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2
[주왕산 절골 징검다리]
매년 그 화려함을 자랑하던 절골 단풍도 이젠 그 절정을 지나 빛을 잃어가고 있다.
날씨마져 흐리고 보니 절골분위기는 좀 스산하다.
갈바람 한줄기가 골짜기를 훝어내자 일제히 일어선 낙엽들의 춤사위가 한바탕 이어진다. 머리 위에도 물 위에도 일제히 낙엽비가 내린다.
늦은 가을. 계절도 꼭 내 나이만큼 온 듯하다.
이젠 절실함도 없고, 안타까움도 없다. 미련 같은 것들은 모두모두 버리고, 가벼워 져야할 때다.
일요일. 막바지 가을을 보듬으려는 인파가 절골을 많이도 찾는다.
지금까지의 절골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을 만난듯 하다.
우중충한 날씨, 갈색톤의 절골은 그들의 화려한 색상과 왁자한 소리에 잠시지만 활력이 넘친다.
엊그제 내린 비로 절골은 물의 풍요를 누린다.
불어난 물로 절골을 거슬러 오르는 길은 아슬아슬 위태로운 징검다리를 수도 없이 건너야 한다.
인공의 시설물을 최소한으로 설치하여 자연 그대로의 계곡미를 제대로 느낄수 있는 것이 바로 절골의 매력이다.
하지만, 물도 적당해야 좋은 법. 모든 것이 과하면 화를 부를 수 있는 법.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슬하게 징검다리를 건너며 가볍게 등산화를 적시는 정도의 불편을 감수하며 절골을 오르지만,
그 중에는 가끔 몸의 중심을 잃으면서 전신입수를 시도하시는 분도 계시고, 고가의 카메라를 수장시키는 분들도 계신다.
안타깝다.
오늘의 미션!
등산객들이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징검다리를 놓으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늘어난 수량과 빠른 물살 속에서 징검다리를 제대로 놓는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큼지막한 돌로 안전하게 징검다리를 놓았다고 생각했지만, 몇 사람만 지나가면 흐르는 물 속이라 다시 흔들거리기 일쑤다.
주변에 마땅히 옮길 만한 큰 돌도 없는 편이고, 웬만한 무게는 감당할 수 없으니 답답한 마음마져 든다.
오전내내 움직였지만 입구에서 1.5KM정도까지 밖에 진행하지 못했다.
절골분소로 내려와 점심식사를 한 후 다시 심기일전 힘을 모아본다.
튼튼한 나무다리도 놓아보고, 좀 더 견고한 다리가 될 수 있도록 힘을 쓰다.
지나는 산객님들마다 인사를 전한다. "고맙습니다" "수고 많습니다"
비록 차거워진 날씨 속에서 젖은 손은 시리고, 장화 속에는 물이 들어가 흥건하지만, 그들의 진심어린 멘트가 큰 힘이 된다.
내내 우중충하던 날씨는 오후 세시를 넘기자 기어이 비를 뿌리고
비를 핑계삼아 오늘 일정도 마무리한다.
징검다리를 만든다는 것.
보기에는 하챦고 만만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계곡의 수량이 없을 때는 참 쉬운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물이 불어났을때, 물 속에서 해야 한다면 결코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아니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들, 미쳐 준비히지 못한 내일 속에서
어쩔수 없는 환경과 여린 마음으로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나를 힘들고 지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땐...
힘들면 내려놓지 뭐!
▲절골분소
일요일이라 차량은 주산지 입구부터 통제가 이루어 진다. 아마도 이번주까지가 막바지 단풍의 절정인 듯하다.
▲절골 단풍도 절정의 시기는 지났고,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매년, 아름다운 단풍을 만났었는데 올해는 제대로 만나지도 못해서 아쉽다.
▲저 짧은 물길 하나를 건너는데도 아슬한 모험을 해야한다. 뒤로는 정체가 이어지고...
▲쓰러진 나무를 자르고
▲옮겨서
▲튼튼한 나무다리가 되었다.
▲업고, 벗고
▲손잡아주고 건너던 계류는
▲돌을 모으고
▲옮겨
▲임시 징검다리를 만들어 보지만, 그래도 여전히 위태롭다.
▲그 중에는 튼튼한 징검다리도 완성되고
▲1.5km지점 제일 긴 징검다리 설치중
▼이하 늦가을 절골 풍광등
▲물의 풍요를 빌어 숨어 있던 폭포도 실팍한 모습을 드러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