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동-백운2교-동성재-칠불봉-서성재-상아덤-만물상코스-백운교-백운동]
(약 9km,8시간소요)
가야산국립공원은 석화성처럼 솟아오른 암릉이 일품이지만, 그 빼어남에 비해 개방된 등산로가 단조로운 편이다.
해인사 토신골, 또는 백운동지구에서 용기골을 경유하여 상왕봉, 칠불봉으로 오르는 길이 전부였다. 다행히도 지난 2010년 6월 개방된 만물상코스 덕분에 그나마 새로운 길에 대한 갈증해소에 다소 도움을 주었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호기심은 여전하다.
마침 지인이 가야산 동성봉코스를 간다기에 슬쩍 묻어서 미답의 길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본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산정엔 짙은 안개만 가득히 흘러 기대했던 조망은 커녕, 동성봉 능선에서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마애불, 동장대, 하늘바위조차 만나지 못했으니 아쉬움이 컷던 산행이다.
▲백운동 주차장에서 탐방안내소로 이어지는 시멘트길을 따라 올라가면 가야산 야생화식물원 앞을 지나 탐방안내소가 있는 백운교에 닿는다.(오른쪽 사진은 백운교)
포항을 출발해서 산행기점이 되는 백운동주차장까지는 청통휴게소에서의 휴식을 포함해서 2시간 1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평일 오전의 백운동 주차장은 한산하다. 산 아랫동네는 빤한 맑음이지만 저 앞으로 보이는 동장대 능선엔 산안개가 스멀스멀 춤추고 있다.
주차장에서 가야산야생화식물원을 지나 3~4분 남짓이면 백운교가 있는 공원탐방지원센터에 닿는다. 관리사무소를 기점으로 왼쪽 계단길인 만물상코스와 오른쪽 백운교를 건너는 용기골 코스로 길이 갈린다.
용기골로 접어든다. 백운교를 건너면 대형 등산안내판 뒤로 야영장이다. 선답자들의 기록에 의하면 야영장 뒤편 산자락으로 들어서는 길이 동장대 능선의 초입이라 하며, 백운2교에서 올라서는 길에 비해 거칠고 체럭소모도 많다고 한다. 텅빈 야영장 뒤편으로 그 길이 선명하게 보인다.
우리의 대장님은 정상적인 용기골 코스를 따라 돌로 가지런히 다듬어진 길을 따른다. 주등산로를 땨라 돌탑들이 서 있는 백운1교에 이어 백운2교를 차례로 지난다. 백운2교를 지나 30~40m 정도 더 나서서 오른쪽으로 입산금지를 알리는 프랭카드가 걸려있는 지점이 동장대능선으로 올라서는 초입이다.
서성재1.9km, 백운동탐방지원센터 0.7km를 알리는 이정표와 함께 탐밤로아님 표시가 있어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쉽게 들머리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길을 몇 걸음만 따라 들면 예상외로 반듯한 길이 이어진다. 12분 가량 산비탈을 올라서면 칠불봉쪽과 건너편 만물상 능선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터가 나오지만 짙은 운무만 가득하다. 이어서 3분 정도면 일요암터 0.2km, 마애불 0.2km 갈림길을 알리는 이정표를 만난다. 동장대와 하늘바위를 만나기 위해 오른쪽 마애불 방향을 따른다.
▲백운2교를 지나 동성재로 이어지는 등산로 초입에 있는 이정표
동성재로 이어지는비탈을 치고 오르면 도중에 칠불봉쪽 능선이 건너다 보이지만 고스락엔 안개만 자욱하다.▲
▲일요암터와 마애불 갈림길을 알리는 이정표 ▲ 큼직한 바위 아래에 있는 샘터도 지나치고...
잠시 유순하던 길은 된비알로 이어지고 듬성듬성한 바위들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일요암터 갈림길에서 3분 가량 진행하여 예전 암자터였을 법한 큼직한 바위아래에 선다. 바위뿌리에는 움푹 내려간 샘터가 있다. 바위를 오른쪽으로 돌아 올라가면 잇단 바위지대에 이어공터가 나타난다. 이 지점에서 마애불을 만나기 위해서는 공터 우측 사면쪽으로 난 길을 따라 산허리 감아돌아 가야했건만 우리 일행은 그 길을 놓치고 가파르게 능선으로 올라붙는 사면길을 따라 오르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오르는 도중 안개가 살짝 걷히면서 건너편 지릉으로 근사한 바위지대가 살짝 보였지만 그게 동장대쪽이었다는 것은 주능선에 올라서서야 알게 되었다. 비록 산자락에 안개가 자욱하여 주변능선을 제대로 읽을 수는 없었지만 마애불쪽으로 길을 잡으려면 좀 더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덕분에 동장대를 비롯하여 마애불과 하늘바위는 지척에 두고 건너뛰고 말았다.
아무튼 우리 일행은 문제의 그 공터에서 바득바득 기어올라 지능선에 올라섰다. 올라선 지점으로 건너편을 볼 수 있는 작은 바위터가 있지만 산자락을 감싸고 있는 안개숲만 무성할 뿐이다. 이후 지능선을 올라 주릉으로 갈아탄 후 백운집단시설지구방향을 알리는 시멘트 이정표식을 지나 석성의 흔적과 함께 15번구조표시판을 만난다. 동장대는 오른쪽 성터흔적을 따라 되내려 가야한다. 오늘같이 안개 짙은 날은 동장대에 간다한들 제대로 된 풍경을 만날 수 없으리라... 스스로를 위안하며 왼편 동성봉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오름길 도중 건너편으로 보이는 동장대능선
▲능선으로 올라서는 사면 옆으로 마치 통천문처럼 생긴 바위문을 지나친다.
능선에 올라서면 백운집단시설지구방향을 안내하는 시멘트 표식을 지나고 이어서 주능선과 만나는 지점으로 15번 구조표시판을 만난다. 구조표시판 있는 지점으로 성터의 흔적이 있다. 이후 주능선은 산죽 고샅길이다.
유순해진 능선은 한결 걷기가 수월해진다. 좁다란 산죽길이 이어진다. 산죽사이에 숨어있는 일요암터쪽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을 지난다. 성터흔적을 만난 지점에서 산죽 숲을 헤치고 3~4분가량 나서자 망주석이 반듯한 성산이씨묘를 지나 헬기장과 무덤1기가 있는 동성재에 선다. 동성재 너른터에 앉아 막걸리 한 순배씩 건넨다. 동성재에서 무덤 왼편 산죽사이로 난 길은 용기사지로 향하는 길이다. 무덤 뒤 능선을 따른다. 동성봉까지는 긴 오르막의 연속이다. 표고차 200m를 극복해야 한다. 앞선 일행은 바람처럼 가볍게 올라서건만, 저질체력은 점점 걸음이 무거워진다. 한 잔 마신 막걸리 탓도 있겠지만, 게으른 일상에 대한 몸의 경고다. 꽁무니에 서서 가다쉬다를 반복한다. 아직은 여름, 숲은 무성하고 안개는 여전히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 히여 동성봉 고스락은 실체를 확인하지도 못하고 지나치고 말았다.
▲동성봉을 지나 칠불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칠불봉 고스락은 여전히 안개에 쌓여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언뜻 저 앞으로 가야할 칠불봉이 보이고 그 앞으로 날을 세운 첨봉들 살짝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방은 삽시에 오리무중이다. 암릉 하나를 넘어서고 이후에 나타나는 바윗길은 모두 우회한다. 거대한 바위를 우회하는 길에서 만난 공터에서 이른 점심을 해결한다. 이후 바위를 크게 우회하여 다시 능선날등으로 올라선게 화근이 되어 근 한시간 가까이 길없는 사면에서 헤메었다. 능선으로 올라서기 직전에서 직진하는 뚜렷한 사면길로 진행했어야 옳았건만, 우리일행은 그만 능선으로 올랐다. 양쪽에 큼직한 바위벽이 버티고 있어 직등은 엄두도 못내고 암릉 왼편으로 돌아내린후 다시 능선으로 올라붙었지만, 역시 바위로 인해 날등으로 올라설 수가 없었다. 눈물을 머금고 왔던 길을 되짚어야 했다. 하지만 인적이 없는 위태로운 그 길에서 지천으로 널려있는 곰취며 당귀, 다래를 만날 수 있었다.
▲칠불봉으로 이어지는 암릉, 암릉길에서 잠시 길을 잃다. 덕분에 곰취밭도 만나고...
▲동성봉능선은 칠불봉 직전 계단길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주등산로와 합류한다. 칠불봉은 여전히 안개...
동성봉에서 칠불봉구간은 대략 두 시간 안쪽으로 소요되고, 전체적으로 족적이 희미하지만 군데군데 바위나 나무에 붉은색 스
프레이로 표시를 해놓아 길잡이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만약 한동안 페인트표식이 보이지 않는다면 길을 의심해 봐야 할 것이다.
칠불봉 직전 마지막 암봉을 우회하여 사면을 올라서면 상왕봉에서 칠불봉 사이 철계단 직전으로 올라서게 된다. 역으로 진행시는 칠불봉에서 상욍봉을 향하다가 첫 번째 계단길을 내려서서 우측 아래 숲길로 들어서야 한다. 단, 초입에 녹화용 CCTV가 설치되어 있으므로 참고한다.
칠불봉에서 서성재까지는 말이 필요없는 길이다. 그냥 풍광만 즐기며 내려서면 그만이다. 다행히 오후가 되면서 가끔 안개가 걷혀 주어 그런대로 아쉬움을 달래준다. 널찍한 사거리를 이루고 있는 서성재는 용기골과 만물상 코스의 갈림길이다. 직진하여 서성대(상아덤)로 올라선후 37년만에 개빙된 만물상코스를 따라 내려선다. 서성대에서 첫 계단을 내려와 우측 목책을 넘어서는 능선은 그리움릿지, 사자바위로 이어지는 길이다. 만물상능선의 기묘하게 생긴 바위들을 에두르거나 타고 넘으며 주변 풍광에 취해 걷다보니 어느새 백운교 앞 탐방지원센터다.(2013.9.10 백호)
▲칠불봉에서 서성재로 내려서는 계단길 초입
▲서성재로 내려서는 길은 뛰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서성재-좌우로 각각 극락골과 용기골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있다. 만물상능선은 직진하는 능선을 따른다
▲서성재에서 잠시 올라서면 상아덤이다. 상아덤은 기암괴석의 봉우리로 가야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만물상능선과 이어져 있어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곳이다. 바위봉우리 아래에는 만물상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데크가 마련되어 있다. 오른쪽 위는 상아덤, 아래 사진은 만물상능선.
▲올려다 본 칠불봉~동성봉 능선
▲만물상능선은 기암괴석을 품고 있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만물상능선의 제단바위, 노송과 바위가 어우러진 길이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위태로운 바위 건너로 사지바위 능선이 건너다 보인다. 오른쪽은 백운동 시설지구일대
▲백운동이 가까워지면서 오른쪽 아래로는 심원사가 내려다 보인다. ▲날머리가 되는 만물상능선 초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