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3.5
*시부거리-토함산-마동 탑골

요며칠 날씨가 푸근하길래 이미 봄인지 알았다.
어제, 오늘 바람살이 차갑고 매섭다. 꽃샘추위인가보다.
그렇다. 늘 마음은 저만치 앞서서 가지만 주변여건이며 나약해진 몸은 한참 뒤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다.

토함산 자락 시부거리는 야생화군락지가 있어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곳이라 그리 세삼스러운 곳이 아니다.
이맘때쯤이면 변산바람꽃이며 복수초가 한창 피어날 때다. 천년미소에서 활동을 나간다길레 습관처럼 따라 나섰다.
계곡 초입에서 노루귀, 복수초를 만나기는 했지만 능선상 복수초 군락지는 아직도 소식이 가뭇하다.
꽃자리엔 엊그제 내렸을 법한 봄눈만 가득하다.

시부거리!
경주 보문에서 감포가는 도로변에서 북쪽 사면을 치고 오르면 동대봉산, 북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남쪽 마을로 들면 토함산 자락이다.
준족들은 시부거리를 기준으로 동대봉산-함월산-추령-토함산-만호봉을 돌아나오는 원점회귀산행을 즐기기도 한다. 꽤 먼거리로 10시간 이상은 족히 소요된다.
이젠 남의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나에게도 그렇게 빛나는 시절이 있었던가.

봄이 왔다고들 하지만 아침기온은 춥다. 덮어쓰고, 싸메도 춥다.
찬바람 맵싸한 마을은 인적이라곤 가뭇하다. 마을 지나 언 땅 두드리며 계곡 속으로 빨려든다.
시부거리는 예전 시부걸로 표기된 지도가 있었다.
지명에 대한 궁금증으로 경주시 홈페이지를 뒤졌더니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다.
"마을의 맨 서쪽이며 경주에서 처음에 해당되며 오천정씨가 약 200년전에 마을을 개척할 당시 이곳에 진흙 구덩이가 있어서 이항이라 하다가 시부걸이라 개칭했다 한다. 현재 이 마을의 앞에 논이 있는데 옛날에는 이곳이 커다란 늪지대로서 이곳 방언으로 늪의 진흙땅을 시북이라 하고 구덩이를 구디라 하므로 시북구디라 칭하 다가 시북이 있는 거리란 뜻의 시북걸, 시북거리에서 그 유이음으로 와전되어 시부거리라 칭해지는 것이다." =출처 경주시홈페이지>경주의역사> 지명유래=

계곡 초입에 들어서자 일단의 진사님들께서 낮은 포복으로 꽃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앞선 일행들은 꽃에는 관심없는 듯 잠시의 지체도 없이 쏜살같이 달아난다.
꽃그림을 그리던 한 사내가 소리쳐 불러세운다. "봉사도 좋지만 이 귀한 꽃 좀 보고 가소!"
못 이기는 채 길에서 벗어나 비탈에 올라 서 본다.
이제 막 피어나는 노루귀 하얀 솜털이 앙증맞다. 복수초는 막 꽃입을 열고 있다. 언 땅 뚫고 나온 녀석들이 대견하다.
저만치 활짝 핀 황금꽃 한 송이가 있어 다가섰더니 이미 꽃대가 부러져 있다. 애처롭다.
좀 더 여유를 내어 변산바람꽃도 찾아보고 싶었지, 잠시 어물거리는 사이 일행은 이미 흔적없이 사라진지 오래다.
혼자만의 걸음이 아니기에 아쉬운 마음 접는다.
한때 꽃소식이 들리면 남보다 한 발 앞서 보겠다고 바지런을 떨기도 했었지만, 모든것이 시들해지고 난 지금 세상사 재미없다.

바람 잔 계곡은 초입과 달리 온화하다. 돌돌돌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봄을 재촉한다.
두텁게 무장한 옷을 한꺼풀씩 벗어낸다. 몸이 한결 가볍다.
이젠 삶의 군더더기도 그렇게 한꺼풀씩 벗겨내야 할 때다.

완만한 계곡 끝으로 능선마루에 올라선다. 왼편에서 보불로 삼거리에서 올라오는 뚜렷한 길을 만난다.
잣나무 숲이 평탄하게 이어지다가 그 끝자락에서부터 된비알이다.
오래전 이 길에서 만났던 복수초 밭은 하얀 봄눈으로 덮여있다. 아마도 저 눈 속 어딘가에 찬란한 부활을 꿈꾸는 꽃무리가 때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잣나무 조림지가 끝나면서 된비알이 한동안 이어진다.
큰 산이든 작은 산이든, 산을 오르는 행위는 언제나 힘이든다.
이 길 끝에 희망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숨가쁜 순간을 참아낸다.
긴 오름 끝. 비로서 하늘이 열리고 조망이 터지는 능선에 올라선다.
다시 왼쪽으로 황룡휴게소가 있는 사시목에서 오는 능선마루와 만난다. 예전 몇 번 이용했던 길이기도 하다.

주능선엔 새하얀 눈길이다.
엊그제 비가 내렸었는데, 이곳에서는 눈이었던 모양이다.
올 겨울 한껏 게으름을 피우느라 눈 산행 한번 하지 못했었는데, 봄이 되어서야 눈길을 걸어본다. 뽀드득 거리는 발 밑 감촉이 좋다.

큼지막한 빗돌이 주인행세를 하는 토함산 정상에 선다.
사방을 둘러보는 눈 맛이 시원하다. 봄볕 따사로운 고스락에 앉아 점심상을 펼친다.
승현 형님이 보름나물을 잔뜩 꺼내 놓는다.
계란말이, 꽁치조림, 김치찌게... 이른 아침부터 정성스럽게 도시락을 싸 준 아내가 고맙다.
삼십년 세월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도 고마움의 표현은 인색하다. 흠이다.
오늘이 보름인지라 단장님이 준비해 주신 막걸리 한 잔으로 귀밝이 술을 대신한다.

긴 휴식을 뒤로 하고 마동 탑골쪽으로 내려선다.
4시간이 채 걸리지 않은 짧은 걸음이지만 걷는 동안만큼은 한없이 행복하다.
삐그덕 거리는 몸만 바쳐 준다면 자주 산을 찾고 싶은게 소망이다.

▲시부거리 마을로 들어서는 다리

경주~감포간 국도변에서 덕동호가 끝나는 지점의 도로가 왼쪽으로 굽도는 부분에서 오른쪽 다리를 건넌다. 대명삼정법사 안내판이 있다.

 

▲시부거리 마을길을 따라 들어간다. 마을 지나 농로길을 따라 들어가면 "토함산 4.3km" 이정표를 지나면 계곡길이 시작된다.

 

▲노루귀 - 시부거리 계곡가에는 이른봄부터 여러종류의 야생화를 만나볼 수 있다.

 

▲복수초

 

▲계곡쪽 출입금지 표시판이 있는 지점에서 우측 사면을 휘돌아 올라 다시 계곡길로 합류하게 된다.

 

▲능선상에서 보불로 삼거리와 만나는 지점에 이정표, 마을입구에서 보불로삼거리능선까지는 약 40분 정도가 소요.

 

▲이후 잣나무 조림지역이 한동안 이어지는 순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사시목에서 올라오는 주능선과 만나는 삼거리지점의 이정표

보불로 삼거리에서 약 1.4km/40분 정도면 닿게된다. 이 능선 오름길 직전으로 잠시 된비알을 올라서야 한다.

 

▲주능선에서는 다시 잣나무조림지가 있는 편한 능선을 따른다.

 

▲봄 눈 내린 능선길따라

 

▲마동삼거리 갈림길

사시목 갈림길 삼거리에서 500m거리, 5분 정도면 마동으로 내려가는 갈림길 삼거리를 지난다. 토함산 정상찍고 다시 이 갈림길까지 되내려와 마동쪽으로 내려선다.

정상까지는 500m, 10여분 더 올라야 한다.

 

▲정상 직전에서 내려다 보이는 경주일대

 

▲토함산 정상부. 시부거리에서 휴식시간 포함하여 1시간 40분이 소요되었다.

 

▲토함산 정상부

 

▲토함산 정상부

 

▲함월산, 동대봉산쪽

 

▲토함산 정상부 이정표

 

▲정상에서 산불초소가 있는 쪽으로 되내려와 마동쪽으로 향한다.

 

▲봄눈치고는 적설량이 꽤 많은편이다.

 

▲마동이 가까워지면 공동묘지 지역을 지나친다.

 

▲무덤지역을 빠져나와 되 올려본 토함산

 

▲길 섶에는 봄까치꽃(개불알풀)이 봄마중 나와있다.

 

▲광대나물도 지천으로 피어 있고

 

▲마동 탑마을

 

▲마동삼층석탑

 

▲마동삼층석탑은 보물 제 912호

 

▲주차장. 하산은 약 1시간 정도 소요

 

▲흔적:토함산(시부거리-토함산-마동탑골) 8.06km/3시간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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