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산-낙영산-도명산

 

*산행코스: 자연학습원-(1.8km)-가령산-(4.2km)-낙영산-(1.8km)-도명산-(2.8km)-학소대-(2.5km)-화양계곡주차장
*산행상세
자연학습원-(18분)-백골사거리-(16분)-전망대(암반)-(25분)-가령산-(25분)-고개-(30분)-수안재,백악산 갈림길-(15분)-무영봉(점심)-(18분)-범바위안부-(20분)-헬기장-(3분)-문바위-(10분)-낙영산(표석)-(11분)-절고개(안부)-(10분)-안부4거리-(9분)-미륵산성 안내판능선-(12분)-학소대,도명산 갈림길삼거리-(8분)-도명산-(6분)-마애삼존불-(35분)-화양계곡(학소대)-(30분)-주차장
=== 이정표거리: 13.1km, 총소요시간: 6시간 50분, 순보행: 5시간 ===

 

오늘  찾게 되는 가령산, 낙영산, 도명산은 속리산 국립공원의 북쪽지구에 속해있다. 속리산 주봉인 비로봉, 문장대에 비한다면 찾는 걸음이 뜸하지만 기암괴석과 소나무들이 조화를 이룬 암릉미는 일품이다. 게다가 유명한 화양구곡을 발치에 두고 있어 각광받는 산이기도 하다.
짧게는 도명산과 낙영산만을 찾기도 하지만 가령산~낙영산~도명산을 연결하는 연계코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도명산 북서쪽의 갈미봉까지 연결한다면 더 없이 좋은 코스가 될 것이다.
불과 4년전 이 산을 찾았었지만 그 당시 산행기록을 남기지 않았더니 전혀 기억에 없는 낯선 산처럼 여겨진다. 기록장엔 날짜와 산행코스만 달랑 적혀있다. 하여 묵은 사진파일을 들춰 보고서야 어슴프레 그 길을 걸었던 얼굴들과 기억을 끄집어 내 보지만 여전히 길에 대한 기억은 가물가물 할 뿐이다. 역시 온전히 내가 걸었던 길로 남기려면 충실한 기록을 남겨두는 일밖에 없을 것이다.

▼가령산 들머리가 되는 화양천 - 계류를 건너는 지점에 공사용 발판이 놓여져 있다.
산행은 가령산 - 낙영산 - 도명산 순이다. 절묘하게도 산 이름이 가나다 순으로 배열되어 있다.
가령산의 들머리는 화양천변에 자리한 충북자연학습원이다. 학습원 넓은 운동장엔 야외무대 시설도 마련되어 있고 무대 앞에는 지난밤 캠프파이어를 했는지 타다 남은 장작과 잿더미가 살짝 눈에 거슬린다. 도로변엔 자연휴게소가 있고 휴게소 맞은편으로 청천면과 괴산군의 주요관광지를 안내하는 대형 안내판이 서 있다.
안내판 옆으로 현위치를 알리는 등산안내도와 화양천변으로 내려서는 들머리가 보인다. 긴 가뭄 탓인지 수량은 그리 풍부하지 않다. 화양천을 건너는 지점으로 공사용 철판이 놓여져 있어 쉽게 건넌다. 하지만 계곡물이 조금만 불어난다면 초입부터 등산화를 벗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예상된다.

개울을 건너면 길은 둘로 갈린다. 정면으로 곧장 숲길로 드는 길은 백골사거리 능선으로 올라 가령산으로 향하는 길이고, 그 오른편의 희미한 지계곡 옆으로 난 길은 거북바위 능선을 경유하는 암릉길이다. 백골사거리 길이 완만하고 편하지만 조망은 거북바위 능선쪽이 훨씬 좋다. 두 길 모두 초입에는 출입금지를 알리는 낡은 프래카드가 너덜거린다.
우리 일행은 좌측편으로 난 백골사거리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한여름으로 성큼 들어선 숲 빛은 짙다 못해 어둑할 지경이다. 하늘은 구름이 낮게 깔려 있으니 햇빛과의 한 판 승부도 걱정할 바가 못된다. 게다가 건듯한 바람이 시종 불어오니 여름산행치고는 최상의 날씨다.
길은 사면을 에둘러 오른다. 빽빽하던 숲길이 잠시 훤해지는가 싶더니 오른편으로 개망초 흐드러지게 핀 묵정밭 건너로 가령산 정상부가 불쑥 고개를 치켜들고 있다. 화양천을 건너 15분쯤 사면을 올라서자 뚜렷한 4거리를 이룬 백골사거리 능선마루다. 이정표는 없지만 네 방향 모두 길이 뚜렷하고 올라야 할 오른쪽 능선인 가령산 방면으로는 출입금지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가령산 오름길 중 시야가 훤히 트이는 슬랩지대에서 동쪽 멀리로 대야산이 보인다 ▶

바람 좋은 쉼터에서 막거리가 한 순배씩 오가고, 정건용 회장님의 산만한 등짐 속에선 방울토마토가 한 상자 나온다. 움직이는 냉장고가 따로 없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산길에서 그는 늘 덩치 큰 베낭으로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베풀 줄 아는 그의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솔바람 불어오는 능선에서 날씨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길에선 휘파람이라도 불며 느릿느릿 걷고 싶지만 앞선 걸음은 바람보다 더 빠르다. 채 이마에 맺힌 땀이 마르기도 전 선두는 또다시 득달같이 달아난다. 저질 체력은 언제나 후미대장과 한 몸이다. 큰 산, 작은 산 할 것없이 오르는 행위는 늘 힘에 부친다. 대책없이 늘어난 뱃살로 몸은 천근만근이다.
밀려드는 허기도 한 몫 한다. 그러고 보니 새벽밥 먹고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으니 허기도 질 만하다. 먹는 만큼 걷는다 했던가. 베낭 한 켠에 넣어두었던 말린 감을 질겅질겅 씹으며 걷는다. 적당히 말린 감이 쫀득쫀득해 맛도 좋고 허기를 속이기에도 적당하다. 챙겨준 아내에게 감사하다.

능선 오른편 건너로 거북바위 능선과 가령산이 하얀 암릉을 드러내며 빛나고 있다. 완만하던 능선이 짧게 올라붙는가 하더니 시야가 툭 트이는 암반 위 전망대에 닿는다. 가까이로는 백악산이 보이고 그 뒤로 속리산 연봉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지만 문장대, 비로봉 일대는 구름모자를 덮어쓰고 있다. 맑고 시원한 날씨 덕에 조망 좋고, 바람 좋다.
길은 시종 우측으로 속리산 주릉을 끼고 걷는다. 진행방향 저 앞으로는 마치 여인네의 젖꼭지처럼 도드라진 도명산 정상부가 하얗게 빛난다. 가령산 정상부 직전으로 제법 긴 오르막을 올라서면 우측으로 거북바위 능선쪽에서 오는 주능선길과 합류하고 잠시 후에 검은 오석이 자리잡고 있는 가령산이다.(624m)(이정표: 자연학습원 1.8km, 낙영산 4.2km)
의외로 정상부는 수목에 가려 이렇다 할 전망은 보이지 못한다. 자연학습원에서 가령산까지는 1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 가령산 지난 능선상에서 멀리 가야할 도명산 암릉이 도드라지게 솟아있다.
가령산 이후로는 남서쪽으로 곧게 뻗은 단일능선으로 이어진다. 작은 오르내림이 있지만 능선을 걷기는 한결 수월하다. 게다가 시원한 바람이 연속해서 불어주니 큰 복이다. 가령산에서 25분 쯤이면 <낙영산 2.9km, 가령산 1.3km> 이정표가 있는 고개에 닿고 다시 30분 이면 수안재와 백악산으로 갈리는 741봉이다.(이정표: 가령산 2.3km, 낙영산 1.9km) 이 이정표 있는 갈림길에서 왼편 수안재 방향으로는 출입금지 프래카드가 걸려있다. 내일 모래 백악산에 들 계획이 있어 눈 여겨 보아둔다.
이 일대로 능선상에 석성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이후 능선은 속리산 서북릉의 전모를 일목요연하게 보면서 진행하게 된다. 서북릉은 토끼봉, 묘봉, 상학봉, 관음봉, 문장대까지의 제법 긴 오르내림이지만, 어느 겨울날 저 톱날같은 암릉을 오르내렸던 기억이 선명하다. 문장대는 여전히 구름 속에 갇혀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

주능선 남쪽으로는 내내 가까이로는 백악산, 멀리로는 속리산을 시야에 두고 진행하게 된다 ▶

수안재 갈림길에서 10분 정도면 야트막한 봉우리인 735봉을 몇 걸음 앞에 두고 갈림길이다. 가령산은 왼편 표지기가 많이 걸린 사면길이다. 능선을 이으려는 습성으로 봉우리를 통과하게 된다면 북쪽 지능선이나 인봉골쪽으로 내려서게 되므로 다소 주의가 필요한 곳이다.
이 갈림길 이후 백악산과 속리산을 시야에 두고 8분 정도 능선을 이어가면 돌탑과 팻말이 붙어있는 무영봉이다.(무영봉 742m) 부산일보 개념도에는 낙영산(746m)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곳으로 이 일대에서는 최고봉이다. 가령산에서 1시간 1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정상부는 제법 너른 터를 제공하고 있어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속리산 서북릉이 훤히 건너다 보이는 목 좋은 자리에 이원균씨부부, 김총괄님과 옹종하게 모여 앉아 포식을 한다. 반주까지 곁들여...

무영봉을 지나면 급경사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다. 낡은 로프가 걸린 바윗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서면 길은 아득하게 떨어진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헬기장까지 다시 올라야 한다는 걱정이 내려가는 만큼 더 커진다.
18분 가량 내려섰더니 큼직한 바윗돌 하나가 놓여있는 범바위안부다. 바위형태는 전혀 범같지 않다.(이정표: 낙영산 1.0km, 가령산 3.2km) 오른쪽으로는 인봉골로 내려서는 뚜렷한 길이 보인다. 이후 가파른 길을 한 차례 올라서면 너른 터를 가진 헬기장이다.(685봉) 이 헬기장은 공림사와 도명산으로 갈리는 갈림길이 있는 곳이다. 좌측은 공림사, 우측은 도명산 방향이다.
헬기장에서 우측 길로 내려서서 몇 걸음이면 다시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북동 능선을 따라 도명산으로 능선을 이어가는 길이고, 좌측은 낙영산 표석이 있는 684봉으로 가는 길이다. 낙영산 방면의 길이 훨씬 뚜렷하다. 3분 후 부산일보 개념도에 문바위로 표시된 큼직한 바위가 놓인 전망터다. 두 개의 거대한 바위가 노송과 어우러진 곳으로 혹자는 토끼바위와 거북이바위로 부르기도 한다. 뛰어난 조망을 제공하는 곳으로 바위 위에 올라서면 남쪽 아래로 공림사 절집이 빤히 내려다 보이고 그 건너로 백악산과 속리산이다.

낙영산 직전 능선에서 내려다 보이는 공림사 ▶
낙영산 아래에 자리잡은 공림사는 신라시대의 천년고찰로 낙영산 산행의 기점으로 이용되고 있다.


가령~낙영~도명산은 기묘한 바위와 암릉길을 걷는 맛도 좋지만 산행의 핵심은 주위로 보이는 충청북도와 경상북도의 명산들과 굵게 선을 긋고 있는 백두대간 마루금을 굽어보는 맛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후 멋들어진 노송이 자라고 있는 능선을 지나면 10분만에 낙영산을 알리는 표석이 있는 684봉이다.(이정표: 도명산 1.8km, 공림사 1.8km) 낙영산에 대한 위치는 돌탑이 있던 무영봉을 낙영산으로 표기한 지형도도 있고, 이곳 정상표석이 있는 684봉을 정상으로 표기한 지형도가 있어 혼란스럽지만 이 기록은 표석이 있는 곳을 낙영산으로 기록한다.
낙영산에서 도명산으로 향하는 길은 두가지로 선택할 수 있다. 지나왔던 헬기장 직전까지 되돌아 가 북동능선을 타고 가거나 조봉산 방면의 절고개로 진행하는 방법이 있다. 후자의 길을 택한다. 바로 앞으로 쌀개봉과 조봉산을 정면으로 보면서 진행하는 길이다.

낙영산 정상에서 이정표의 도명산 방향으로 10분 정도 진행하면 뚜렷한 고개를 이루고 있는 절고개 안부에 닿는다.(이정표: 좌 공림사 1.3km, 우 도명산 1.4km) 정면 능선방향으로 "괴산 미륵산성안내판" 이 서 있는 길은 쌀개봉, 조봉산 방면이다. 좌측 아래는 공림사, 도명산은 고개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길은 주능선을 우측에 두고 분지같은 지형을 따라 계곡방향으로 진행된다. 지계곡을 가로지르는 지점으로 이정표가 서 있다.(이정표: 도명산 0.9km, 공림사 2.9km) 이어 받침목을 세워둔 큼직한 바위 옆을 지난다. 영남알프스 배넘이재 부근에 있는 바위와 흡사하다. 이 바위를 지나 5분 가량만 더 올라서면 다시 주능선마루에 닿는다. 올라선 지점은 뚜렷한 사거리 고갯마루로 이정표가 있다.(도명산 0.6km, 공림사 2.3km)
우측으로 미륵산성 안내판이 있는 능선길은 낙영산 가기전 지나쳤던 헬기장 방향에서 오는 주능선길이다. 여기서 도명산은 좌측 거대한 슬랩바위가 비스듬히 누워있는 방향이다. 슬랩지대 좌측으로는 우회길도 있지만 초입으로 출입금지 현수막이 붙어있다. 주등산로는 슬랩능선을 따르지 않고 오르쪽 사면을 타고 크게 돌아 나가도록 현지이정표가 유도하고 있다.

◀도명산 정상부 모습
이정표의 <도명산 0.6km> 방향의 사면길을 타고 주능선 오른쪽 사면을 끼고 오르는 길에선 건너편으로 무영봉에서 학소대로 연결되는 지능선 상의 하얀 암반들이 눈길을 끈다. 기차바위와 유격훈련장으로 사용된 암반에 걸려있는 타이어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고갯마루에서 7~8분 진행하면 큼직한 자연석이 천정을 이루고 있는 바위터를 지나치자마자 학소대로 갈라지는 갈림길 3거리를 만난다.(이정표: 공림사 2.4km, 도명산 0.2km, 학소대 2.5km) 학소대로 내려서기 위해선 도명산에 오른 후 이곳 3거리까지 되내려 와야 한다. 또한 이곳 3거리에서 학소대방향으로 30m 정도만 진행하면 거대한 마애삼존불이 있으므로 도명산이 초행일 경우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다.

3거리에서 좌측 오름길을 따라 나무계단과 철다리를 7~8분 올라서면 도명산 정상이다. 정상부는 소나무와 어우러진 거대한 암반 위에 형제처럼 생긴 일련의 바위 너덧 개가 올라 앉아 있다. 이 바위로 인해 근동에서 도명산을 보면 여인네의 젖꼭지처럼 보이게 된다. 정상부는 노송과 어우러져 뛰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속리산 일대는 물론이고 멀리 문장대에서 뻗어나가 청화산, 조항산, 대야산, 장성봉으로 이어지며 요동치는 백두대간의 장쾌한 산줄기를 꼽아보는 맛도 각별하다. 가령산, 낙영산 정상부에서 보던 조망에 비한다면 도명산에서의 조망이 으뜸이다.
정상 이정표(학소대 2.8km, 첨성대 3.2km)의 첨성대 방면은 갈미봉으로 연결되는 길이다.

마치 갓을 쓴 모양을 하고 있는 아애삼존불▶

정상에서 조금 전 지나쳤던 3거리까지 되내려와 학소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면 거대한 바위면에 선각한 마애삼존불을 만나게 된다. 고려시대 초기의 작품으로 알려진 마애불은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140호로 지정되어 있다. 불상 상부에는 자연석이 덮개 모양을 하고 있어 마치 갓을 쓰고 있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선각불 발치에는 샘터가 있지만 올챙이들의 놀이터다.
마애삼존불에서 잘 정돈된 길을 따라 35분이면 붉은 철다리가 놓인 화양계곡가에 닿는다. 계곡 오른편으로 화양8곡인 학소대가 있다. 다리를 건너면 보도블록이 깔린 화양구곡 탐방로다.(이정표: →자연학습원 2.0km, ←주차장 2.5km, ↓도명산 2.8km) 오른쪽은 출발지였던 자연학습원 방향이다. 왼쪽 주차장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제부터는 여유있게 탐방로를 따라 화양구곡을 꼼꼼히 살필 차례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서는 길이라 걸음은 한결 여유롭다. 학소대에 이어 와룡암, 능운대, 첨성대, 금사담과 암서재, 읍궁암, 운영담을 차례로 지나면 팔각정 휴게소가 있는 화양구곡 주차장이다.

( 2012.6.7 (한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