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내리-천주암-기둥바위-주능선-송곳바위(천주암)-천탑암-단석산-당고개 (8.16km / 4시간 40분 소요)
*2015.5.8 천년미소
매번 산행시 산행기록을 남기는 편이지만, 여차저차한 일로 기록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최근에는 더 그러하다.
사람의 기억은 한계가 있는 법이어서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던 길과 인연들은 잊혀지기 일쑤다.
때론, 기록으로 남겨둔 길조차 세월 속에 묻혀 지워지는 길도 허다하다.
오랜만에 단석산을 찾는다. 어느 이른 봄날 산수유 소식이 궁금하여 백석암쪽에서 단석산 올랐던 인연의 기억이 선연하다.
살다보면 잊혀지는 것이 세상 이치라지만, 언제까지 그 길을 기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천년미소와 함께 걷는 길이다. 단석산은 꽤 많이 올랐던 근교산 중의 하나이다.
1987년 상근친구와 둘이 처음으로 올랐었다. 개념도 하나만 달랑 들고 왔었던 기억이다. 당시 국도변 금척에서부터 시작하여 방내마을까지 걸어 들어 왔었다. 정상을 거쳐 우중골로 내려갔었지만 버스시간에 대한 정보도 없었고 통행하는 차량이 귀하던 터라 건천읍내 버스정류장까지 까지 줄창나게 걸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이후 왕성하게 산을 찾던 1990년부터 2008년까지는 모산으로 정하고 시산제를 위해 매년 1~2회 정도 찾았으니 인연도 깊고 꽤나 애착이 가는 산이다.
기록을 찾아 봤더니 최근에는 2010년 우중골~정상~장군바위~건천IC 코스로 천년미소와 함께 했던 기록이 있다.
5년만에 다시 천년미소에 얹혀 단석산을 찾는다.
▲ 방내리 버스종점 한정거장 직전 버스정류소에서 부터 걸어들어간다. 저 앞으로 단석산 주릉이 울퉁불퉁 솟아있다.
방내마을까지 대형버스 진입이 곤란하여 버스종점 못미친 지점에서 하차하여 걷는다. 승용차는 천주암 주차장까지 진입이 가능하다.
방내쪽은 예전 KTX 철로 공사초기 송선굴을 뚫을때 왔었으니 꽤 오랜 세월이 지났다. 마을 안쪽으로 철로가 생기면서 옛 길은 지워지고 다소 어수선해진 마을 초입을 지나 천주암을 향한다.
▲금선사 - 일주문은 그럴듯 하지만 내부는 여염집 같아 보인다.
여염집 같아 보이는 금선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근처에 있는 용화사도 마찬가지다.
▲용화사입구 - 용화사 뒤로 올라 단석산 주릉에 올라서는 길도 있다.
▲ 천주암 직전에서 단석산 븍릉의 눈바위, 수리바위가 오려다 보이고
신록으로 물든 5월의 산자락이 눈을 시원하게 만든다. 저 앞으로 단석산 북릉의 수리바위가 하얗게 빛난다.
▲천주암 입구 약수터 - 주변으로 승용차 대여섯대 정도를주차할 수 있는 공터가 있다.
천주암까지는 방내에서 시멘트길을 따라 1.2km 정도로 대략 25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천주암 대웅전
일행들 모두가 산길로 접어들자 길은 적막강산이다.
예전 절집 뒤로 올랐던 기억을 떠올려 천주암 절마당으로 들어선다. 초파일을 앞둔 천주암엔 오색 연등꽃이 피었다.
절집 뒤로 단석산 주릉이 5월의 바람에 출렁인다. 대웅전 뒤편으로 이리 저리 옛 길을 살펴보지만 기억 속의 길은 이미 지워졌다.
낯선 불청객의 침입으로 고요하던 절집은 순식간에 개 짖는 소리로 채워진다. 그 소리에 스님 한 분이 나오시더니 길없음을 알려주며 초입으로 되돌아 가야 된단다. 개 짖는 소리에 떠밀려 절집을 빠져 나온다.
▲천주암 입구 등산로 들머리
등산로는 천주암 들어가는 시멘트길 초입 오른쪽으로 열려있다. 이정표는 단석산정상까지 3.3km를 알리고 있다.
▲천주암에서 단석산 주릉 오름길은 가파름의 연속이다. 급경사 지대에는 로프가 설치되어 있다.
산길로 접어들어 일행의 꼬리를 잡기 위해 잰 걸음으로 바지런을 떤다. 나태로운 생활에 빠져들었던 몸은 연신 거친 호흡을 내뱉는다.
5월이지만 숲은 이미 한 여름을 방불할 만큼 짙어졌다. 간간이 면식있는 야생화들이 아는 채 하지만, 마음은 일행의 꽁무니를 잡기 위해 급급이다.
로프가 쳐진 급경사길을 올라 기둥바위에 이르러서야 쉬고 있던 일행과 합류한다. 기둥바위는 짙어진 숲 뒤로 감춰져 있다.
몇 걸음 되지 않지만 한걸음 한걸음이 힘드니 그냥 패스한다. 천주암에서 주능선 오르는 길은 쉼 없는 오르막의 연속이다.
단석산 여러 코스 중에서도 거칠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가파르다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방내리 일대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전망바위에서는 막걸리 한 순배씩 돌린다. 서기만님이 준비해 오신 가죽나물 맛이 일품이다.
묵묘가 있는 지능선에 올라서서도 오름은 여유를 주지 않는다. 산허리 돌아 들어 지류 하나를 건너 선다. 한번 더 애돌아 오르면 드디어 주능선 삼거리다.
▲단석산 주릉 삼거리 - 여기서부터 진달래능선이 시작된다.
장군바위쪽에서 오는 능선길과 합류하는 곳이다. 천주암에서 주능선까지 약1.6km의 거리를 1시간 40분 정도 걸렸으니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정표는 아직도 정상까지 1.7km 남았음을 알리고 있다. 이제 거리상으로는 겨우 절반 정도 온 셈이다.
여기서 늦게 쳐진 일행 중 한 분을 기다리느라 오랜 시간 지체를 한다. 오름길 중에 지나쳤던 분인데 나만큼 힘들어 하시는 것같았다. 결국 그 분은 오름을 포기하고 다시 하산한다는 전갈을 받고서야 다시 길을 잇는다.
▲올라선 주능선3거리에서 20여분 진행하여 왼편으로 만나는 전망바위
단석산 정상이 빤히 올려다 보이는 곳으로 발 애래로는 건천일대와 구미산 용림산을 비롯하여 경주쪽 선도산과 토함산까지 조망되는 일급 전망터다.
주능선 길은 거의 평탄에 가까워 천주암에서 올라왔던 길에 비하면 거저먹기 수준이다.
20여분 정도 진행하여 왼편으로 있는 전망바위에 올라서 본다. 역시 시원한 눈 맛을 제공해 주는 곳이다. 올라왔던 지능선 뒤로 건천읍이 빤하다. 그 뒤로 멀리 구미산 용림산이 어림된다. 바위 위에 분재처럼 자라고 있는 소나무도 여전하다. 일행 모두가 떠난 후지만 이리저리 살피느라 꽤 많은 시간을 쉬어간다.
▲전망바위 지나 10여분 후 만나게 되는 전주암 이정표
20m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약 60m 가량 산비탈을 내려서야 한다.
전망바위에서 10여분 진행하면 송곳바위(천주암)을 알리는 작은 팻말 하나를 만난다. 예전 고단석이라 불렀던 바위로 주등산로에서 떨어져 있으므로 아는 사람만 찾았던 곳이다. 이젠 많은 사람들이 쉽게 위치를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한 어느 고마운 손길의 정성에 감사해야 할 일이다.
▲천주암, 단석(송곳바위) - 예전 고단석으로 불러던 곳으로 김유신장군이 칼쓰기 연마를 하며 바위를 베었다는 단석 설화가 전해지는 곳이다.
송곳바위 팻말을 따라 산비탈을 50~60m 내려서면 하늘을 향해 우뚝 선 석탑같은 바위 하나를 만난다. 바위 아래부분에 누군가가 코팅지를 이용하여 "단석(천주암)" 이란 이름을 걸어두었다.
옛 이야기 속 김유신장군이 칼쓰기 연마를 하며 바위를 베었다는 단석으로 지금은 하늘을 받치고 있는 기둥처럼 보인다 하여 천주암(天柱岩)이란 이름이 붙은 것 같다. 옛 설화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금도 벼랑 아래 부분에는 부스러진 바위조각들이 산재해 있다.
▲ 바위 하단부에는 기유신장군이 6년간 수도끝에 얻은 신검으로 절단한 바위라고 적혀 있다.
천주암을 보고 나면 다시 주등산로로 되돌아 올 필요없이 우측 비탈을 따라 100여m 정도 올라서면 설화 속에 등장하는 천탑암을 만날 수 있다. 낙엽에 쌓인 길이라 희미하고 가파른 편이지만 잡목이 없으므로 쉽게 오를 수 있다. 올라선 지능선에서 왼편으로 10m 정도만 더 나서면 바위절벽이 나타나고 그 위에 두 개의 돌탑이 있다.
원효의 "해동원효 척판구중(海東元曉 擲板救衆) " 설화와 관련된 곳으로 척판암 혹은 척판대로 전해지는 곳으로 산꾼들은 그냥 돌탑전망대로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척판암은 부산 기장 불광산의 척판암 설화와 동일한 내용과 이름이고 보니 "천탑암"이란 이름으로 굳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바위 벼랑이고 보니 역시 조망이 뛰어난 곳이다.
"마애불"은 이 절벽 아래에 숨어 있다. 조금 전 안부로 되돌아가 왼편 아래로 100여m 정도 사면을 내려가면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을 알현할 수 있다. 오랜만에 마애불을 한번 둘러보는 것이 당연지사이지만, 이젠 체력도 저질이고 일행의 젤 꽁지이고 보니 내려갈 엄두는 내지도 못한다. 천탑암쪽에서 30m정도 주릉쪽으로 올라서면 다시 정상적인 주등산로와 합류한다. 봉분이 깍인 무덤이 있는 삼거리 지점이다.
▲ 큰골 갈림길 이정표 - 이정표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이정표 뒤편 희미한 내림길은 큰골로 떨어지는 길이다.
정상까지는 300m 거리, 10분 가량 더 올라야 한다.
▲ 단석산 정상
큰골 갈림길을 지나 300m 정도 더 올라서면 단석산 정상이다. 정상 직전 입암산쪽으로 연결되는 갈림길이 있다. 천주암에서 휴식시간 포함하여 2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 비지고개, 입암산 방면으로 가는 능선 - 공원지킴터 뒤로 토함산이 가뭇하다.
▲ 예전 단석산 표석
▲ 단석산 정상부에서 본 파노라마 -클릭하면 큰 그림
맑은 날씨 덕분에 멀리 구미, 용림산을 비롯해 토함산까지 선명하게 조망된다. 점심식사를 하며 약 1시간 가량 정상에 머무른다.
▲ 당고개 갈림길 - 낙동정맥과 접속하는 지점이다.
하산은 당고개 방면이다. 정상표석을 정면으로 봤을 때 왼편 아래쪽으로 난 길이다. 이정표는 "당고개 3.4km"를 알린다. 진행방향 저 앞으로 OK그린 위락지구가 보이고 그 뒤로 백운산을 필두로 하는 영남알프스의 산자락이 아스라히 펼쳐진다. 내림길 좌우로는 은방울꽃 군락지가 펼쳐진다
제법 경사진 길을 400m 내려오면 "당고개 3km"를 알리는 이정표를 만난다. 이정표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우측으로 90도 꺽이면서 내려서는 갈림길은 우중골 외딴집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다시 400m 가량 더 진행하면 "당고개갈림길" 이정표가 있는 4거리 갈림길이다. 이정표는 "↗당고개 2.6km, ↖OK그린연수원 2.0km, ↓단석산 0.8km" 를 가리키고 있지만 이정표에 표시되지 않은 우측 3시 방향 내림길은 우중골방면이다. 이곳은 일명 낙동정맥 갈림길이기도 하다.
▲ 은방울꽃
▲ 당고개로 내려서는 길에는 은방울 군락지가 여러곳 있다.
▲ 당고개
낙동정맥과 접속하는 갈림길 이후 바로 앞 689.1봉을 허리를 돌면 당고개까지는 낙동정맥을 따라가는 외길 능선이다.
하산길이라 더 이상의 오름이 없으리란 예상은 금물이다. 660.9봉을 오르는 한 고비를 극복해야 한다. 짧은 오름이지만 꽤 힘들게 느껴진다.
이후 내리막 일변도의 길 끝으로 날머리인 당고개다. 단석산 정상에서 약 1시간 1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 꽃마리
▲흔적: 방내리-천주암-기둥바위-주능선-송곳바위(천주암)-천탑암-단석산-당고개
단석산(천주암-단석산-당고개)__20150508_sw.gpx
단석산(천주암-단석산-당고개)__20150508_sw.k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