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가는길

   
   
 
 

이리재-봉좌산-어래산-칠성현-기계천 달성교-내단2교-내단3리 ( ☞지도보기)  

*시경계:이리재-(1.8km,45분)-봉좌산-(1.2km,25분)-동자방안부-(1.2km,30분)-암릉구간-(1.4km,26분)-임도-(1.2km,47분)-어래산-(2.7km,1시간15분)-444봉-(2.5km,47분)-칠성현-(1.4km.44분)-기계천 달성교-(0.9km,14분)-내단2교-(2.0km,32분)-냉수새각단마을
=== 도상거리: 16.3km, 순보행: 6시25분, ===

*기타:

*총 도상거리:16.3km, 순보행:6시간25분, 총소요시간: 8시간 22분

*필요지형도: 1/25000(기계), 1/50000(기계)

*일시 :2002년 10월17일
*참가 :4명(이재천,이준형,김승현,임상운)

강원도 산간지방의 단풍소식이 연일 메스컴의 주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온 산이 불붙는다고들 한다.
피고지는 계절의 순리는 이곳 남쪽 산하에도 예외는 아닌 듯 산정으로부터 노랗고 붉은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산과 들녘이 가을정취에 흠뻑 취해 있는 이즈음 또다시 시경계 마루금을 이어간다.
오늘 산행에 있어 실질적인 산록경계는 어래산이 경주 안강과 포항 기계의 경계를 가르며 동으로 맥을 이어가다가 그 기세를 수그려 결국 맥이 끊어지는 기계천변 달성교쪽이 날머리가 되지만 다음구간 초장부터 평지를 이어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신광면 냉수리와 안강쪽 단구리의 경계가 되는 종당마을(내단3리)까지 약 3km의 하천변을 이은 후 산행을 마감할 계획이다. 시경계에서 약 500m 가량 떨어진 단구휴게소 한켠에 차량 1대를 주차한 후 다시 이리재로 올라선다. 이리재 오르는 길은 여전히 고속도로 공사차량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07시 48분, 이리재에서 낙동정맥 표지기가 나부끼는 숲을 파고들자 이내 반듯한 길이 나타난다. 제법 팍팍한 오름길을 따라 12분 가량 숨을 헐떡거리는 사이 416.8봉에 이른다.(08:00)
한 고비 올라선 듯 했지만 저 앞으로 우뚝하게 솟아있는 614.9봉이 버티고 있다. 418.6봉을 올라서게 되면 길이 잠시 평탄해 지는가 싶더니 이내 고개를 고추 세우기 시작한다. 다시 12분 다리품을 팔고 나서야 겨우 614.9봉 전위봉쯤에 당도한다.(08:12) 이쯤에 서게 되니 왼쪽 아래로 봉계리 일대가 내려다 보이기 시작하고 저 건너로 봉좌산 정상의 봉좌암이 시커멓게 오려 보이기 시작한다.

▼봉좌산(鳳座山) 정상부(스테인레스 표식이 있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산 속은 이미 갈색 톤이 완연하다. 정말이지 하루가 다르게 색조를 변화시키는 자연의 순리가 그저 경이롭기만 하다. 인간 역시 순리에 순응해야 하건만 가끔 그 순리를 거부하려는 욕심으로 화를 자초하는 예가 다반사로 벌어짐이 안스럽다.
가파른 오름길을 한번 더 치고 올라서야 겨우 614.9봉에 올라선다.(08:22) 이쯤만 올라서도 큰 오름길이 더 이상 없는 셈이다. 614.9봉은 개정판 이전 지도에는 표고 600m 정도로 표시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지점은 포항, 영천, 경주가 접하는 지점으로 이제부터는 영천땅을 벗어나 시경계가 바다에 잠기기까지 줄곳 경주와의 경계를 이어가기도 하지만 낙동정맥이 포항땅을 벗어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정맥은 여기서 남쪽으로 내려서서 인접한 도덕산 못미쳐에서 안강 시티재를 이어 영남알프스쪽으로 그 맥을 줄기차게 이어가고 있다. 물론 형형색색의 표지기들이 정맥 갈림길임을 안내하고 있지만 남진하는 정맥꾼들은 가끔 여기서 뚜렷하게 능선이 이어가는 봉좌산쪽으로 접어들어 원치않는 알바를 하는 경우도 있다.
봉좌산은 여기서 지척간이다. 잠시 숨을 고른 후 정면 동쪽의 완연한 마루금을 이어간다. 3분 정도 나서면 왼쪽 아래 봉좌산 기도원에서 올라오는 뚜렷한 길을 지나치고 여기서 채 10분도 되지 않아 봉좌산 암봉에 이를 수 있다.(08:38) 이래재에서 휴식시간을 포함하여 50분이 소요되었다.

봉좌산(鳳座山)(약 620m)은 정상부에 마치 봉황모양을 한 바위인 봉좌암이 있는 관계로 붙여진 이름으로 포항시내에서 가까워 시민들의 가족산행지로 많이 찾는 곳이다. 정상표식 스테인레스 기둥에는 표고 600m로 표시되어 있지만 최근 수정된 지형도를 살펴보면 620m쯤으로 표기되어 있다.
정상 암봉에서 보는 조망은 언제나 시원스럽기 그지없다. 북서쪽으로 운주산이 위용을 자랑하는가 하면 남서쪽 건너로 천장산, 도덕산, 자옥산이 뾰족하게들 고개를 내밀고 이어가야할 어래산에서 단구리로 길게 뻗어 내리며 고개를 낮추고 있는 시경계가 멀게만 느껴진다. 평온한 기계들녘 너머 저 멀리로 비학산이 옅은 구름에 가려 희미하게 보이기도 한다. 기도원에서 올라오는 계곡쪽 산록은 붉고 노란 가을빛이 완연하다.
봉좌산에서 사위조망을 한껏 즐긴 연후에야 어래산쪽으로 발길을 옮긴다.(08:50)

암봉을 내려서게 되면 왼쪽 아래로 암봉을 돌아 내려서는 길을 만나게 되는데 북릉을 타고 치동마을로 내려서거나 봉좌산 기도원쪽으로 내려설 수 있는 길이다. 동으로 이어지는 좁다란 날등을 따라 진달래 나무가 걸리적거리는 길로 15분 가량 나서게 되면 갈림길이다.
시경계는 오른쪽 아래로 뚝 떨어진 후 다시 순탄해지는 능선길을 이어가야 한다. 정면으로 반듯하게 난 능선길은 왼쪽으로 휘어 돌며 동자방마을로 내려서는 길이다. 우측 아래 가파른 내리막을 따르면 작은 안부에 이르고 바로 앞 야트막한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돌아 나서는 오붓한 길이 펼쳐진다.
이후 왼쪽으로 무덤 1기를 지나친 후(09:48) 다시 5분 만에 "창녕조씨" 무덤 3기가 나란히 있는 지점을 통과하게 된다. 내림길이 끝나는 널널한 4거리 안부에 이르면 오른쪽으로 "창녕조씨" 무덤 1기가 또 나타난다.(09:15)
우측 아래로는 안강쪽 옥산저수지 상단의 민내마을로, 왼쪽은 계곡을 타고 곧바로 동자방마을로 내려 서거나, 산허리쪽으로 난 넓은 오솔길을 타고 고지리로 내려설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근교산행시 주로 이용되는 코스이기도 하다.

여기서 정면 울창한 소나무 숲을 들어서게 되면 길이 오른쪽(남쪽)으로 꺽이게 되는데 깨끗하게 이어지는 오솔길이 전개된다. 완만한 오름길을 이어 다시 능선마루에 서게 되면 건너편 남쪽 아래로 민내마을로  내려서는 짧막한 지능선으로 희미한 족적을 찾아 볼 수도 있다.
여기서 50m 후가 389.9봉이다.(09:24) 389.9봉은 그저 펑퍼짐한 둔덕을 이루며 왼쪽 귀퉁이에 걸터앉기 좋은 바위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지금까지 가을색 짙은 오붓한 길을 이어 온 것이다. 막내 준형이는 오늘 코스는 거의 공짜라는 듯 기분 좋은 너스레를 떨기도 하며 계속 이런 길만 이어졌으면 좋겠단다.
그렇게 콧노래를 부르며 한가히 걷는 사이 칡넝쿨과 잡풀이 무성한 안부에 이르고(09:32) 오른쪽으로 민내마을로 내려서는 희미한 길이 나타나고 바로 코 앞으로 고개를 바짝 치켜든 봉우리가 앞을 가로 막는다. 갈수록 급하게 치솟아 오르는 길에서 몇 번이나 숨을 고르고서야 겨우 시야가 트이는 봉우리에 올라설 수 있었다.(09:45)

여기서부터 전후좌우로 시야가 확 트이며 짧막하게 이어지는 암릉길이다. 가파른 오름길 이후에 나타나는 전망좋은 암릉이라 조망을 핑계로 한참을 쉬어간다. 약 40~50m 가량으로 이어지는 암릉 날등에는 바위손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건너편으로 넘어서야 할 455.3봉, 439.7봉이 고만고만하게 뾰족히 솟아올라 키재기를 하고 있고 뒤돌아본 봉좌산은 거무튀튀한 모습으로 벌써 저만큼 멀어져 있다. 바로 아래로 민내마을의 빨간 지붕들이 내려다 보이고 그 건너로 도덕산, 자옥산의 기세가 제법 위엄을 갖추기도 한다.
동쪽 아래의 골안지, 학야지를 비롯하여 기계면 일대의 황금들판이 시원스레 펼쳐지고, 보고 또 봐도 정겨운 풍경들이다.

10시 정각, 암릉길을 이어 발길을 재촉한다. 완만하게 올라선 후 455.3봉에 이른다.(10:07) 455.3봉에서는 왼쪽으로 꺽어 들어야 한다. 정면 남서방향으로 나서는 능선길이 있으므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이후 짧은 내리막에 이어 잠시 올라서면 삼각점이 반듯하게 설치되어 있는 439.7봉에 이른다. 오른쪽 아래로 옥산지가 내려다 보이고 이어온 암릉길 저 너머엔 봉좌산이 벌써 가물가물 해지기 시작한다. 439.7봉 정상 주위에는 어떤 목적인지 몰라도 보온재로 사용되는 천 종류가 삥 둘러쳐져 있기도 하다.
439.7봉을 지나면서 길이 다소 희미해지기 시작한다. 주능선을 가름하여 남쪽으로 내려서게 되니 급기야 희미하던 길마져 자취를 감추더니 왼쪽 아래로는 아찔한 절벽지대를 이룬다. 제대로 된 길을 찾기 위해 439.7봉으로 다시 올라선 후 오른쪽으로 약간 치우치는 듯한 희미한 족적을 쫓아 잠시 내려서게 되니 무덤 1기가 나타나고 다시 그런대로 나 있는 길을 따르게 된다. 길은 다시 또렷해지기 시작하는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언뜻 왼쪽 옆 숲사이로 무덤이 보이고 무덤으로 진입하는 듯한 희미한 길을 지나친다.(10:26)

뚜렷한 내리막 지릉을 따라 5분을 더 내려서니 절개지를 지나 임도에 다다른다.(10:31) 여기서 포항쪽 학야리방면으로 50m 가량 임도를 타고 올라서게 되니 또렷한 고갯마루에 이르게 된다. 우리가 내려온 길은 시경계 마루금에서 50 정도 안강쪽으로 치우치며 내려선 것이다.
고갯마루에서 지나온 439.7봉쪽 소나무 숲사이로 넓직한 오솔길이 전개되고 초입부로는 송이버섯 채취를 금지하는 듯 붉은 테이프와 함께 "입산금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걸려있다. 이 고갯길은 포항쪽 학야리에서 안강쪽 옥산리를 넘어서는 길로 지형도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차량통행이 가능할 정도로 잘 닦여져 있다.

10시 36분, 임도에서 남쪽 어래산을 향하는 가파른 날등으로 접어든다. 고갯마루에는 옥산리로 이어지는 차도외에 남쪽 어래산 방면으로 어디까지 이어지는 임도인지는 몰라도 또 다른 임도가 시작되고 이 임도를 따라 10m 가량 나서게 되면 왼쪽으로 능선 오름길이 시작된다. 이 길은 어래산 오르는 주등산로 인양 초입부로 몇몇 표지기들이 걸려있다.
서서히 오르막이 시작되는 길을 얼마 접어들지 않아 비석도 없이 봉분이 약간 깍여 내려간 무덤4기가 차례로 있는 지점을 통과하게 되고(10:45) 다시 5분 만에 상석에 이끼가 다닥다닥 낀 "안동권씨묘"를 지나치게 된다.(10:50)
이 무덤은 바로 앞 414.4봉의 전위봉쯤 되는 곳이다. 이후 5분 가량 밋밋한 길을 쭉 이어가게 되는데 414.4봉은 특별하게 어디가 정점이라 단정짓기 어려울 정도로 그저 평평하게 이어진다. 밋밋한 길이 끝나는 내리막 지점에 붉은 테이프가 쳐져있다. 이곳 역시 송이채취를 위해 접근을 통제하는 곳인 듯하다.

본격적인 어래산 오름길이 시작되는 안부에 이른다.(10:59) 소나무 몇 그루와 억새풀이 자라고 있는 안부 오른쪽으로 옥산지쪽에서 올라오는 희미한 길이 보인다. 꼿꼿이 고추 선 가파른 오름길에서 숨이 턱까지 찬다. 간간이 나타나는 더덕도 캐고 잎새가 떨어져 앙상한 줄기에 다닥다닥 붙은 다래도 따 먹으며 오름길의 완급을 조정한다. 쪼글쪼글 해진 다래의 달콤하고 알싸한 맛이 그저 그만이다.
된비알로 이어지는 길에 밧줄이 메어져 있는 바위틈을 통과하여 7~8분 가량 가쁜 숨을 몰아 쉬게 되니 드디어 반듯한 헬기장이 있는 어래산(563m)에 이른다.(11:31) 도중에 노닥거린 시간을 뺀다면 임도에서 47분 정도 다리품을 판 셈이다.
남쪽 아래 안강 산대리쪽에서 사격소리가 요란하다. 어래산은 안강들녘을 가로지르는 국도변에서 남사면을 올려다 볼 때는 곳곳에 포 사격장 표적으로 볼성사나운 모습이고, 서쪽 자옥산 오름길에서 볼 때는 촛불처럼 뾰족하게 건너다 보이기도 하지만 정작 산 정상부는 밋밋한 봉우리를 이루고 있다.

키 큰 억새 너머로 안강들판이 가뭇가뭇 내려다 보이는 어래산(魚來山)은 예전에 기우제를 올리는 단이 있었고 어을암(於乙庵)이라는 암자가 있었다고 한다. 옛날 해일이 넘쳐 바닷고기가 이 산까지 왔으므로 어래산이라는 전설이 있고 지금도 산정엔 조개껍질이 발견된다는데 이는 지반의 융기현상이라는 추측이며 일명 어을산(於乙山), 구피산, 어래산(於來山), 어지어산(於之於山)이라 불려 지기도 했다. 옛 기록엔 경주의 삼산(三山)중의 하나로 꼽혔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어래산 헬기장에서 되내려와 동쪽 능선을 타기 시작한다.(11:34)
6분 가량 길을 이어 어래산 동쪽 끝 봉우리에 이르게 되니 무덤 1기가 자리하고 있다. 여기서 방향은 왼쪽으로 살짝 휘어돌며 완만하게 내려선다. 어래산을 지나면서부터는 또렷한 외길능선이 이어진다.
어래산에서 20분 가량 나서게 되니 잡풀이 널널한 안부에 이른다.(11:55) 옛날에 집터라도 있을 법했던 너른 터로 약간의 돌무더기 흔적도 보인다. 어쩌면 여기가 예전에 있었다는 어을암(於乙庵) 터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안부를 지나 5분 가량 올라서게 되니 약 30m 가량 이어지는 짧은 너덜밭을 만나게 된다. 너덜밭 한켠의 고운 단풍 너머로 봉좌산을 배경으로 한 컷하고 오름길을 이어간다.

12시 07분, 예전에 이곳에 탑을 세웠던 듯한 콘크리트 기초 4개가 있는 507.8봉에 이른다. 한쪽 귀퉁이에는 편편한 바위가 있어 점심먹기 좋은 곳이다. 그러고 보니 새벽밥 먹은 지가 오래 됬음을 그제서야 깨닫게 되고 배꼽시계가 정오가 지났음을 알린다. 도중에 간간이 먹거리로 배를 채웠건만 그래도 밥이 최고여!
507.8봉 내림길의 적당한 지점에 자리를 틀고 앉아 점심식사.(12:10) 은은한 향을 풍기는 포도주, 매실주를 반주 삼아 갖는 식사시간은 언제나 즐겁기만 하다. "먹는 만큼 걷는다" 했던가? 다들 포만감에 겨워 만족한 듯하다.

12시 45분, 빵빵해진 배를 앞세워 완만한 내리막 능선을 따르기 시작한다. 507.8봉을 지나면서부터는 왼쪽으로 풍광 좋은 암반지대가 간간이 나타나고 조금만 더 참고 내려와 식사를 할걸 하는 후회에 저마다 한 마디씩 한다.
평평하게 이어지는 능선에서 왼쪽 아래로는 급준한 단애를 이루고 오른쪽으로는 소나무 숲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아마도 어래산을 내려와 444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전망대가 오늘의 하이라이트가 아닌가 생각된다. 간간이 나타나는 넓직한 암반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기계면 일대의 누런 들판이 풍요롭기 그지없다.
묘주위로 돌아가며 아담하게 돌담을 쌓아올린 "월성손씨묘"를 지나치고(13:03) 7분 후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게 된다.(이 봉우리 직전에 우회로 있음) 결국 왼쪽 아래로 골안지가 빤히 내려다 보이는 무덤가 암반에서 펼쳐지는 기계들녘의 전경에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또다시 퍼져 앉는다.(13:15)

▼기계면 학야리일대와 면소재지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암반에서...(김승현씨)
바로 아래 골안지 물빛이 온통 황토색이다. 그러고 보니 골안지 바로 옆으로 또 무슨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토사가 유입되고 있음이다. 하지만 조금만 시야를 넓게 두면 추색(秋色) 짙은 넉넉한 전경들이 마냥 정겨웁기만 하다.
기계면 일대를 이렇게 넓은 시야에서 내려다 보게 되니 내 마음까지 넉넉해진다. 면소재지를 비롯한 크고 작은 마을들이 바로 발 아래에 있다. 학야리 마을 뉘 집에선 80년대 유행가가 스피커를 통해 선명하게 들려온다.
인근 건천 태생인 시인 박목월은 이 기계면을 들러 "기계장날" 이란 시를 남겼다. 비록 목월의 대표시는 아니지만 절절이 서민들의 정서를 노래한 시이다.

<기계(杞溪)장날> 박목월
아우 보래이/ 사람 한 평생/ 이러쿵 살아도/ 저러쿵 살아도/ 시큰둥 하구나/
누군/ 왜, 살아 사는건가/ 그저 살믄/ 오늘같이 기계장도 서고/
허연 산뿌리타고 내려와/ 아우님도/ 만자잖는 가배/ 앙 그런가 잉/ 이 사람아/
누군/ 왜 살아 사는건가/ 그저 살믄/ 오늘같은 날/
지게목발 받쳐놓고/ 어슬어슬 산비알 바라보며/ 한 잔 술로/ 소회도 풀잖는가/
그게 다/ 기막히는 기라/ 다 그게/ 유정한기라

만약 목월선생이 이렇게 품세 좋은 기계들녘이 내려다 보이는 이 반석에 앉았다면 그 유명한 <나그네>의 구절보다 더 훌륭한 시상이 전개되지 않았을까? 과연 누구든 이 자리에 앉는다면 쉬이 시 한 수 정도는 절로 나오리라...
그렇다면 이 우메한 산객도 목월선생의 <기계장날>에 답해야 하지 않을까.

행님 보소!/ 유정이 다 유정이 아닌지라/ 알량한 세상사 곡절도 많구려/
이제 타관살이 지름밥 그만 묵고/ 이 아우 여기 터 잡고 살고 잡소/
뽀얀  안개 감싸는 넉넉한 이 들녘에서/ 세상번뇌 외면하고/ 부드러운 대지와 손 맞잡고 친구하고 잡소/
어느 한가한 오후 휘적휘적 산허리 타고 올라/ 불 붙는 저녁놀 바라보며 이 산자락을 사랑하고 잡소/
발뿌리 기계천변 묻어 둔 어래산 등허리/ 바위턱에 걸터 앉아/ 땅거미지는 이 들판을 사랑하고 잡소/
한 많은 세월/ 허리띠 졸라 메며/ 손마디 앙상해진/ 내 노모도 좋아하실게요/
가끔은 이렇게 행님 만나/ 농익은 탁주 한 사발로 넋두리도 할라요/ 이 또한 유정한거 아인교

13시 22분, 시잘데 없는 청승은 그만 떨고 훌훌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짧막한 오름길을 지나니 444봉 삼각점에 이른다.(13:28) 학야리에서 울려오던 유행가는 그새 다른 곡조로 바뀌어 흘러 나온다.
444봉을 지나면서부터는 짧게 짧게 나타나는 굴곡있는 능선으로 인해 예상외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편이다. 444봉을 내려선 안부에선 오른쪽 아래 노당리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치게 되고 잠시의 오름짓에 봉분 위로 산구절초가 흐드러지게 핀 무덤이 있는 409.1봉에 이른다.(13:41) 이후 내림길을 이어 건너로 288.1봉과 칠성현으로 추측되는 잘록이 너머의 186.3봉이 또렷하게 보이는 바위턱에서 또 한참을 쉬어간다. 길은 간혹 싸리나무 잡목이 베낭끈을 잡지만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솔가리를 밟으며 편안하게 이어지는 길을 따르는 편이다.

왼쪽 아래로 이인골로 내려서는 잘록이에 도착하고(14:02) 마치 건너편에서 볼 때 죽순처럼 뾰족하게 솟아있던 288.1봉을 크게 힘들이지 않고 올라선다.(14:10) 보기와는 달리 제법 평지를 이룬 봉우리다.
288.1봉을 지나면서부터는 줄창 내리막 길로 이어진다. 곧 칠성현이 나타날 것같았지만 10분 가량을 내려서서야 거대한 고인돌이 있는 칠성현에 이른다.(14:20) 고갯마루 왼편으로는 거대한 고인돌이 자리하고 있고 이 고인돌 옆으로 안내판이 붙어 있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칠성고개 큰고인돌> (우측 사진)▶
이 큰 바위(높이 4.8m, 둘레 15m)는 청동기시대에 살았던 우리 조상의 무덤으로 8개의 받침돌(고인돌, 지석) 위에 큰 덮개돌(개석)을 올려 놓은 남방식 고인돌이다. 이 칠성고개 고인돌은 영남지역에서 가장 큰 것으로 여겨지며 부근에 5기가 더 있다. 또한 고개 남쪽 노당리로부터 북쪽 성계리, 문성리, 인비동까지 30여기의 고인돌이 줄지어 있기도 하다.
=== 2000.11.11 경주 문화연구 교사모임 ===

칠성현의 고인돌은 과거에 칠성바위라고도 불리었으며 왼쪽 고갯마루 북쪽 아래의 성계리도 예전엔 칠성마을이라 불리어졌다고 한다. 칠성(七星)은 바위의 갯수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매장풍습에서 시신을 올려놓은 칠성판과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며 무덤자리라는 뜻으로 칠성이란 말이 쓰였으며 북쪽에 영혼이 머문다는 북두칠성의 준말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고 보면 이 고갯마루 좌우의 성계리, 노당리 일대에서 거석들을 본 기억이 있다. 무심코 지나친 그 바윗돌들이 고인돌이었다니...
어쨋든 아끼고 보존해야 할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임이 틀림없다. 한편으로 이 거대한 바위를 어떻게 옮겼을까 하는 의구심은 끝내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칠성현은 경주쪽에선 일명 노당재라고도 불리우며 포항쪽에서 본다면 당연히 칠성고개라 부르는게 수긍이 간다.
현재의 칠성현은 이미 잊혀져 가는 고개인 듯 좌우로 내려서는 넓은 길들은 잡목만이 무성하고 고갯마루에 쌓여진 돌무더기 흔적으로 보아 과거에 성황당터 자리였던 듯 묵묵히 옛 선인들의 질곡한 애환을 말해주고 있는 것같다.

칠성현을 지나 작은 봉우리를 넘어선 안부로 다시 좌우로 내려서는 길이 또렸하고 길섶으로 오래된 듯한 전봇대 하나가 쓰러져 있다. 186.3봉 오르는 길은 예전에 방화선이었던듯 넓게 이어지지만 잡목과 잡풀이 자리를 차지한지 오래인 듯하다. 이제 남은 마지막 힘을 쏟아부어 한 차례 오름짓 후에야 정정이 뚜렷하지 않은 186.3봉을 지나친다.(14:38)
이제 더 이상의 오르막이 없다는 안도감에 베낭을 벗어 던지고 남은 식수를 마음껏 들이켜 보기도 한다.
14시 45분, 기계천을 향하여 내려서기를 시작하고 1분 정도 내려서게 되니 지능선이 둘로 갈라지는 갈림길이다. 왼쪽이 뚜렷하지만 이 길은 성계리 교회쪽으로 내려서는 길이고 오른쪽 내리막으로 <포항JC 시경계표지기>가 걸려있다. 오른쪽 내리막을 따라 희미한 안부를 지나 142.8봉 올라서는 길에서 안강쪽 금빛들판이 끝간데 없이 펼쳐지고 있다.
기계들녘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광활하다. 가까이로 안강-기계간 도로의 차량 지나가는 소리가 지척이다.

▼삼각점이 있는 142.8봉에서 본 단구리일대와 기계천 달성교
14시 54분, 지형도상에는 표기되어 있지 않은 삼각점이 있는 142.8봉에 이른다. 정상부엔 "안동권씨 묘"가 자리하고 있다. 기계천으로 내려서는 능선으로는 큰 나무가 없이 밋밋하게 이어지는 완만한 내리막이 펼쳐진다. 오른쪽으로는 안강의 드넓은 평야지대, 정면으로는 달성4거리의 분주한 차량 움직임, 왼편으로는 기계면 일대가 한 눈에 조망된다.
왼쪽 바로 아래로 성계리쪽 교회가 내려다 보이고 저 멀리 다음구간 이어야 할 야트막한 도움산쪽 시경계가 건너다 보이기도 한다. 완만한 내리막이 끝나고 급하게 떨어지는 사면 직전의 헬기장에서 행장 속의 남은 먹거리를 말끔히 처리한 연후에야 또다시 발길을 이어간다.(15:10) 너무 많이 쉬어 가는 건가...
헬기장 이후로는 뚜렷한 길이없는 급한 내리막으로 이어지지만 오른쪽으로 약간 치우치는 기분으로 내려서게 되면 희미한 족적이 이어지고 6분 정도 후에 "월성이씨 묘"를 지나쳐 10m 정도 후에 성계1리(이인골) 버스정류장 바로 옆 숲을 빠져 나오게 되니 성계리로 들어가는 기계천 옆 도로변에 이른다.(15:16)

다시 속세로 환속했다고나 할까? 생생거리는 자동차의 질주 속에 정신마저 멍멍해진다. 이제 남은 것은 하천변을 따라 편안하게 평지를 걷는 일뿐이다. 간단한 기념촬영후 달성교를 건넌다.(15:24)
실제 시경계는 기계천을 비스듬히 가로지르는 보 아래의 하천으로 이어지지만 물길을 건너는 것이 곤란하여 달성교로 우회한다. 달성교를 건너자마자 좌회전 후 곧바로 하천으로 내려서서 물길을 따른다. 내단천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내단천은 신광쪽 냉수지 아래에서 시작되어 이곳 달성교 전단에서 기계천과 합류하여 형산강으로 흘러들고 있다.
하천을 따르는 길.... 각종 생활하수와 축사에서 흘러나오는 오수로 인해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길이 길이 후손에게 물려줄 우리의 자연자원이 아니던가? 각성할 대목이다.
달성교에서 하천을 따라 15분 남짓한 거리에 내단2교에 도착한다.(15:35) 여기서부턴 내단천 오른쪽의 시멘트길을 따르기로 한다. 시경계는 이 내단2교를 통과하지만 경주시를 알리는 표지판은 달성4거리 방향으로 50m 후에 설치되어 있는 상태다.

탐스럽게 열린 붉디붉은 사과밭을 오른쪽으로 끼고 오른다. 도중에 누렇게 익은 벼가 고개를 푹 숙인 논둑사이로 들어 메뚜기도 잡아가며 어린시절 향수를 떠올리며 마냥 늑장을 부리는 사이 어느덧 "새마을교"가 놓여있는 내단 3리 마을표석에 이른다. 내단 3리는 기계면과 신광면의 경계에 위치해 있고 바로 옆 용산의 불무혈이라는 용산 머리 북쪽 아래의 마을로 300여년 전 최국일, 박충국 두 선비가 개척했다고 한다. 종단(宗丹)마을이라고도 부른다.
새마을교를 지나면서부터 다시 하천으로 내려서서 물길을 따르다가 하천이 왼쪽으로 꺽여 올라갈 즈음 오른쪽 뚝방으로 올라서게 되고 과수원 사과밭을 가로지르게 되니 민가 마당으로 들어선다. 이 민가는 강동면의 최말단에 있는 민가로 민가 뒷편이 시경계가 된다.
민가의 대문을 빠져 나오게 되니 "경주시 강동면 단구리 608번지 이상원" 이란 노란 문패가 붙어있고 그 바로 앞에 포항시의 시작을 알리는 도로표지판이 붙어있다.(16:10) 시경계는 신광쪽으로 10여m 정도 더 진행한 냉수새각단마을을 알리는 표지판 옆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 차량을 주차해둔 단구휴게소까지 7~8분 가량 도로를 따르게 되니 피곤한 하루품이 끝나는 순간이다.

*교통안내:-우방토파즈-이리재(23.5km)
단구 4거리를 지난 기계우회도로 중간지점쯤에서 왼쪽으로 고지교를 넘어선 후 바로 우회전하여 봉좌산기도원 입구를 지나 다음 만나는 갈림길에서 좌회전하게 되면 포항-구미간 고속도로 터널공사가 진행중인 이리재로 올라서게 된다.
-산행 날머리인 단구휴게소까지는 포항 우방토파즈를 출발하여 기계 달성사거리에서 우회전 한 후 신광방면으로 접어들게 되면 대명공원묘원 초입의 갈림길을 지나 얼마지 않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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