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어지 둘레길 반바퀴
*2014.7.19
*오어사주차장-구름다리(원효교)-쉼터-쉼터3거리-메타세쿼이어숲-대골입구-쉼터(왕복) == 6.15km/4시간 ==

연일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토요일...
마침 선정도 집에 와 있고, 영태도 쉬는 날.
집안에 있기는 너무 답답하여 잠깐 바람이라도 쇠고 오자고 합의.

최근들어 감사나눔 둘레길 열풍이 불어 포항 곳곳에는 차고 넘치는 곳이 둘레길이다. 맘만 먹으면 쉽게 다가설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오늘은 운제산이 있는 오어지 둘레길을 둘러 보기로 하고 추~울~발
이미 12시간 넘은 시간이라 점심은 생략하고, 가는길 오천에 들러 햄버거 하나씩을 준비해 오어사 주차장에 들어선다.
뜨거운 날씨지만 휴일이고 보니 주차장은 빼곡하다.

사실 오어지 둘레길은 본의 아니게 30년 전의 기억에 남아 있는 길이다.
입사 후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고, 무대포로 산을 누비던 시기였었다. 당시 반선배님과 함께 원효암 지난 헬기장을 경유하여 제법 너른 꼴짜기로 내려섰었다.
오어사 뒷 계류인 산여계곡쪽은 면식이 있었지만, 그 골짜기는 처음 맞닥뜨린 골짜기였고 산여계곡만큼이나 규모도 제법 넓었다.
계곡길 주변으로 으름이 한창인 시기여서 도끼자루 썩는줄 모르고 더덕이며 으름, 다래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 당시 길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였고 무조건 물길을 따라 가면 오어사에 이르는 줄로만 알았다. 후에 알았지만 그 골짜기가 대골이었다.
암튼 희희낙낙거리며 계곡물이 저수지와 합류하는 부분에 도착했었고, 바로 근처에 오어사 절집이 있을 줄로만 알았었다.
허나,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아니 오어사 저수지의 구조를 몰라도 한참 몰랐었다.
저수지 주변을 따라 가면 곧 오어사가 나타날 지 알았는데, 길 없는 길은 끝없이 골짜기를 애돌고 애돌았다.
한굽이만 더 돌아가면, 또 한번 만 더 돌아가면 절집이 나타나겠지를 반복하다보니 몸은 지치고 마음은 불안해지니, 거의 탈진 직전까지 갔다.
설살가상으로 저수지는 만수위 상태라 불과 2~3m정도의 건너편 사면으로 붙을려면 한참을 골짜기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야하는 시행착오를 반복해야만 했다.
골과 저수지가 만나는 부분은 마치 손가락과 같은 구조를 하고 있었다. 몸은 찢기고, 옷은 헤어지며 만신창이가 되어가는데, 날은 이미 저물고, 절집은 아직도 한참이었다.
천신만고 고생끝에 깜깜해져서야 겨우 오어사에 닿았고, 부랴부랴 서둘러서 겨우 야간 출근을 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고생했던 기억은 쉬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참 오래된 기억의 일부이다.

불볕더위로 숨이 턱턱 막히는 주차장에서 오어지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 하나를 건너자 이내 시원한 숲그늘이다. 최근에는 원효교란 이름을 새로 얻은 다리이기도 하다.
감사나눔 둘레길이란 이름이 붙은 저수지 주변 산책로는 가족단위로 산책을 나온 이들이 많이 눈에 띈다.
첫 쉼터에서 커피와 햄버거로 배를 채우며 긴 휴식을 갖는다.
오어지 둘레길은 시종 저수지 주변을 따라 도는 것이 아니라 초반부 수변 산책로를 잠시 따라 나선 후 헬기장으로 올라서는 제번 긴 오르막을 극복한 후 다시 수변으로 내려서야 한다. 대골, 안항사방면과 운제산 종주길인 헬기장쪽으로 갈리는 삼거리까지는 20분 가량 진땀을 흘려야 한다. 영태는 초반의 오르막 내내 엄살이다.

초반의 긴 오르막은 100여 m 정도 고도를 높인다. 헬기장과 대골방변으로 내려서는 삼거리 쉼터에서 또다시 긴 휴식의 시간을 갖은 연후에야 다시 저수지 주변으로 내려선다. 저수지까지의 긴 내리막은 급경사 구간으로 바닥에는 마사토가 깔려있어 미끄럽기까지 하다.
수변길은 잘 정돈된 편이다. 군데군데 쉼터의자를 만들어 놓아 천천히 걸으며 산책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길이다. 하지만 계절이 계절인 지라 무성한 숲엔 날벌레며 모기들이 집요하게 공격한다. 벌레퇴치 스프레이를 지참했으면 좋았을 법하다.

애초 계획은 대골입구까지만 진행한 후 다시 오어사로 되돌아 오려고 계획했었다.
하지만 대골입구에서 긴 탁족의 시간을 갖다 보니, 다시 힘이 솟아 좀 더 진행해 본다. 대골 이후로 나타나는 임도는 숲 그늘이 귀한 편이라 다시 뜨거운 태양과 맞닥드려야 한다. 결국 대골입구와 항사리 도로의 중간지점쯤에 있는 쉼터까지만 진행한다.
아직 시간도 넉넉하여 오어지 둘레길을 한 바퀴 돌고 싶었지만 영태,선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하긴 이 삼복더위에 혀를 내밀고 차도를 돌아 오어사까지 간다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여 영태,선정은 안항사 입구 도로변까지만 진행하여 기다리라고 하고, 차량 회수를 위해 혼자서 오어사로 도돌이표를 찍는다.

돌아오는 길은 순식간이었다.
그 길 문득, 어느분의 지형도에서 본 광석대를 찾아 보기로 한다. 광석대는 오어사의 옛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지명으로 원효·혜공 스님이 노닐던 곳이었으니 호수가 생기면서 광석대는 물속에 잠겼다고 전하고 있다. 호수가에서 헬기장쪽으로 오르는 오르막 시작 부분에서 사면으로 난 희미한 족적을 따라 산허리를 두 어번 돌아들면 호수 속에 잠겨있는 작은 바위를 만날수 있다. 바위에는 푸르고 싱싱한 소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 바위가 옛 이야기 속의 광석대인지는 알 길이 없다.
광석대를 돌아 보았다면 다시 능선끝까지 되돌아 오르는 것이 현명하다. 도중에 희미한 길흔적이 보이길래 오른쪽 오어사 방면의 사면으로 접어들었다가 괜한 고생만 했었다. 길은 끊어지기가 일쑤고, 가파른 사면을 몇 번 오르내리느라 시간은 물론 엄청난 체력을 소비하고 말았다. 결국 광석대에서 오어지 수변길과 만나는 샛길은 없다는 결론이다.
나는 아직 산을 내려서지도 못했는데 영태는 이미 안항사와 오어사 도로가 갈리는 삼거리까지 나와 기다리고 있다는 전갈이다.

가만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삼복에 찾은 오어지 둘레길 반바퀴.
단풍이 한창일 늦은 가을, 다시 찾기를 약속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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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차장에서 곧장 출렁다리를 건넌다.

호수(저수지)를 가로지르는 다리는 어느새 원효교란 이름을 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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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감사나눔 둘레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을 만난다.

안내판은 오어지 둘레길이 아니라 저수지를 잠시 따르다 헬기장 가는 비탈을 올라 다시 오어지로 내려오는 약 1km의 길을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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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효교를 건너서 건너다 본 오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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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기장과 오어지 둘레길로 향하는 갈림길엔 다리쉼을 할 수 있는 벤취가 마련되어 있다.

저수지 주변에서 간단한 요기를 하고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아마 30분쯤 걸린 것 같다. 열걸은 걷고 한참을 쉬고, 또 열걸을 걷고 한참을 쉬고... 의 반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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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표는 이제 겨우 0.7km 왔다고 알리고 있다.

대골 입구까지는 아직도 1.3km이고보니 아직도 한참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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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세쿼이어숲 근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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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세쿼이어숲에서 저수지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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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캔맥주 한 통을 비우며 또 한참을 쉬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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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 이름이 가는잎 장구채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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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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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뎌 오늘의 목적지 큰골입구 도착이다.

계곡 안쪽으로 몇 걸음 들어간 탁족을 즐기며 한동안 노닥거린다. 오늘의 목표는 여기까지 였지만 한동안 쉬다보니 다시 원기가 충천되어 조금 더 진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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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짚신나물에는 잠자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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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너편에서 본 메타세쿼이어숲 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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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종착지 안항사 직전 쉼터

여기서 빵태, 선정은 안항사로 진행, 내는 오어사로 도돌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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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어지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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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석대???

예전에도 본 기억이 있는 곳이다. 이 넘 한번 보고 지름길로 간다는 것이 산넘고 물건너... 고생을 사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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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고생 끝에 겨우 오어사가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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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효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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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적

파란선은 길이 없어 생고생 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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