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8.10(야간열차)

*주왕산(대전사-주봉-가메봉-내원동)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연일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열대야로 잠을 설치는 일도 부지기수다.
20여일 이상 계속되는 폭염은 좀체 그 기세를 누그러뜨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허나 이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왕산 봉사팀인 야간열차는 계속 달려나간다.
 
주왕산관리사무소에 모여 커피 한 잔하여 오늘의 미션을 숙지한다.
오늘은 국립공원 정규탐방로 전망포인트 발굴작업이다. 공원내 기존의 전망포인트를 비롯하여 새롭게 포인트를 추가하여 좌표를 기록하고 조망되는 지점을 지형도에 표시하는 작업이다. 물론, 특이한 식생도 포함된다.
매번 노동력만 제공하던 단순한 허드렛일에 비하면 좀더 고급스럽고 약간의 전문성을 갖춘 미션이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미션이기도 한다.
이미 앞팀에서 주봉~후리메기 구간을 완료한 터라 우리팀은 주봉~가메봉~내원동 구간이 목표였다.
 
헐~~
이 더위에 가메봉까지 올라야 한다니... 미리부터 다리에 힘이 빠진다.
주봉~가메봉~내원동 구간은 현재 주왕산에서 개방된 탐방로 구간에서는 최장거리 코스에 속한다.
제대로 된 산행을 해 본지가 꽤 오래인듯 여겨지는데, 그 먼(?)길을 소화해 낼지 미리 걱정부터 된다.
그래도 일단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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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랫듯 관리사무소에서 기암 한 번 쳐다보고
아직도 폰카 조작에는 익숙치 않아 사진빨이 마음에 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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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망초 우거진 묵정밭 지나 뉘짚 고추밭 사이길을 지나다. 그 앞쪽 대전사 뒤로 기암이 우뚝하다.
가메봉까지 올라야 한다는 부담감때문이었는지 주왕산 상가지대를 거치지 않고 곧장 대전사로 향하는 지름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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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 포토존


늦은 봄부터 몇 번에 걸친 작업끝에 포토존이 완성되었지만 영 엉성하다. 취지는 주왕산의 상징인 기암과 똑 같은 모양의 모형을 만들어 포토존으로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암만 봐도 부조화스럽다. 게다가 포토존이라면 탐방객이 접근하여 사진을 찍을 수 있어야 하건만 접근통로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 자리에 있던 멋진 단풍나무까지 이식해 가며, 우리 단원들이 땀흘려 작업한 결과물이 멋진 모습이었으면 좋으련만 결과물에 대해선 다소 실망스럽다. 뒤로 지나가는 전기줄도 마음에 안 들고
 
대전사 지나 주방천을 따라 난 탐방로를 뒤로하고 주봉쪽으로 곧장 오른다.
긴 게으름 후의 산행이라서인지 초입부터 힘에 겨운 걸음이다.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가 없다.
다행히 오전에는 살짝 구름이 있어 그나마 뜨거운 뙤약볕과의 사투는 피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무더운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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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이 코 앞으로 보이는 첫 전망대에 올라 기암 여불떼기를 바라보다.
기암의 옆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자세히 볼 수 있는 장소로 기암을 배경으로 한 멋진 포토존이다. 전망데크가 설치되어 있는 곳이다. 한동안 쉬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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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전망대에 설치되어 있는 경관안내판.
역시 특급 전망터로 발 아래 주방천 건너로 장군봉쪽 능선과 혈암을 비롯한 주왕산의 내노라하는 바위경관들을 굽어 볼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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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안내판을 흉내 낸 어설픈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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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주봉의 새 주인이 된 빗돌


그 새 주왕산 정상의 주인이 바뀌었다. 그러고보니 주왕산도 꽤 오랜만에 올라 온 듯하다.
예전에는 "주왕산" 이란 빗돌이 있었으나 지금은 "주봉"이란 이름을 내 걸고 있다.
하긴 주왕산에는 사방이 꽉 막힌 주봉보다 더 높고 멋진 봉우리들이 부지기수이다. 헌데 왜 이곳 주봉을 주왕산이라 불렀는지는 그 연유가 자못 궁금하다.
그냥 주방천 일대를 감싸고 있는 전체의 산군을 주왕산이라 부르고, 이곳은 그 중 한 봉우리인 주봉으로 부르는게 마땅하다고 본다. 물론 예전부터 주왕산의 주인행세를 한 봉우리이고 보니 주왕산 전체에서 우두머리라는 주봉(主峰)이라는 대접은 해 주어야 할 것같다.
 
답답하고 그늘없는 주봉에서는 뜨거운 뙤약볕에 쫓겨 이내 내려선다. 몇 걸음 내려와 널찍한 평상이 만들어진 데크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헌데 데크가 통나무를 엮어 만들어 놓아 맨바닥에 앉으려니 엉덩이가 영 불편하다.
이유인즉, 등산로 정비를 하고 남은 나무들을 도로 갖고 내려가기가 마뜩찮아 남은 통나무를 이용해 이렇게 평상형태의 데크를 마련했다는 단장님의 설명이었다.
 
주봉을 내려와 후리메기삼거리와 가메봉으로 갈리는 칼등고개에서부터 오늘의 미션이 실행된다.
이름과 어울리지도 않고, 고개 같지도 않은 고개인 칼등고개는 어떤 연유로 칼등이란 이름이 붙었는지는에 대해서는 아직 속시원한 답을 얻지 못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칼등고개~가메봉 구간은 비지정탐방로였지만 지금은 계절에 따라 구간진입을 허용하고 있는 상태다.
앞으로도 다양한 구간의 탐방로를 개방하여 산을 찾는 사람들로 하여금 운신의 폭을 넓혀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실, 칼등고개~가메봉 구간은 특별히 내세울 만한 경관이 없다.
억지로라도 추켜세우자면 주등산로 일대의 번잡함을 피해 호젓하게 산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 외에는...
길은 순탄한 편이다. 잔봉들이 서 너군데 있지만 대부분이 허리길로 우회하도록 길이 나 있다. 가메봉 직전 주탐방로와 만나는 지점까지는 약 3km정도로 부지런히 걷는다면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답답한 숲길이지만 그래도 미션수행을 위해 전망포인트가 될 만한 곳이 있을까하여 우회하는 길을 벗어나 잔봉들을 거쳐 보지만 역시 이렇다 할 조망은 찾기 힘들다.
이토록 숲이 울울창창한 삼복지절에 조망의 포인트를 찾는다는 것은 다소 무리일 듯하다. 차라리 낙엽진 늦가을부터 이른 봄에  조망포인트를 선정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8월 염천의 숲길, 초록이 깊어 거뭇거뭇해진 숲길에서 한 점 바람이 그립다.
걷다보니 어느새 일행들과는 멀찌감치 떨어진다. 일행들의 흔적조차 사라진 숲은 여기 저기 야생화 피고지는 소리로 두런거린다.
그리 화려하고 크지는 않지만 허리를 숙이면 그 작고 앙증맞은 들꽃이 반갑게 인사한다. 녀석들의 이름을 불러주면 작은 흔들림으로 화답한다.
그 작은 녀석들을 모셔와 제 이름을 찾고 알아가는 재미로 소일하는 것이 내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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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등고개~가메봉 구간에서 기이하게 자라는 나무
아랫도리를 마치 치마자락처럼 쫘~악 펼쳐 놓고도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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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둥의 주 가지가 잘려나가 커다란 구멍이 생긴 아름드리 고목나무, 느티나무 종류로 여겨진다.

구멍 속은 커다란 항아리 속을 연상케 한다. 역시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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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메봉 역시 이름표가 없었는데, 멋진 정상표석이 새롭게 자리하고 있다.
가메봉 역시 이름표가 없었는데, 멋진 정상표석이 새롭게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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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에서 본 가메봉 명품 소나무, 뒤로는 왕거암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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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거암에서 영덕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어설픈 파노라마, 저 속에 낙동정맥도 섞여 있고...
가메봉은 주왕산에서는 사방팔방으로 조망이 터지는 최고의 조망터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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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메봉 건너편 봉우리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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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메봉에서 왕거암쪽으로 내려선 가메봉3거리 이정표.


이정표에는 3거리로 표시되어 있지만, 가메봉, 왕거암, 절골, 내원동으로 갈리는 4거리 갈림목이다. 왕거암쪽은 비지정 탐방로로 길을 막아 놓았다.
일행들은 두 팀으로 나누어 한 팀은 사창골을 따라 후리메기방향으로, 한 팀은 가메봉삼거리를 경유하여 내원동으로 내려선다.
내원동 방면으로 길을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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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원동 돌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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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원동 옛 집터
 
막걸리, 동동주 냄새 풀풀 풍기던 옛 내원마을은 이제 묵정밭으로 변해 잡초만 무성하고, 사람냄새 끊어진 돌담엔 무심한 담쟁이넝쿨이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 사람의 기억은 늘 옛 것이 그립고 시간은 원래의 모습을 잊게 한다. 허나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어도 잊혀지지 않는 것들도 더러 있더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살아가는 방법도 달라지지만, 잊혀지지 않는 것들로 살아가는 방법이 달라지기도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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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집터가 있는 개울가에서 한동안 쉬어간다.
쉬는 동안에도 부단장님은 여전이 미션수행을 위해 열심히 좌표를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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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광이 갈림길이 있는 산불감시초소
이제 한적한 길 벗어나 사람북적이는 한길가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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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가뭄끝에 용추폭포 물길엔 이끼만 다닥다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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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오라기 같은 물가닥만이 폭포란 명색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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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주왕산을 찾는 이도 거의 없다. 용연폭포와 상단의 깊은 소도 고요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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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연폭 하단


8월 염천의 산행.
더위에 산천초목도 풀이 죽은듯 하고, 나도 시들어간다. 식수는 부족하고, 발바닥은 불이 난다.
학소대에 모인 일행들은 더 이상 못 걷겠다고 엄살이다.
급기야 관리사무소에 SOS...
부랴부랴 학소대까지 올라온 차량의 도움으로 주방천을 빠져 나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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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차 안에서 기암을 포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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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포길 안강에 들러 션한 콩국수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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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잎 장구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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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밥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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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오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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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골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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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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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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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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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질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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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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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장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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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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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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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모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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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조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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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신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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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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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층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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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뱀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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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뱀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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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대전사-주봉-칼등고개-가메봉-내원동-학소대-간리사무소(15.6km/6시간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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