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봉우리 인생길... 구봉대산]
*일시;2011.12.27(한마음)
*산행코스: 법흥사주차장-널목재-1봉~9봉~음다래기골-법흥사일주문
*거리 및 소요시간
법흥사주차장-(1.6km/30분)-마지막계류-(0.6km/20분)-널목재-(1.3km/1시간)-구봉대정상(8봉)-(3.5km/1시간)-법흥사일주문
=== 이정표거리: 7km, 총소요시간 4시간 20분 ===
그리 유쾌하지 못했던 2011년을 보내는 마지막 산행이다.
1년 내내 퇴적된 묵은 찌꺼기들, 안좋았던 기억들을 훌훌 털어버릴 심산으로 영월의 구봉대산을 찾는다.
한파주의보라는 으름장에 어울리지 않게 법흥사 주변의 기온은 온화하다. 허나 겨울은 겨울이다. 손끝이 맵싸하다.
웬만한 학교의 운동장만큼이나 널찍한 법흥사 주차장엔 우리 일행이 타고 간 버스 한대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법흥사는 적막강산이다. 절집 뒤로 마치 연꽃을 피운 듯한 연화봉이 오롯이 솟아 겨울 햇빛을 쬐고 있다.
구봉대산은 적멸보궁을 품고 있는 법흥사를 감싸고 있는 백덕산과 사자산의 연계능선 상에 있다. 아홉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인간이 태어나서 유년, 청년, 노년기를 거쳐 죽음에 이른 후 불교의 윤회설에 따라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아홉개의 봉우리에 각기 이름을 붙여 놓았다. 봉우리의 형상과 조망에 관계없이 다소 억지인 듯한 이름이지만 나름대로 삶의 과정을 음미하며 걸어보는데 그 의미를 둘 만하다.
산행은 일주문에서 9봉~1봉까지 역으로 진행 후 여유있게 법흥사와 적멸보궁을 둘러보는 편이 좋을 것으로 여겨진다. 허나 우리 일행은 삶의 과정을 따라 1봉~9봉 순으로 진행한다.
법흥사 적멸보궁은 설악산 봉정암, 오대산 상원사, 영축산 통도사, 태백산 정암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의 하나이다. 이번 기회에 법흥사 적멸보궁을 기웃거려 볼 심산이었지만, 늘 그렇듯 산꾼들은 절집보다는 산길을 더 먼저 꼽는다. 종종걸음으로 앞서는 일행의 꽁무니를 따라 가느라 적멸보궁은 커녕 법흥사 절마당에도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구봉대산은 법흥사주차장에서 100여m 진행하여 사방댐이 보이는 계류를 건넌다 - 계류 안쪽으로 보이는 산은 연화봉(915m)
법흥사 주차장에서 산문으로 향하는 서쪽 넓은 길을 따라 든다. 3분 정도 진행하여 왼편으로 사방댐이 보이는 계류를 건너선다. 직진하는 넓은 길은 절골을 따라 사자산으로 향하는 길이다. 3분 후 다시 얼어붙은 계류를 건넌다. 이 지점에서 이정표는 주차장까지 0.4km, 1봉 정상까지는 2km가 남았음을 알려준다.
두 번째 계류 이후부터는 물길을 줄곧 왼쪽으로 끼고 걷는다. 평지에 가까운 수더분한 길에서 굴참나무, 신갈나무 숲이 벌거벗은 모습으로 반긴다. 살풋 발 아래로 전해오는 눈길의 감촉도 기분 좋다. 겨울임에도 계곡 속엔 흉흉한 바람이 없으니 전체적으로 온화한 분위기다.
법흥사 주차장을 출발한지 30여분 만에 이정표가 서 있는 마지막 계류다. 이정표는 친절하게도 마지막 계곡이니 물을 준비하라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이정표: 구봉대산 1.4km, 1봉 정상 0.6km, 법흥사 1.6km)
마지막 계류를 지나 널목재까지는 제법 긴 오르막의 연속이다. 널목재가 가까워지면 길은 더욱 고추선다. 하지만 그 고충도 잠시, 계류가에서 능선상의 펑퍼짐한 안부인 널목재까지는 채 20분이 소요되지 않았다.(이정표: 구봉대정상 1.3km)
널목재에서 오른쪽 능선은 사자산 방면으로 제법 통행이 있는 듯 길은 반듯하다.
왼쪽으로 길을 잡아 잠시 올라서자 <제1봉 양이봉> 이란 팻말이 나타난다.
"에~게 벌써 1봉이야" 능선에 올라선 후 채 몇 걸음 걷지 않았건만 구봉대산의 첫 봉우리다. 너무 싱겁게 올라섰다. <양이봉>은 인간이 어머니 뱃속에서 잉태함을 뜻한다. 널목재 이후로는 일단 힘든 코스는 없다. 아홉개의 봉우리가 기다리고 있긴 하지만 작은 오르내림의 반복이고 보니 크게 힘들지 않는다.
사방이 숲으로 가려있어 답답하게 느껴지던 양이봉에서 100m 거리로 <제2봉 아이봉>에 이어 <제3봉 장생봉>이 연이어 나타난다. <아이봉>은 태어남을 뜻하고, <장생봉>은 자라서 어른이 됨을 뜻한다. 봉우리 사이의 거리로 치자면 삶이 잉태되어 청년기에 이르기까지는 순식간이다.
◀구봉대산 최고의 조망을 자랑하는 6봉 관망봉
장생봉에 이르자 건너편으로 백덕산이 모습을 나타내고 그 아래로 법흥사가 내려다 보인다. 다음으로 나타날 봉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은근한 기대로 걸음을 옮긴다.
장생봉 지난 헬기장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곧이어 나타나는 <제4봉 관대봉>에 이어 <제5봉 대왕봉>에 올라선다.
<관대봉>은 인간이 벼슬길에 나아감을 의미하고 <대왕봉>은 인생의 절정을 뜻한다. 소나무와 기암이 어우러진 대왕봉에 올라서서야 비로서 시야가 훤히 트인다. 북으로 사자산과 백덕산이 호위하는 법흥사와 적멸보궁이 발 아래로 내려다 보인다. 대왕봉을 지나면 로프가 쳐진 바윗길이다. 이어서 왼쪽으로 암봉을 두고 우회로를 따른다.
5봉과 6봉 사이는 지금까지 지척으로 고만고만하게 붙어있던 봉우리와는 달리 제법 간격이 넓다. 인생의 절정인 대왕의 시절을 좀 더 길게 갖고파 하는게 인간의 욕심이지만 현실은 그 절정의 시기다 너무 짧다.
8봉인 북망봉에 있는 구봉대산 정상표석▶
<→법흥사입구 3.5km, ←법흥사 3.5km, ↑전망대 20m> 이정표를 만나 전망대쪽으로 올라서면 6봉인 <관망봉>이다. 지친 몸을 잠시 쉬어감을 의미한다. 6봉은 바닥에 오석으로 만들어 구봉대산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고 지금까지 지나온 봉우리에 비해 고사목과 어우러진 최고의 조망을 보여주는 곳이다. 법흥사 뒤로 사자산, 백덕산, 신선바위봉 능선이 시원스럽다. 기회가 닿는다면 욕심껏 걸어보고 싶은 길이기도 하다.
멀리로는 영월 태화산이 기이한 형태로 솟아있고 그 오른편으로 소백산 천문대까지 아스라히 보인다. 사실 구봉대산에서 보는 조망은 단조로운 편이다. 산의 규모가 작아서인지 건너편 백덕산 주능선이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관망봉에서 한 차례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서면 10여분 거리로 돌탑이 있는 <제7봉 쇠봉>이다. 인간의 병들고 늙음을 의미한다. 이어서 7분 거리에 헬기장터인 <제8봉 북망봉>이다. 인간이 이승을 떠남을 의미한다. 이곳에 삼각점과 또다른 구봉대산 정상표석이 있다.(870m)
8봉을 지나 1분만 진행하면 능선갈림길로 이정표가 서 있다. 직진방향은 <등산로폐쇄> 표시판이 있다. 좌측 <법흥사입구 3.0km> 방향 이정표를 따라 내려선다. 이후 하산길처럼 여겨지는 내리막을 13~4분 정도 이어가면 구봉대산의 마지막 봉우리인 <제9봉 윤회봉>이다. 산을 사랑하고 덕을 베풀은 사람은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불교의 윤회설에 근거를 둔 것이다. 9봉은 봉우리처럼 도드라져 있지 않아 능선상의 전망대에 가깝다.
법흥사일주문- 사자산 법흥사로 적혀있다 ▶
윤회봉을 지나 2~3분이면 돌탑과 이정표가 있는 무명봉이다. 이곳은 엄둔치와 법흥사 일주문으로 내려가는 삼거리로 우측은 엄둔치 방향이다.(이정표: 법흥사입구 2.5km, 구봉대정상 1.0km)
돌탑이 있는 무명봉 이후로는 본격적인 하산길로 울퉁불퉁 바윗길이 이어진다. 30분 가량 내려서면 음다래기골 계류가 시작된다. 이후 계류를 따라 15분 정도면 <법흥사입구 0.5km, 구봉대정상 3.0km> 이정표를 만나고 다시 5분 정도면 사방댐 계류를 건너 연화교가 있는 법흥사 일주문으로 내려서게 된다.(이정표: 주차장 0.2km, 법흥사 1.2km, 구봉대정상 3.5km)
*귀포길 한반도 지형으로 유명한 영월 선암마을 전망대 들러 보다.
☞ 사진으로 보는 산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