 있다. 두 번째 측량점을 지나쳐 오르자 멋들어진 소나무가 길손의 발길을 붙잡고 쉬어가기를 유혹한다. 소나무를 배경으로 한 가지산 정상부의 모습이 시선을 붙잡는 곳이다.
소나무 쉼터를 지나쳐 오른 산봉이 삼각점(언양 450)이 있는 진짜 813.2봉이다.(14:04) 오른쪽으로 호박소가 있는 백운산의 슬랩성 암릉이 오후의 햇살을 받아 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다. 잠시 오름을 더 이어 올라선 봉우리가 827봉으로 능동산이 한층 가까워졌다.(14:07)

14시 25분, 한 차례 오름짓에 능동산 직전 삼거리 능선마루에 올라선다. 정맥은 직진방향의 산등성을 넘어가는 길이고 우측 2분 거리에 능동산 정상이다. 발길은 당연히 능동산(陵洞山, 983m) 고스락에 올라선다.(14:27)
이름 그대로 언덕처럼 올라선 둔덕봉인 능동산은 돌탑, 표석, 삼각점(언양312)이 있고 영남알프스의 한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셈이고 재약산 수미봉, 사자봉으로 향하는 능선분기점이 된다. 비록 그 높이가 1000m급에 미치지 못해 영남알프스의 산봉을 거론할 때 그 명함을 못내밀기가 일쑤지만 조망만은 어느 산봉에 뒤지지 않는 곳이다. 배내골 건너로 배내봉, 간월~신불~영축~시살등으로 뻗어나간 능선이 끝간데 없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 낙동에 처음 참가하신 양태만님께서 이곳 지리에 훤하신 듯 "조 앞 산자락 너머에 파래소 폭포가 있고, 그 뒤가 신불산, 시살등, 염수봉...."  일일이 산자락을 짚어 주신다. 정말이지 맑은 날씨 덕분에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사방팔방의 조망을 즐긴다. 정맥은 이 능동산을 기점으로 길고 긴 경상북도 땅을 버리고 본격적인 경상남도 땅으로 입성하게 된다.

14시 37분, 능동산 고스락을 뒤로 하고 정맥삼거리로 내려선다. 삼거리에서 50m 가량 내려서면 넓은 억새밭 사이로 헬기장을 지나친다.(14:41) 건너로 보이는 간월, 신불산쪽으로 하늘빛이 근래에 보기드믈 만큼 푸르다.
길은 내리막 억새밭 사이로 또 하나의 폐헬기장을 지나치더니(14:54) 이내 시멘트 도로로 내려서고 100여m 시멘트 길을 따라 나서면 대형 <배내골 이천리 안내도>와 <울산 학생교육원> 이정표가 서 있는 배내고개다.(14:58) 고개 왼편으로는 또 무슨 건물이 들어서려는지 넓은 공터를 조성하고 있는 중이다.
◀배내고개-대형 배내골 이천리 안내도가 있다.

영남알프스의 최대골짜기인 배내골은 부산, 경남인들의 여름철 피서지로 각광을 받고 있고 양산 원동까지 이어지는 20km의 긴 골짜기지만 도로가 포장되면서 예전의 청순미는 사라지고 사람의 발길이 잦아짐으로 해서 웬만한 골짜기는 훼손된지 오래다. 계곡 옆으로 야생 배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어 배내골(梨川洞)이란 이름이 연유했다고도 하고 옛날 배가 이 골짜기까지 올라왔다고 하여 배내란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배내고개에 이름으로 낙동구간에선 최고의 산악미를 뽐내는 영남알프스 가지산구간을 비교적 짧은 시간에 마치고 2004년 첫 정맥산행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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