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토신골-상왕봉-칠불봉(왕복)
*산행상세
해인사-(8분)-공원지킴터-(1시간10분)-석조여래입상갈림길 철계단-(20분)-상왕봉-(10분)-칠불봉-(20분)-석조여래입상-(1시간)-공원지킴터-(6분)-해인사-(10분)-성보박불관
== 약 10km, 순보행: 3시간 24분 ==
가야산은 국립공원치고는 등산로가 상당히 단조로운 편이다.
아니, 실제로는 산행할 수 있는 다양한 능선과 암봉이 있어 산행의 변화를 꾀할 수 있지만 국립공원측에선 대부분의 산길을 꽁꽁 걸어 잠근 상태다. 따라서 현재 정상을 오르려면 합천쪽에서는 해인사-토신골-가야산, 성주쪽에서는 백운동-심원골-가야산이 유일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다행히도 지난 해 국립공원측에서 백운동쪽 만물상 코스를 개방하여 그나마 가야산의 숨통을 조금 열어 놓고 있는 편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구제역 소동과 동절기 산불예방을 위해 2011년 3월 현재 일시 폐쇄된 상태다.
20~30년 전쯤 백운동쪽에서 오르는 길이 보편화되지 않을 때만 해도 해인사를 경유하여 가야산 오르는 길은 꽤 많은 사람이 찾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여 해인사 입구의 상가촌이 한때 영화를 누리기도 하였지만 이젠 옛 말이 되고 말았다. 해인사에서 징수하고 있는 문화재 관람료가 가야산을 찾는 등산객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인사~ 가야산 정상을 찾는 등산객은 가뭄에 콩 나듯 하고 대부분은 백운동코스를 이용하여 가야산 오르는 것이 일반화 되어있다.
◀칠불봉에서 건너다 본 상왕봉
아무튼 이번 산행은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오랫만에 해인사코스를 이용하여 가야산을 오르게 되었다.
해인사 입구 가야산국립공원 사무소에 들러 차 한잔을 마시며 라운드미팅을 마치고 관리공단 정은숙님과 함께 동행한다.
공원관리사무소에서 성보박물관까지 차량으로 이동하여 박물관~해인사까지 약 1km 구간의 정화활동이다.
해인사까지는 차가 다니는 길과 산책로로 분리되어 있고, 산책로 주변으로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널려있다. 약 1시간 가량 수거한 쓰레기 양이 만만치 않다.
해인사 입구까지의 1차 정화활동을 마치고 가야산을 향한 본격적인 산행을 겸한 2차 정화활동을 시작한다.
해인사 일주문이 보이는 절집 입구에서 해인사로 들어서지 않고 곧장 직진하면 넓직한 주차장이다. 주차장 오른쪽 끝으로 들어서면 곧 왼편으로 용탑선원이 나타난다. 용탑선원은 3.1운동때 33인중 한 분인 용성스님을 위하여 창건되었다고 하며 용탑선원은 스님의 사리를 보존하기 위해 1945년에 지어졌으며 용탑원이라고도 한다.
길은 용탑선원으로 들어서는 극락교를 거치지 않고 계곡 옆으로 난 소로를 따라 계곡을 거슬러 오른다. 이후 계곡을 가로지르는 선유교를 건너 잠시만 올라서면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설치한 <공원지킴터>를 지나 계곡을 끼고 팬스가 쳐진 길을 따라 든다. 지킴터에서 약 200m 후 오른쪽으로 극락골로 연결되는 낡은 다리를 만나게 되는데 초입으로 팬스를 쳐 놓고 2026년까지 출입을 통제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가야산을 처음 찾았던 80년대 초에는 극락골이 개방되었고 토신골이 통제되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이젠 상황이 뒤바껴져 있는 셈이다. 아무튼 마애불과 서성재로 연결되는 극락골 입구가 막혀있으니 직진하는 토신골만이 정상까지 통하는 유일한 개방등산로인 셈이다. 선택의 여지없이 직진하는 계곡길을 따른다. 토신골을 따라 정상인 상왕봉까지는 외길 오름이다.
군데군데 정상까지의 거리를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을 뿐, 3월의 숲은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한다. 키 작은 산죽 사이로 이제 막 잎을 세워 올라오는 얼레지가 촘촘히 자라고 있어 그나마 위안이다. 아직 꽃대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개화만 된다면 이 길도 그리 심심치는 않을 것이다.
▼ 가야산 8부 능선쯤의 바윗길이 시작되기 직전인 석조여래입상(보물264호)에서 올려다 보이는 정상부 암괴
해인사를 출발하여 1시간 10분 가량 오르면 극락골 갈림길이 있는 능선3거리에 닿는다. 현 위치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이어 유순한 능선길을 따르다 보면 저 앞으로 돌덩어리를 이룬 가야산 정상부가 나무사이로 모습을 드러내고 이즈음부터 길은 서서히 경사도를 높여간다.
예전 매점과 대피소가 있었던 곳은 흔적없이 사라지고 평평한 터만 남아있다. 옛 매점터를 지나 올라서면 가파른 철제계단이 시작되고 계단 초입부에 "석조여래입상" 갈림길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다. 주등산로에서 30m 거리에 위치해 있으므로 큰 발품이 필요치 않으니 들러 보는 것이 좋다. 석조여래입상을 둘러 보았다면 갈림길까지 되돌아갈 필요 없이 불상 뒤편으로 올라서면 다시 주등산로와 합류하게 된다.
해인사 석조여래입상(보물 264호)은 통일신라시대 말엽 제작된 것으로 천년의 풍파를 겪으면서 많이 손상된 모습이지만 온화한 인상과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이고 있다.
석조여래입상에서 3분 정도만 가파른 길을 올라서면 바위너럭으로 이루어진 넓직한 조망터를 만난다. 이 지점부터 가야산은 국립공원다운 진면목을 보여준다. 마치 철옹성처럼 옹골차게 솟은 바위성 아래에서 보는 건너편 조망은 시원하기 그지없다. 가까이 매화산 건너로 두무산, 오도산이 보이고 멀리로는 덕유산 능선까지 눈 앞에 펼쳐진다.
조망터 바위너럭을 지나면서부터 길은 꼬장꼬장한 바윗길로 돌변한다. 거친 바윗길을 따라 20분 가량만 더 올라서면 가야산 주봉인 상왕봉(우두봉)이다. 정상 암봉엔 큼직한 빗돌이 서 있고, 빗돌 건너편 바위엔 소의 코란 뜻을 가진 신기한 웅덩이인 우비정이 있다. 3월 말이건만 바위샘은 아직도 긴 겨울잠에서 깨지 못한 듯 물은 꽁꽁 얼어 있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더욱 넓게 펼쳐진다. 발 아래로는 해인사와 매화산이 지척이고 그 뒤로 비계산, 오도산... 민주지산, 황악산, 동으로는 팔공산까지 조망된다. 동서남북의 첩첩한 산맥이 눈을 한없이 호강시킨다. 오랫동안 앉아 있어도 지겹지 않을 조망이건만, 맵싸한 바람에 그리 오래 버티지를 못하고 칠불봉을 향한다.
칠불봉에 서면 바로 아래로 서성재와 올망졸망한 만물상능선이 보이고 멀리로는 오도산이 보인다.▶
상왕봉에서 바로 건너로 보이는 칠불봉까지는 10분 거리다. 칠불봉은 최근 성주군의 노력으로 정산인 상왕봉(1430m) 보다 3m 높은 1433m로 가야산 최고봉으로 인정받았다. 칠불봉 역시 뛰어난 조망을 보여주고 높이로 따지자면 최고봉이라 할 수 있겠지만 주봉다운 면모는 상왕봉이 훨씬 품격을 갖추고 있는 편이다.
칠불봉 정상 직전의 고사목 사이로 난 철계단은 서성재, 백운동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칠불봉에 서면 바로 아래로 지난해 개방되어 인기가 급부상한 만물상 능선의 바위길이 내려다 보인다. 일반적인 산행이라면 칠불봉에서 서성재로 내려가 백운동으로 하산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오늘 산행은 해인사로 되내려가야 하는 일정이다.
온 길을 되짚어 해인사까지 되내려 가는데는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었고, 해인사에서 성보박불관까지는 속보로 10분 정도가 더 소요되었다.
*특이사항: 원정봉사. 옛 대피소자리에서 점심식사. 묵은 쓰레기 다량 수거.(2011.3.23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