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봉입구-포대능선-신선봉-다락능선-원도봉입구

*산행코스:원도봉입구-원효사-포대능선-신선봉-산악구조대-망월암-다락능선-심원사-원도봉입구
*2009.3.25(한무리)
*산행상세
원도봉입구-(0.7km)-원도봉 제2주차장-(0.5km)-원효사-(1.7km)-포대능선-(0.1km)-산불초소-(1km)-포대정상-(0.3km)-신선대-(0.7km)-산악주조대-(0.5km)-다락능선-(1.8km)-심원사-(0.7km)-원도봉입구
=== 이정표거리: 8km, 총소요시간: 6시간 30분 ===


어지간히도 산을 쫒아다녔다고 여겼건만 지방이라는 여건상 서울, 경기쪽에는 북한산을 제외하면 한 발짝도 들여놓은 기억이 없다. 경상도 변방에서 서울경기 지역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진다. 단체산행에 편승하지 않으면 개인적으로는 쉬이 가 볼 수 없는 지역이다.
적자산행임에도 불구하고 서울까지 편도 차비도 되지 않는 2만원의 회비로 도봉산까지 편히 다녀오고 맘껏 눈요기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한무리산악회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사진으로 밖에 면식이 없었던 도봉산과의 만남은 첫 대면부터 촌뜨기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그 뿌리의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견고한 바위벽, 하얗게 빛나는 그 거대한 바위기둥에 탄성부터 나온다.
생김새부터가 비범해 보이는 도봉산. 날카로운 암릉 위에는 하나같이 누군가가 일부러 올려 놓은 듯한 바윗덩이가 위태롭게 얹혀있어 신기하기 짝이 없다.

06시 30분 포항을 출발한 버스는 칠곡, 여주휴게소에서 두 차례 쉬어간다. 동서울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도봉산 산행의 들머리로 계획된 원도봉 입구에 도착한 시간이 11시. 대략 4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원도봉 입구 3거리의 <망월사 2.5km, 원효사 1.2km>를 알리는 교통안내판이 있는 도로변에서부터 발품은 시작된다. 승용차라면 국립공원사무소가 있는 주차장까지 차량을 이용할 수 있겠지만 대형버스는 진입이 불가하다.
길 양쪽으로 허름한 상가가 밀집해 있는 길을 따라 3~4분 나서면 고속도로 교각 아래를 지나 갈림길이다. 갈림길 입구엔 빈 막걸리 병으로 치장한 <산자락>이란 가게가 있어 눈길을 끈다. 갈림길에서 왼편의 다리를 건너 대원사 방면으로 진행한다.
원도봉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계속되는 차도를 따르면 제2원도봉 주차장이 있는 3거리가 나타난다. 왼쪽은 심원사 방면으로 오늘 하산하게 될 길이다.
주차장에서 오른쪽 <포대능선 2.6km> 이정표를 따라 잠시 나서자 좁은 골목 양편으로 먹거리를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게 나타난다. 마치 1980년대 초에나 보았을 법한 산자락 입구의 풍경들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어수선한 풍경들이지만 멋모르고 돌아 댕기던 옛 시절에 대한 아련한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낡은 풍경들이다.


▼원효사전경-산사면 비탈진 곳에 있는 절집이라 당우는 많지 않지만 비구니 스님들이 기거하는 도량답게 경내 분위기가 아주 정갈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건너편으로는 수락산이 빤하게 건너다 보인다.

먹거리가 즐비한 좁은 길을 빠져 나오면 망월사를 경유하여 포대능선으로 오르는 왼쪽 길과 원효사를 경유하여 포대능선 오르는 3거리 갈림길이다.<이정표: (좌)망월사 1.6km, 포대능선 2.1km, (우)원효사 0.4km, 포대능선 2.1km)

오른쪽 원효사방면의 길을 따라 들자 한적한 계곡길이 시작된다. 나무다리와 옅은 물줄기가 흐르는 와폭을 지나 잠시 올라서면 원효사 입구의 3거리가 된다.
원효사는 신라 선덕여왕때 원효스님이 수도한 곳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당시 원효스님이 기도했던 토굴이 남아있다. 절마당 한 켠으로는 원효스님의 동상을 세워놓고 있다. 원효사를 둘러본 후 원효사 입구3거리로 되내려 가는 것이 정석이지만 삼신각 옆 사면으로 난 길을 올라서자 곧 지능선에 있는 주등산로와 합류한다.

원효사를 지나 지능선 상에 붙자 도봉산 특유의 기묘한 바위지대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홈통같이 생긴 급경사 지역에 설치된 쇠줄을 잡고 올라서면 안말쪽에서 올라오는 지능선과 합류한 후(이정표: 안말입구 1.4km, 포대능선 1.1km) 다시 암릉 오르막에 설치된 쇠줄을 잡고 급경사 바위지대를 오르게 된다.

암릉 위로 올라서면 발 아래로 의정부 시가지를 비롯하여 건너로는 수도권 대표명산인 수락산과 불암산이 우뚝하게 건너다 보인다. 오른쪽으로는 하얀 바위슬랩을 드러낸 사패산도 또렷하다. 왼편으로는 도봉산의 자랑인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이 그 거대한 바위벽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포대능선으로 이어지는 지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은 곳곳이 소나무와 어울린 전망자리가 있어 초장부터 걸음을 더디게 만든다.

뛰어난 암릉미를 자랑하는 포대능선-뒤로 자운봉▶

포대능선에 합류하기 직전에 나타나는 너른 헬기장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헬기장은 서울, 의정부 시가지며 수락산을 꼽아보기 좋은 위치다. 헬기장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동안 때아닌 3월의 눈발이 날린다.
남쪽 지방엔 이미 산자락마다 꽃잔치가 한창이건만 도봉산엔 아직 꽃샘추위가 오는 봄을 시샘하고 있는 모양이다. 식사하는 내내 거친 바람이 불어오는 탓에 손이 곱아온다. 헬기장을 지나 주능선 상에 올라서면 곧 산불초소와 사패산 갈림길이 있는 포대능선에 접한다.(이정표: 자운봉 1.4km, 사패산 2.3km, 망월사 0.5km) 포대능선은 도봉산의 대표적인 능선으로 옛날 포대가 있어 포대능선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산불초소를 지나 포대정상-신선대로 이어지는 암릉길은 스릴 넘치는 길이다. 게다가 곳곳에 기기묘묘한 암릉과 암봉이 자리하고 있던 초행자의 걸음을 잡는다. 또한 암릉 곳곳엔 큼지막한 바윗돌이 위태롭게 얹혀있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포대능선이 비록 암릉 투성이의 위험한 길이긴 하지만 요소요소에 안전시설이 설치되어 있어 위험부담을 줄여준다.
위험지역 안내판이 있는 헬기장을 지나고 예젼 포대가 있던 포대정상에 서면 이제 도봉산의 얼굴인 선인, 만장, 자운봉이 코 앞으로 다가온다. 세 개의 우뚝한 암봉이 형제처럼 어깨를 맞대고 있는 모습은 동네 뒷산만 전부인지 알고 있는 시골뜨기의 시선을 압도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저렇듯 거대하고 위엄있는 신전을 이 산저에 새워놓은 이는 누구일까?
산불감시 카메라가 있는 포대정상에서 신선대까지는 이정표 거리로 300m에 불과하지만 길이 험난하여 소요시간을 예측할 수 없다.(이정표: 자운봉 0.3km, 도봉산탐방지원센터 3.2km, 사패산 3.3km, 망월사 1.6km)

두 번째 위험구간 안내판을 지나면 험난하기로 유명한 "Y 계곡"이 시작된다. Y계곡은 일반적인 계곡이 아니라 능선상의 바위 협곡으로 거의 수직에 가까울 만큼 내렸다가 올라서야 하는 난코스로 2008년 가을부터 휴일엔 일방통행이 실시되고 있는 곳이다. 포대정상에서 신선대쪽으로는 진행이 가능하지만 신선대에서 포대정상쪽은 우회로를 이용하여야 한다.
급경사 바윗길엔 쇠줄이 설치되어 있지만 발디딤에 조심해야 한다. 한발한발 위태롭게 내려선 후 다시 급경사를 올라선 후 좁다란 바위틈을 빠져 나가면 Y계곡을 통과한 건너편 암봉에 이른다.
평일이라 대행히 구간에서 정체는 없었지만 반대편에서 오는 팀이 통과할 때까지 기다리느라 Y 계곡을 통과하는데는 2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휴일이면 통과시간을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Y계곡을 지나 암릉길을 따르면 자운봉과 신선대 사이의 안부에 이른다. 도봉산의 3대 암봉인 선인, 만장, 자운봉쪽은 일반 산행객들은 쳐다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암봉을 오르는 것은 전문바위꾼들의 몫이다.
대신 신선대에 오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쇠줄을 잡고 올라선 신선대엔 사나운 바람으로 몸을 가누기가 힘들 정도다. 오봉능선 건너로 북한산쪽 한번 쳐다보고 쫒기듯 다시 안부로 내려선다.
내려선 안부에서 자운봉을 왼편에 두고 내려서는 남쪽 아래 급경사 돌길을 따라 500m 내려서면 마당바위와 산악구조대쪽으로 갈리는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다.(이정표: 자운봉 0.5km, 마당바위 0.2km, 도봉탐방지원센터 2.7km, 산악구조대 0.2km) 다락능선 방면으로 진행하기 위해 왼쪽 산악구조대쪽으로 내려선다. 잠시만 내려서면 산악구조대 건물 직전에 현위치를 알리는 안내판과 이정표가 나타난다.(이정표: 자운봉 0.7km, 도봉탐방지원센터 2.4km)
다락능선방면으로 오르기 위해선 이정표가 지시하지 않는 왼편길을 따라 석굴암쪽 오름길을 따라 나선다. 그 길을 따라 나서면 지계곡 하나를 건너 망월암을 지나 다락능선으로 올라서게 된다.(산악구조대에서 10분 소요)

◀다락능선에서 올려다 본 도봉산의 위용
다락능선으로 올라선 안부자리에 자운봉 1.0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다.(이정표: ←자운봉 1.0km, →도봉대피소 1.0km, 도봉탐방지원센터 2.7km)
신선대에서 한차례 떨어진 후 계곡을 가로질러 다시 능선으로 오르느라 힘은 들었지만 다락능선에서의 조망이 힘든 발품을 보상해 주기에 충분하다. 거친 포대능선에 비해 아기자기한 모습을 보여주는 다락능선은 걷기도 한결 수월하다.  바로 건너로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의 모습을 바로 아래에서 볼 수 있고 포대능선의 울퉁불퉁한 암봉의 전모도 빤하게 올려다 뵌다.
다락능산에서는 자주대하게 되는 이정표의 은석암 방면 능선길을 따라 계속 진행하다가 나무데크가 설치된 포대전망터를 지난 후 나타나는 갈림길 이정표(이정표:← 원도봉입구 1.6km, →은석암 0.5km, 도봉탐방지원센터 2.0km)에서 왼편 원도봉쪽으로 내려선다.

이제 낮아진 능선 아래로 원도봉지역이 한층 가까이 보이고 이구아나바위(?)와 좁은 바위틈이 석문을 이룬 홈통을 빠져나와 넓어진 길을 따라 잠시 내려서면 심원사 입구에 닿는다. 심원사를 지나면 곧 올라올때 지나쳤던 제2 원도봉주차장이다.
이후 포장길을 따라 내려서면 10여분 후 출발지인 원도봉 입구에 이른다.
다시 도봉산을 찾을 기회가 언제가 될는지 모르겠지만 다채로운 능선의 변화와 기묘한 바위들이 특히 인상에 남는다.
비록 오늘 걸었던 길, 보았던 것들이 도봉산의 단면에 불과하겠지만 이렇듯 준수한 도봉산을 옆구리에 끼고 있는 서울 사람들이 마냥 부러웁다.