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신록과 어우러진 철쭉의 향연 : 제암산~사자산]
*2009.5.4(한무리)
*코스:감나무재-작은산-제암산-사자산-사자두봉-기산리 미륵사
*산행상세
감나무재-(2.5km/50분)-작은산-(27km/분)-제암산-(0.7km/10분)-형제바위갈림길(돌탑)-(0.8km/15분)-곰재-(1.0km/분)-곰제산(철쭉재단)-(0.5km/10분)-간재-(0.7km/20분)-사자산-(1.2km/20분)-활공장-(0.8km/15분)-사자두봉-(0.8km/30분)-임도-(1.2km/17분)-18번국도(미륵사)
=== 이정표거리: 12.9km, 순보행: 4시간 10분, 총소요: 6시간 50분 ===
장흥과 보성의 경계에 솟아 주변의 뭇 산을 호령하는 듯한 제암산은 호남정맥의 산이다.
이미 호남정맥을 섭렵한 이땅의 많은 산꾼들이 철쭉시즌이면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꼽는 산 중의 하나다. 그만큼 제암산의 철쭉은 전국적으로 이미 충분한 유명세를 자랑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남도 끝자락에 위치해 있어서 철쭉 소식을 제일 먼저 전해주는 곳이 제암산이라 해도 결코 과장은 아닐 것이다.
5월4일. 운좋게 철쭉이 가장 절정을 이룬 날을 택해 제암산을 찾는다.
◀감나무재 고개마루에 있는 표석
제암산은 워낙 찾는 사람이 많은 곳이라 등산로 또한 다양하게 개설되어 있다.
일행은 호남정맥상의 감나무재를 들머리로 산행을 시작한다. 출발지가 되는 감나무재는 2번 국도가 보성을 지나 장흥땅에 접어들면서 구 도로로 진입하여 첫 번째 만나게 되는 해발 210m의 고개로 한자어인 시목치(枾木峙)라 부르기도 한다.
지금은 고개 아래로 제암산터널이 뚫려 시원스런 4차선 도로가 지나고 있다. 고갯마루 한켠으로 옛 이름인 갑낭치(匣囊峙) 표석이 서 있다. 안내판에 따르면 보검을 칼집에서 빼는 "보검출갑의 형국" 이라 하여 갑낭치라 부르게 되었으며 감나무재란 이름은 오랜 세월 음으로 구전되면서 잘못 전해진 지명이라 적혀있다.
갑낭치, 시목치, 감나무재, 모두 같은 곳을 지칭하지만 감나무재란 이름이 가장 살갑게 다가오는 이름이라 마음에 든다.
수많은 호남정맥꾼들이 거쳐간 감나무재를 뒤로 하고 남동쪽으로 난 숲길로 걸음을 옮긴다. 초입으로는 <제암산 5.2km, 사자산 9.0km, 용두산 7.2km>를 알리는 든든한 이정표가 길머리를 밝히고 있다. 이정표의 국사봉, 가지산, 용두산방면은 고갯마루 반대쪽의 호남정맥 길이다.
숲으로 들어선 길은 곧장 능선으로 치받지 않고 능선 허리께로 난 사면을 타고 나간다. 어제 내린 비로 숲길은 청정하다. 푸르게 피어나는 5월의 신록이 뿜어내는 기운이 발끝부터 신체 마디마디로 스며드는 듯 걸음이 가볍다.
5분 가량 사면길을 타고 나가면 길은 비로서 능선마루에 올라선다. 올라선 곳은 이정표와 나무의자가 마련된 3거리다.(이정표: 감나무재 700m, 주차장 800m) 주차장 방면은 감나무재 못미쳐 도로변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첫 이정표를 지나 본격적인 능선을 따른다. 길은 통나무로 가지런히 정돈된 오르막이다.
송화가루가 안개비처럼 내린다. 흩날리는 꽃가루가 눈에 보일 정도이고 보니 들숨 날숨에 콧등이 쏴해지지만 솔향만큼은 향기롭기 그지없다. 이정표를 지나 다시 10여분 이면 반듯한 사각정자와 돌식탁등이 마련된 넓은 쉼터에 닿는다. 이정표는 <제암산 3.2km, 주차장 1.8km>를 알리고 있다.
정자쉼터를 지나면 길은 꼬장꼬장한 된비알이다. 7~8분 가파르게 올라 송전탑 하나를 지난 후 5분 올라서면 길 옆 작은 바위전망터다. 이즈음부터 첫번째로 목표한 작은산이 시야에 잡힌다. 아래로는 장동면 일대가 빤하게 내려다 보이고 오른쪽 건너로 날카롭게 솟아오른 호남의 명산 월출산의 특이한 산세가 희붐하게 보인다.
길섶엔 이미 철쭉이 가지런히 꽃을 피우고 있어 앞으로 만나게 될 철쭉물결에 대한 예고편을 보여준다. 이후 8분, 2분 간격으로 또 다른 전망바위를 지나친다. 세 번째 전망바위(망바위)를 지나면 "고 김재중서기관신위"라 적은 작은 오석이 철쭉무덤 속에 놓여져 있다. 죽은자의 신위가 어떤 연유로 이렇게 철쭉 무덤 속 어두운 공간에 쓰러져 있는 것일까. 그도 아마 지독히 산을 사랑했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작은산 정상부에서 제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망바위를 지나 5분 남짓 올라서면 오른쪽 아래로 관광농원에서 올라오는 갈림길로 이정표가 있다.(이정표: 임금바위 2.2km, 관광농원 1.7km, 감나무재 2.0km) 갈림길을 지나면서부터 오른쪽 건너로 제암산이 전모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초록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한 완만한 능선 끝으로 우뚝하게 키를 세운 임금바위가 유난스럽다.
이제 막 연두에서 초록으로 옮아가는 산빛이 눈부시다. 철쭉이 무리지어 피어 있는 아름다운 능선 위로 말간 바람이 흐른다. 5월 이라지만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는 능선에선 한줄기 바람이 보석만큼 귀하다. 차로 유명한 보성땅이 지척이라서 인지 바람에서 은은한 녹차향이 난다.
감나무재에서 1시간 정도 올라서서야 작은산(682m) 묏등에 오른다. 손바닥만한 그늘을 제공하는 작은 소나무 옆 현지이정표엔 큰산이라고 적혀 있지만 누군가가 "작은산"이라고 매직펜으로 조그맣게 적어 놓았다.(이정표: 갑낭재 2.5km, 제암산 2.7km, 사자산 6.5km)
건너로 제암산이며 사자산 일림산까지 훤하다. 일림산, 사자산쪽엔 붉은 기운 역력한 철쭉군락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그 능선을 보고 있노라니 이미 마음엔 붉은 꽃물이 들어간다. 큰 나무 한그루 없이 철쭉만 자잘하게 피어있는 능선에선 그늘이 귀하다. 이리저리 찾아보던 그늘을 포기하고 철쭉무더기 속에서 5월의 따가운 햇살과 맞짱뜨며 우아한 점심(?)을 한다.
북동으로 키를 낮추며 마을과 가까워지며 길게 이어간 군계능선에 자꾸 눈길이 간다. 걸어보고 싶은 욕심이다.
작은산을 뒤로 하고 제암산으로 향하는 길은 무리 지어 손 흔드는 철쭉으로 인해 눈만 즐거운지 알았건만 어느샌가 마음마져 붉게 타오른다. 정상부 헬기장을 지나 남쪽 건너의 길은 곧게 뻗어나간다. 길은 한없이 편안하다. 군데군데 피어오른 철쭉을 벗삼아 걷는다.
정상에서 12분 나서면 옅은 안부를 지나고 야트막한 둔덕 하나를 넘어 5분 만에 다시 비슷한 모양의 안부에 이른다. 안내지도에 따르면 장동면 하산리 방면으로 갈림길이 있는 새재쯤으로 여겨지지만 갈림길은 보이지 않는다.
안부에서 4분쯤 올라서면 짧은 바윗길에 녹색 동판이 박혀있다. 호남정맥 종주 중 이곳에서 유명을 달리한 <권중웅 불망비>다. "님은 생전에 무척도 산을 좋아하시더니 끝내 이곳에서 산과 하나가 되셨습니다. 부디 편히 잠드소서"
산친구의 이름 석자 이곳에 묻어둔 동료들의 산정이 진하게 느껴진다. 길은 불망비가 있는 바윗길 오른쪽 옆으로도 우회로가 있다. 불망비를 지나 5분 가량 올라서면 시루봉으로 이제 제암산은 한층 가까워진다. 임금바위를 빤하게 올려다보며 걷는 능선은 왼편 아래로 자연휴양림이 있는 작은 저수지(담안제)를 내려다보며 걷는다.
▼제암산 직전에서 만나게 되는 병풍바위(왼쪽)와 선바위-뒤로는 담안제와 일림산
제암산 임금바위가 지척으로 다가설 즈음 왼편 아래 휴양림에서 올라오는 갈림길과 이정표를 만난다. 각기 다른 거리표시를 알리는 두 개의 이정표는 현 위치를 병풍바위로 적어놓고 있다.(이정표: 감나무재 4.1km, 휴양림 1.8km, 제암산정상 0.5km)
바로 코 앞으로 보이던 병풍바위에 올라서 본다. 병풍바위는 주등산로에서 왼편으로 살짝 빗겨 있지만 몇 발자국의 발품이면 올라서 볼 수 있다.
정상부엔 쓰러진 비석과 큼직한 무덤이 자리잡고 있다.(유인 영성정씨묘) 이 높고 험한 바위 정수리에 무덤을 쓰고 큼지막한 비석을 세운 죽은자 후손의 정성(?)이 대단하다. 바로 옆에 임금바위가 있으니 제왕은 아니더라도 그에 상응할 만한 권자에 오를만한 명당터라 여겼던 걸일까? 쓰러져 있는 비석으로 보아 이곳에 무덤을 쓴 모양세가 탐탁치 않아 누군가가 일부로 저지른 소행일지도 모를 일이다.
무덤 앞 바위 끝으로 나서면 조망은 일품이다. 발아래 저수지가 그림처럼 보이고 그 뒤로 웅치면 일대와 일림산 능선이 일목요연하게 펼쳐진다. 가까이로 보이는 임금바위의 풍채 또한 대단한 기세다.
병풍바위를 내려와 임금바위 가는 길에선 큼직한 선바위가 눈길을 끈다. 선바위를 지나면 곧 제암산이란 이름을 낳게 한 임금바위 아래에 선다. 임금바위는 임금 제(帝)자 모양을 한 30m 정도 높이의 바위로 주변의 여러 바위와 봉우리들이 임금에게 공손히 절을 하는 형상이어서 제암(帝岩)이라 부르고 있다 한다.
이미 바위 위엔 수십 명이 올라서 있다. 모두들 제왕의 자리가 궁금하였던지 위험천만한 바위를 부둥켜 안고 스파이더맨, 스파이더우먼이 되어 곡예하듯 바위벽을 오른다.
임금바위 정상부는 평평한 반석지대로 사위를 둘러보는 조망은 거침없다. 남쪽으로 곰재산, 사자산, 일림산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 마루금은 붉은 꽃물결로 한창이다. 그 뒤로는 보성만이 자리하고 있다. 사자산에서 사자두봉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능선 뒤로는 억새로 유명한 천관산이 둥그스럼하게 보이고 멀리로는 영암 월출산이 기세좋게 솟아있다. 막힘없는 조망으로 인해 임금바위에 올라선 것만으로도 제왕이 된 기분이다.
그럭저럭 임금바위 일대에선 50여분을 노닥거린 연후에야 사자산으로 걸음을 옮긴다. 임금바위를 지나 내려서면 또다른 정상석이 길가에 서 있다. 아마도 오르기가 위험한 임금바위를 생략한 이들의 인증샷을 위한 배려로 여겨진다. 정상 아래 삼각점이 있는 헬기장 직전으로 "산동갈림길" 이정표가 서 있다.(장동하산,산동마을 1.7km, 사자산 3.8km, 철쭉평원 1.9km)
이동통신 안테나를 지나 10여분 평평한 능선 끝으로 돌탑과 이정표가 있는 형제바위, 촛대바위 갈림길이다.(이정표: ↓제암산 0.7km, ↑곰재 0.8km, →형제바위 0.3km, 촛대바위 0.3km)
이 갈림길을 지나면서부터 능선은 왼쪽으로 꺽이며 곰재까지 내리막 일색이다. 곰재 내려서기 전 우측으로 두 사람이 마주서서 정답게 이야기 하고 있는 듯한 모양을 한 형제바위(?)가 바로 옆으로 보인다.
현위치 안내판이 서 있는 곰재는 장흥땅과 보성땅을 넘나들던 옛 고개로 왼쪽 보성쪽으로 곰재의 한자 이름인 웅치면이 있다. 곰재는 각각 좌우로 제암산자연휴양림과 장흥군 공설묘지로 내려서는 넓은 길이 있다.(이정표: ←휴양림 0.7km, →금석묘지 1.1km, ↑사자산 2.2km)
▼곰재산 일대를 수놓고 있는 철쭉군락지는 거대한 산상화원을 이루고 있다.
곰재를 지나면서부터 그 유명한 제암산 철쭉단지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철쭉은 이곳 곰재에서 곰재산을 지나 사자산 아래의 간재까지가 최고의 군락지를 이루고 있다. 좌우로 키만큼 자란 철쭉의 사열을 받으며 좁은 고샅을 따라 10여분 오르자 넓직한 마당바위 건너로 산상화원을 이룬 꽃물결이 능선을 따라 파도처럼 너울거린다.(이정표: 곰재 0.4km, 제암산정상 1.8km, 간재 1.0km, 사자산 1.9km, 철쭉재단 0.2km, 망경굴 0.1km, 요강바위 0.2km)
여기서부터는 능선을 가득 메운 꽃물결의 장관으로 제대로 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선홍빛으로 붉게 타오르고 있는 철쭉이 이토록 강인하게 느껴지기도 처음이다. 코 앞에 철쭉재단이 있는 곰재산까지는 불과 200m 거리지만 꽃길 속에서는 도무지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꽃이란 것이 해마다 피는 것이지만 이번처럼 제대로 시기를 맞추어 찾는다는 것도 쉽지 않을 터인데 이렇듯 화려한 꽃무리에 취할 수 있는 것도 큰 복중의 하나일 것이다. 제암산의 철쭉은 지금 그의 생애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때를 맞이하고 있다. 철쭉밭 군데군데로 키를 세운 운치있는 소나무가 있어 풍경은 단조로움을 피하고 있다. 한발한발 내딛는 걸음 자체가 향기로운 걸음이다.
안내도와 철쭉재단이 마련된 곰재산(630m)에서 철쭉은 절정을 이룬다. 그 속에서 봄날의 화려한 사치를 만끽한다.
절정을 이루고 있는 철쭉동산 뒤로 사자산▶
곰재산 이정표<곰재 1.0km, 간재 0.5km, 사자산(미봉) 1.2km>를 지나 10여분 내려선 간재를 경계로 꽃물결은 그 격렬한 몸부림의 기세를 한풀 꺽는다. 철쭉과 함께 봄날을 그렇게 가고 있다.
장흥군 안내도와 먹거리를 팔고 있는 간재에는 장흥공설묘지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다.<이정표: 사자산 0.7km, 임도(약수터) 0.5km> 간재에서 직진하여 20여분 느릿느릿 올라서면 사자산(666m)이다.
이곳은 장흥쪽에서 보면 사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여 사자산이라 부르며 이곳은 사자의 꼬리부분에 해당한다고 하여 사자산(미봉)으로 부르고 있다. 현지 표석에는 사자산"간재봉" 이라고 병기하고 있기도 하다.(이정표: 제암산 3.7km, 사자산(두봉) 2.0km, 페더글라이딩장 1.2km)
사자산에 서면 줄곧 시야권 안에 있던 일림산이며 그 뒤로 보성만이 한층 가까워져 보인다. 정맥꾼들은 사자산에서 왼쪽(동쪽)으로 몸을 돌려 일림산쪽으로 향하겠지만 우리가 가야할 길은 서쪽 건너로 머리를 치켜 세운 사자두봉 방면이다.
사자산에서는 감나무재부터 함께 했던 호남정맥 마루금을 뒤로 하고 서쪽 능선을 따른다. 봄날 오후 나른하게 졸고 있는 사자의 등허리를 밟는 길은 한없이 부드럽다. 왼편 가까이로 억불산, 멀리로는 천관산을 시야에 두고 간다. 곰재산 일대의 철쭉에는 못미치지만 사자두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도 철쭉은 여전히 화려한 봄날을 장식하고 있다. 척박한 바위틈에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 붉은 꽃무리가 더욱 강렬하고 자극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15분 가량 평탄한 길을 나서면 제암산주차장 갈림길이다.(이정표: ↑사자산(미봉) 1.0km, ↓두봉 1.0km, →제암산주차장 2.9km) 갈림길 지나 3분 이면 녹색천이 덮혀져 있는 활공장을 지난다.
미봉을 출발하여 두봉까지는 35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거리상으로는 2km지만 평지나 다름없는 길이다. 사자 머리에 해당되는 두봉 정수리엔 무인산불감시카메라가 박혀 있다. 발 아래 장흥읍내가 훤히 내려다 보이고 멀리로는 여전히 월출산의 날카로운 산릉이 희뿌옇게 시야에 잡힌다.
▼잡목숲을 내려와 넓직한 무덤터에서 올려다 본 사자두봉 - 일본 후지산을 닮았다 하여 장흥 후지산으로도 부른다.
사자두봉을 지나 몇 발자국 내려서면 "Y"자 갈림길로 이정표가 서 있다.(↖안양 미륵사 2.0km, ↗제암산주차장 2.0km, ↓사자산미봉 2.0km)
왼편 아래 미륵사 방향의 급한 내리막을 따르면 3분 후 다시 이정표를 만난다.(←안양기산 2.2km) 이정표에서 왼편으로 내려서면 큼직한 너덜지대가 펼쳐지고 너덜 끝부분쯤에서 현위치 "묘덕사- 미륵사 갈림길" 이정표를 만난다.(이정표: ↖동향표고 0.6km, ↖미륵사 2.0km, 사자산두봉 0.2km) 여기서 직진하여 산허리를 타고 넘는 길이 묘덕사방면, 왼편 아래 사면으로 비스듬히 진행하는길이 미륵사 방면으로 양쪽 모두 표지기들이 걸려 있다.
미륵사 방면을 따라 내려서자 길은 통행이 그리 많지 않았던 듯 거친 내리막이다. 잡목이 등산로를 비집고 나와 성가시다. 15분 거친 길을 따라 내린 후 무덤1기를 만나면서부터 길은 다시 넓직해져 걷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이어서 10여기의 무덤이 있는 넓직한 터가 나타난다. 무덤 주변이라 고사리가 제법 눈에 띈다. 어느사이 모두들 고사리며 취나물을 한주먹씩 움켜쥐고 있다. 아래에서 올려다 보이는 두봉은 거대한 암봉을 불쑥 솟아올린 형태로 위용이 대단하다.
무덤터를 지나면 곧 넓은 임도가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공터로 내려선다. 오른쪽 임도를 따라 내려서면 삼나무숲 아래로 조성된 표고버섯재배지를 지나 15분 만에 "동향표고" 입구를 알리는 안내판이 나타나고 바로 앞으로 18번 국도변에 닿는다.
미륵사는 내려선 국도변에서 왼편 안양면 방향으로 약 120m 거리에 있다. 미륵사는 여염집 같아 보이는 작은 절집으로 뒤편으로 사자두봉에서 미봉까지 일자로 뻗은 능선을 배경으로 두고 있다. 절 입구 법진스님공덕비 옆으로 고려말의 것으로 추정되는 석불이 있다는 안내판을 보고 석불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기웃거린다. 인기척에 나온 비구니 한 분이 법당문을 열어 석불을 보여주며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인다. 도톰한 입술에 미소 가득한 석불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 한장 찍겠다는 부탁을 드리자 법당안을 훤히 밝혀주시니 고마웁고 미안하다. 마침 저녁 예불시간이 가까워졌다며 석불 앞에 다가가 초를 사르는 비구니스님의 모습이 미륵사 석불의 편안한 미소처럼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