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31
점점 차가워지는 계절.
산자락의 울긋불긋한 단풍이 청송으로 향하는 내내 시선을 창 밖으로만 잡아둔다.
차창 밖 풍경을 보고 있노라니 이제 내 생에서 이렇게 빛나는 아름다운 가을을 몇 번이나 맞을 수 있을지... 문득 서글퍼진다.
죽장에 접어들자 서리발이 하얗게 내려있다.
청송은 이미 오늘 아침 날씨가 영하권으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잊혀진 계절" 이란 노래가 생각나는 10월의 마지막 날을 청송 주왕산에서 보낸다.
오전 9시 남짓한 시간이지만 주왕산 상의주차장은 이미 차량으로 넘쳐난다.
주왕산 입구마을부터 많은 차량들이 갓길에 주차되어 있는 상태다.
단풍시즌의 막바지이고 보니 주왕산은 차파인파로 혼잡스럽기 그지없다.
오늘은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 주봉팀과 내원동팀으로 나누어 정화활동을 펼친다.
단풍보다 더 화려한 치장을 한 무리들의 틈에 섞여 유산객이 되어본 하루.
내원동까지 목표를 잡는다. 여의치 않으면 적당한 시간에 되내려 오면 된다고 생각하니 느긋한 마음이다.
대전사 입구 상가지역부터 수북이 쌓인 형형색색의 단풍이 들머리부터 공연히 마음을 달뜨게 만든다.
탐방로는 젊은연인들부터 시작해서 할아버지 할머니, 어린아이들까지 다양하다.
상가주민들은 넘쳐나는 손님들로 연신 싱글벙글이다. 모처럼 맞는 대목이란다.
막걸리 한 병을 베낭에 넣고 나니 괜시리 든든해진 마음이다.
탐방로는 활기에 넘쳐난다.
소소한 풍경에도 감탄사를 연발하는 아주머니의 탄성은 그녀의 감성을 소녀시대로 되돌려 놓는다.
자연이 주는 계절의 아름다움 앞에서는 누구나가 순수의 동심으로 돌아간다.
그들이 자연 앞에서 감동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조차 자연의 한 부분만큼 아름답다.
나 역시 그들의 틈에 섞여 유산객이 되어 절정을 지나는 늦가을 풍경에 흠뻑 빠져들어 본다.
이 숲은 도데체 어디에 이렇게나 아름다운 빛깔을 감추어 두었다가 일시에 이토록 화려한 빛은 발산하는 것일까?
계절이 주는 아름다움에 세삼 감탄하고, 마음껏 가을 정취를 만끽하고 온 하루였다.
이제 주왕산을 찾은 횟 수도 꽤 많아진 듯하지만 오늘처럼 많은 사람들에 섞여 걸어 본 날도 처음인 듯하다.
단풍보다도 더 화려한 사람들의 행렬에 관심을 가진 하루이기도 했다.
폭포가 끝나고 장군봉으로 갈라지는 금은광이 입구를 지나자 인적은 뜸해진다.
그 많던 사람들의 왁자함은 사라지고 마치 딴 세상에 접어든 듯 고요하다.
간혹, 등산객들이 오가기도 하지만 고요한 숲길은 아랫동네에 비하면 호젓하기 그지없다.
늙은 나무들이 쇠락해 가는 가을을 지키는 숲, 내원동 가는 길은 적적할 지경이다.
일행들의 꽁무니에 서서 느릿느릿 더 깊은 가을 속으로 빨려든다.
내원동 깊 숙한 곳. 감나무며 돌배나무가 제 멋대로 자라는 곳.
봄이면 지천으로 드룹나무가 새 순을 올리는 곳.
두어 가구가 화전을 일구며 살던 자리. 이젠 기억 속에 잊혀지고 돌담의 흔적마저 잡초에 묻혀가는 그 곳.
옛 사람들이 살던 자리엔 억새풀만 하얗게 빛난다.
길이 끝나는 그 곳에서 홍시 몇 개를 줏어 먹고 왔던 길을 되짚어 나온다.
주왕산 단풍도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그 화려한 시즌을 마감할 것이다.
이제 내 살아가는 날들도 이 계절만큼이나 깊숙히 들어와 있다.
그렇게 저물어 가는 가을처럼 내 기구한 삶의 곡절도 가을 속으로 쓰러져 간다.
▲관리사무소에서 기암을 건너다 보다.
늘 같은 자리에서 그림을 담는 곳이다. 단풍나무와 어우러져 기암이 한결 운치있어 보이다.
▲관리사무소에서 상가지대로 내려가며
▲대전사 절마당에도 단풍이 곱게 들었다.
▲대전사 뒤로 주왕산의 트레이드마크인 기암.
매표소에서부터 단풍인파는 길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번 주가 단풍시즌의 절정이라고 한다.
지난주에는 약 3만 7천명 정도의 탐방객이 찾았다고 한다. 이번주는 약 5만명을 예상한다고 한다.
▲대전사 담장 밖엔 가을을 채 삭이지 못한 연두의 은행잎이 가을 정취를 더하고 있다.
▲따사로운 가을볕 받으며 주방천 따라 오르기.
다소 쌀쌀한 날씨탓에 땀도 흐르지 않고 걷기엔 딱 좋은 날씨다.
▲계곡가에 내려 앉은 단풍에 취해 천천히 주방천 깊숙한 곳으로 들어선다.
날씨가 너무 좋다. 이 좋은 날씨 속에서 내원동까지 룰루랄라 가벼운 걸음이다.
주왕산 일원을 둘러보려면 대전사에서 용추폭포, 절구폭포, 용연폭포를 지나 내원동 옛터에 이르는 총 8.8km의 주왕계곡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다.
▲자하교에서 넓은 길을 버리고 주왕암쪽으로 걸음을 옮겨본다.
자하교에서 본 급수대
▲자하교에서 주왕굴 올라가는 길
▲주왕산 가을단풍 이야기를 들으며 10월의 마지막 날 단풍에 젖어 보다.
▲자하교에서 주왕굴 방면은 평소 사람들이 그리 많이 찾지 않는 길이지만 오늘은 이 길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주왕암 입구에서 주왕암은 들르지 않고 산허리를 따라 학소대쪽으로 가다.
병풍바위와 급수대가 잘 보이는 전망대에는 먼저 온 인파들로 가득하여 그냥 패스하다.
▲학소대 앞. 눈에 보이는 모든 그림들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가을 빛에 취한 탐방객들은 감탄사를 연발하고, 추억 남기기에 바쁘다.
▲학소대 지난 협곡엔 단풍대신 사람들이 풍경을 만든다.
▲여유가 있어 절구폭포에도 다녀와 본다.
▲내원동 가는 길
용푸폭포를 지나 내원동 가는 길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느릿느릿 만추의 계절 속으로 빠져들다.
▲내원동 입구에 들어서다.
▲갓 떨어진 싱싱한 낙엽속에서 뒹굴어 보고 싶었다는...
▲옛 사람들이 살던 집터 돌식탁은 아주머니 세 분이 오늘의 주인이다.
▲단풍나무 아래에서 먹는 점심... 꿀맛일 것이다.
▲길을 버리고 외딴 계곡 속으로 파고든다.
▲작은 계류에는 형형의 나뭇잎이 아름다운 수를 놓고 있다.
▲사람들의 발길 닿지 않는 곳에도 단풍의 향연은 계속되고...
▲점심식사 후 다시 도돌이표를 시작하다.
오후의 햇살이 안온하다.
▲간간이 내원동 오르는 탐방객들과 마주친다.
이 지점쯤의 바위지대에선 고약한 냄새(?)가 진동한다. 주범은 금마타리다.
금마타리는 가을이 되면 야릇한 악취를 풍기는 독특한 식물이다. 사람들이 인분냄새로 오인하기도 한다.
▲용추폭포 주변으로는 탐방객들로 넘쳐 난다.
▲단풍도 좋았지만 넘치는 인파에도 관심을 가진 하루였다.
▲빛의 방향에 따라 단풍은 분위기를 달리한다.
건조한 날씨 탓에 탐방로는 먼지가 풀풀 날리기도...
▲탐방로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언덕에서 망중한을 즐기시는 분들
▲주방천은 오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주왕산에서 이렇게 많은 인파를 대하기도 처음인 것 같다.
▲뒤 돌아보아도 사람, 사람, 사람들
▲다시 학소대로 되돌아 오다.
▲시루봉은 옆 모습이 사람얼굴을 빼다 박은 모습이다.
▲급수대
▲대전사 은행나무
▲여전히 기암은 우뚝하고
▲늘 그림을 담던 자리. 오늘도 예외일 수는 없다.
▲관리사무소 앞쪽 전경.
옥녀봉이라 하던데,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찾아 보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