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리-문수봉-장군봉-유일사-유일사매표소]

*일시:2009.5.31(한무리)
*산행상세(※거리는 이정표 거리기준)
금천리주차장-(0.1km/4분)-금천등산로 안내판-(1.8km/35분)-다섯번째 철다리 지난 이정표-(0.8km/10분)-도경계 능선접(조록바위봉 갈림길, 문수봉 1.1km안내판)-(0.5km/30분)-천제단,문수봉 갈림길 이정표-(0.2km/10분)-주능선4거리-(0.4km/1분)-소문수봉-(0.8km/10분)-문수봉-(2.2km/35분)-부소봉-(0.8km/15분)-천제단-(0.2km/5분)-장군봉-(1.5km/30분)-유일사쉼터(유일사)-(0.55km/10분)-유일사매표소, 사길령 갈림길안부-(1.2km/10분)-임도-(0.5km/10분)-유일사매표소
=== 이정표거리:11.5km, 순보행: 3시간 35분, 총소요" 5시간 50분 ===

푸른 5월의 마지막 날. 금천계곡 오르는 숲길은 초록 햇살이 성성한 나뭇잎을 비집고 들어온다.
졸망졸망 흐르는 물소리를 곁에 두고 오르는 숲길은 초여름 답지 않게 서늘하다.
붉은 빛 매발톱꽃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애기나리, 풀솜대, 광대수염, 졸방제비꽃, 벌깨덩굴...
길 섶으로는 온갖 야생화가 시선을 사로잡으니 오늘도 산행은 꼴찌를 면하기 어려울 듯하다.

태백산을 찾은 회수도 벌써 십 수회가 넘지만 금천동쪽에서 오르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금천계곡쪽은 교통편이 불편할 뿐더러 태백산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원점회귀 하기에도 코스가 여의치 않으므로 개인적으로 금천동코스를 잡기는 어려웠던게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처럼 단체산행이 아니라면 쉽게 접할 수 없는 코스이기도 하다.
또한 이번 산행으로 태백산은 겨울산이라는 고정관념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다. 다양한 종류의 야생화가 발길에 차이듯 지천으로 펼쳐지는 계곡과 능선은 푸르름으로 가득하고, 마치 살아서 꿈틀거리는 듯한 겹겹의 산자락에서 싱싱한 생명력을 느낀다. 역시 계절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산의 모습은 경외로울 뿐이다.

[금천리-문수봉: 4km, 1시간 40분]
◀금천계곡 입구에 있는 금천등산로 안내판의 개략도(클릭→큰그림)
일요일 이건만 임시매표소 하나만 달랑 서 있는 금천리 주차장은 개미새끼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다.
임시매표소 앞 이동통신장비가 매달려 있는 전봇대 아래로 두 가닥 갈림길이 있다. 정면으로 농가쪽으로 이어지는 길과 왼편 포장도로 방면이다. <문수봉 4.0km, 천제단 7.0km>를 알리는 현수막이 북서쪽으로 난 포장도로쪽으로 길을 안내한다. 차도를 따라 조금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계류를 건너는 작은 다리가 나타나고 역시 입구에서 보았던 현수막이 오른쪽 다리방면으로 길을 밝힌다.
다리 건너 잘 지어진 주택 한 채를 지나 저 앞으로 민가 몇 채가 보이는 산기슭쪽으로 진행하면 곧 3거리를 만난다. 삼거리엔 <통정대부 김해김씨무덤>을 알리는 빗바랜 비석과 <금천등산로 자연탐승로>를 알리는 큼직한 안내판이 서 있다. 안내판에는 현위치와 금천계곡코스에 대한 개략도가 그려져 있다. 이 삼거리에선 안내판이 가리키는 <천제단 6.9km> 방향을 따라 왼편 잣나무골 방면으로 접어든다. 삼거리에서 직진하는 길은 문수봉과 두위봉(1378.5m) 사이의 능선으로 올라서는 길로 여겨진다.

임도수준으로 넓직한 길은 잠시 후 울울창창한 낙엽송 숲길 속으로 빨려든다. 7~8분 후 철다리 하나가 나타난다. 이후 계곡을 따르는 길에서 이런류의 철다리를 모두 다섯 개 지나치게 된다. 건기에는 별 소용이 없는 다리지만 계곡물이 불어났을 경우에는 상당히 유용할 것이다.
길은 맑은 계곡을 바로 옆에 두고 가는 평탄한 길이다. 7분만에 우측으로 지계곡이 갈라지는 두 번째 철다리를 지나 2분 후 <문수봉 2.9km, 금천리 1.0km>를 알리는 첫 이정표를 대한다. 이후 10여분 후 연속해서 철다리 두 개를 건너고 7분만에 마지막으로 놓여진 다섯 번째 철다리를 지나게 된다.
마지막 철다리를 지나 2~3분이면 <문수봉 1.9km, 금천리 1.9km> 이정표가 나타난다. 이정표 뒤편으로 희미한 길이 보이는데 아마도 계속 계곡을 타고 오르는 길로 여겨진다. 문수봉까지 딱 중간지점이 되는 이곳 이정표에서부터는 계류를 버리고 왼편으로 90도 꺽어 능선 사면을 따라 오르게 된다.
지금까지 이어온 계류길은 현지 안내판에 따르면 잣나무골로 표기되어 있지만 어떤 지도에는 도장골로 표시하고 있기도 하다. 비록 계곡 규모가 크거나 특이한 볼거리는 없지만 자연 그대로의 깨끗한 계곡이라 정감 가는 골짜기다. 계류 주변으로는 여름 야생화가 많이 피어 있다.

▼금천계곡에서 만나는 첫 번째 철다리-금천계곡에서는 모두 다섯 개의 철다리를 지나게 된다.
계류를 뒤로 하고 사면을 따라 고도를 높이는 길이 제법 숨이 차다. 8분 가량 힘겹게 올라서자 <멧토끼안내판>이 나타난다. 이후 태백산 일대의 식생을 알리는 이런류의 안내판을 자주 대하게 된다. 안내판을 지나면서부터 능선은 다소 유순해지며 키 작은 산죽지대가 시작된다. 2분 후 <문수봉 1.1km, 금천리 2.8km> 이정표를 대하게 되는데 이 지점은 경상도와 강원도의 도경계능선에 합류하는 지점이다.
이정표에 누군가가 "조록바위봉" 방향을 표기해 두었다. 이정표 뒷편의 조록바위봉 갈림길쪽으로 잠시 나서 보았더니 짐승길 수준의 옅은 족적이 도경계능선을 따라 이어지고 있다.
조록바위봉은 도경계능선에서  남쪽으로 살짝 빗겨있지만 아직은 찾는 이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이곳 조록바위봉 갈림길을 지나 1분 정도 주등산로를 따라 나서면 <창녕조씨, 해주오씨> 합장묘를 만나게 되는데 무덤 주위로 철조망을 삥 둘러가며 쳐 놓은 것이 특이하다.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은 완만하다. 연신 서늘한 바람이 불어 땀 날 겨를을 주지 않으니 절로 콧노래가 나올 만큼 기분 좋은 길이다. 등산로 옆으로 오소리안내판, 노루안내판, 물푸레나무안내판을 차례로 지나 문수봉까지 0.9km 남았음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이 이정표를 지나 3분 정도 오르면 길은 바로 앞 소문수봉이 있는 능선을 곧장 치고 오르지 않고 왼쪽 산허리를 돌아 나가기 시작한다. 직진하는 능선방향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길은 아마도 소문수봉으로 곧장 향하는 족적으로 여겨진다.
여기서 왼쪽 산허리를 타고 나가는 주등산로를 따라 짧은 너덜길에 이어 밧줄이 쳐진 가파른 길을 올라서면 이정표가 서 있는 3거리 갈래길이다.(이정표: ↑천제단 2.7km, →문수봉 0.6km, ↓금천리 3.3km)
계속 산허리를 타고 나가는 길은 문수봉을 우회하는 천제단 방향의 길이다. 문수봉 방향인 우측 오르막의 로프가 쳐진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오른다. 주능선까지 불과 200mm 의 거리를 오르는데 몇 번이나 숨을 고르고서야 힘겹게 올라선다.

소문수봉정상부-조록바위봉, 달바위봉,청옥산등 봉화쪽 산자락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올라선 주능선은 소문수봉과 문수봉 사이의 밋밋한 잘록이로 당골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있는 태백산 메인등산로다.(이정표: ←문수봉 0.4km, →소문수봉 0.4km, ↑당골광장 3.6km) 이정표엔 소문수봉이 0.4km로 표시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약 100m 정도의 거리로 1분 정도면 올라설 수 있다.
큼직한 너덜밭을 이룬 소문수봉에 올라서면 태백, 봉화쪽 산들이 죄다 보인다. 파란 하늘이 드러난 날씨 덕분에 조망을 기가 막히게 좋다. 북쪽 건너 연화봉, 함백산, 매봉산쪽으로도 좋지만 남쪽 조록바위봉 뒤로 마이산을 닮은 달바위봉이며 청옥산쪽이 시선을 끈다. 소문수봉에서 직진하는 동쪽 길을 따르면 두위봉, 당골, 금천쪽으로 길을 이을 수 있다.
소문수봉에서 되내려와 당골갈림길에서 식사를 하는 내내 태백한 특유의 전투기 굉음이 멈추지 않는다.  태백산 서쪽으로 공군사격훈련장이 있음으로 해서 태백산에서는 자주 듣게 되는 소리다. 소문수봉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문수봉은 소문수봉의 형님뻘로 거대한 너덜밭으로 큼직한 돌탑이 서 있다. 최근 들어 돌탑의 숫자와 규모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편이다.(이정표: 천제단 3.0km, 소문수봉 0.8km, 당골 4.0km)
바로 건너로 짐짓 점잔을 빼는 부쇠봉, 천제단, 장군봉쪽의 유순한 산세가 고산답지 않게 느긋해 보인다. 금천계곡 오르던 한적함과는 달리 문수봉엔 많은 등산객이 붐비고 있어 다소 소란스럽다.

[문수봉-부쇠봉-천제단-유일사매표소: 6.6km, 2시간]

소란스런 문수봉을 뒤로 하고 천제단쪽을 향한다. 문수봉에서 천제단 가는 길 역시 곳곳이 야생화 천국이다. 지천으로 깔린 벌깨덩굴 사이로 이미 화려한 시기를 보내고 씨앗주머니만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얼레지가 눈에 많이 띈다. 시기만 잘 맞춘다면 환상적인 춤사위를 벌이는 얼레지군락의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문수봉에서 5~6분 가량 내려오면 왼편으로 문수봉 우회길과 만나는 금천갈림길을 지나고 곧이어 정가샘쪽으로 내려서는 당골 갈림길을 지나친다.(이정표: 문수봉 0.4km, 천제단 2.6km, 당골광장 3.9km) 천제단으로 향하는 길은 야생화뿐만 아니라 등산로 양 옆으로 하얀 수피를 자랑하는 사스레나무가 군락을 이룬다. 안내판에는 자작나무라고 잘못 표기되어 있다.
문수봉에서 20분쯤 나서면 망경사와 천제단 갈림길이다.(이정표: 망경사 0.6km, 문수봉 1.9km, 천제단 1.1km) 왼편 천제단 방향의 능선을 따라 오른다. 잠시 후 등산로 왼편으로 작은 소로길이 보이는데 주등산로를 버리고 왼편 소로길을 따라 3~4분만 나서면 넓은 헬기장을 지나 부소봉(1546.5m)이다.

백두대간 마루금을 알리는 작은 빗돌이 있는 부소(쇠)봉은 태백산을 지난 백두대간이 깃대배기봉을 거쳐 봉화땅으로 접어드는 갈림목으로 태백산 주등산로에서는 살짝 빗겨 있기 때문에 대부분 우회하게되는 봉우리다. 부쇠봉 직전의 헬기장에서 북쪽 바로 위로 천제단이 밋밋하게 올려다 보이고 반대쪽으로는 청옥산, 조록바위봉, 진대봉, 달바위봉이 시원스런 풍광을 제공한다.
부쇠봉에서 직진하는 백두대간길을 따라 내려서도 천제단에 이를 수 있지만 태백산 최고의 명물주목을 보기 위해선 헬기장쪽으로 되내려와 왼편으로 내려선다. 1분이면 다시 태백산 주등산로와 합류하게 되고, 3~4분 더 내려서면 태백산에서 최고의 기품을 자랑하는 잘 생긴 주목을 만나게 된다. 태백산 주목사진의 단골 모델로 만고풍상을 겪어낸 의연함에 절로 경외감이 든다.
주목을 지나면 곧 망경사 갈림길을 지나고 이어서 <현위치:부쇠봉>을 알리는 이정표를 대한다.(문수봉 2.2km, 천제단 0.8km) 이정표 뒤로 보이는 길은 부쇠봉 허리를 타고 백두대간 깃대배기봉으로 이어가거나 도중에 부쇠봉을 올라설 수도 있다.

▼장군봉을 지나 유일사로 내려서는 능선엔 각양각색의 주목을 만나게 된다.
이어서 무덤(병조참판 밀양박씨묘)과 제단이 있는 천제단 하단을 지나 5분 가량 비탈을 올라서면 거대한 정상석이 있는 태백산 천제단이다.
북으로 함백산을 거쳐 금대봉, 매봉산으로 뻗어나가는 백두대간 마루금이 선명하고 멀리로는 두타산까지 조망된다. 또한 매봉산 풍력단지 아래로 낙동정맥으로 분기하는 삼수령, 백병산, 면산능선이 선명한 하늘금을 긋고 있다.  남으로 부쇠봉에서 깃대배기봉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대간줄기는 푸르름으로 가득하다. 태백산에 서면 마치 이땅의 중심인양 강원내륙의 고봉준령들이 가없이 펼쳐진다.
천제단을 지나 태백산 최고봉인 장군봉에 이르는 능선은 한때 철쭉으로 이름을 떨치던 곳이지만 이젠 옛 명성인양 쇠락해 있다. 다음주(6월5일)면 태백산 철쭉제가 열리건만 철쭉은 이미 대부분 시들어있고 명성만큼 화려하지 않다.

장군단이 있는 장군봉을 지나 유일사 가는 길엔 태백산 특유의 각양각색 주목들이 시선을 주목시킨다. 기기묘묘하게 뒤틀린 주목들의 한바탕 춤사위에 걸음은 고무줄처럼 늘어난다. 천년의 삶 이후 제 몸통을 비워 다시 천년을 이어가는 주목. 삶은 그렇게 비워가는 것일게다. 주목은 신이 만든 최고의 나무로 여겨진다.
주목지대를 지나면 내리막 일색의 거친 돌길이 유일사쉼터까지 이어진다. 장군봉에서 유일사쉼터까지는 대략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물품보관창고와 유일사까지 짐을 운반하는 삭도가 있는 유일사쉼터는 4거리 갈림목이다.(이정표: 천제단 1.7km, 사길령매표소 2.4km, 유일사매표소 2.3km) 오른쪽은 차도를 따라 매표소로 내려가는 길이고 직진은 백두대간을 따라 화방재로 이어진다. 여기서는 오랫만에 왼편 아래로 보이는 유일사로 걸음을 옮긴다.

◀유일사를 지나 매표소로 내려서는 길은 키 큰 전나무 숲지대를 따라 내려서는 운치있는 길이다.

가파른 돌계단을 내려오면 유일사. 극락보전 뒤로 천길 벼랑을 세운 유일사는 규모는 그리 크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태백산이 품은 몇 안되는 절집 중에선 가장 절다운 곳이다. 절마당의 시원한 샘물로 목을 축이고 계곡 아래로 내려선 후 능선사면을 타고 나간다. 산목련 하얗게 피어나는 유일사길은 태백산이 지닌 분답함과는 별리되는 길이라 느낌이 좋다.
유일사에서 10여분 나서면 다시 백두대간 주능선과 만나는 능선에 닿는다.(이정표: 현위치 유일사능선갈림길, 천제단 2.1km, 유일사 450m, 사길령매표소 1.8km) 왼편 아래 능선을 따라 사길령쪽으로 100m 내려서면 유일사매표소 갈림길 안부로 다시 이정표가 서 있다.(↑사길령매표소 1.9km, →유일사매표소) 이 안부에서 오른쪽 아래로 방향을 전환하면 지그재그 내림길이 이어지다가 하늘을 찌를듯 솟아있는 전나무 숲지대가 펼쳐진다.
10여분이면 유일사쉼터로 이어지는 넓은 차길로 내려선다.(이정표: 현위치 유일사갈림길, 유일사쉼터 1.8km, 유일사매표소 0.5km, 유일사 2.0km, 천제단 3.6km) 이후 넓어진 차길을 따라 10여분 이면 대형주차장과 매표소가 있는 유일사주차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