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쌓인 주방천의 산자락은 촉촉히 젖어 있다. 가까이 있는 바위도 먼데 산줄기도 꿈꾸듯 아득하다
산을 오르기 전에는 공연한 자신감으로 들뜨지 않고 오르막길에서 가파른 숨 몰아쉬다 주저앉지 않고 내리막길에서 자만의 잰걸음으로 달려가지 않고 평탄한 길에서 게으르지 않게 하소서
잠시 무거운 다리를 그루터기에 걸치고 쉴 때마다 계획하고 고갯마루에 올라서서는 걸어온 길 뒤돌아보며 두 갈래 길 중 어느 곳으로 가야할지 모를 때도 당황하지 않고 나뭇가지 하나도 세심히 살펴 길 찾아가게 하소서
늘 같은 보폭으로 걷고 언제나 자유 잃지 않으며 등에 진 짐 무거우나 땀 흘리는 일 기쁨으로 받아들여 정상에 오르는 일에만 매여 있지 않고 오르는 길 굽이굽이 아름다운 것들 보고 느끼어
우리가 오른 봉우리도 많은 봉우리 중의 하나임을 알게 하소서
가장 높이 올라설수록 가장 외로운 바람과 만나게 되며 올라선 곳에서는 반드시 내려와야 함을 겸손하게 받아들여 산 내려와서도 산을 하찮게 여기지 않게 하소서
=== 산을 오르며 / 도 종 환 ===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한 흐린날 가까이 있는 기암도 먼데 산자락도 산 안개에 갖혀 가뭇하다. 카메라 대신 판쵸와 우산을 챙겼다.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숲은 하루종일 젖어 있었다. 내원동까지만 유유자작 걷는 걸음이 편하다. 걸음이 느리니 풍경도 천천히 지나간다. 주왕산에 어린 전설이 토막토막 살아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듯 하다.
1폭포까지는 무인지경. 그 넓은 길이 죄다 내 차지다. 주왕산도 이토록 한가한 날이 있다는게 신기하다. 내원동에서 점심먹고 온 길 되짚는다. 시인의 말대로 굽이굽이 아름다운 것들 보고 느끼며
산을 오르지 않고도, 산을 온 몸으로 느낀다. 산으로 나 있는 길 끝까지 향하지 않고도 무한행복이다.
▲주왕산의 주인으로 대접받는 대전사 보광전 뒤 기암은 산안개에 휩싸여 신비감을 더한다.
▲지난주엔 길 바닥에 나뒹굴던 부엉이가 그새 수술을 받았는지 다시 제 자리를 잡고 있다. 봉합흔적이 역력하다.
▲급수대도 희붐.
▲주왕산의 또다른 세계로 향하는 관문인 석벽사이로 난 협곡
▲연 이틀 우중충했던 날씨는 하릴없이 가을비를 뿌려댔지만 폭포줄기는 시원챦다.
▲시간이 여유로우니 2폭도 들러본다.
▲3폭 하단
▲3폭 상단
▲내원동 UFO 닮은 바위
▲오늘은 요기까지만
▲내원동 마을어귀 성황당 - 오는 사람 가는 사람들의 염원이 담긴 돌탑도 이젠 쓸쓸하다. 청송의 마지막 오지, 전기없는 마을 내원동이 주방천 수질보호를 위하여 철거한 이후 찾는 발길도 그만큼 뜸해졌기 때문이다.
▲옛 분교터 고마운 손길이 마련해 둔 큼직한 돌식탁에 앉아 점심
▲학소대 인면바위 - 볼때마다 신기하다는.
▲늦은 가을 마른 나무 꼬랑지만 잡고 있는 학소교
▲여유가 있으니 계단을 따라 연화굴로 올라가 본다.
▲연화굴 가는 길
▲연화굴은 높이 3m, 넓이 5m, 길이 10m의 통로형 굴이다. 뒤편에는 바위 틈으로 하늘이 보인다. 굴 주변에 둘러진 병풍바위에서는 계곡수가 나와 굴 바닥으로 흘러내린다. 주왕산의 전설에 의하면 주왕산에 은거하던 주왕의 군사가 이 굴에서 훈련했다고 하며 주왕의 딸 백련공주가 성불한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연화굴 안에서 밖으로
▲낀돌
▲다시 대전사로 오전에 비해서는 안개가 많이 걷힌듯 했지만 대전사에 이르자 옅은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상가는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불을 밝히고 있다.
※폰카로 사진을 처음 찍다. 그냥 찍었다. 수전증이 있는 사람처럼 손이 많이 흔들렸다. 해상도 설정이 너무 낮게 세팅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폰카로 사진 찍는법을 좀 배워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