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싶은 산 목록 중에서도 상위에 랭크되어 있던 전남 고흥의 팔영산을 찾는다.
여덟 개의 바위봉우리가 잇대이 있어 암릉을 오르내리는 재미와 은빛으로 빛나는 다도해를 조망할 수 있다는 그 곳...
하지만 조망은 늘 열려 있는 것이 아니다.
성급한 봄비가 간헐적으로 내리는 팔영산은 두터운 운무만이 산자락을 삼키고 있었을 뿐,
험준한 암봉을 오르내린 기억 하나로 점철되고 말았다.
그래도 좋았다.
산행 내내 눈앞을 가리던 운무의 베일
그 운무 속을 유영하듯 어슬렁거렸던 시간
봄기운 묻어 오는 온화한 바람과 가끔씩 잦아든 빗소리가 일상의 무거움을 포근히 감싸주던 시간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인생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걸어냈던 시간들... 20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