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종태바위-재약산-주암계곡]

 

*일시:2011.10.31
*산행코스: 주암마을-심종태바위-재약산-주암계곡-주암마을

 

10월의 마지막 날 영남알프스 중에서도 단풍 좋기로 소문난 배내골의 주암계곡을 찾는다.
다행히도 시기가 절묘하게 맞아 곱게 물들어 절정을 향하는 단풍에 취해 눈이 호강한 하루였다. 오랜만에 산행길에 따라 나선 아내도 내심 흡족해하는 눈치다.
언양방면에서 배내고개를 넘어선 후 내리막 길을 달려 나가면 저 앞으로 우뚝한 심종태바위가 보이기 시작한다. 잠시 후 배내통하우스가 나타나고 곧 주암마을 입구를 알리는 표시석이 길 오른편으로 서 있다. 주암마을 표석을 따라 내려서는 길은 급한 내리막이고 차량 한대만 다닐 수 있는 좁은 길이다. 주암마을로 들어선 후 계류 옆으로 난 길을 잠시 따라 가다가 용주암 입구를 알리는 이정표 있는 곳에서 오른쪽 다리를 건너면 주암마을 주차장이다.
평일인 관계로 주차장은 헐렁하다. 차가 마당으로 들어서기 바쁘게 아주머니가 등장하여 세금을 징수한다. 이곳 주차장은 사유지인 관계로 대당 3000원의 주차비를 받고 있다. 주차장엔 민박집과 간단한 먹거리를 팔고 있는 허름한 비닐건물 하나가 서 있다.

jeyak_05.jpg◀심종태바위에서 내려다 본 배내천
이곳 주차장에서 재약산 수미봉이나 사자봉(천황산) 오르는 들머리는 세 군데로 갈라진다.
민박집 오른쪽 시멘트 길을 따라 금덕암 이정표쪽으로 진행하게 되면 샘물상회쪽 능선으로 올라설 수 있다. 민박집 왼편으로도 심종태바위로 가는 길과 주암계곡 방면으로 길이 갈린다. 나무계단길 초입으로 등산안내판이 있는 길은 주암계곡 방면, 간이화장실 왼쪽 옆으로 난 길은 심종태바위로 향하는 길이다. 아내와 함께하는 산행이라 하산시 심종태바위 밧줄지대를 내려서기가 부담스러워 능선으로 올라 주암계곡쪽으로 내려 올 요량으로 심종태바위쪽을 선택하여 진행한다.
주차장에서 화장실 옆으로 난 평지길을 따라 든다. 화려했던 생명을 마감하고 쓰러져가는 쑥부쟁이의 쓰러져 가는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가지마다 보라색 보석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좀작살나무 열매가 눈길을 끈다.
3~4분 정도 그 길을 따라 들면 배내천과 주암계곡이 만나는 합수점이다. 오른쪽 큼직큼직한 돌들 사이로 옥수가 흘러내리는 골짜기가 주암계곡의 초입이 된다. 골짜기 안으로는 노랗고 빨갛게 치장한 현란한 나뭇잎들이 벌써 마음을 설레게 한다. 길은 이 계곡을 건너 곧바로 우측 산비탈로 접어 들어야 한다. 직진길은 배내천을 따라 철구소와 용주암으로 이어진다.

길은 서서히 가팔라지지만 숨이 넘어갈 정도의 급한 오르막은 아니다. 배내골에서 봤을 때 하늘을 찌를듯 솟아 있는 심종태바위의 가파른 위용에 비하면 산길을 예상외로 순한 편이다.
가을 빛 짙게 물든 숲길을 쉬엄쉬엄 걷는다. 드문드문 나타나는 단풍나무에 햇살이 닿자 그 빛은 더욱 선연하게 붉어진다. 숲의 갈색 톤은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고 사색에 젖게 하는 마력을 갖고 있다. 뒤에서 쉬엄쉬엄 따라오는 아내의 걸음이 많이 무거워 보인다. 근 1년만의 산행이라 아직 몸이 산길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탓일게다.
오랜만의 산행에 연신 힘들다고 엄살을 부리며 단풍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직 걸음만 힘들다 투정하지만 가을산이 주는 색감으로 마음은 즐거운 듯하다.

계곡을 뒤로 하고 오르막을 따라 15분 정도 오르면 바위에 붙여놓은 김태근추모비를 만난다. 반쯤 깨져 나간 비석이 서글퍼 보인다. 이후 길은 경사도를 조금 더 올린다. 로프가 걸려있는 심종태바위에 이르자 저 아래로 출발했던 주암마을에서 철구소로 이어지는 깊숙한 계곡이 빤히 내려다 보인다. 배내골은 온통 울긋불긋한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밧줄을 잡고 올라서자 배내고개며 건너편 신불산쪽 능선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눈맛이 좋다.
심종태바위 정상부(776m)엔 "주계바위"란 표석이 세워져 있다. 소나무 그늘이 있어 주변을 전망하며 한동안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정상적인 걸음이라면 심종태바위까지 30분 정도가 소요되지만 거북이 걸음으로 1시간이나 소요되었다.

▼970봉에서 건너다 보이는 재약산(좌측)과 천왕산(우측), 가운데 잘록이는 천황재
jeyak_06.jpg심종태바위 이후로는 저 앞으로 982봉을 빤히 보면서 오르는 느슨한 능선길이다. 오른쪽 아래로는 붉게 타오르는 주암계곡이 볼만하다. 주암계곡 뒤편으로는 사자봉에서 능동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케이블카 공사현장이 건너다 보인다. 심종태바위 뒤편으로는 깍아지른 바위벼랑에 푸른 소나무가 자라고 있어 한 폭 산수화가 된다.
시종 사자봉이 올려다 보이는 유순한 능선을 따라 진행하다가 전망바위가 가까워지면 주암계곡쪽으로 파란지붕의 장수암이 나무사이로 내려다 보인다. 걷기 좋은 외길 능선을 따라 970봉까지는 5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970봉 직전에서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길이 있지만 970봉 바위전망대에 올라 꿈틀거리는 용의 등줄기같은 심종태바위 능선을 되돌아 보는 맛도 각별할 뿐더러 주변을 조망하는 것은 필수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후 억새밭지대를 따라 진행한다. 고스락에 무덤이 자리하고 있는 982봉에서는 저 앞으로 재약산 수미봉과 사자재(천황재) 사자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982봉 주변에서 짧은 억새지대가 펼쳐진다. 982봉 이후 초원같은 둔덕을 따라 완만하게 10분 가량 내려서면 주암계곡과 심종태바위 갈림길 이정표(←재약산 1.0km, →주암마을 3.5km, ↘심종태바위 2.2km)가 서 있는 쉼터에 닿는다. 목재데크와 의자가 마련되어 있어 점심식사 장소로  많이 이용된다. 막걸리 반 통을 청해 점심을 곁들인다. 주인아주머니는 여전히 친절하다.
애초 계획은 힘들어 하는 아내를 위해 이곳에서 주암계곡으로 곧장 내려서서 단풍에나 취해볼 요랑이었지만 식사를 마치자 힘이 났는지 가는데까지 가보자는 것이다. 하여 천황재 억새구경만 하고 되내려 온다는 것이 재약산까지 한 바퀴 돌아본 후 다시 쉼터까지 되내려 와 주암계곡쪽으로 진행하는 쾌거(?)를 보았다.

jeyak_07.jpg목재 데크와 간이의자가 마련된 천황재 쉼터▶
쉼터에서 뒤로 보이는 재약산쪽으로 직진하여 70m쯤 진행하면 왼편으로 곧장 재약산 오르는 길목으로 이정표가 있다.(이정표: ←수미봉 1.06km, →사자봉 2,15km, ↓고사리분교 1.97km)) 여기서 넓은 길을 따라 직진하여 15분 쯤만 진행하면 목재데크로 쉼터를 꾸며놓은 사자재(천황재)에 닿는다. 천황재는 재약산 수미봉과 사자봉의 중간지점쯤으로 털보산장이 동동주를 비롯한 간단한 먹거리를 팔고 있다. 예전에 비해 억새밭은 더욱 무성해져 있는 듯하다. 털보산장 옆 이정표가 서 있는 갈림길은 표충사로 내려서는 길이다.(이정표:재약산 0.7km, 천황산 0.9km, 표충사 2.8km, 샘물상회 1.7km)
왼편 재약산까지는 쉬엄쉬엄 걸어 3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재약산은 20일 전에 왔었지만 그 사이 산 색은 완연히 바뀌어 있다. 푸른 기운이 보이지 않으니 산은 그저 황량하다.

▼주암계곡의 가을
jeyak_08.jpg재약산에서 왔던 길을 되짚어 5분 남짓이면 오른쪽으로 주암계곡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있다.(이정표: ←구 고사리분교 1.4km, 천황산 1.9km, ↓주암계곡 ) 오른쪽 길로 20분 정도면 올라올 때 지나쳤던 주암마을 갈림길에 있는 쉼터로 내려선다. 직진하여 주암계곡길로 접어들어 20여분 이면 계류를 건너는 합수점에 이르고 이후부터는 줄곧 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내려서게 된다. 주암계곡의 단풍은 역시 소문대로 아름답고 화려하기 이를데 없다. 단풍나무와 고로쇠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으니 늦가을 산행지로는 주암계곡만한 곳도 없을 것이다. 길은 대부분이 계류와 조금 떨어져서 진행하게 되지만 중간중간 계류와 맞닿는 부분이 있어 탁족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계곡이 전체적으로 유순하고 앞도 뒤도 모두 오색 찬란한 단풍천국이다. 떨어져 발 아래 밟히는 싱싱한 햇낙엽의 감촉도 기분좋고, 크고 작은 돌틈 사이를 돌아흐르는 물소리가 낙엽길에 번지니 게곡은 운치를 더한다. 갖가지 색으로 치장한 단풍터널을 지날 때마다 얼굴색도 붉고 노랗게 변해가는 느낌이다.
주차장이 가까워지면 바로 건너로 우뚝한 심종태 바위를 줄곧 올려다 보면서 진행하게 되고 목책이 설치된 곳을 만나 산허리를 돌아 내려서면 출발지였던 주차장이다.
 

▼부산일보 제공 산행 개념도

jeyak_Map_juam.jpg

 

[시간진행]

10:01 주암마을 주차장 출발(화장실 옆 심종태바위 방면)

10:04~06 합수점, 계류 건넘(계류 건너자마자 우측 산길로 진행)

10:19 김태근추모비

10:51 심종태바위 하단 로프

11:05~20 심종태바위 휴식(주계바위)

12:25~33 전망터(970봉)

12:35 982봉(잘 가꾸어진 무덤)

12:47~13:20 쉼터(주암계곡,심종태바위 갈림길)(이정표:)

13:22 재약산, 천황산 갈림길(이정표:)

13:38~42 천황재(사자재), 털보산장, 이정표()

14:15~14:36 재약산 수미봉(이정표:

15:02 쉼터(심종태바위, 주암게곡, 죽전 갈림길)

15:22 합수점(계류건넘)

15:40 장수암(천황정사)

16:28 주암마을 주차장

=== 6시간 30분 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