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8.17


천년미소에 얹혀 경주 남산으로 간다.
남산의 웬만한 길들은 대부분 걸었지만 갈 때마다, 새로운 길인양 생소해진다.
골짜기를 파고들면 들수록 복잡한 숙제를 잔뜩 짊어지고 오는 산이 남산이다.
그래서 경주 남산은 늘 무겁고 어려운 산으로 여겼다.
시시콜콜 산을 캐고, 길을 기억하려는 못된 습성때문이다.

오늘, 그 무거운 남산 한 자락을 생각없이 걸었다.
생각없이 걷는다는 것은 단순해 진다는 것이다.
단순해 진다는 것은 지금까지 지고왔던 무거운 짐을 내려 놓는 일이다.
내려놓는다는 것! 어쩌면 지금까지 나를 포장해 온 삶의 껍데기를 한꺼풀씩 벗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좀더 솔직히 말한다면 내 지나온 삶의 궤적이 그리 순탄치 못했고 이젠, 그 기억들을 놓아주고 싶음이다.

이젠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이 시들해 지고, 점점 관심이 멀어져 간다.
좀 역설적일지 몰라도 어느 님이 말씀하신 "내려 놓다"는 결국 삶의 열정이 식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빗 속에서 포항 출발하였으나 다행히 경주는 비 내리지 않는 흐림이다.
상서장을 출발하여 금오산을 거쳐 삼릉으로 떨어졌다.
무리의 꽁무니에 붙어 생각없이 걸은 반나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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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서장 올라가는 계단길
신라때 최치원이라는 사람이 공부하던 곳이란다. 그가 나랏일을 걱정하여 시무십여조의 글을 진성여왕에게 올렸던 곳이라하여 상서장이란다. 상서장에서 산행을 서너 번 시작하였지만 저 계단을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매번 무리와 함께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기회가 닿는다면 꼭 한번 올라가 봐야겠다. 저 위에는 영정각등이 있고 최치원의 영정을 모시고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경상북도 기념물 제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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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서장 옆 길가엔 봉숭아꽃아 곱게 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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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서장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 본격적으로 산자락에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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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젖은 톱풀을 담는다. 길에선 만난 작은 것들에게 이름을 불러 줄 수 있다는 것도 즐거움 중의 하나다.
예쁘게 담아야 하는데 폰카로 건성건성 담아와 꽃에게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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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올라서면 경주 남산신성 안내판을 지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남산성으로 표시하였으나 지금은 남산신성으로 표기하고 있다. 해목령까지는 산성길을 따라가게 되는데 여느 고성처럼 가지런히 쌓아올린 성터의 흔적은 없다. 그냥 능선자체가 성의 역할을 했으리라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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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목령 근처에서...
오늘은 해목령 꼭대기를 경유하지 않았다. 올라서면 용바위를 비롯한 게눈바위등 멋진 조망을 선사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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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까? 왜 저랬을까? 바위를 쪼개려 했을까? 예전에도 같은 생각을 하며 지나쳤던 기억이 있다. 답은 아직까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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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정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만난다. 부흥사로 가기 위해 정상쪽이 아니라 포석정 방향으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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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흥사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오룩스맵을 봤더니 해목령에서 한참을 삥 돌아왔다. 예전엔 지름길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 길이 비지정 탐방로란 이유로 단장님께서 일부러 둘러 오신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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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흥사 가는 길에선 등골나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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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문동이 사열하듯 길가에 도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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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흥사 - 예전과 별반 달라진게 없다.
포석골에 있는 옛 절터에 1971년 세운 절이라고 한다. 하여 옛스러음은 그리 없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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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위 대웅전에도 올라가 본다. 대웅전 마당엔 유적으로 옥개석 하나만 달랑 남아있는 것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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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대 옆으로 친절하게도 늠비봉 5층 석탑 가는길을 알리는 표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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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울타리엔 꽈리가 자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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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늠비봉 가는길의 작은 나무다리도 예전 그대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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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늠비봉 5층석탑
처음 남산을 찾을 때만 해도 만나지 못했었다. 2002년 복원한 탑이다.
늠비봉에서 경주를 내려다 보는 눈 맛은 시원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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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늠비봉에서 금오정 오르는 길에 만나게 되는 석조유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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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초꽃도 활짝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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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정 조망 - 벽도산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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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이라 가족 나들이객들도 많이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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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골 상사바위 하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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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상사바위 옆에 있는 소녀상사바위 상단 - 최고의 전망터를 지키고 있는 주인은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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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골 상사바위 - 왼쪽 끝으로 부석도 보이고
남산엔 상사바위가 둘 있다. 이곳 국사골 상사바위는 소녀와 외로운 할아버지에 대한 전설이 얽혀 있는 곳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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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산 표석에서 인증을 받기 위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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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선뒤 뒤 삼릉계곡마애석가여래좌상은 아직도 공사중이다. 오른편은 상선암쪽 상사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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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바위 뒤쪽면에 있는 기도용 감실, 그 아래로는 머리가 잘린 작은 석불 하나가 있다.

남산에서 발견된 가장 작은 석불이라한다. 예전에는 이 상사바위를 욕심껏 오르내렸었는데 지금은 상선암이 내려다 보이는 앞쪽 길은 폐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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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송정 - 예전 금송정이란 정자가 있던 터로 바둑바위 옆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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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서 바라본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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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바위에서 바라 본 선도산, 금곡산쪽
몇 일전 동료로부터 폰카를 이용한 파노라마 사진 찍는법을 배웠었는데, 테스트 삼아 함 찍어보다. 참 좋은 세상 , 좋은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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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바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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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선암쪽으로 내려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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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딸과 함께 국수를 보시받던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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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릉계 석조여래좌상 - 예전 안내판이 없을때는 그냥 무두불이라 불렀고 지도에도 그렇게 표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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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지 삼릉까지 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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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텅한 나무는 삼릉의 자랑이다. 도래솔이라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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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릉가는 길은 복원된 월정교에서 삼릉까지 약 8km 구간의 역사관광 탐방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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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릉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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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감농원 할매칼국수집에서...

맛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지만 바쁜관계로 서비스는 형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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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상서장-해목령-부흥사-늠비봉-금오정-금오산-바둑바위-상선암-삼릉
=== 8.97km/3시간 55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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