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12
*설악[한계령-서북릉3거리-중청-소청-봉정암-오세암-백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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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릉에 올라 끝청으로 향하는 길에서 이미 휑하니 떠오른 해를 맞는다.

 

내심 기대했었다.

서북릉에 올라 운이 좋다면 장엄한 일출도 볼 수 있을 것이고,

더 운이 좋다면 발 아래 산자락을 낮게 휘감은 멋진 운해도 만날 수 있으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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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을 밝힌 긴 행렬은 한계령 단풍이 붉은지 푸른지도 모르고 부지런히 길을 줄인다.

맵싸한 밤바람이 옷깃을 파고 들지만 긴 오름에 달구어진 몸은 옷자란 풀어헤치고 설악의 청명한 바람을 온 몸으로 맞는다.

서북릉 삼거리까지는 1시간 20분, 예전에 비해 길이 짧아졌는지, 일행의 속도가 빨랐는지..

매번 밤길만 쫒은 탓이라 아직도 이 길에서 무엇이 반기는지 알 길없다.

 

다소 유순해진 서북릉에선 반쪽만 남은 달빛이 길을 밝힌다.

랜턴을 접고, 달빛에 의지해 길을 나선다. 걷기에 충분한 빛이 길을 앞서간다.

별빛이 쓰러지자 긴 어둠을 털어낸 먼 산자락이 어슴푸레 윤각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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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릉의 관문 - 등굽은 나무가 서북릉을 지키고 있다

 

이젠 사진을 남기기에 충분한 빛이 산자락 가득하다.

비로소 산이 어떤 빛으로 이 가을을 채색하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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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청

 

끝청에 올랐건만 응당 보여야 할 귀청, 안산, 건너편의 점봉산도 희붐하기만 하다.

여린 햇살 스며든 산정에서 추억하나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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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시는 이주회 선배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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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청대피소 뒤로 멋없이 불쑥 키 세운 대청을 역광의 실루엣으로 담아본다.

멋은 없어도 설악에 왔으니 당연히 대청을 담아야 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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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래 공룡의 들머리가 되는 신성봉이 우뚝하고 첨봉을 세운 공룡의 등줄기가 우람한 골격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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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채봉도 칠선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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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 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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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기념

 

공룡능선과 봉정암으로 갈리는 소청에선 일행이 갈라진다.
고급체력은 설악의 대표암릉인 공룡으로 향하고 나같은 저급 체력(?)은 꼬리 내리고 단축코스인 봉정암, 오세암코스로...

부러움 반, 시샘반으로 공룡을 향하는 일행의 뒷모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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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건축물이란 이유로 존폐위기에 놓인 소청산장 - 어쩌면 추억의 장소로만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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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옹성같은 바위요새 속에 터 잡은 봉정암 - 뒤편 부처바위 머리를 장식한 돌덩이가 금방이라도 쏟아질듯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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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가을

 

소청에서 봉정암으로 내려선 일행은 다섯명.

그나마 봉정암에선 또 찟어진다. 세 사람은 구곡담으로... 오세암 가는길은 달랑 두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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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암 사리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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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의 제국, 바위의 왕국 용아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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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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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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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암에서 가야동계공으로 내려서는 길은 적막강산이다.

 

그 길에서 문자 하나가 날아든다.
오늘 신문기사에 설악산가면 개고생이라는데... 어떻누?

엥???  이 한적한 길에선 사람이 그리울 지경인데...

정말 그랬다. 가야동에 이르기까지는 인기척 한번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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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척이라곤 다람쥐뿐이다 - 정말이지 이 한산한 설악에서 사람소리가 그리울 지경이다.

무인지경의 골짜기엔 다람쥐만 분주하다.

녀석이 잠시 한눈 파는 사이 도토리는 누가 다 주워갔누?
도토리 모을 생각 잊고 사람이 주는 먹이에 길들여진 다람쥐는 한겨울 또 인간들의 먹이를 찾아 헤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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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동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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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택은 탁월했었다.

 

끝청, 중청, 소청을 지나는 동안 제대로 된 가을빛 못 보는가 했더니 갈빛은 죄다 가야동에 모여 있었다.

선택은 탁월했다고 자위한다. 그 거친 공룡 오르내리면 뭘해?

봉정암-오세암길은 산사순례의 길, 불자의 길이다.

팍팍한 설악 여타의 길에 비해 가장 길다운 길로 구별되어야 한다.

길을 걸으면 알 수 있다. 길 위에서 부처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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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암이다. 단풍 건너로 망경대가 삐뚜름한 머릴 숙여 산사의 가을을 훔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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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암

 

열굽이 고개 넘어 오세암 당도하여 점심공양이다.

미역국에 희멀건 쌀밥, 반찬이라곤 달란 오이지 하나지만 오세암 공덕으로 달디단 점섬 공양을 받는다.

그러던 차 낮익은 얼굴이 오세암에 당도한다.

산을 좋아하면 사람도 산을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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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대 올라 이리저리 산을 꿰는 맛이 쏠쏠하다.

 

우린 만경대에서 내설악의 요모조모를 꿰느라 근 사십분 동안 신선놀음을 해야했다.

저그가 공룡이고 저그는 용아요, 대청은 요 앞, 귀청은 저쪽 끄트머리, 오른편은 남설악 망대암산, 점봉산....

조망에 지쳐 자리 펴고 앉아 맑은 물 한 순배씩 돌리니 신선이 따로 있나. 우리가 신선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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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을 한무리의 안전한 발이 되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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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동 관문인 천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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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망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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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암 가을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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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렴동 계곡

 

우리편은 어디쯤 왔을까. 공룡릉 타고 넘는 한무리는 아직도 가뭇하니 수렴동이나 거슬러 올라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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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 참 희안하재, 시퍼렇게 있던 것들이 우째 저리 뻘겋고 노랗게 물들어 버렸는지"

백담계곡 따라 자박자박 걷던 경남 아지매 두 분이 단풍 삼매경에 빠져 연신 감탄사를 토해낸다.

공원관리소가 저 만치 보이자 "야~야 우찌믄 좋노, 이 예쁜길 벌써 끝나버리네" 아쉬움 섞인 소리로 길을 아낀다.

 

자연은 저 아름다운 색을 어디에 감췄다가 이렇듯 일시에 형형의 빛을 내는 것일까?

가을 햇살 받은 단풍은 고운 화장하고 나온 여인네다.

삶의 마지막 순간 혼신의 힘으로 토해내는 빛깔이 가슴을 저미게 한다.

 

허접한 내 삶의 빛깔은 어떨까? 아니 내 안에 거둬들일 색이나 남이 있는 걸까?

가을은 순식간이다.

자연은 계절을 놓치지 않고 피고 지는데, 우리네는 종종 그 시기를 잃고 후회한다.

그래서 어리숙한 사람인게다.

내가 또는 네가 모르는 사이 피고지는 꽃이며 쓰러지는 것들이 어디 한둘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