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봄비, 짙은 운무 속에서 팔영산 여덟봉우리 넘다
*산행코스
영남면 남포미술관-(3.0km/1시간 20분)-깃대봉(통신탑)-(0.4km/15분)-8봉(적취봉)-(1.2km/1시간 10분)-1봉(유영봉) -(0.8km/20분)-흔들바위-(1.9km/25분)-능가사
== 이정표거리: 약 7.3km, 총소요:5시간, 순보행: 3시간 30분 ==
가보고 싶은 산 목록 중에서도 상위에 랭크되어 있던 전남 고흥의 팔영산을 찾는다.
여덟 개의 바위봉우리가 잇대이 있어 암릉을 오르내리는 재미와 은빛으로 빛나는 다도해를 조망할 수 있다는 그 곳...
하지만 조망은 늘 열려 있는 것이 아니다.
성급한 봄비가 간헐적으로 내리는 팔영산은 두터운 운무만이 산자락을 삼키고 있었을 뿐, 험준한 암봉을 오르내린 기억 하나로 점철되고 말았다.
그래도 좋았다.
산행 내내 눈앞을 가리던 운무의 베일
그 운무 속을 유영하듯 어슬렁거렸던 시간
봄기운 묻어 오는 온화한 바람과 가끔씩 잦아든 빗소리가 일상의 무거움을 포근히 감싸주던 시간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인생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걸어냈던 시간들...
팔영산(八影山)은 본디 팔전산(八顚山) 이었지만 중국 위왕의 세숫물에 여덟 개의 봉우리가 비쳐 팔영산이 되었다는 다소 황당한 얘기거리를 전해주는 산이다. 이는 단지 구전되는 이야기 일 뿐 현대의 잣대로 해석한다는 것은 의미없는 일일 것이다. 단지 그만큼 산세가 빼어나다는 소리일 것이다.
애초의 산행계획은 능가사를 기점으로 1봉~8봉 순으로 밟은 뒤 영남면 소재지의 남포미술관쪽으로 계획되어 있었으나 돌연 계획이 변경되어 역순으로 진행되었다. 이유인즉 우중의 산행으로 점심 식사할 장소가 마뜩찮다는 것이 변이었다.
▼남포미술관을 기점으로 깃대봉 오르는 들머리-초입 도로변에 등산안내판과 사포마을 표식이 있다.
고흥땅에 들어서면 도로 곳곳에 팔영산휴양림을 알리는 팻말이 있어 찾아가기는 쉬운 편이다. 팔영산 자연휴양림 입구를 지나면 첫 번째 깃대봉 등산이정표가 나오고, 이어서 두 번째 이정표가 서 있는 곳이 남포미술관을 들머리로 하는 산행 초입이 된다.
도로변에서 우측 시멘트길 방향으로 "사포마을"을 알리는 표식이 있고, "깃대봉 3km" 이정표와 등산안내판이 서 있다.
그 길을 따라 옛 영남중학교 자리에 들어선 남포미술관의 붉은 벽돌 담장을 따라 3~4분 올라서면 다시 "깃대봉 3km"를 알리는 노란 이정표가 오른편 도랑을 따르는 민가 담장에 걸려 있다. 본격적인 깃대봉 산행 들머리가 되는 곳이다.
마을을 뒤로 하고 산비얄로 접어들면 꾸준한 오름이다.
봄을 재촉하는 성급한 빗님이 여리게 내린다.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바람이 비를 담고 있으니 남도 땅엔 그만큼 봄도 빨리 오는 모양이다. 오름길에서 후덥하게 몸이 달아 오르자 내리는 비에 개의치 않고 오버자켓을 벗어낸다.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젖은 낙엽냄새가 스멀스멀 봄기운인양 올라온다. 낙엽 사이로 푸르게 자라는 춘란이 보석처럼 물방울을 이고 있다. 한두 개체 보이던 난은 오를수록 지천이다. 심지어 등산로 한가운데까지 잡초처럼 자라고 있으니 귀한 야생초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20분 가량 비탈을 올라서자 다시 노란 이정표가 반기는 3거리 갈래길에 닿는다. 오른쪽 길은 사포저수지에서 올라오는 길로 표시되어 있다.(이정표: ↖깃대봉 2.1km, ↘사포저수지 1km, ↓영남면소재지 0.5km)
삼거리를 지난 길은 완만한 능선이다. 깃대봉까지는 특별한 갈림길이 없다.
수목은 비에 젖어 있고, 길은 안개에 젖어 있다.
가지마다 조롱조롱 은구슬을 달고 있는 겨울 숲, 겨울나무가 온화한 비에 젖어 싱싱한 생기를 발한다.
뒤따르던 정부장님이 금세 귀신이라도 튀어 나올 듯한 분위기란다.
그러하다. 안개에 쌓여 있는 길은 아득한 몽환이다. 그 안개 숲에서 내 안에 쌓여 있는 무거움을 뱉어 버리고 싶은 길이다.
사포저수지 갈림길이 있던 곳에서 20여분 유순한 길을 따라 나서자 왼편으로 전망이 트일 듯한 바위너럭이 나타나지만 발 아래로는 허망한 안개만 자욱하다.
다시 된비알 하나를 올라선 능선마루에서 길은 왼편으로 꺽인다. 완만한 능선에서 우측 아래에서 올라오는 희미한 갈림길 하나를 지나치자 펑퍼짐한 너럭바위가 있는 곳에 "바른등재"를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다. 일반적인 고개의 형태가 아닌 능선상의 조망 좋은 반석이 있는 곳이다. 이정표는 "깃대봉 0.5km"를 알리고 있다.
5분 후 위태로운 암릉이 시작되는 곳에서 난데없이 비바람이 거칠어진다. 암릉 오른쪽의 우회로로 내려선 후 황망히 우의를 걸쳐 보지만 몸은 이미 순식간에 젖을 대로 젖어 버린 후다.
암릉을 지나 7~8분 더 나서야 깃대봉(608.6m)이다. 무덤 하나를 지난 후 곧바로 나타난다.
통신탑과 깃대봉을 알리는 노란 안내판이 흉흉한 바람에 금방이라도 날려갈 듯하다.
삼각점이 있는 깃대봉 돌담 위 이정표는 8봉(적취봉)이 0.1km 거리에 있음을 알리고 있지만 오기인 듯하다. 실제 100m 쯤의 거리에는 또다른 깃대봉 표석이 자리하고 있을 뿐, 8봉(적취봉)은 그 너머에 있다.
깃대봉엔 고흥경찰서의 시설물이 자리하고 있지만 안개가 얼마나 짙었던지 목전에 있는 철조망 근처에서야 겨우 확인이 가능했다.
경찰깃발 사납게 펄럭이는 깃대봉에서 쫓기 듯 내려선다.
2분 후 길쭉한 암반능선에 깃대봉을 알리는 표석을 지나쳐 3분 정도 미끄러운 흙길을 내려서자 넓직한 안부가 있는 4거리 갈림목이다. 왼쪽은 능가사, 오른쪽은 자연휴양림으로 연결되는 갈림길이다.(이정표: →휴양림 0.8km, ←탑재, 능가사, ↑적취봉(8봉), ↓깃대봉 0.1km)
바람을 피해 자연휴양림쪽 비탈에 앉아 점심상을 펼친다. 김밥과 컵라면을 내놓자 함께 했던 관섭씨가 자신의 볶음밥을 반으로 덜어준다.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정성 가득한 볶음밥에서 그들 부부의 온기가 느껴진다. 내심 부러웠다.
백세주와 복분자주를 반주 삼아 몇 잔 거푸 마셨더니 이내 취기가 얼큰해진다. 여기저기서 주거니 권커니 하는 산정이 한없이 살가운 시간이다. 점심을 마칠 때쯤 비는 소강을 보인다.
▼8봉(적취봉)에서 7봉(칠성봉) 가는 비 내리는 암릉길
4거리 안부에서 8봉 방향으로 오르면 헬기장 하나를 지나자마자 다시 3거리 이정표가 있다.(←능가사 3.1km, 우물 50m, →탑재 1.2km, ↑적취봉(8봉) 왼편은 점심식사를 했던 안부에서 능가사로 이어지는 길과 통한다. 이어서 3분 후 다시 능가사로 내려서는 갈래길 하나를 더 지나친다. 연속해서 능가사 갈림길을 세 군데 지나치게 되는 셈이다.
이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올라선 후 암릉길을 밟으면 팔영산이 자랑하는 여덟 봉우리 중 제8봉에 해당하는 적취봉이다.
사방팔방으로 안개만 자욱할 뿐 도대체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내리는 비를 피하기가 급급할 뿐이다.
이어지는 암릉은 위태롭기 짝이 없다. 흙길을 밟아내느라 신발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흙덩이가 젖은 바위길에선 미끄럽기 짝이 없다. 설상가상 비바람까지 몰아치니 중심 잡고 한발한발 나서는게 여간 신경 쓰이지 않는다. 쇠사슬과 발디딤판에 의지해 내려 오노라니 "적취봉"이란 한자에 걸맞는 글귀가 쓰인 안내판이 바위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제8봉 (積翠峰) 적취봉 (591m)
물총새 파란색 병풍처럼 첩첩하여 / 초록의 그림자 푸르름이 겹쳐 쌓여 / 꽃나무 가지 엮어 산봉우리 푸르구나
이후 이런 류의 안내판이 여덟 개봉의 봉마다 표지석을 세우고 봉의 이름에 대한 뜻 풀이를 시처럼 엮어 놓고 있다.
헌데 왜 각 봉우리를 내려오는 곳에 설치해 두었는지 의아스러웠지만, 그 의문은 이내 풀리고 말았다.
팔영산 산행은 일반적으로 1봉~8봉 순으로 진행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우리는 지금 역주행을 하고 있는 까닭이었다.
그나마 오늘이 평일이고 불순한 날씨로 산행객이 없어서 다행이지, 혹여 휴일일 경우 산객들이 많다면 험난한 바윗길에 정체가 빚어질 것이며 역주행은 산행의 흐름을 방해하게 되므로 참고해야 할 것이다.
팔영산의 여덟 봉우리는 웬만한 바위산에 비한다면 거칠기가 한 수 위일 것이다. 다행히 곳곳에 쇠사슬과 철계단, 문고리같은 손잡이가 암릉에 설치되어 있어 안전산행에 도움이 되지만 오늘처럼 비오는 날에는 각별히 조심해야 할 것이다.
8봉을 내려서자 다시 능가사로 내려가는 갈림길 하나를 지나친다. 우측 오름을 따라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처마바위를 지나 쇠줄과 계단을 올라서면 7봉인 칠성봉이다.
제7봉 (七星峰) 칠성봉 (598m)
북극성 축을 삼아 하루도 열두 때를 / 북두칠성 자루 돌아 천만년을 한결같이 / 일곱 개 별자리 돌고 도는 칠성바위
7봉 아래에 있는 석문인 통천문을 빠져 내려오면 거대한 입석이 안개에 휘감겨 고대의 신전처럼 서 있는 모습이 신비감을 자아낸다. 7봉 아래로는 다시 능가사와 휴양림 방면으로 연결되는 갈림길이 있다.(이정표: →휴양림 0.8km, ←능가사 2.6km)
곧장 능선을 타고 올라 6봉(두류봉)에 선다.
허나 6봉에서는 잠시 도깨비한테 홀렸는지 내려서는 길을 찾지 못해 애를 태웠다. 곧장 직진하는 바윗길로 가면 곧 바위 내림길에 설치된 쇠난간을 만나게 되지만 불과 2~3m 앞도 보이지 않는 두터운 안개는 모든 것을 묻어 버리고 있었다.
6봉 표석 지나 왼쪽 아래 내림길이 보이길래 그 길로 접어들었더니 발 아래는 안개에 쌓여 그 깊이를 가름할 수 없는 직벽이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 바로 아래에서 앞선 일행들의 두런거림이 지척으로 들리지만 안개는 야속하게스리 한 치 앞도 보여주지 않는다. 6봉에선 잠시 도깨비가 장난을 걸어온 듯하다. 헛걸음을 두 번씩이나 했으니...ㅉㅉ
6봉 내려서는 길은 철제 난간이 오른쪽 암릉을 애돌며 내려서도록 되어 있었다.
제6봉 (頭流峰) 두류봉 (596m)
건곤이 맞닿는 곳 하늘문이 열렸으니 / 하늘길 어디메뇨 통천문이 여기로다 / 두류봉 오르면 천국으로 통하노라
제5봉 (五老峰) 오로봉 (579m)
다섯명 늙은 신선 별유천지 비인간이 / 도원이 어디메뇨 무릉이 여기로세 / 5신선 놀이터가 5로봉 아니더냐
제4봉 (獅子峰) 사자봉 (578m)
동물의 왕자처럼 사자바위 군림하여 / 으르렁 소리치면 백수들이 엎드리듯 / 기묘한 절경속에 사자모양 갖췄구려
제3봉 (笙簧峰) 생황봉 (564m)
열아홉 대나무통 관악기 모양새로 / 소리는 없지만 바위모양 생황이라 / 바람결 들어보세 아름다운 생황소리
제2봉 (聖主峰) 성주봉 (538m)
성스런 명산주인 산을 지킨 군주봉아 / 팔봉 지켜주는 부처같은 성인바위 / 팔영산 주인되신 성주봉이 여기로세
6봉에 이어 5봉, 4봉, 3봉, 2봉을 차례로 넘는다.
풍경이라곤 안개뿐인 험준한 암봉 하나하나를 넘으며 앞으로 남은 봉을 세며 보이지는 않지만 각 봉우리의 이름을 노래한 구절에 무릎을 치며 공감하는 것이 전부였다.
팔영산의 여덟봉은 험하기는 설악의 공룡보다 거칠고, 도봉산 포대능선 보다도 한 수 위였다. 봉과 봉을 오르내리는 것은 거의 유격훈련이라 할 만큼 사납다. 쇠사슬과 핸드레일, 디딤판이 없었다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선두권에서 산행을 했건만 뒤따르던 일행의 기미가 가뭇하다.
후에 안 일이지만 뒤에 오던 일행들은 모두 7봉을 지난 갈림길에서 능가사쪽으로 발길을 돌린 탓이다. 불순한 일기 속에서 여성분들의 안전을 염려했던 까닭이다. 하긴 그 많은 인원이 미끄러운 바위길을 차례로 통과하려면 많은 지체가 이어졌을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함께 했던 관섭씨와 난 뒤따라 올 일행을 기다리며 시종 여유를 부렸으니...
▼한 치 앞을 볼 수 없었던 암봉에서 안개가 살풋 걷히고 모습을 드러낸 1봉(유영봉)
2봉 철계단을 내려오면 이정표가 있는 휴양림 방면 갈림길이 있다.(이정표: →휴양림 0.8km)
이후 2봉과 1봉 사이에 있는 봉우리에 올라서자 살풋 안개가 걷히면서 1봉이 저 앞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처음으로 팔영산의 바위봉이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하는 순간이다. 봉우리를 내려서자 다시 휴양림과 능가사로 갈리는 갈림목이다.(이정표: ↑유영봉(1봉), ←능가사 2.3km, →휴양림 1.5km)
혹여 다시 안개가 산정을 덮을지 모른다는 조바심으로 단숨에 올라선 유영봉(1봉)은 평평한 너럭바위를 이루고 있다.
건너로 반쯤 안개에 가려진 2봉이 우람한 골격을 드러내고 동쪽 건너로는 팔영산의 마지막 봉우리라는 선녀봉(신선대)가 그 두터운 베일을 벗어내고 모습을 드러낸다. 좀 더 욕심을 내어 다도해까지 내려다 보이길 기대해 보지만 그것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바램인지는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다.
유영봉 너른 반석에 앉아 시시각각 변하는 운무의 춤사위를 즐기며 점심때 남겨 두었던 백세주를 나눠 마신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달게 마시고서야 다시 길을 잇는다.
제1봉 유영봉 (儒影峰 491m)
유달은 아니지만 공맹의 도 선비레라 / 유건은 썼지만 선비 풍체 당당하여 / 선비의 그림자 닮아 유영봉 되었노라
유영봉 북쪽 아래 "절벽, 등산로 폐쇄"란 팻말이 붙은 바윗길로 내려선다. 다행히 암릉에 걸쳐진 쇠사슬과 디딤판이 있어 무난히 내려선다. 5~6분 내려오면 1봉 우회 안내표지판을 지나고, 다시 암릉 하나를 내려서면 두 번째 우회로를 알리는 안내판을 지나친다. 이제부터는 암릉구간이 끝나고 육산의 부드러운 산길이 시작된다.
1봉에서 12~13분 후면 무덤 1기가 있는 곳에 "흔들바위 0.5km, 유영봉(1봉) 0.3km" 이정표가 서 있다.
이후 길은 순한 내리막이다. 지난 가을을 채 삭이지 못한 낙엽이 아직도 그 붉은 빛을 간직한 정갈한 숲길이다. 단풍나무는 아직도 잎을 떨구지 못한 채 늦가을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능가사 대웅전
이정표에서 5분이면 쉼터정자와 갈림길이 있는 흔들바위에 닿게 된다. 이곳은 능가사에서 오를 때 1봉과 2봉 사이의 갈림길이 있던 곳과 방금 우리가 내려왔던 능선방면의 길로 갈리는 곳이 된다.(이정표: ↓유영봉(1봉) 0.8km, ↖성주봉(2봉) 0.6km, 만경암터 0.1km, ↗능가사 1.9km)
흔들바위에서부터는 계곡길을 따라 20여분이면 "팔영소망탑"이 우뚝 서 있는 팔영산장 앞으로 내려온다. 팔영산장 있는 곳은 1봉과 탑재를 거치는 8봉 방면의 갈림길이 있는 곳이다.(이정표: ↖유영봉(1봉) 2.7km, ↗적취봉(8봉) 3.2km)
주변은 공원조성 중이고 오토캠핑장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후 넓은 차도를 따라 5분 가량이면 능가사 부토탑이 나타난다.
부도탑을 지나 대밭 앞에서 팔영교를 건넌 후 절집 담장을 끼고 내려서면 능가사 일주문이다. 능가사에서 도립공원 사무소가 있는 주차장까지는 100여m 거리다.
능가사는 비구니들의 도량으로 화엄사, 송광사, 대흥사와 함께 호남의 4대 사찰로 알려진 곳이다.
위협적인 눈알을 부라리고 서 있는 사천왕상을 지나 절마당에 들어서자 너른 마당 저 앞으로 팔작지붕의 대웅전이 기품있어 보이지만 뭔가 헐거운 기운이 감돈다. 여느 사찰이 앞 다투어 불사를 중창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웅전 주변으로 전각을 배치 하지 않아 여유롭다고 해야 할지 허전하다고 해야 할지...
절집 뒤로 응당 보여야 할 팔영산은 여전히 안개에 쌓여 있고 헐렁한 절집엔 정적만 감돈다.
=== (2010.2.8 , 비와 짙은 운무, 한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