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연군묘-석문봉-일락산-개심사] 충남 가야산

*일시:2009.4.21(한무리)
*코스:남연군묘-석문봉-일락산-개심사
*산행상세
주차장-(0.54km/8분)-남연군묘-(1.1km/10분)-상가저수지갈림길-(0.57km/5분)-오얏골쉼터-(0.6km/25분)-능선3거리-(0.4km/15분)-석문봉-(0.65km/사잇고개)-(1.45km/20분)-일락산-(3.5km/45분)-개심사-(5분)-주차장
=== 이정표거리: 8.8km, 순보행: 2시간 30분, 총소요: 4시간 30분 ===


겨울부터 시작된 긴 가뭄이 깊어진 봄까지 이어지더니 산행 하루 전날 생명수처럼 고마운 단비가 강한 바람을 동반하여 제법 내렸다. 비로 인해 산행이 취소될까 조바심이 인다. 다행히 산행 당일 포항 날씨는 짱짱한 햇살 아래 오랫만에 파란 하늘이 드러나는 화창한 맑음이다. 하지만 일기예보는 여전히 중부지방은 오전 강수확률 70%를 주문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추풍령을 넘어서자 남부쪽 날씨와는 대조적으로 맵싸한 바람과 함께 하늘빛이 온통 잿빛이다. 가야산 산행의 들머리로 잡은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하늘빛은 별반 달라진게 없다.
주차장에서 올려다 보이는 산등성은 옅은 구름이 고스락을 삼키고 있어 도대체 어디가 가야봉이고 어디쯤이 석문봉, 옥양봉인지 가름할 수가 없다. 허나 예보와는 달리 비가 내리지 않는 것으로도 천만다행한 일이다.

예산, 서산에 걸쳐있는 가야산은 처음 찾는 곳이다. 합천의 가야산과 구별하기 위해 가야산이란 이름 앞에 충남이라는 접두어를 붙여 구별하고 있는 산이다. 산행은 상가리 남연군묘~석문봉~일락산~개심사로 이어지는 짧은 코스로 산행 후엔 백제의 미소라 불리는 백제세대 마애불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서산 삼존마애불 탐방이 일정에 잡혀있다.
들머리엔 우리나라 근대사의 커다란 전환점이 된 남연군묘가 있고, 날머리엔 백제때 사찰인 개심사가 있어 산행의 흥미를 돋군다. 가야산 자락에는이외에도 마애삼존불, 보원사지, 일락사며 최고의 명당이라는 남연군묘등 옛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어 답사를 겸한 산행지로 알려져 있다.
산행 전 인터넷을 통해 남연군묘, 겹벚꽃으로 유명한 개심사, 마애삼존불에 대해 미리 예습해 두었으니 이제 그 길을 걸으며 옛 역사의 흔적을 더듬어 보는 일만 남았다.

◀남연군묘 - 뒤로는 옥양봉
상가리 주차장에서 서쪽 포장도로를 따라 구름에 덮여 있는 산자락을 향해 길머리를 잡는다. 상가리 마을회관을 지나면 <가야사 0.5km>를 알리는 입간판이 있는 갈림길. 가야사 길을 외면하고 오른쪽 마을길을 따라 든다.
주차장에서 500m쯤 들어서면 <남연군묘> 입간판이 붙은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옥양봉이나 석문봉을 향해 곧장 올라서는 길이고, 왼쪽은 가야봉, 원효봉 방면이다.(이정표: ↗ 석문봉 3.07km, 옥양봉 2.32km, ↖ 가야봉 3.0km, 원효봉 2.83km)
남연군묘 방향을 따라 왼편으로 2~3분 나서면 <예산 가야사지터>를 알리는 입간판 뒤로 작은 공원처럼 꾸며진 풀밭이 있다. 풀밭 위로 보이는 얕은 언덕 위에 남연군묘(기념물 80호)가 자리하고 있다.

남연군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친부로 원래는 경기도 연천땅에 묻혔지만 흥선대원군의 정권에 대한 야망으로 이곳 예산땅으로 이장되었다. 무덤자리는 원래 가야사란 절이 있었지만 2대에 걸처 제왕이 등극할 명당터라는 풍수설에 현혹되어 가야사를 불태우고 절의 중심이자 금탑이 있던 자리에 부친의 묘를 썼다고 한다.
남연군묘의 이장에 대한 뒷얘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가면 상당히 흥미롭다.
바람처럼 흐르는 세상사 권세와 명예보다는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 여긴다. 사람들은 때로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 불행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 살아가면서 필요 이상 욕심의 등짐을 덜어 놓는다면 마음을 비우는 것이고 거기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무덤에서 되내려와 남연군이 이장될 때 사용하였던 상여 복사품이 전시된 "남은들상여" 안내판을 지나 계속되는 시멘트 길을 따라든다. 5분 정도 올라서자 상가저수지 재방으로 저수지 건너로 가야산 정상부인 가야봉(가사봉이라고도 한다)의 통신시설물이 구름 속에서 언뜻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더니 이내 운무에 가려진다.
저수지를 지나면 가지런히 쌓아올린 돌담 속에 제법 너른 터를 가진 폐가가 담장 너머로 보인다. 몫 좋은 곳이건만 어떤 연유로 저렇듯 쓰러져 가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산허리 하나를 슬쩍 돌아나서면 현위치를 알리는 안내판이 있는 갈림길이다. 왼편은 가야봉 동쪽 능선상에 있는 헬기장 방면이고, 오른쪽 숲길은 쉼터를 경유하여 석문봉과 가야봉 사이의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다. 이 근처 어디쯤에 한때 지관으로 명성을 떨치던 육관도사 손석우의 무덤이 있다고 했었는데 미쳐 찾아보지 못했다.

오른쪽 숲길을 따라 든다. 길은 본격적으로 수림이 우거진 길이지만 여전히 임도 수준으로 넓은 길이 이어진다. 현위치 안내판에서 5분 가량 숲길을 따라 들면 계류 옆으로 나무의자가 있는 공터로 가야산 안내판이 있는 쉼터에 닿는다.
어제 내린 비로 좁은 골짜기는 풍요로운 물이 제 세상을 만난 듯 요란스럽게 흘러 내린다. 쉼터에서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행장을 내리고 이른 점심을 한다.
이곳 쉼터는 갈림길이 있는 곳이다. 계류 건너편으로 보이는 길은 가야산 주봉인 가야봉(가사봉)쪽에 가까운 능선 방면이고, 계속되는 계류 오른편 길은 석문봉 가까운 능선으로 연결된다. 계류 왼편으로 갈라지는 길은 이곳 쉼터에 닿기 약 20m직전에 있다.
또한 계류 왼편 갈림길이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보면 무덤터였던 듯 넓직한 터가 보이는데 이른 식사를 마치고 그 길로 들어선 후 지릉을 타고 잠시 올라서자 최근에 쓴 듯한 무덤 1기가 있다. 무덤 뒤편으로 능선을 타고 오르는 희미한 족적이 있는걸로 봐서 지능선을 따라 송낙바위능선으로 연결되는 길로 여겨진다.
◀주능선에 올라 석문봉 향하는 길은 암릉의 연속이다. 뒤로 가야산 최고봉인 가야봉 고스락이 구름에 묻혀있다.

쉼터에서는 안내판 지나 계속되는 계곡 오른편 길을 따른다. 남쪽 지방엔 참나무 이파리가 성성히 펼쳐지고 봄꽃은 이미 쓰러지고 있건만 이곳은 이제서야 연초록 새순들이 손톱만큼 피어나기 시작하고 좁은 골짜기 주변으로 개별꽃, 현호색, 천남성이 자주 눈에 띈다.
계곡 상부쪽으로 올라서자 물소리가 끊기는가 하더니 곧 돌로 다듬은 계단길에 이어 로프가 쳐진 가파른 오름이 시작된다. 이어서 침목 계단길을 올라서자 하늘이 열리면서 가야봉과 석문봉 사이의 주능선에 올라선다.(이정표: ←가야봉 1.65km, →석문봉 0.4km, ↓주차장 3.2km)
목적한 석문봉은 오른편이지만 가야봉쪽 능선을 따라 가까운 곳에 있는 암봉에 올라 구름이 난장을 부리고 있는 가야봉을 보며 잠시 노닥거리며 아쉬움을 달래본다.

올라선 주능선은 금북정맥길이 된다. 석문봉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 10여분 나서면 암릉 로프지대가 이어지고 위태로운 암릉 날등이 석문봉까지 이어진다. 주능선엔 몸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거센 바람이 산을 통채로 날려 버릴듯 흉흉하다. 아예 모자를 벗고 겉옷을 다시 추스려 입는다.
백두대간종주를 기념하기 위해 해미산악회에서 세운 큼직한 돌탑이 서산쪽을 향해 있는 석문봉엔 정상석 옆으로 멋없이 세워놓은 깃대에서 태극기만 팽팽하게 나부낀다. 가야산의 주봉인 가야봉이 통신기지국으로 인해 정상부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관계로 이곳 석문봉이 정상을 대신하고 있다.
지나온 암봉 건너로 가야봉과 원효봉이 구름에 가렸다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발 아래로 서산쪽 해미면이 지척이건만 옅은 안개로 뿌옇고 가까운 저수지만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석문봉은 금북정맥에서 곁가지를 치는 석문지맥의 분기점이 된다. 석문지맥은 이곳 석문봉에서 동쪽 옥양봉을 거쳐 당진군 신평면 매산리의 아산만까지 이어지는 약 48.3km의 산줄기를 이르는 이름이다. 석문봉~옥양봉~남연군묘를 잇는 코스는 가야산 등산로 중 가장 많이 이용되는 길이기도 하다.

가야산 제2봉이지만 실질적인 주봉역할을 하는 석문봉-백두대간종주를 기념하기 위한 돌탑과 정상표석이 있다.▼

석문봉에서는 이정표의 일락사 방향을 따라 직진의 능선길로 내려선다. 좌우로 시야가 트이는 편안한 능선을 따라 3~4분 나서면 해미면 대곡리와 일락사 방면을 지시하는 3거리 이정표를 만난다. 일락사 방면인 오른쪽 아래로 2분 정도 내려서면 평상이 있는 쉼터가 나타난다.
여기서 길은 능선길과 오른쪽 사면길로 갈리게 되지만 두 길은 잠시 후 다시 만나게 된다. 주등산로는 오른쪽으로 반듯하게 나 있는 사면길이다. 능선방면으로는 산불흔적으로 고사된 나무들과 잡목들이 걸리적 거리지만 사이봉으로 불리어지기도 하는 604봉에 바위에 서면 바로 아래로 산자락을 굽어 도는 사이고개와 건너로 일락산을 빤하게 건너다 볼 수 있다.
604봉 내려서는 길은 희미한 편이지만 사이고개쪽인 북쪽 아래로 내려서면 곧 주등산로와 합류하게 된다. 10분 가량 가지런히 정돈된 숲길을 따라 내려서면 쉼터 하나를 지나 사잇고개에 닿는다. 예산과 서산을 경계하는 사잇고개에서 왼편은 일락사, 오른편은 용현계곡 방면이다..(이정표: ↓석문봉 653m, ←일락사 3.5km, →용현자연휴양림 3.6km, ↑보원사지 3.8km)

일락산은 임도를 가로질러 보원사지 방향으로 진행한다. 산불흔적이 있었던 듯 밑둥이 검게 그을린 솔숲길을 따라 20여분 완만하게 올라서면 왼편으로 일락사가 내려다 보이는 짧은 암릉을 지나 옅은 안부를 올라서면 일락산(521m) 정상에 이르게 된다. 사각정자와 일락산을 알리는 작은 아크릴판이 있는 일락산은 사방이 숲으로 가려있어 답답한 편이다.
정상 이정표가 지시하는 좌측 주차장방면은 일락사, 직진하는 용현계곡방면은 계속되는 금북정맥을 따라 개심사쪽으로 진행하는 길이다.

일락산을 지나면서부터는 거의 평지에 가까운 순탄한 능선이 개심사 갈림길까지 이어진다. 소나무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솔향기가 온 몸으로 전해져 오는 오롯한 길의 연속이다.
10여분 후 철탑 하나를 지나면서부터 길은 방화선처럼 넓어진다. 주위로는 철탑공사로 인해 훼손된 숲을 복원하기 위해 애기소나무를 식제해 두었지만 이미 고사직전이다. 송전탑에서 7분이면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 건너로 능선길이 있지만 곧 임도로 다시 내려서게 되므로 임도를 따라 가는게 편하다.
능선과 임도를 만나는 길을 지나면 바로 앞으로 좀더 넓어진 임도3거리를 만난다.(이정표: ←황락리(시멘트길) →보원사지터 2.8km, ↓일락산 1.6km) 오른쪽 보원사지터 방향으로 나선다. 3분 후 다시 임도3거리로 <국립용현자연휴양림> 안내문과 <↓일락산 1.6km, ↑보원사지터  2.6km>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다. 능선방향인 보원사지방향으로 50m 정도 진행하면 능선 3거리에 <전망대>를 알리는 표시판을 대한다. 개심사는 이 3거리에서 좌측방면이다.

▼400봉 정상부에 있는 전망대-서산일대를 굽어볼 수 있는 곳이지만 옅은 안개로 아쉬움만 남긴다.
바로 앞에 보이는 전망대는 400봉으로 정상부는 전망대와 무덤이 있다. 서쪽으로 서산일대가 넓게 펼쳐지지만 흐린 날씨라 시계는 그저 흐릿할 뿐이다. 멀리로 뿌옇게 보이는 곳이 서해바다라고 막연히 속단해 버린다.
전망대를 되내려와 우측(북서쪽)으로 난 길을 5분 정도 나서면 개심사 길림길이 있는 중요한 지점이다. 계속되는 넓은 길은 금북정맥을 따라 상왕산(307m)으로 이어지는 길이고, 개심사는 왼편 키 큰 수목 아래로 난 오솔길 방면이다.
갈림길 초입에 <←개심사방향:고목나무가든> 이라 적힌 코팅지가 소나무에 걸려 있지만 코팅지가 없다면 무심코 넓은 길을 따라들기 쉬운 곳이다. 이제부터 정맥길인 임도를 버리고 능선 사면길을 따른다. 15분 정도면 산신각을 지나 개심사 경내로 들어서게 된다.

청벚꽃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개심사 심검당▶

마음을 여는 절집 개심사(開心寺). 규모는 작지만 아늑한 분위기가 감돈다. 심검당이며 범종각, 요사채등에 사용된 대들보며 기등에 휘어진 나무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 특이하다. 초파일을 준비하는 연등이 걸린 개심사는 겹벚꽃이 막 피어나고 있어 온통 총천연색이다.
특히나 옅은 녹색빛이 감도는 청벚꽃은 그동안 벚꽃은 모두 연분홍으로만 알았던 무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청초한 색감을 자랑하고 있다. 작은 절집이지만 환상적인 벚꽃잔치에 취해 30분 가량 개심사를 떠나지 못한다. 개심사 돌계단을 내려와 주차장까지는 5분 정도가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