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영봉은 안개에 젖고]
*일시: 2011.6.9(한마음)
*산행코스: 신륵사-영봉-마애불-덕주사
*산행상세
월악교-(2.3km/20분)-신륵사-(1.0km/15분)-수렴선대 갈림길-(0.8km/25분)-지능선-(1.0km/50분)-신륵사 삼거리-(0.5km/15분)-보덕암 삼거리-(0.3km/10분)-월악산 영봉-(0.8km/23분)-신륵사 삼거리-(0.7km/20분)-송계삼거리-(0.7km/12분)-마애봉(만수릿지 갈림길)-(1.1km/40분)-마애불-(1.6km/27분)-덕주사-(1.0km/20분)-덕주골주차장
=== 이정표거리: 11.8km, 총소요: 6시간 20분, 순보행: 4시간 37분 ===
☞사진으로 보는 산행기
영봉 아래에 서자 길은 안개에 묻혀 버린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안개 속 걸음.
월악산에 오르면 응당 중봉, 하봉 건너로 볼 수 있는 충주호의 물빛, 겹겹으로 에워싼 산들의 중첩,
먼 데로 뻗어나간 아스라한 산줄기를 만날지 알았다.
먼 풍광은 보이지 않아 아득하니 월악에서 기대했던 아름다운 그림들은 안개 속에 묻어두고 길에만 충실한다.
길에서 만난 야생화와 더 친해질 수 있었던 안개 속 산행
가까이 눈길 줄 수 있는 산행
안개 젖은 풀꽃들의 여린 몸짓이 이토록 아름답다는 것에 새삼 놀란다.
월악산은 22년 만에 다시 찾는다. 강산이 두 번 변하고도 남을 세월이 흘렀다. 아득한 기억속 월악산은 무척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다시 만나는 월악의 모습에 사뭇 기대되는 마음으로 산악회원들 틈 사이에 한자리 꿰찬다. 오랜만에 보는 살가운 얼굴이 있어 반갑기 그지없다. 여전히 변하지 않는 산친구의 모습을 보니 지난날 걸었던 길들이 새록하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니 꽤 깊은 산정이다.
산행은 신륵사에서 영봉을 거쳐 덕주사로 내려오는 순서다. 덕산면에 있는 월악교를 지나 신륵사와 용하계곡 갈림길에 이르자 신륵사 방면으로는 공사중이므로 대형차량의 진입을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월악교에서 신륵사까지는 2.3km, 예정에 없던 발품의 시작으로 월악산과 대면한다. 월악교에서 100m 지점의 갈림길에서 우측 신륵사 이정표를 따라 든다. 잠시 후 한국전통문화체험학교를 지난다. 예전 월악초등학교가 있었던 자리다.
이어서 텅빈 월악산국림공원 금수산분소를 지나 20분 가량 시멘트 길을 따라 들자 널찍한 신륵사 주차장이 나타난다. 주차장 초입에는 월악산 노래비가 서 있다.(2010년 11월 10일 제막) 평일이라서 인지 그 넓은 주차장은 텅 비어있다. 도중에 공사 흔적도 없었으니 버스로 와도 될 뻔했던 길이다. 저 앞으로 당연히 월악영봉이 보여야 하건만 산머리는 안개만 자욱하다.
◀담장너머 훔쳐 본 신륵사
주차장에서 등산안내도가 그려진 길을 따라 3분 정도 차길을 더 따라가면 신륵사가 나타난다. 입구에는 참배객외에는 출입을 금지하는 엄중한 문구가 붙어 있다. 게다가 사진촬영까지 금지하고 있으니 스님들이 좀 야박하다는 생각이다. 신륵사 경내에는 3층 석탑과 함께 극락전(도유형문화재 132호), 괘불대, 산신각, 국사당등의 건물이 모진 풍상을 이겨내고 서 있지만 가까이 대면하지는 못하고 그저 담장 너머로 기웃거리는게 전부였다.
신륵사에서 수렴선대 갈림길까지 약 1km 거리는 계속되는 신작로 수준의 길을 따라 15분쯤 진행한다. 이정표(신륵사 1.0km, 신륵사 삼거리 1.8km, 영봉 2.6km)가 있는 수렴선대 3거리에서 출입금지 안내판과 나무울타리가 쳐진 직진방면의 넓은 길은 옛날 신륵사의 스님들이 참선했다는 수렴선대 방면이고, 영봉은 오른쪽 산비탈 방면이다.
삼거리에서 지능선까지는 긴 오르막의 연속이다. 울창한 소나무 숲길은 오를수록 안개만 짙어진다. 오름길 도중 길 오른편으로 작은 당집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서니 "국사당" 이란 이름표를 달고 있다. 월악영봉의 다른 이름인 국사봉에서 연유한 이름인 듯하다. 수렴선대 갈림길에서 간간이 통나무가 설치된 길을 따라 25분 가량 땀을 솟아내자 숨통이 트이는 지능선 마루에 올라선다. 올라선 지능선에서는 왼쪽으로 몸을 튼다.
온통 안개에 싸인 숲길. 안개가 깊으니 숲도 덩달아 깊어져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천천히 쉬어가며 50분 남짓 완만한 능선을 올라서자 영봉 턱밑인 신륵사 삼거리다.(이정표: 영봉 0.8km, 신륵사 2.8km, 덕주사 4.1km)
바로 머리 위가 영봉이지만 한 치 앞조차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안개 숲은 영봉의 위엄을 제 속에 묻어두고 있다.
왼편 덕주사방면은 하산할 길이고 보니 영봉에 올랐다가 이곳 3거리까지 다시 와야 한다. 올라가봐야 안개뿐이란 걸 알면서도 걸음은 이미 바위를 오른쪽으로 에돌아 가는 길로 접어들고 있다.
월악산 영봉 오르는 가파른 길섶에는 큰앵초가 다투어 피고 있다.▶
정상까지 0.8km 거리지만 거대한 바위를 오른쪽으로 크게 돌아가는 길이므로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신륵사 삼거리에서 한 차례 떨어졌다 다시 올라서면 보덕암 삼거리다.(이정표: 영봉 0.3km, 보덕암 3.7km, 신륵사삼거리 0.5km) 보덕암 길은 월악산 등산로 중 단연 으뜸으로 치는 중봉, 하봉으로 연결되는 길이다.
보덕암 삼거리에서 영봉까지는 가파른 계단길의 연속이라 제법 힘이 든다. 예전 수직사다리와 로프에 매달여 올랐던 기억이 아슴아슴 떠오른다. 당시 아내와 둘이 한 산행으로 힘들어 하는 아내로 인해 한발 오르고 한참 쉬기를 거듭했던 기억이다. 비록 길은 거칠지만 오를수록 먼 풍광에 감탄사를 연발해야 하는 길이지만 오늘은 그 길에 안개만 자욱하다.
풍광의 아름다움은 안개가 삼켰으니 길에선 풀꽃만 보인다. 안개에 함초롬히 젖어있는 풀꽃이 지천이니 이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 그림인가. 큰앵초, 수수꽃다리, 정향, 눈개승마.... 수십 종의 여름풀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나고, 또 지고 있으니 그 길에서 눈길 주느라 한동안 멈춰 선다. 영봉 오르는 가파른 길에선 꽃들로 거친 숨을 다스린다.
▼산안개에 갖혀 버린 영봉
보덕암 삼거리에서 15분 가량 계단과 어우러진 길을 올라서면 신령스러운 곳 월악산 영봉이다. 가까이의 중봉, 하봉, 너머로 충주호가 보이고, 주변의 만수산, 포암산이며 주흘산들이 보여야 하건만 영봉엔 허망한 안개만 자욱하다. 벼랑 끝을 휘감아 도는 안개바람에 아쉬움만 커진다.
영봉에서 신륵사 삼거리까지는 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온다. 덕주사 4.1km 를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 순한 능선길을 걷는다. 안개에 젖은 숲은 후둑후둑 물방울을 흘린다. 그 길에서 노린재, 수수꽃다리, 민백미를 만나니 걸음은 더디다.
동창교로 내려가는 송계삼거리에 현위치 안내판과 이정표가 유령처럼 서 있다.(이정표: 영봉 1.5km, 덕주사 3.4km, 동창교 1.8km) 곧이어 널찍한 헬기장이다. 맑은 날이면 영봉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는 곳이기도 하다.
굵은 참나무가 촘촘히 도열한 포근한 숲길이 계속된다. 숲은 단조로운 구도와 색감으로 마치 흑백영화의 한 장면처럼 흐른다. 헬기장에서 느릿느릿 10분이면 삼각점(덕산24)이 있는 960.4봉이다. 어떤 지도에는 마애봉이라 표기해 두기도 하였다. 이곳은 만수봉으로 연결되는 갈림목이기도 하다. 만수봉까지 이어지는 바윗길이 있어 만수릿지로 불리는 길이지만 그 초입으로는 "탐방로아님" 이란 금줄이 쳐져 있는 비지정 탐방로다.(이정표: 영봉 2.2km, 마애불 1.2km, 덕주사 2.7km)
만수봉 갈림길에서는 오른쪽 산허리를 타고 마애불쪽으로 내려선다.
이 구간은 바위와 노송이 어우러져 월악산의 아름다움을 잘 나타내고 있는 구간이지만 안개는 여전히 풍광에 인색하다. 간혹 코 앞으로 살풋 안개가 걷히는 순간순간 나타나는 신선경엔 어김없이 감탄사가 튀어 나온다. 안개속에서 간헐적으로 드러나는 산릉과 암릉은 월악산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고 있다. 30분 가량 계단과 바위가 섞인 길을 내려오면 계단 옆으로 있는 바위굴 하나가 이색적이다. 바위굴에서 마애불까지는 다시 15분 정도가 더 소요된다.
마애불 옆에 자리한 대웅보전▶
마애불역사 안내판이 있는 삼거리에서 마애불까지는 산비탈을 100여m 되짚어 올라야 한다.(이정표: 영봉 3.3km, 마애불 0.1km, 덕주사 1.6km) 계곡 중턱에 높다란 2단 석축 위 암벽면에 돋을새김을 한 마애불은 고려시대 불상형식으로 보물 제 406호로 지정되어 있다. 예전에는 석축 아래에 암자가 있었지만 지금은 보이지 않고 마애불 옆쪽으로 비스듬한 높이의 근사한 법당이 서 있다.
마애불은 특히 덕주공주와 마의태자의 전설이 있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쓰러져가는 신라천년의 마지막 경순왕이 나라를 고려 태조 왕건에게 내주자, 아들 마의태자는 미륵리에 미륵불을, 그의 누이 덕주공주는 월악산 암봉 아래 절을 짓고 마애불을 조영했다. 그들은 서로 마주 보며 백성에게 속죄의 뜻으로 엄동설한에도 삼베옷 한 벌 걸치고 망국의 한을 달랬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덕주산성 동문(덕주루)-신라 경순왕의 딸 덕주공주가 피안하였던 곳이라고 전해오며 1256년(고종43년)에는 몽고병이 충주를 공략하고 이곳으로 진격하자 관리들과 노약자들이 이 산성으로 피신하였는데 갑자기 구름, 바람, 비, 우박이 쏟아지므로 적병이 신이 돕는 땅이라 하여 달아났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마애불을 둘러보고 다시 등산로를 따라 10여분 이면 산성터를 지나고 다시 15분 거리에 덕주사를 만날 수 있다. 덕주공주가 창건했다고 전하는 덕주사는 높직한 계단을 올라야 대웅전을 마주할 수 있다. 절 앞쪽으로는 남근석이 세워져 있는데 월악산의 음기를 누르기 위해 세운 것이라고 안내판에 적혀 있다.
덕주사 이후로 널찍한 차의 길이다. 그 길에서 덕주공주가 피난을 왔었다는 덕주산성 동문, 층층기암과 노송들이 위용을 자랑하는 곳에 학들이 날아와 노닐고 갔다는 학소대, 수정처럼 맑은 물이 거울같다는 수경대를 차례로 지나면 탐방지원센터에 이른다. 여기서 덕주사주차장까지는 5분 가량 발품을 더 팔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