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바위, 푸른 노송의 어울림이 조화로운 칠보산(괴산)
*일시: 2011.7.21 (알프스)
*산행코스: 떡바위(송림팬션)-청석고개-칠보산-거북바위-살구나무골-쌍곡폭포-쌍곡휴게소
*산행상세
문수암입구(송림팬션)-(2.1km/55분)-청석고개-(0.6km/30분)-칠보산-(0.7km/20분)-점말안부(악휘봉갈림길)-(1.6km/40분)-시묘살이골 갈림길(장성봉방면)-(2.0km/20분)-쌍곡휴게소
==== 이정표거리:7.0km, 총소요: 4시간10분, 순보행: 2시간 45분) ===
☞지도보기(부산일보제공)
칠보산은 속리산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괴산 35명산 중의 하나다.
국립공원 권역내에 있으니 단연 빼어난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있는 산이다. 이름에서 말하듯 보석처럼 아름다운 산이지만 그 유명세에 비해 실제 걸을 수 있는 길은 단순하기 짝이 없다. 각연사~청석재 구간은 식수원 보호로 통제되었고, 정상 남쪽의 울퉁불퉁한 암릉미를 자랑하는 구봉능선도 입산통제구간이다. 게다가 주능선에서 보개산(보배산)방면, 악휘봉 방면등이 모두 통제구간이고 보니 현재는 떡바위~청석재~정상~점말 구간만 열려있는 상태다.
따라서 약 7km, 4시간 남짓한 산행이 전부이다 보니 등산 매니아들에겐 다소 아쉬움이 남는 산이기도 하다. 하루 빨리 통제구간이 해제되어 칠보산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길 기대해 본다.
어찌하다보니 재작년 이맘때쯤 걸었던 길을 다시 답습하게 되었다.
코스는 떡바위 인근 송림팬션~문수암골~청석재~정상~거북바위~살구나무골~쌍곡휴게소 순서이다. 예전에 비해 별반 달라진게 없는 칠보산의 모습이었다. 들머리인 떡바위와 날머리인 쌍곡휴게소의 거리가 불과 1.2km 정도이므로 원점회귀에 가까운 산행이다.
산행 전반부는 문수암골, 후반부는 쌍곡계곡과 함께하는 산행이라 여름산행으로 인기가 있고 주능선 상에서는 기기묘묘한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동양화적 경관과 함께 주변의 아득한 산군들을 굽어볼 수 있어 조망도 시원한 산이다.
◀문수암골을 따라 청석재 오르는 길에는 길 옆으로 집채만한 바위들이 곳곳에 나타난다.
산행은 군자산 입구인 "소금강휴게소"를 지나 쌍곡계곡을 거슬러 잠시 달려 왼편으로 칠보산 등산안내도가 서 있는 "송림팬션" 앞 공터에서부터 시작된다. 바로 옆으로 "예그리나" 팬션도 있으므로 들머리 확인시 참고 한다.
안내도와 간이화장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면 쌍곡계곡을 건너는 나무다리가 나타난다. 이 다리 주변으로 쌍곡계곡의 명소인 떡바위와 문수암이 있다지만 지난번 산행때와 마찬가지로 확인하지 못하고 출발하게 되어 다소 아쉽다.
쌍곡구곡 중 3곡인 떡바위는 이 다리 아래쪽 100여m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바위모양이 마치 시루떡을 자른 것처럼 생겼다 하여 떡바위(병암,餠岩)로 불리우며, 전설로 양식이 모자라고 기근이 심했던 시절에 사람들이 떡바위 근처에 살면 먹을 것 걱정은 안해도 된다는 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쌍곡구곡의 4곡인 문수암은 이 다리 위쪽 계류가에 위치하며 바위 아래 굴이 있어 문수보살을 모신 암자가 있다 하여 문수암이라 불린다고 한다.
청류 흐르는 계류를 건너면 곧바로 문수암골을 오른쪽으로 끼고 진행한다.
7월의 따가운 볕을 피해 시원한 그늘이 연신 이어진다. 허나 아쉽게도 바람 한점 없는 인색한 날씨이고 보니 초입부터 등줄기가 후텁해진다. 실오라기 같은 물줄기만 겨우 계곡의 명맥을 이어갈 뿐 문수암골은 여느 골짜기에 비해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는 못한다.
출발지에서 7~8분 이면 오른쪽 계류를 건너는 지점으로 "출입금지" 안내판이 붙어있는 갈림길을 지난다. 칠보산이 자랑하는 구봉능선의 초입이다. 안내판은 이쪽으로 길이 있다고 광고를 하고 있지만 국립공원측에서는 아홉 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분재같은 소나무와 조화를 이룬 구봉능선길을 통제하고 있다.
이어서 2~3분 이면 암반지대를 가로질러 계류를 한 차례 건넌다. 길은 잠시 후 다시 계류를 넘어서면서부터 계단길 오름이 시작된다. 한 차례 오름에 이어 다시 계류와 만날 즈음 나무다리를 내려서는 지점으로 금방이라고 등산로를 덮칠 듯한 집채만한 바위가 위태롭다. 잠시 후 실팍한 물줄기만 흐르는 와폭을 지난다.
이후 기이한 모양들의 큼직큼직한 바위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바람 한 점에 인색한 계곡 오르막에서 시루떡 모양을 한 거대한 바위를 지나면서 길은 한동안 거친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청석재를 지나 칠보산 오르는 길은 시종 군자산과 보배산이 시야에 들어온다.(좌-큰군자산, 우-보배산)▼
산행을 시작하여 1시간 정도 올라서야 비로서 보배산 갈림길이 있는 청석재에 도착한다.
고개 넘어 각연사로 가는 길과 왼편 보배산으로 가는 길이 뚜렷하지만 팬스와 출입금지 안내판이 있으니 오른쪽 칠보산을 제외하면 모두 통제된 길이다.(이정표: →칠보산 0.6km, ↓떡바위 2.1km)
청석재에서 칠보산 정상까지는 고작 600m에 불과하지만 거리에 비해 소요되는 시간은 만만치 않다. 길이 험해서가 아니라 곳곳에 나타나는 동양화같은 풍광들이 내내 걸음을 잡아두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칠보산이 자랑하는 소나무 암릉길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청석재에서 울울창창한 노송의 사열을 받으며 5분 남짓 올라서면 지금까지의 길과는 다른 새로운 전망이 눈을 호사시킨다. 안장바위를 필두로 암릉길이 시작되면서 칠보산은 제대로 된 속살을 보여준다.
안장바위를 지나 로프를 타고 올라서면 바위 위에 멋진 노송이 자라고 있는 전망터다.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는 바위틈에 뿌리 내린 소나무의 생명력에 감탄이다. 하지만 칠보산은 이렇게 소나무와 바위가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도처에서 볼 수 있으니 산행내내 감탄은 일상이 된다.
전망터에선 코 앞으로 보개산, 그 왼쪽으로 늠름한 모습의 군자산이 건너다 보이고 각연사도 빤하게 내려다 보인다. 모자 모양을 한 중절모바위의 모습 또한 실감난다. 아기자기한 바윗길을 올라서면 말등같은 바윗길이 나타나며 평지성 능선길이 시작된다. 그 초입으로 "버선코바위"가 있는데 바위 뒤편 마치 생쥐의 귀처럼 양쪽으로 솟은 바위 사이로 자라는 소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끈다. 바위틈 사이로는 노란 돌양지꽃이 다소곳이 피어나고 있어 또다른 볼거리다.
▼ 중절모바위를 지나 바위능선길 건너로 보이는 남군자산(좌)과 큰군자산(우)
청석재에서 대략 30~40분 정도면 칠보산 고스락이다. 유명세에 비해 수수한 정상표석과 이정표만 있는 칠보산 정상은 다소 단순하다. 조망은 정상석 앞쪽 구봉능선쪽으로 몇 걸음 나서야 한다.
남으로 제수리치에서 막장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뒤로 대야산이 솟아 있고, 시종 모습을 드러내던 군자산도 의젓해 보인다. 동쪽 멀리로는 구왕봉과 희양산이 선명하게 조망된다. 주변으로는 넓직한 너럭바위들이 있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점심식사하는 산객들의 모습도 한없이 즐거워 보인다. 주변 풍광이 워낙 뛰어나므로 이곳에서의 점심은 조망이 반찬이 된다. 7월의 태양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점심식사하는 분들의 모습도 산고 어우러져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
구봉능선 방면으로는 밧줄과 추락주의, 출입금지를 알리는 팻말이 붙어있어 통제된 길임을 알리고 있다.
하산은 정상석 옆으로 난 철계단 내리막이다. 암릉지대엔 어김없이 눈길을 끄는 소나무가 있고, 고사목마저 밑그림이 되어 칠보산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철계단을 내려와 잘록이 하나를 올라서면 넓직한 마당바위가 나타난다. 멀리 속리연봉이 아련하고 백두대간의 꿈틀거림이 힘차다. 마당바위 맞은편으로는 거북이 한 마리가 커다란 돌짐을 매고 하늘을 향해 있는 모습을 한 거북바위가 칠보산의 인기에 한몫하고 있는데 영락없는 거북이 모양이다.
거북바위를 지나 다시 올라서게 되는 봉우리에서 우측 아래로 내려서는 길은 살구나무골로 직접 떨어지는 길로, 몇 걸음 내려서면 큼직한 바위군이 있고 표식기들도 몇 개 걸려있지만 길 상태는 뚜렷해 보이지 않는다. 이후 능선을 따르는 내림길의 암릉엔 우회로가 있지만 직접 올라서면 벼랑 끝에 자라는 우람한 소나무가 포토존을 제공한다.
정상을 출발하여 20분 가량 바위지대를 내려서면 칠보산의 절경지대가 막을 내리는 4거리 안부에 도착한다. 절말, 각연사, 악휘봉으로 갈리는 갈림목이다.(이정표: ↓칠보산 0.7km, ↗점말 3.6km) 직진하는 능선을 따라가면 시루봉과 악휘봉으로 이어지지만 폐쇄된 구간이다. 왼편 각연사 길도 같은 신세다. 뒷날 아름다운 만남을 기대하며 산허리를 타고 내리는 점말 방면으로 내려선다.
▼하산길 마당바위 앞으로 있는 거북바위가 칠보산의 인기를 부추킨다.▶
25분쯤 내려서면 서당골과 살구나무골이 만나는 합수지점으로 이정표가 서 있다.(이정표: ↓칠보산 1.9km, ↘점말 2.4km) 왼편 서당골 방면은 악휘봉으로 연결되는 등산로가 보이지만 출입금지 안내판이 서 있다.
이제부터는 고도를 한껏 낮춘 살구나무골을 따라 내려선다. 물길 따라 난 숲은 울창하다. 계류를 두어 번 건너자 길 오른편으로 신선폭포를 지난다. 수량이 탐탁치 못하니 이름만 듣고 폭포를 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길은 신선폭포를 지나 10여분 이면 다시 왼편으로 아담한 소와 작은 폭포가 있는 월영대가 나타난다. 특별한 안내판이 없으니 이름조차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 푸른 소(沼)엔 7월 더위에 몸을 담근 이들의 즐거운 비명이 연신 터지지만 국립공원 구역임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월영대를 지나 2분 이면 시묘살이골과 합류하는 3거리로 이정표가 걸려있다.(이정표: ↓칠보산 2.3km, ↘점말 2.0km, ↗장성봉 4.7km) 왼편 골짜기를 따라 오르는 길이 장성봉 방향이다.
장성봉 갈림길 이후 더욱 넓직해진 한길을 따라 2분만 내려서면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강선대를 지나친다. 역시 안내판이 없으니 그냥 지나칠 수 있다. 마치 수직으로 깍아놓은 듯한 바위 아래 푸른 물빛이 아름다운 곳이다.
강선대를 지나 5분 가량 길을 따라 내려서면 탐방지원센터가 나타난다. 직진하는 길을 따라 나서도 되지만 쌍곡계곡이 자랑하는 쌍곡폭포는 왼편 돌계단 아래에 있다. 폭포의 규모는 아담하지만 폭포 아래로 넓직한 소가 형성되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쌍곡폭포는 쌍곡구곡 중 7곡에 해당된다.
폭포 아래 계류를 가로지르는 징검다리를 건너 오르면 자연산책로가 숲 사이로 조성되어 있어 시원한 나무그늘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계류를 넘어서서 주등산로와 합류한 후 주차장 안내판을 따라 내려가면 너른 계류를 따라 쌍곡휴게소 주차장에 이른다. 쌍곡폭포에서 주차장까지는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휴게소 뒤 올록볼록 솟아오른 구봉능선이 못 가본 길에 대한 아쉬움을 부추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