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산...속리산 전모를 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
*산행코스: 입석초등학교 -(4.2/1시간)- 수안재 -(2.8km/1시간30분)- 백악산 -(4.5km/1시간30분)- 옥양폭포
=== 이정표거리: 11.5km, 총소요시간: 6시간 20분, 순보행: 4시간 ===
엊그제 속리산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가령산, 낙영산, 도명산을 다녀왔건만 오늘은 도명산과 속리산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백악산이다. 이번 달엔 속리산군과 무슨 특별한 인연이라도 있어서 인지...
차량은 엊그제와 같은 길로 접어들어 늘재를 지나 49번 국도변의 상주시 화북면 입석초등학교 입석분교장 앞에 정차한다.
"시골이라 무시하지마, 교육만은 특별시 못지 않다" 학교 입구에 요즘 뜨는 개그의 유행어를 패러디한 프래카드가 재미있다. 산행은 입석분교 앞으로 난 시멘트 길을 따라 서쪽 물안이골로 접어든다. 초입으로 현위치를 알리는 백악산 등산코스 개념도가 그려져 있어 들머리를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수안재에서 백악산 오름길에서 지나치게 되는 침니바위 상단부-건너로 무영산, 낙영산, 쌀개봉, 조봉산이 보인다.
태양은 강렬하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니 그나마 다행이다.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들기 위해선 시멘트길을 한참 따라 들어간다. 길섶엔 막 익어가는 줄딸기가 걸음을 붙잡는다. 오미자 농장엔 튼실한 오미자열매가 조롱조롱 달려있어 풍성한 수확을 예고한다. 골 안쪽으로 백악산 주능선이 올려다 보이고, 뒤로는 청화산과 조항산이 우뚝하다.
산행출발 17분 후 좌측 계류 건너로 작은 주차공터가 보인다. 부산일보 개념도엔 주차공터에서 백악산 북동릉으로 올라붙는 길이 표시되어 있기도 하다. 계속 직진하여 3분 이면 다시 갈림길이다. 개념도상 하얀집이 표시된 곳으로 우측방향의 "푸른누리 가는 길" 쪽으로 들어선다. 5분 후 농로 시멘트 길이 왼편으로 굽어지며 계류를 넘어서는 지점을 만나면 오른쪽 밭을 끼고 난 소로길이 물안이골을 따라 수안재로 향하는 길이다. 갈림길 초입으로 각종 산악회의 표지기가 수북하게 걸려 길을 밝히고 있다.
이제부터 시멘트 길이 끝나고 제대로 된 숲길 산행이 시작된다. 길은 계류를 왼쪽에 두고 간다.
자작나무 숲에 이어 숲 속 토담집 옆을 지나면 계류를 건넌다. 이후 마른 계류를 몇 번 건너게 된다. 한여름으로 치닫는 숲은 잡목이 우거져 마치 정글을 방불케 할 정도로 밀도가 짙다. 때론 허리를 숙여 동굴같은 숲길을 빠져 나가기도 한다. 길섶엔 산수국, 중나리, 까치수영등의 여름야생화들이 앞다투어 피어나고 있다.
완만하던 계류가 비탈길로 바뀌면서 이내 올라서게 되는 고개마루가 수안재다.(520m) 뚜렷한 4거리 안부로 이정표가 서 있다.(입석초등학교: 4.2km, 백악산 2.8km) 고개 건너로 사담리 대방골에서 올라오는 길이 뚜렷하다. 오른쪽 "탐방로아님" 팻말이 가리키는 방향은 학골재를 경유하여 낙영산이나 가령산 방향으로 길을 이을 수 있다. 백악산은 왼쪽 오름이다.
▶백악산은 속리산을 굽어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 주능선에서는 문장대~관음봉~묘봉~상학봉으로 이어지는 톱날같은 서북릉을 시종 건너다보며 진행하게 된다.
수안재에서 5분 정도 능선을 따라 올라서면 <속리 18-14> 구조점이 나타나고 처음으로 대야산, 중대봉 쪽으로 시야가 트인다. 이후 10분 가량 더 올라서면 전망대 역할을 하는 부처바위다. 등로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빗겨있다.
바위에 올라서면 바로 건너로 낙영산, 도명산, 쌀개봉, 조봉산이 코 앞으로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가령산도 보인다. 멀리로는 대야산과 장성봉쪽 백두대간 하늘금도 선명하다. 부처바위를 지나 잠시 올라서면 지나왔던 부처바위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조망장소가 나타나는데 여기서 볼 때 부처바위는 목없는 부처가 가부좌를 한 형상을 하고 있다지만 방파제에 새워 둔 테트라포트에 더 가까워 보인다.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했던가...
부처바위에서 7~8분 더 올라서면 열 길 정도 높이의 바위가 앞을 가로 막는다. 두 개의 커다란 바위 사이로 틈이 나 있다. 왼편 바위에는 그런대로 올라설 수 있지만 오른쪽 편은 보조장비 없이는 오르기가 위태로워 보인다. 누군가가 밧줄을 잘라낸 흔적도 보인다. 이곳이 개념도의 침니바위로 바위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올라선다.
침니바위에 올라서면 시야는 더욱 넓어진다. 침니바위에서 대왕봉 갈림길이 있는 807봉까지는 15분쯤 걸린다. 807봉 올라서기 전 시원한 바람이 부는 능선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807봉은 <수안재 1.3km, 백악산 1.5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밋밋한 봉우리로 사방이 막혀있다. 대왕봉은 오른쪽(서쪽)으로 5분 거리에 있다. 대왕봉 방향으로는 이정표가 없으므로 사전에 갈림길 정보를 알고 있지 못하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것이다.
▲암반 위에 돌탑이 서 있는 대왕봉에서 건너다 보이는 속리산 - 볼록 솟은 문장대와 삼각형태의 관음봉이 선명하다.
대왕봉은 큼직한 암반 위에 사람 키 높이의 돌탑이 세워져 있고 삼각점도 자리하고 있다. 돌로 만든 대왕봉 표식까지 톨탑 위에 올라앉아 있다. 가야할 백악산과 그 앞으로 돔형바위가 가까이로 보이고, 상주 화북땅 뒤로는 속리산 문장대~관음봉~묘봉으로 이너지는 서북릉의 전모를 볼 수 있다.
엊그제 도명산 산행 내내 구름에 가려져 있던 문장대는 활짝 웃는 맑음이다. 둥그스름한 문장대와 비로봉, 천왕봉에 이르는 울퉁불퉁한 능선의 굴곡이 선명하다. 대야산 방면으로도 청화산, 조항산을 꼽아볼 수 있다.
대왕봉을 둘러보고 807봉 3거리로 되돌아 와 길을 잇는다. 간간이 나타나는 바윗길을 지나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있던 돔형바위까지는 18분이 소요되었다.
▼정상부가 펑퍼짐해 쉬어가기 좋은 돔형바위 뒤로 백악산이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속리산이 보인다.
돔형바위는 바위 왼쪽으로 돌아 밧줄을 타고 오르는게 안전하다. 앞선 김대장님의 걸음을 따라 세미클라이밍으로 바위벽을 오르느라 식은땀까지 흘려가며 혼쭐이 났다. 정상부는 의외로 널찍하여 여럿이 쉬어가기 좋다.
돔형바위는 백악산에서 최고의 조망터라 할 수 있다. 뾰족한 백악산이 손에 닿을 듯 가깝고 문경, 상주, 괴산의 내노라 하는 산들이 죄다 시야권이다. 이제 대야산 뒤로는 하얀 화강암 덩어리인 희양산도 살짝 모습을 비치기 시작했다. 톱날같은 침봉을 내세운 속리산 서북릉은 미남봉에 이어 활목고개에 이르기까지 더욱 넓게 펼쳐진다.
돔형바위에서 백악산 방면으로 내려서려면 약 1m 간격의 뜀바위를 건너야 하는데 다소 위태롭다. 1차 발디딤 후 2차로 내려서기까지 연속동작을 요구한다. 밧줄을 타고 안전하게 내려가 바위 왼쪽으로 돌아 나갈 수도 있다.
돔형바위를 지나면 백악산을 빤히 보면서 내려선다. 그 길에서 마치 고래 두 마리가 포개어져 있는 모습의 기이한 바위도 만난다. 고래등같은 바위를 내려선 안부지점에 이정표가 서 있다.(수안재 2.5km, 백악산 0.3km) 안부에서 백악산까지는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오름길 도중 고사목에서 돔형바위를 건너다 보는 풍광도 꽤 멋스럽다.
정상표석이 있는 백악산에서는 대야산쪽으로만 조망이 열려있다. 백악산을 내려서면 좁은 바위틈 사이를 통과하는 구간이 나타나는데, 그 옆으로 구멍바위가 있어 일부러 구멍 사이를 통과해보는 재미도 각별하다. 20분 가량 능선을 따르면 반듯한 헬기장이 나오는데 백악산에서의 마지막 조망터가 된다.(이정표: 백악산 0.7km, 옥양폭포 3.8km)
속리산 주릉이 한층 가깝고 대야산 뒤로 보이던 희양산도 하얗게 빛나며 전모를 드러낸다.
헬기장을 지나 3분 가량 내려오면 밤티재 방면으로 능선이 갈리는 3거리로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이정표: 수안재 3.4km, 옥량폭포 3.2km) 좌측 내림길로 진행하여야 한다. 이후 다소 급한 내리막이 미끄럽다.
25분 정도 내려서면 능선상에서 강아지 바위를 만난다. 어찌보면 강아지 모양도 같고 또 어찌보면 만화영화에 나오는 아기공룡 둘리 모습을 하고 있는 듯도 하다. 이곳에 이정표도 서 있다.(백악산 2.0km, 옥양폭포 2.5km)
강아지바위를 지나 15분쯤 이면 갈림길을 만난다. 직진하는 능선길과 우측 비탈을 타고 옥양골로 내려서는 길이다. 우측 비탈길을 타고 3분만 내려오면 물마른 계류에 닿는다. 오랜 가뭄 탓에 물길은 말라 버린지 오래인 듯하다. 간혹 웅덩이에 고인 물이 겨우 계곡임을 알리고 있을 뿐이다.
◀암반 위로 길쭉한 대들보가 놓여진 옥양폭포
물마른 계곡을 따라 15분 정도면 석문사에 닿는다. 거대한 바위턱 아래에 불상을 모신 약사전이 특이하다. 석문사는 대웅보전과 산신각, 요사채가 전부인 작은 절집이다. 절집을 빠져 나와 시멘트길이 오른쪽으로 굽도는 지점에서 왼쪽 아래 계류쪽으로 내려서면 여느 폭포와는 모양세가 구별되는 옥양폭포다.
비스듬한 암반 위에 기둥 돌을 놓고 그 위에 대들보처럼 길쭉한 바위를 얹어놓은 형상이다. 암반을 타고 물길이 내려가는 통로가 口(입구자) 형태다. 특히 10m 이상되는 길쭉한 덮개 돌이 그 자리에 올라앉은 모습이 신기하다. 폭포라지만 가뭄탓으로 물은 거의 흐르지 않는다. 겨우 바위를 적실 정도가 고작이다.
폭포 아래에서 왼쪽으로 능선에서 내려오는 길돠 합류한다. 폭포를 지나 다시 시멘트 길을 만나는 지점으로 이정표와 간이 화장실이 있고 2~3분 후 매점(백악산흥부네)과 화북면 관광안내판이 있는 옥양교에 닿는다. 도로변으로 삭문사와 옥양폭포 300m를 알리는 안내판이 있어 역진행시 쉽게 들머리를 찾을 수 있다. 여기서 산행 출발지였던 입석초등학교는 1km 남짓 거리라 원점회귀에 가깝다.(2012.6.29, 알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