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분홍 동백꽃 뚝뚝 떨어지는 그 섬.... 지심도 =

 

▲동백숲 사이로 스며든 햇살이 진주처럼 반짝이는 배경을 두고 진분홍 동백이 지심도를 밝히고 있다

거제 대금산에 올라 그 넘의 환장할 진달래와 질펀하게 노닥거렸건만 산행시간은 고작 3시간 안쪽이다.
멀리까지 와서 너무 짧은 산행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찾은 곳이 동백섬으로 유명한 지심도(只心島)
남해안 섬들중 어느 곳보다 동백나무의 숫자나 수령 등이 압도적이어서, '동백섬'이라 불리는 곳.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섬의 생긴 모양이 마음 心자를 닮았다 하여 지심도(只心島)라 불리웠다는 섬.
그 섬을 향한 호기심으로 여행자가 되어본다.

 

▲장승포항을 뒤로 하고 배는 물살을 가른다.

지심도 가는 배를 타는 곳은 초행이면 찾아가기가 쉽지않다.
장승포항 정기 여객선 터미널에서 좌측편에 있는 유람선 선착장으로 가야 한다
특별한 안내판도 없이 컨테이너 박스 하나 달랑 놓고 있는 곳이 매표소다.
지심도 편도요금은 없다. 무조건 왕복 일만원. 암튼 배는 떠났다.

 

▲지심도 선착장

장승포항을 출발한 배는 불과 15분 만에 지심도에 도착했다.
일행이 도착해서 잠시 왁자하던 지심도 선착장 이었지만 채 5분도 되지않아 일행이 황망히 떠나자 지심도 선착장은
다시 평상심을 찾았는지 고기배 한 척만 선착장을 지키고 있어 마냥 한가하기만 하다.

선착장을 뒤로 하고 지심도 오름길 들머리로 민박집 위치도가 먼저 반긴다.

지심도는 조선시대 15가구가 이주하면서 유인도가 되었고, 한일 합방 때는 주민들이 강제이주 된 섬으로
현재는 13세대 25명이 살고 있다. 주민들은 밭농사, 밀감과 유자 과수원, 민박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이 중 가장 큰 수확원은 민박이다.
들머리에 있는 이 민박집 개념도만 익혀도 지심도 섬 전체구조의 개념을 잡을 수 있다.

 

▲지심도 산책로로 접어들자 이내 동백섬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동백을 만날수 있다.

동백꽃이 많이 핀 섬은 거제도 학동과 국도, 여수 오동도, 완도 청해진과 주도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지심도 동백은 희귀종인 분홍동백으로 특별히 증식돼 자생한 경우로 개량종이
아닌 순수 한국산 자생종으로 알려져 있다.

 

▲산책로를 따라 올라서면 아름드리 고목의 동백숲길이 이어진다.

살랑거리는 봄바람타고 남해의 훈풍이 분다. 그 숲에 들면 이름모를 산새의 지저귐이 귀를 씻어준다.
후에 안 일이지만 그 새가 바로 동박새였다.
지심도 산책로를 따르다보면 갈림길마다 동박새가 길 안내를 맞고있다.

 

▲못다피고 쓰러진 저 동백꽃길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지심도의 동백꽃은 12월초부터 피기 시작하여 봄기운이 무르익는 4월말까지 생명을 이어간다.
봄에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데, 꽃 피는 시기는 3월이 절정이고 4월 부터는 산길에 떨어진 꽃무더기가
처연하다. 길을 걷고 있는 동안 어깨 위에 뚝뚝 떨어지는 그 붉은 꽃이 애처롭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속에 피어날때처럼 /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 잊는 건 한참이더군 / 영영 한참이더군
<선운사에서/최영미>

 

▲붉은 등을 달아 놓은듯

▲푸른 동백숲길에 적단풍 한그루가 동백꽃 만큼이나 붉은 빛을 발산하고 있다.

 

▲옛 분교가 있었던 운동장

일반 주택보다 작은 허름한 창고같은 옛 분교장(장승포 초등교 지심도 분교) 운동장엔 자잘한 아이들의 웃음대신
쓰러진 동백꽃만 그늘 속에 묻혀있다.

 

▲울창한 동백숲길은 한 낮에도 어둑하다.

분교를 지나 해양수산연구소 앞에서 동박새가 안내하는 <포진지> 가는길로 접어든다.
한 배를 탔던 일행들은 모두 산책로를 따라 나서고 홀로 접어든 숲길은 빛 한점이 귀한 어둑한 길이다.
숲에서 뭔가가 툭 튀어나올 것만 같은 음산한 길이다. 문득 혼자라는 생각이 들자 두려움이 인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 종종 걸음으로 그 숲 끝을 향한다.

 

▲일본군의 주둔 흔적이 남아있는 포진지
맞은편으로는 탄약고 터널이 있지만 워낙 어둡고 음습한 곳이라 들어설 엄두도 못내고...

 

▲벌써 딸기꽃도 피어나고

 

▲지심도 활주로

동백터널 가는길로 넓은 초원처럼 펼쳐지는 활주로를 지나친다. 지심도에서는 가장 넓게 펼쳐지는 초원지대다.
이곳은 일제 때 활주로로 사용된 곳이라 한다.

 

▲여유...

술길을 빠져나와 바다가 보이자 이곳이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섬이었음을 세삼스럽게 알아차린다.
활주로엔 가족과 연인들이 다정하게 앉아서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도록 그네가 마련되어 있다.
지심도에서 하룻밤을 보낼 기회가 있다면 이곳에서 해돋이 혹은 해넘이를 맞게 된다면 환상이 아닐런지

 

▲지심도 추억남기기

 

▲동백터널 어두운 숲그늘을 파고 든 햇살아래 갓 떨어진 동백& 여행객의 발길에 밟힌 동백

 

▲섬천남성

▲해안선전망대 - 빈 그네에 앉아 한참을 노닥거린다.

지심도 해안도로를 한바퀴 도는 동안 이렇게 쉼터가 설치된 곳은 활주로와 이곳 해안선전망대 뿐이다.
지심도는 여타의 상업성 짙은 섬들이 좀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유치찬란하게 치장한 것과는 달리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박함으로 더욱 정감가게 만든다.

 

▲전망대에서 본 지심도 해안선

 

▲지심도 산책로가 끝나는 망루

지심도 섬 양쪽 끝을 막끝과 새끝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포구 오른쪽이 막끝,
헬기장에서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는 곳이 새끝이다. 이곳은 새끝이다. 해안선을 굽어보는 전망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새끝에서 돌아본 해안선과 송림 사이의 전망대

 

▲그대 발길 돌리는 곳...새끝
동박새가 발길을 돌리라고 알려주지 않아도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길이 끝나는 곳

 

▲섬을 한바퀴 돌아 나오는 길가엔 굵은 대나무 군락지를 만난다.

지심도엔 동백나무만 자라는게 아니다. 동백꽃 터널을 뚫고 가다보면 후박나무와 해송, 대숲이 어우러져 있고,
팔손이, 참나리, 풍란등 37종에 이르는 수목과 식물들이 함께 자라고 있다.
우리나라 유인도 중에선 그래도 생태계가 잘 보존된 곳이다.

 

▲다시 동백나무 숲길로 들어서자 채 활짝 피어보지도 못하고 성성한 주검을 맞은 꽃들이 발 아래 가득이다.

동백꽃은 매화나 벚꽃처럼 꽃잎 하나 하나씩 낙화하는 것이 아니라 송이 채로 떨어져 애처롭기도 하다.
문득 떨어진 저 동백이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혹여 저 쓰러진 동백 밟을까 조심조심 걷는다.

 

▲피싱하우스란 이름을 걸고 있는 민박집에 들렀다.

지심도는 섬 전체가 야트막한 산이다. 온통 비탈진 땅이라 평지가 귀한 곳이다.
이곳 민박집도 예외는 아니라 좁은 마당을 갖고 있다.
한때 멋과 낭만으로 젋은 시절을 보낸듯한 주인장은 비좁은 마당에 표현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던지
구석구석 치장해 놓은 물품들이 다소 산만해 보이는게 흠이지만 주인장 인심만큼은 후하다.
솟대, 괴목, 50년된 오강, 사이키조명, 구형필카.... 구석구석 신기한 물건들로 가득차 있는 집이다.

 

▲피싱하우스 쥔장님의 자작시
꽤 멋스러운 분이다. 집안 벽면들은 모두 그의 자작시 전시장이다.
심지어는 출입문에도... 그의 정서가 빼곡히 적혀 있다.

 

▲뭍을 향한 그리움인가..

하늘도 바다도 온통 뿌옇건만 동백만 홀로이 붉은 등을 달고 푸르르다.

 

▲동백하우스 - 지심도의 유일한 현대식 팬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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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바다가 보이는 선착장으로 내려선다....다시 섬에서 섬(거제)으로의 회귀를 준비한다.

지심도는 손바닥만큼이나 작은 진짜 섬이다. 천천히 볼 것 다 보면서 산책로 수준의 길을 따라 한바퀴 도는데는
대략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지심도를 찾는 일반 여행객도 많지만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 섬이라 한다.
크게 화려한 치장을 하고 여행객을 맞는 섬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소박한 모습으로 길손을 맞는 섬이다.
섬을 산책하는 내내 동백숲에서 동박새와 직박구리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다.

 

== 2009.4.8 지심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